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2012. 6. 8. 금요일

앗싸


 


모태 솔로 남자의 휴일은 모름지기 잠을 늘어지게 자다 자다 지처 일어난 후 슬리퍼 질질 끌고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주는 만화방에서 짜장면과 함께 보내는 게 정석인데 전날 세 시간 자고 아침도 굶고 또 전주로 향했다. 지난 번엔 전북고속이었고, 이번에는 전주대였다.


 


그리고 그곳 전주대 총장실에는 총장이 아닌 청소노동자분들이 계셨다.


 


이번 취재의 대부분은 16일째 단식농성중인 민주노총 이태식 지부장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


 



 


편의상 앗싸를 앗으로 이태식 지부장님을 이로 표현한다.


 




 


앗 : 총장실이네요. 총장은 어디로 가셨을까요?


 


이 : 뭐, 다른 빈 사무실로 갔겠죠. 학교에 사무실이야 많으니까요.


6월 2일이 저희가 파업 27일차, 제가 파업사태 해결촉구를 위한 단식 16일차,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해 전주대 총장실에서 24일째 농성 중이에요. 여기 계시는 아주머니 분들이 서른 분 정도 계시는데 다들 가정주부세요. 연세도 50~60대이세요. 이런 분들이 농성하고 계시는데 학교에서 빨리 빨리 해결할 의지를 보여야 하는데 총장님은 어디로 도망갔는지 보이지도 않아요. 저희 아주머니들 급여 수준도 한 달에 100만 원도 안 되는 최저임금 급여 수준을 받고 있어요.


 


앗 : 작년에도 파업이 한 번 있었어요. 올해 1월에도 있었네요.


 


이 : 작년은 8월에 노동조합을 만들면서 한 달 동안 했었어요. 올해 1월에도 학교에서 업체를 또 다시 '온리원'으로 선정하면서 파업을 했고요.


 


앗 : 그런데 온리원은 천냥상품 업체 아닌가요? 천냥 업체가 용역 업무까지 진출했나요?


 


이 : 2000년부터 전주대는 직접 학교가 수행하던 청소, 경비업무를 교직원 및 재단(추측 : 현재 재단이 온리원의 주식을 28%대를 소유하고 있음)이 주축이 되어 온리원을 설립했어요. 온리원은 전주대의 청소, 경비업무에 따른 이익금을 종자돈으로 삼아 2002~03년부터 저가상품매장인 온리원(천원마트)사업을 진출하고 당시 연간 10억 매출의 수준에서 200억 매출의 회사로 성장해요.


하지만, 저가상품시장에 재벌 계열의 '다이소'가 시장잠식을 하게 됨에 따라서 2009년 세계금융위기를 걸치면서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어요. 교섭과정에서 (주)온리원에서 제출하는 당기순이익을 보면 09년에는 적자를, 10년에는 겨우 2,000만 원 이익금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는데 전주대에서 수행하는 청소/경비업무에 따른 순이익을 연간 2~3억(감사원 조사결과)으로 보면 상품매장에서 상당히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이처럼 전주대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사태가 문제화됨에도 불구하고 전주대 당국이 방관하는 태도는 위에서 보듯이 재단이 (주)온리원의 주식을 소유(대략 10억 정도)하고 있고, 이에 따라서 청소/경비업무를 유지하지 않으면 (주)온리원은 도산할 개연성이 있고 10억에 가까운 주식이 휴지가 될 처지에 있기 때문일 거에요.


 



 


앗 : 온리원을 제가 찾아보니 얼마 전에 40개 매장을 돌파했어요. 그리고 EM상품이라고 해서 화장품이나 피부관리 용품을 전주대와 공동 개발해서 판매하던데 매장에 가면 온리원 판매 직원들이 적극 권장하고 있고요.


 


이 : 그런 상품들도... 전주대를 운영하는 신동아 학원에서 만든 회사가 두 군데가 있어요. 온리원 하고 EM회사에요. EM도 재단에서 투자하는 회사에요. 얼마 전까지 온리원 사장이 신동아 학원 상임이사를 했어요. 그렇게 보면 두 회사 다 전주대 소속이라고 볼 수 있죠.


