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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20. 수요일

화성


 



 


굵직한 사건들에 대한 떡검찰(이하 떡찰)의 수사결과가 나오고 있다. '내곡동 사저 사건'과 '전 국민 불법 사찰' (일부 언론에선 일반인 사찰이라고 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이미 일반인은 물론 정치, 종교, 재계, 사법부, 사회단체까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전방위적인 사찰이었음이 드러나지 않았던가), 그리고 곧이어 발표될 '10.26 부정 선거 특검'과 'BBK 짜가 편지'까지...


 


결론은 배후도 없고, 윗선도 없음. 따라서 가카 무죄, 가카 아들 무죄. 가카 꼬붕들 무죄. 이미 이름 팔린 몇몇 떨거지들 유죄. 땅.땅.땅. 


졸라 시원시원한 결과발표를 보니 역시나 '떡찰답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봐도 확실한 증거가 있고, 빼도 박도 못 할 만한 내부 고발자도 있는, 그래서 모든 정황과 증거가 단 한 사람을 향하고 있는데도 잘나신 우리의 떡찰 나리들은 지목하는 달은 가리고 손가락만 보라 한다. 아니 그 손가락조차 다칠 것이 두려웠는지 그 손가락끝 손톱에 낀 때에 모든 혐의를 씌운다.


 


더군다나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공연히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수사에 임한다며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겠노라 큰소리까지 친 결과가 고작 그것이었다. 그것도 몇 개월씩이나 걸린 재조사와 특검에서까지도. 


 


물론 그런 호기를 부렸을 땐 총선 전이었고, 진보당 사태도 나오기 전이었고... 그때와는 판세가 많이 달라졌으니 빤쓰 내릴 때와 빤쓰 올리고 나서 담배 피울 때가 똑같기를 바랄 수는 없다 치더라도 이건 정말 너무 심하다. 대체 이것들이 국민 알기를 얼마나 '하하 호호'로 봤기에 저리도 뻔뻔할 수 있는 건지...


 




 


애당초 기대를 한 건 아니었다. 떡찰이 언제 국민 눈치 보며 조심조심 떡을 친 것도 아니고...


 



 


이미 그들의 말이라면 소젖으로 우유를 만든다고 해도, 콩으로 베지밀을 만든다고 해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불신이 팽배해진 상황이니.


 


그래도 이번엔 상황이 상황인 만큼 조금은 다른 걸 내놓을 거라 생각했다. 여론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연말에 대선이라는 빅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으니. 차기 대권 주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름 노력했다는 시늉은 좀 내지 않을까 하는 - 적어도 한두 건에서는 바로 윗선 몇 명이라도 기소하는 척이라도 하면서 - 그런 생각을.


 


사실 권력이라는 것이 과거나 현재보다는 다분히 미래 지향성을 가지고 있는바, 현재 레임덕을 맞이하고 있는 가카보다는 가능성 높은 차기의 그네에게 꼬리를 흔들어야 더 많은 떡을 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떡찰이었기에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봤던 게 사실이었다.


 


내곡동 건은 누가 봐도 명백한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이고, 사찰 건과 BBK 짜가 편지 건의 경우 양심선언을 한 증인이 있는 수사였으며, 10.26 부정 선거 건은 100명이 넘는 인원이 투입된 특검이었던 만큼, 제아무리 기고만장한 떡찰이라도 대선을 앞두고 모두에게 면죄부를 주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이런 예상을 조롱하기라도 하듯, 동네 심부름센터보다도 못한 쓰레기 뭉치를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라며 국민 앞에 당당히 발표했다. 그것도 며칠 간격으로 연이어서.


 


도대체 이런 막가파식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흔히들 떡찰을 권력의 시녀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의 떡찰들 이 '시녀'라는 말 졸라 싫어한다. 충견이니, 꼭두각시, 앞잡이... 같은 말들도 마찬가지. 사실 그들이 이런 말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정곡을 찔려서 쪽팔려서라기 보다 진짜로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 군사정권 시절에는 분명 시녀 역할을 충실히 한 적도 있었던 것이 맞다. 그들이 쥔 칼보다 군바리가 가진 총과 탱크가 더 '쎘'으니 그저 까라면 까고 빨라면 빨 수밖에.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미 떡찰은 권력의 시녀가 아닌 권력 그 자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권력... 처음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그래서 그냥 고개 조아리며 떡고물이나 받아먹는 것에 만족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게 시간이 지나며 생각해보니 사실 조또 아니었던 거다. 지들보다 무식하고, 틈만 나면 싸우고 이리저리 분열하는 하찮은 것들, 게다가 파보면 온갖 구린내는 다 풍기는 것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으니, 그 권력자란 게 얼마나 같잖아 보였겠는가.


 


딴 넘들 한창 떡 치며 돌아댕길 때 집에서 조용히 딸잡으며 법전 달달 외워서 어렵게 사법고시 패스한 엘리트 집단인 자신들이 그 권력을 차지하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했으리라.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 권력이란 게 가지고 있을 땐 좋지만, 상대에게 빼앗겼을 땐 생각지 못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리스크가 있다는 것, 그리고 예전처럼 십몇 년씩 해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불과 몇 년 지나면 누군가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것을 그동안의 시녀 노릇에서 충분히 경험했을 터.


 


권력을 직접 잡는 것보다 그들 뒤에서 요리하는 것이 백배 더 안전하고 오래가는 에너자이저식 처신술이라는 것도 깨달았을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범죄의 뒤를 캐면서, 겉으로 드러난 바지사장은 껍데기일 뿐이고, 뒷방에서 조용히 바둑이나 두는 늙은이 - 그러면서도 잡을래야 잡을 수도 없는 - 가 실제 주인이자 배후였다는 사실을 수없이 목격하지 않았겠나.)


