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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애국가

2012-05-2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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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뚝심송 추천0 비추천0

2012. 05. 29. 화요일

정치부장 물뚝심송


 


 


거의 모든 나라에는 국가가 있고, 우리에게도 국가가 있다. 나라를 상징하는 노래 말이다.


 


대한민국의 국가는 애국가이며, 원래 노랫말은 누가 지었는지 정확하지 않다. 곡은 안익태가 작곡한 한국환상곡에서 나왔다.


 


 



 


 


이 애국가는 우리가 사는 이 사회, 국가를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이며, 공식 행사등에서 국민의례라는 절차에 지정되어 흔히 부르게 된다.


 


외국으로 이민간 사람들에게서는 흔히 들을 수 있는 얘기가, 우리나라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밖에 나가 보니 이 애국가를 들으며 코가 찡해지는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다는 얘기이다.


 


그런 애국가를 안 부르겠다는 수상한 넘들이 있다고 한다.


 


과연 그들은 빨갱이들인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으로 시작되는 애국가의 첫 구절은 원래 "성자 신손 오백년은 우리 황실이요, 산고 수려 동반도는 우리 조국일세" 로 시작하는 윤치호의 협성회 무궁화가에서 변경된 것이라고 한다.


 



 


즉, 당시의 윤치호에게는 우리 국가는 조선황실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 가사는 나중에 안창호의 요청에 의해 지금의 동해물과~ 로 바뀌게 된다.


 


마지막 구절,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하는 부분도 원래는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임군을 섬기며~ 로 되어 있던 것을 상해 임시정부 시절 안창호가 고친 것이라고 한다.


 


결국 조선황실에 대한 충성의 노래를 임시정부의 정신이 첨가되면서 오늘날 같은 노랫말로 바꾸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임시정부에서도 이 애국가를 국가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서 반발이 있었는데, 김구의 주장으로 인해 그냥 결정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곡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올드 랭 사인"의 곡에 맞춰서 불렀었다. 돌아가신 우리 어머님께서도 애국가를 부를 때 습관적으로 곡조가 올드 랭 사인의 곡조에 맞춰 나왔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다가 안익태의 곡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오늘날에는 공식적으로 안익태의 곡이 애국가의 곡으로 지정되어 있다. 안익태는 또 친일 행적이 문제가 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던 작곡가이다. 거기다가 또 애국가 곡의 저작권 문제로 시비가 벌어진 적도 있다. 안익태의 유족들이 이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다.


 


대략 훑어본 애국가의 역사인데도 좀 구차한 느낌이 든다.


 


만약 우리가 왕국에서 공화국으로 넘어오면서, 민중의 힘으로 왕조 정치를 끝장내고 공화국의 깃발을 들어올리는 제대로 된 과정이 있었다면 이 애국가가 나라를 상징하는 노래로 자리잡을 수가 있었을까? 황실을 칭송하고 임금을 섬기겠다는 가사를 가진 노래가 말이다.


 


그건 절대 아니었겠지.


 


 




 


 


어찌되었거나, 국가는 내가 속해 있는 나라를 상징하는 기호의 일종이고, 공식 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은 그 기호가 의미하는 바에 동의하고, 나 또한 그 시스템에 속해 있다는 점을 선언하는 상징적인 행동이다.


 


만약 공식 행사에서 국가가 연주되고 있는데, 따라부르기는 커녕 앉아서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면, 나는 이 나라에 속해 있지 않다고 선언하거나, 최소한 저 노래가 상징하는 바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의사 표시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한국인 부모 밑에서 태어나면 자동으로 한국 국적을 가진 국민이 되어 버리는 것이 맞다. 사실상 개인에게는 선택권이 없는 것이다.


 


이 경우에, 본인의 의사로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존중할 의무를 개인에게 지우는 것에는 반대하고 싶다. 매우 자유주의적인 관점이지만, 최소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애국가를 따라 부르라고 강요하거나, 반대로 따라 부르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한다는 의미다. 즉, 강요하지 말고 부르고 싶은 넘은 부르고, 부르기 싫은 넘은 부르지 말라는 게 나의 공식 입장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내 자신의 선택은 무엇이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난 공식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밝힌다.


 


실제로, 모든 공식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것을 거부하면서 살지는 않지만, 별 문제 없는 행사라면 그냥 앉아서 딴청을 부리기도 한다. 주변인들의 눈총쯤이라면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거든.