말 그대로 재단에서 용역회사 만들어서 청소 노동자들 착취하다가 부족하니까 임금구조 개선해서 더 쥐어 짜는 거죠. 임금을 시급제로 만들어요. 청소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현재 하루 6.5시간의 노동을 하고 있어요. 이러한 노동시간의 형태는 2005년에 주5일 근무가 시행되면서 기존에 하루 8시간 (주 44시간 근무를 하던 형태에서 하루 6.5시간) 격주 토요일 근무로의 변형, 2007년에는 그마저도 격주 토요일 근무를 없애버렸어요. 결과적으로 주 44시간 동일한 청소업무를 수행하던 노동을 주 33시간(현재 이곳의 시급은 4,320원으로 법정최저임금)으로 줄임으로써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더욱 열악한 상황에 일을 하고 있어요.


거기다가 온리원 매장이 오픈하면 그곳에 가서 청소하고 상품포장 진열도 해야 해요. 이런 일이 가능하겠어요? 대학에서 묵인하니까 가능하죠.


 



온리원 매장에서 판매하는 EM상품을 전주대학교에서 개발한다.


 


앗 : 저는 온리원 사장이 용역업체 출신이라는 소문을 듣고 단순히 어깨가 천냥마트 회사를 차리고 청소 업체를 만드는 과정 속에 전주대에 일정 금액을 투자한 걸로 봤는데 반대네요. 오히려 대학이 용역회사를 만들고 자신의 일을 해주는 노동자를 탄압하네요.


 


이 : 대학이 용역 업체를 만들고 노동자 착취를 통해서 얻는 이익금은 재단에 수익 보전을 만드는 형태로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 지는 수익금을 재단 적립금이라는 명목으로 다시 학교에 내놓는 형태로 11년 동안 수의 계약 형태로 이어진 거에요.


그래서 이러한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서 입찰 제도를 만들자고 했어요. 청소, 경비 업무를 경쟁 입찰을 통해서 했는데 학교에서는 자체 평가를 해서 다시 온리원을 선정한 거에요. 입찰을 할 때 도 온리원과 함께 3개 업체가 입찰을 했는데 3곳은 지역에서 청소, 경비를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이고 온리원은 입찰 금액도 3순위. 청소, 경비를 전문적으로 하지 않고 노사분규를 겪고 있는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전주대에서는 온리원을 선정해요.


 


작년에 복수노조가 되면서 복수노조를 악용하는 사업장이 너무 많아요. 전국적으로 민주노총이나 민주노조 사업장들이 복수노조를 하면 창구 단일화 때문에 굉장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온리원도 마찬가지에요. 온리원의 종사자 수는 362명(본사 : 46명, 유통부문 : 157명, 용역부문 : 159명)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중 용역부문 159명 중 116명의 전주대 노동자가 민주노총에 가입하였고 2011년 7월 복수노조가 시행되면서 단 6일만에 전국에 흩어져 있는 온리원 30개의 상품매장의 직원을 주축으로 본사의 구매팀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210명의 노동조합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온리원 회사는 210명의 다수노조를 이유로 청소․경비노동자들과 대화하지 않습니다. 창구 단일화가 안 되면 노조 중에 사람 많은 곳이 교섭 단일화가 되거든요. 회사가 만든 어용노조하고 무슨 말이 되겠어요.


 


전주대는 기독교재단이에요. 전주대 신동아 재단 이사장님이 온누리 교회 홍정길 목사님이세요. 교단에서 선망 있는 목사님이 어용노조를 만들어 노동자를 탄압한다면, 학교가 이런데 다른 곳은 얼마나 더 심하겠어요. 작년에 복수노조가 시행되면서 전국에 220개 정도 노동조합이 생겼어요. 그 중에 190개 넘는 곳이 한국노총도 민주노총도 상급단체를 두지 않는 자체적인 노동조합이에요. 제가 보기에는 그 190개는 회사가 만든 어용노조 같아요. 노동법에는 회사가 개입해서 노동조합을 만들면 부당 노동행위로 처벌될 수 있어요. 그런데 처벌 사례를 들어보지 못했어요. 그만큼 정부도 노동부도 노동자를 탄압하는 창구 단일화에 한 몫을 하는 거 같아요.


 



출처 : 경남노동자신문 <호루라기>


 


원청인 전주대는 근무 시간 8시간으로 늘려주고 매년 겨울이면 청소 노동자들 시키던 김장도 안 시키는데 뭐가 불만이냐고 하는 이런 사고방식이에요.


 


앗 : 전주대는 어떻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어요? 해결 의지가 없어 보이는데.


 


이 : 학교 측에서는 총장실을 점거하니까 업무방해 하지 말고 나가라.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겁을 주고 있어요. 그런 일들은 문제가 해결되면 충분히 감내하겠다고 했어요. 저희는 문제해결을 해 달라. 그런데 문제 해결할 마음이 전혀 없는지 대응이 전혀 없어요. 총장실에 들어온 지 24일이 지났는데 첫날만 말이 있었고 그 뒤로는 전혀 신경을 안 써요. 아무 상관을 안 해요.


