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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6. 08. 금요일

취재팀장 죽지않는돌고래


 


 



 


 


 


1. 총상


 


결론부터 간다.


 


강도살인 납치단 주범 셋, 최세용, 김종석, 김성곤.


 



 


그 중 한 명인 김성곤, 총에 맞았다.


 


경찰이 아니다.


 


자기 편이 쏜 총이다.


 


 


2. 강도살인 납치단의 막내 김원빈 1


 


강도살인납치단이 거론될 때마다 함께 등장했던 이름, 김원빈.


 


93년생으로 올해 나이 불과 만 19세, 납치단의 막내로 일명 뚱이라 불린다.


 


2011년 12월 14일, 필리핀 현지, 김원빈은 2007년에 강도살인을 저지른 전과가 있는 김성곤과 함께 PC방에 간다. 당시 그는 주민의 신고로 김성곤과 함께 검거되었다. 김성곤은 지난 12월 26일, 현지에서 혼자 탈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12월 31일, 김원빈은 한국으로 귀국한다. 김원빈의 진술에 의하면 자신이 다른 곳으로 도주하거나 최세용 일당이 관여하여 빼갈 것을 우려, 아무도 모르게 부모가 데리고 나온 것이라고 한다. 필리핀 한국 영사조차 그가 귀국한 사실을 몰랐다. 김원빈은 범죄자로 분류되어 있었기에 입국장에서 여권을 검사하는 도중, 인천공항 경찰대에 의해 검거된다.


 


그로부터 약 4개월 후인 2012년 4월 4일, 오전 10시.


 


나는 인천지방법원 317호 법정에 앉았다.


 


보고 싶었다.


 


홍석동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봤을 지도 모를 한 사람.


 



 


김원빈을.


 


 


3. 강도살인 납치단의 막내 김원빈 2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서자 법관 세 명이 차례로 들어온다. 두 명은 남자, 한 명은 여자다.


 


뒤쪽의 출입구 중간에 서 있는 법정경위가 ‘모두 일어서 주십시오’라고 말하자 법정 안의 사람들이 모두 일어났고 재판장이 중앙에 착석 후, ‘앉으십시오’라고 말한다. 모두 자리에 앉는다. 방청석을 기준으로 재판장의 좌측엔 남자, 우측은 여자 법관이다.


 


재판장이 날짜와 함께 사건번호를 말하고 몇 가지 사항을 확인한다.


 


그리고,


 


‘김원빈 피고인 나오세요’


 



<당시 메모,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김원빈의 위치다>


 


방청석을 기준으로 좌측에 위치한 검사석의 오른쪽 문이 열린다. 교도관은 황토색 죄수복을 입은 한 사람을 데리고 천천히 내 앞쪽을 지나 변호인석으로 향한다.


 


김원빈.


 


외꺼풀에 약간 내려간 눈꼬리, 일반적인 스포츠형보다 짧은 머리에 얼굴에 비해 작은 귀. 콧날은 조금 오똑한 편이며 상상했던 만큼 뚱뚱하지 않다. 통통한 체격이라는 편이 더 적당해 보인다.


 


처음으로 김원빈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생각 했다.


 


‘어리다, 정말로, 어리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얼굴, 체격은 덩치 좋은 고등학생을 연상케 하며 피부는 하얗다.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전혀 이질감이 없을 듯하다. 강도살인 납치단의 수하였다고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재판장은 현재까지 재판결과에 이의가 있거나 잘못된 것이 있는지 확인할 절차가 있다고 말한 후, 김원빈이 가지는 권리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법정에서 하는 진술이 불리하다고 생각되면 전면적으로 거부할 수 있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자료가 있다면 언제든 제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김원빈은 재판장의 질문에 짧게 ‘네라고 답한다. 약간 굵은 목소리.


 


‘직업은 기타라고 돼있는데 정확한 직업은 뭐죠?’