 


그렇다면 내 속마음은, 내가 이 나라, 즉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일까? 그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점을 거부하는 것일까?


 


그건 또 아니다.


 


나는 내가 이 나라의 일원이라는 점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이 나라가 전세계에서 최고로 맘에 드는 나라는 아니지만, 그래도 충분히 함께 살아갈 가치가 있는 나라이며 사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사회 공동체에 내가 속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는 얘기이다. 그 자체를 부정했다면 진작에 다른 나라로 가버리지 않았겠는가?


 


그럼 도대체 뭐하자는 수작이란 말인가?


 


 




 


 


1980년 5월 27일, 바로 오늘이다.


 



 


전라남도 광주에서는 무장한 시민군들이 도청을 지키고 있었고, 계엄군이 도청을 탈환하기 위해 전면적인 무장공격을 감행하는 일이 있었다.


 


극소수의 생존자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다 도청 안에서 최후까지 전투를 벌이며 죽음을 맞이했다.


 


그들은 어디 남의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아니었다. 군부독재를 반대하며, 전두환을 반대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의사표현의 권리를 행하던 사람이었고, 그들은 군부가 투입한 특전사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무장을 하게 되었고, 무장한 채로 대한민국의 국군에 의해 사살 당했다.


 


한 국가의 국민들이, 그 국가를 지키라고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만들어진 군대에 의해 무자비하게 사살당한 날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그 때 산화한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백기완씨는 노랫말을 하나 짓게 된다. 거기에 곡이 붙여지고, 그 노래는 향후 독재와 싸우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 불리워 진다. 그게 바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나는 도저히 이 모순되는 상황을 맨 정신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내가 속한 나라, 그 나라를 지키고 그 나라의 국민들을 지키라고 만들어진 군대가, 다름아닌 나, 그들이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그들의 주인인 나를 총으로 쏴 죽였다.


 


주인이, 기르던 사냥개에게 물려 죽은 꼴이다.


 


그런 군대를, 그런 정부를, 그런 정부가 만들어가는 국가를 나의 국가로,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이 사회 공동체로 인정할 자신이 있는가?


 


물론 내가 직접 총맞아 죽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시 장렬하게 산화한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을 천 분의 일, 만 분의 일이라도 공감할 수 있다면, 이 모순을 감당해내기는 너무나 힘들어진다.


 


1980년 5월은 그래서 우리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사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유시민 공동대표(이제는 사퇴했으니 평당원이다.)가 애국가 문제를 언급하면서 약간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었다.


 


물론 다수의 유권자들은 대중정당의 공식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르기를 거부한다는 기이한 풍습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고,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만약 통합진보당이 대중정당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바란다면, 국민의례 정도는 일반적으로 치를 필요도 있다. 동의한다.


 


그러나 그들이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 이유가 빨갱이라서, 주사파라서 그런 거라고 속단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주사파라면 종교인이라고 비웃고, 당권파들의 비민주적인 행태에는 미친놈들이라고 손가락질하고, 그들의 행태를 이 시점에서 끝장내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있는 나도, 애국가라는, 누가 썼는지도 잘 모르는 정체불명의 노래를 공식행사장에서 부르기는 싫다.


 


최소한, 아무리 시간이 30년 정도 지나서 역사 속에 묻혀가는 사건이라 해도, 일련의 정치 군인들이 국민의 군대를 동원해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군을 "주인 물어죽이는 똥개새끼"들로 전락시켜 가면서 자신들의 주인인 국민들을 죽여버린 사건을 잊어 버릴 수는 없다. 심지어 그들의 수괴는 아직도 멀쩡히 머리를 번쩍거리면서 살아 숨쉬고 있지 않은가.


 



 


아직도 박정희, 전두환을 대통령으로 칭송하는 인간들이 남아 있고, 그들을 추종하던 세력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이 정부를 내가 속해있고 내가 사랑하는 국가, 대한민국의 정부로 인정하기는 너무 힘들다.


 


내가 애국가를 부르는 것이 그들을 일 그람이라도 정당화 시켜줄 지도 모르고, 내가 그들을 인정한다는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이는 것 자체가 너무 싫어서.


 


나는 오늘도, 앞으로도 상당 기간동안,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생각이다.


 


 



정치부장 물뚝심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