 



 


그래서 그들은 권력의 몸통이 아닌 권력의 배후가 되고자 했으리라. 2007년, 박그네와 이명박이 당내 경선에서 붙었을 때, 당시 이명박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BBK 건을 전면에 나서 클리어해주면서 이명박을 선택했다. 왜? 아무래도 박그네보단 뒤가 훨씬 구린 이명박이 뒤에서 조종하기엔 훨씬 유리했을 테니까. 그리고 그런 이명박이 정권을 잡아야 자신들이 먹을 떡이 훨씬 커질 테니 그들로선 당연한 선택이었으리라.


 


현재 박그네가 비박 주자들이 강력히 요구하는 '완전 국민경선제'를 수용하지 않는, 아니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그 당시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사실 룰을 어떻게 바꾸든 박그네가 될 가능성 200%인 지금 상황에서도 말이다.


 


그리고 5년이 흘렀다. 사실, 그 권력이란 놈을 뒤에서 누리기에 지금처럼 좋을 때가 없다. 가카는 그동안 자기가 싸놓은 똥 덩어리가 만만치 않음을 알고 있기에 그저 뒤에서 떡찰이 잘 치워주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고,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있는 마당이니 각 당의 대선주자들도 그들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의원은 또 어떤가. 총선 지난 지 2개월, 선거법 위반 수사를 한창 진행하고 있는 마당에 그들의 살생부를 겁내지 않을 자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사실, 세 건을 연속으로, 하필이면 지금 시기에 동시에 터뜨린 건 다분히 이것을 염두에 둔 꼼수라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수사결과 발표.


 


아마도 떡찰의 주도하에 가카와 그네가 사전에 은밀히 조율한 결과라고 보인다. 가카를 잡아넣지 못하는 한 어떤 결론을 내든 국민들한테 욕은 먹게 돼 있고, 야권은 강력히 반발할 터, 차라리 그럴 바엔 현 정권과의 선긋기가 필요한 박그네에게 - 지들이 차기로 낙점한 - 나름 중립적인 제스처를 보일 수 있는 여지나 주자는 심산이 깔린 것이다.


 


연이어 터지는 김재철의 파렴치한 범법행위에 대해선 입도 벙긋하지 않고, 단지 노사의 문제라며 말을 아끼던 여권이 양 사건 결과가 발표된 직후, 약속이라도 한 듯이 특검을 언급한 것으로 봤을 때, 그럴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보인다.


 


현재 국민 여론이 생각보다 너무 안 좋으니 대단한 결심이라도 한 듯, 한 건 정도는 국정조사로 갈 수도 있겠으나 그렇다고 특별히 뭐가 달라질 건 없다. 국정조사 절차와 방법, 증인 선정 문제 등으로 지지고 볶다 보면 어느새 국민들의 눈과 귀는 런던(올림픽)으로 쏠려있을 것이고, 올림픽 끝나고 나면 곧바로 대선 레이스가 시작될 테니까... 그리고 특검이든 뭐든 어차피 결과는 바로 윗놈 하나 정도 더 잡아들이는 선에서 끝내는 것으로 이미 각본은 정해져 있는 거니까. 


 


돌아가는 주위 판세도 마치 그들을 위해 사전에 준비된 것처럼 돌아간다. 야당의 총선 패배. 통진당 사태로 인한 야권의 집단 멘붕 상태. 게다가 이게 웬 떡! 전가의 보도처럼 아무 때나 휘두를 수 있는 '종북' 문제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안 그래도 먹고살기 바쁜 국민의 정치 혐오와 무관심은 극에 달해있으니 늘 그랬던 것처럼 룸빵에 모여 앉아 폭탄주 몇 잔 빨고, 옆방 가서 떡 한 번 치고...


 



 


뭐 그러다 보면 시간은 가고, 영전도 하고, 기회 봐서 국회에도 진출하고...어절씨구, 좋구나! 좋아. 에헤라 디야~  


 


결국 떡찰이 끝내 밝히지 못한, 아니 밝힐 수 없었던 윗선과 배후는 '이런 게 바로 정치'라며 뻔뻔하게 큰소리치는 가카와, 그 가카 뒤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떡찰들, 바로 자신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떡찰의 수가 자그마치 1,600여 명쯤 된다는데, 그 많은 인원 중에 누구 하나 자성의 목소리를 내거나, 도저히 쪽팔려서 못 견디겠다며 사표 한 장 쓰는 놈이 없는 걸 보면 스스로의 자정 작용 같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고... 야권 일각에서 들려오는 '검찰 개혁' 소리도 다 좆망일 뿐이다. 정권이 바뀐다 해도 뭐 어디 한두 군데가 문제야 손을 쓰지... 게다가 어설프게 건드렸다가는 노무현처럼 되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이 괴물 집단을 제어하거나 견제할 그 무엇도 보이지 않고, 앞을 내다봐도 도무지 희망이라곤 없으니...그야말로 '떡찰의, 떡찰에 의한, 떡찰을 위한' 떡찰공화국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런 위대한 떡찰들이 얼마 전부턴 임용되기 전에 '선서'라는 것까지 하신단다. 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있으니 검사도 유사한 선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가카의 제안으로 시행된 것이라는데...


 



(끝줄 '명에'는 '명예'의 오타임. 명예란 단어에 쪽팔려서 차마 고치지 못했음.)


 


쓸 말이 많았는데, 이거 보고 나니 갑자기 할 말이 없어졌다.


 


졌다. 그리고 존경한다. 이 쓰레기들아!


 


화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