 


‘없습니다’


 


재판장은 김원빈의 신원을 확인하는 질문을 이어갔고 그는 모든 질문에 차분히 답한다.


 


‘종전에 2012고합24사건은 필리핀 여행객을 유인한 다음, 협박을 하고 4천만 원을 빼앗았다, 그런 류로 공소가 된 건 알고 있죠?’


 


김원빈이 연류된 많은 사건 중 하나다.


 


‘네’


 


‘그 사건에 대해선 전부 인정을 했네요?’


 


‘네’


 


‘다만 최세용이라는 사람의 협박으로 가담하게 된 거고, 동조전과가 없고, 본인이 이걸로 인해 받은 돈은 15만 원 정도에 불과하니까 이런 점을 좀 참작해 달라는 취지였던 것 같네요. 그렇죠?’


 


‘네?’


 


김원빈이 잘 못 들었다는 듯 말꼬리를 올린다. 재판장은 다시 한번 묻는다.


 


‘맞습니까?’


 


‘네’


 


증거조사 결과나 공판조서에 기재된 내용에 대해 이의가 있냐고 묻자 김원빈 옆의 국선 변호사는 ‘없습니다’라고 답한다. 재판장은 김원빈에게 병합된 사건의 공소장을 받았냐고 물었고 김원빈은 다시 짧게 ‘네’라고 답한다.


 



 


병합된 사건은 ‘홍석동 납치 사건’이다.


 


재판장은 검사 측에 공소사실 요지에 대한 진술을 요구한다. 공소의 핵심은 첫 번째 기사에서 밝힌 내용(홍석동 납치사건1 - 내 아들을 납치한 것은 강도살인범입니다. 링크)과 동일하다.


 


검사 측에서는 필리핀 현지에서 피해자 홍석동을 폭행, 협박해 항거 불능케 한 점, 김종석이 피해자로부터 금품을 강취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현금인출기로 돈을 찾아 주는 등, 범행을 용이하게 한 특수강도방조 행위임을 주장한다.


 


재판장은 검사측과 변호인 측에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한다. 다만 홍석동 납치사건과 관련해 김원빈이 홍석동의 카드를 이용해 돈을 뽑은 것은 인정되나 협박해 항거 불능케 한 점은 뚜렷한 증거가 없기에 인정되지 않았다. 검사 측은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자료를 준비하기로 했다.


 


4월 4일, 4월 25일, 5월 18일, 6월 4일, 모든 공판에 참석해 김원빈을 지켜보았지만 김원빈은 현재까지 자신은 돈만 뽑았을 뿐, 홍석동을 본 적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바뀌는 것은 길어지는 김원빈의 머리카락뿐이었다.


 


김원빈의 말은 사실일까.


 


얼마 전, 나는 최세용 일당에 납치됐다 풀려난 손정훈(가명) 씨를 만났다. 그는 김원빈에게 직접 폭행을 당한 인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원빈과 처음 대질할 때, 김원빈은 저를 누군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 대질할 때, 당시에 제가 납치당한 정황에 대해 상세히 말했지요. 그제서야 김원빈은 피해자가 너무 많아 기억하지 못했다며 자기가 한 것이 맞다고 시인하더군요.’


 


 


3. 강도살인 납치단의 한명, 김성곤, 그가 말하는 김원빈


 



 


김성곤.


 


강도살인 납치단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셋 중 하나.


 


2011년 12월 14일, 김원빈과 함께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내 PC방에 들렀다 잡힌 후, 동년 12월 26일, 혼자 탈옥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그는 김원빈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본지가 단독으로 입수한 자술서(필리핀 현지에서 잡힌 후 쓴 것, 2011년 12월 20일)에 의하면 그는 다음과 같이 김원빈을 설명하고 있다.


 




<탈옥 전, 필리핀 현지 유치장에 갇혀있을 당시 썼던 김성곤의 자술서>


 


주요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2010년 7월경, 김성곤은 말레이시아에 있었고 납치단의 일원인 최세용이 찾아와 돈이 많아 보이는 한 아이(김원빈)의 존재를 김성곤에게 알린다.