작년에 홍익대가 있었잖아요. 홍익대의 경우 학교가 대응을 하다보니까 자꾸 기사화 되고 말들이 나오다 보니 전주대의 경우 일절 이슈를 안 만들려고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요.


학교가 자존심이 없어요. 생태계를 보면 지표생물이 있잖아요. 1급수에는 어떤 동물이 살고 2급수에는 어떤 동물이 보이고 그런 것처럼 전주대도 노동조합을 인정하면 노동조합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받아야 하는 임금을 받겠다는 건데 그런데도 전주대는 노동조합을 인정 못 하겠다는 거예요. 그러니 학교이면서 명망 있는 목회자가 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어용노조를 만들어서 탄압을 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는데 대한민국 사회에서 자주적인 민주적인 노동조합을 발붙일 수가 없을 거 같아요.


 



 


앗 : 마지막 질문으로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이 : 재단에서 해야죠. 아니면 학교 책임을 갖고 있는 총장이 나서야죠.


총장이 해결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온누리 교회 장로들이 여기 총장을 하는 구조에요. 이사진들도 대부분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에요. 학교에 대한 전체적인 책임을 갖고 계신 분이 총장님인데 총장님이 결단 하시던지 아니면 결단에 힘이 없다고 하면 재단에서 해결해줘야죠. 왜냐하면 온리원 주식지분 28%를 재단에서 갖고 있으니까요.


대부분 사람들 인식이 사립학교 총장이면 바지총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나마 이 분은 서울대에서 30년 교수생활을 하셨으니 자신의 신념이 있으셔야죠. 그런데 안 되면 마는 거죠. 뭐... 안 되면 바지총장이려니 하고 말아야죠. 그런데 만나서 대화를 했어요. 대화를 했는데 자꾸 핑계를 대고 내용을 알려고 하지 않아요. 아마 해결할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나 봐요.


우리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노조를 인정하고 인정하는 틀 안에서 조건만 체결하면 되거든요. 그 요구 조건도 아주 미약해요. 예를 들어 공휴일 쉬는 것도 연차를 써서 쉬어야 해요. 이득금을 빼내려고 하는 부당 행위를 없애려 하는 건데 그런 일들을 용인해왔던 곳이 학교니 이런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이 오래 걸릴 수 있어요. 그런데 복수노조를, 이용사측에서 어용노조를 만들어서 탄압하는 건 안 된다는 거예요. 다른 중소업체 사업장들이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측 때문에 다 깨지고 있거든요. 자주적인 노동조합이 살아날 수 없어요.


서울지역을 보면 청소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많이 노력을 해서 성과를 냈어요. 식대를 받는다던지 매년 받던 최저 임금을 한 해 앞선 금액으로 채결하는 그런 성과가 있었죠. 이런 성과마저도 연세대나 홍익대는 어용노조를 만들어서 없애려 하고 있어요.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있던 청소 노동자들이 1, 2년 사이에 찾아가던 자신의 권리마저 빼앗으려는 사회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사회 최하층 노동자들이 자산의 권리를 찾겠다고 나선 일이, 서울지역은 겨우 1~2년이에요. 전주대는 1년이 지나도 이렇게 답이 없는 상태에요.


 




 


그렇게 두 시간에 걸친 취재가 끝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태식 지부장님이 문득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저도 다 포기하고 도망가고 싶어요. 풀만 뽑아도 하루 세끼 밥 주는 곳 있거든요. 그런데 힘들 때마다 그럴 때마다 도움 주시는 분들 때문에 힘내서 못 도망가고 있어요. 얼마 전 공지영 작가님도 여기 아주머니들 쌀값 후원해 주셨고요. 트위터에 대표 떡장수(@handduck45)분도 많이 도움 주시고요.”


 



출처 : 오마이뉴스


 


아직 스마트폰이 없어서 확인 못 하시는 지부장님께 트위터에 정말 얼마 안 되는 전주대 청소 노동자 분들 글을 보여드리자 정말 환하게 웃으셨다.


(SNS, 인터넷에 이 분들 이야기 한 번이라도 알려 주시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우리 이태식 지부장님 도망 못 가도록 힘을 드립시다.)


 


 


문화부 기자가 왜 이런 곳까지 취재 왔냐고 항상 질문 받는 앗싸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