 


둘째, 2010년 10월 초, 필리핀에 있던 최세용이 말레이시아에 찾아와 김원빈을 납치해 같이 일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당시 김성곤은 말레이시아에서 처음으로 김원빈을 만난다.


 


셋째, 최세용은 김성곤, 김원빈이 한 그룹이 되어 납치 범행을 해주길 바랐으나 김성곤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가족과 피신한다.


 


넷째, 2011년 4월 또는 5월 경, 김성곤은 말레이시아에서 최세용, 김원빈과 다시 만났고 최세용은 자신과 김원빈의 가족 사진을 이용하여 범행을 돕도록 협박한다.


 


다섯째, 2011년 7월 초, 김성곤은 위조여권으로 필리핀에 입국했고 김원빈과 함께 납치 범행을 벌인다.


 




 


김성곤의 진술에 의하면 2007년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필리핀으로 도망간 자신과 2010년 10월에 처음 만났다는 김원빈, 모두가 피해자다.


다만 이 자술서를 썼을 당시, 김성곤과 김원빈이 함께 유치장에 갇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김성곤은 범죄행위를 하지 않으려 했다고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최세용과 함께 활동을 하지 않았을 시기에도 김성곤은 김종석과 함께 현지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납치를 일삼았다. 위조여권을 이용해, 원할 때는 언제든 동남아 일대를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것도 확실하다. 다만 김성곤의 경우, 2011년 8월 초경에 위조여권을 잃어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재판 중인 김원빈은 김성곤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4. 김원빈의 진술, 주범은 최세용, 김종석이다.


 


다음의 내용은 김원빈의 진술에 기초한다.


 


그는 살인강도 납치단의 주범인 최세용, 김종석, 김성곤 외에도 현지의 한국인, 그리고 최소 필리핀인 5명과 함께 범행을 저질러 왔다.


 



 


최세용과는 2010년 5월경, 마닐라에 있는 인왕산 호텔에서 우연히 만나 ‘외국에서 같은 한국인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니 반가워서 가까워졌다’고 한다.


 


김종석이 필리핀 여자를 데려와 강제로 피해자에게 성교행위를 시킨 건에 대해선 자신은 현장을 본 적은 없고 동영상만 보았다고 진술했다.


 


납치단이 강제로 성행위를 시킨 이유에 대해서 ‘필리핀 현지에서 성매매를 하다 적발되면 10년 정도의 징역을 사는 것으로 알고 있어 이를 이용, 피해자를 협박하기 위해 그렇게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성곤이 현지 유치장에서 탈옥한 것에 대해서는 필리핀 경찰이 소홀한 틈을 타 도주하였는데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고 한다. 세간에는 유치장의 창문을 통해 탈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본지 취재에 의하면, 김성곤은 필리핀 현지 부인의 도움으로 경찰을 매수해 유치장에서 달아난 것으로 확인됐다.


 


김원빈은 자신이 아는 모든 사건에서 강도살인 납치단 3명 중, 2명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주범이라고 한다.


 


빠진 이름은 김성곤이다.


 


 


5. 제보자


 


강도살인 납치단의 주범이 되는 3명 중 하나인 김성곤은 김원빈과 가장 유대감이 깊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성곤이 필리핀 현지 유치장에서 쓴 자술서에도 자신과 함께 김원빈을 피해자로 묘사했고(이는 함께 갇혀 있었기 때문에 서로 말을 맞추었을 가능성이 있다)김원빈의 진술에서도 모든 사건의 주범은 최세용, 행동대장은 김종석이며 그들의 범행을 비교적 상세히 묘사했다. 김성곤에 대해선 부정적인 부분이 거의 없다.


 


김성곤은 어떤 인물일까.


 


궁금증이 더해 갈 무렵, 한 제보자로부터 연락이 온다.


 


‘김성곤을 알고 있습니다.’


 


 


6. 김성곤의 목소리, 그리고.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묻지 않기로 약속하고 만난 사람. 그러나 이 사건이 해결되기를 음지에서 간절히 바라는 사람. 김성곤의 목소리를 글로나마 묘사해주길 바라는 사람.


 



 


그는 내게 짧은 음성파일을 건네는 대신, 일주일 뒤에 파일을 지워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파일은 별다른 내용이 없는 일상적인 대화로 몰래 녹음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크로스체크를 통해 그 파일에 녹음된 음성의 주인공이 김성곤임을 확인했다.


 


첫 번째 기사에서 공개된 김종석의 목소리와는 달리, 김성곤은 상당히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서울말씨를 쓰고 있었다. 일상적인 목소리만으로는 굉장히 친절한 사람을 상상하게 만든다. 한국에서 살인강도를 저지르고 필리핀으로 도주해 수많은 납치 범죄를 저지른 인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목소리다.


 


생각했다.


 


‘이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라면 내가 필리핀으로 여행을 가 만난다 해도 전혀 의심하지 않고 함께 어울리겠구나.’


 


그리고 홍석동의 부친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김성곤이 잡혔답니다.’


 


 


7. 난투극


 


홍석동의 부친이 외교통상부로부터 김성곤이 검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자세한 내막을 모른다고 한다.


 


간절히 사실이길 원했으나 믿을 수 없었다. 용의주도한 김성곤이, 어떤 수를 써서라도 빠져나온다는 그가 이렇게 빨리 잡혔다니.


 


오랜 기간 필리핀에 거주한 지인에게 사실 확인을 부탁했다. 틀림없다. 지난 5월 18일, 강도살인 납치단의 주범, 김성곤이 잡힌 것이다.


 


나는 지인에게 자세한 내막을 알려줄 것을 재차 부탁했다. 만약 김성곤이 잡혔다면 분명 현지경찰과의 끈이 떨어졌을 것이며, 끈이 떨어졌다는 말은 더 이상 경찰을 매수할 돈이 없거나 현지처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겨 적극적으로 도와줄 사람이 모두 떠난 것이라고 추측했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 때마다 메시지를 보내기로 약속한 지인은 믿기 힘든 내용을 전해오기 시작했다.


 


‘김성곤, 총상’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교민과 난투극 중 벌어진 일.’


 


 


8. 오발사고


 


지인이 전해온 정보를 종합해 보면 살인강도 납치단은 극히 최근, 신원을 알 수 없는 필리핀의 한 교민을 납치했다.


 


그 교민은 죽음에 이르기 직전, 살인강도 납치단과 몸싸움을 벌였으며 그 와중에 납치단에 의해 총기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오발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며 그 중 한 발에 김성곤이 맞았다. 그는 수배자 신분이기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고통을 호소하다 몰래 병원을 방문한다.


 


그때, 한 시민의 제보에 의해 검거된 것이다.


 


몇몇 지인에게 납치단과 몸싸움을 벌인 교민의 신원을 파악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현재까지는 어떤 정보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교민이 생명을 건진 것은 확실하나 그가 납치단에게 도망쳐 나온 것인지, 아니면 풀려난 것인지도 현재로서 확인되지 않는다.


 


 


9. 안 잡는 것인가, 못 잡는 것인가.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김성곤을 포함, 강도살인 납치단은 최근까지 필리핀 중심가에서 버젓이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김종석과 김성곤이 필리핀 중심가에서 여러 번 목격되었다는 제보는 상당수다.


 


납치단은 한국에선 환전소 여직원(2007년, 당시 25)을 흉기로 찔러 죽였다. 도주한 필리핀 현지에서 조차 환전소에서 권총강도를 저지르는 대범함을 보였다. 정확한 숫자도 파악할 수 없을 만큼 한국인 관광객만을 납치해 잔혹하게 구타하고 현재까지 최소 수억이 넘는 금품을 갈취했다. 그것도 모자라 피해자들에게 강제로 성행위를 시킨 후, 동영상을 찍어 신고를 할 수 없도록 막았고 막내 김원빈을 시켜 출국하는 공항까지 따라와 피해자를 협박했다.


 



 


납치된 이들 중 최소 두 명(홍석동, 윤철완)은 아직 생사조차 파악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이 숨어 다니는 것도 아니다.


 


필리핀 중심가 또는 환락가를 유유히 돌아다니며 지금도 범죄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어떻게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잡히지 않을 수 있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한국 외교통상부가 이 사건을 해결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외교통상부와 주 필리핀 대사관 관계자들이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몇 년 째 쉬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10.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현지사정을 깊이 알고 있는 필리핀 현지 지인으로부터의 메시지를 전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한국 외교통상부, 주 필리핀 대사관, 절대 안 믿습니다. 김성곤의 다리가 나으면 또 예전처럼 현지 경찰을 매수해 유유히 병원을 빠져나갈 거고 탈옥한 것으로 조작하겠죠. 외교통상부가 납치단을 잡으려는 의지가 있다면, 정말 자국민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벌써 예전에 잡았습니다.


 


막말로 김성곤이 지금 병원에 누워있는데 상식적으로 검거하자마자 아지트를 물어서 바로 납치단을 잡으러 가야 정상 아닙니까. 이제 와서 닦달해봤자 일당들은 김성곤 검거사실을 알고 다 도망간 빈집만 확인하겠죠.


 


한국에서 25살 여자를 흉기로 찔러 죽이고 도망 온 이들이, 여기서 범죄를 저지르며 들쑤신 지가 벌써 몇 년째인지 모릅니다. 한국인 먹칠은 다하고 다니면서 자국민을 수십 명씩 납치하고, 아직도 필리핀 중심가를 버젓이 돌아다니는데 못 잡는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교민들이 보복을 당할 용기를 내서 제보해도 들은 척, 만 척입니다.


 


공론화가 되도 뻔하지요. 외교통상부는 국제법이니 조약이니, 열심히 수사 중이니 하면서 처음에만 노력하는 척하다 또 사람들에게 잊혀질 시간을 기다릴 겁니다. 정말 자국민 보호를 위해 그들을 잡으려는 의지가 있다면, 한 달 안에도 잡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납치단의 돈이 바닥나서 현지 경찰과 끈이 다 떨어지면 그 때서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납치단들 시체를요. 총기를 소유한데다 국제 인터폴에 걸려있는 1급 범죄자들을 검거 도중에 사살하는데 문제될 게 없죠.


 


게다가 필리핀 정부에서 즉각 사살명령이 떨어지면 매수된 현지 경찰들은 이제 줄 돈이 떨어진 그들을 없앨 수 있으니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거가 사라지게 되고 큰 실적도 쌓이니 일석이조입니다.


 


그때서야 외교통상부는 사살당한 납치단들의 소식을 전하겠죠. 살아 있는 일당들은 죽은 이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 거고.


 


거기까지 가면 사라진 사람들, 영영 못 찾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묻혀버리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는지 나로서는 짐작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필리핀 현지에서 납치단 일당의 돈이 떨어지고, 그들을 지켜 줄 끈이 모두 사라진 후에 사살명령이 떨어지면, 사라진 사람들은 영영 찾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재외국민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외교통상부에 남아 있음을 믿는다.


 


그리고 그 의지를 크게 만들기 위해서 다시 한 번 많은 이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외교통상부


 


[게시판]


[트위터]




 



 


 


취재팀장 죽지 않는 돌고래

@kimchangk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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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딴지일보 편집장. 홍석동 납치사건, 김규열 선장사건, 도박 묵시록 등을 취재했습니다. 밤낮없이 시달린 필진들에게 밤길 조심하라는 말을 듣습니다. 가족과 함께 북극(혹은 남극)에 사는 것이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