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2012. 6. 21. 목요일

논설우원 파토


 



 


우리는 오늘도 술자리에서 이소룡을 기리며 그를 그리워 한다. 절대적 무술 실력과 인생철학은 물론 화면을 지배하는 압도적인 남성미와 몸짓, 괴성, 천변만화하는 표정에 이르기까지.


 


이렇듯 그의 위대함은 지금까지도 우리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고, 싱하형을 비롯 그가 낳은 정신적 유산들이 이 땅의 문화에 끼친 영향은 단지 외국인 스타라고 폄하하기에는 너무나 거대(巨大)하다.


 


허나... 우리는 그런 브루스의 화려함에 도취된 나머지 어쩌면 그만큼이나 위대한 한 영혼을 잊고 있었던 건 아닌가?


 


이제 아래 인물에 주목해보자.


 



 


피에 굶주린 살기와 광기로 치뜬 눈, 어떤 강적이라도 사소하게 느끼도록 하는 방자한 턱, 데피니션은 떨어지지만 이를 벌충하고도 남는 거대한 벌크의 갑빠, 상대를 불안과 공포에 떨게 하는 불손한 손가락질. 이 사진 한 장만으로도 그의 압도적 위력과 강렬한 포스는 백일하에 드러난다.


 



 


한편 위 컷에서 보듯 적을 파괴함에 있어서 투지나 증오보다는 희열(喜悅)에 사로잡혀 웃음짓는 명랑함. 이는 우리가 여지껏 브루스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겼던 가학적(加虐的) 쾌감의 극한이 아니었던가.


 



적의 머리끄뎅이를 잡아당기며 목을 꺾어 죽이는 브루스의 희열


 


그의 이름은 볼로 양 Bolo Yeung. 이소룡의 걸작 <용쟁호투>에서 ‘볼로’ 역으로 등장했던 그는 지금은 세인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위대한 무술 영웅 중 한명인 것이다.


 


이제 아래 영상을 통해 열분들도 한 번쯤은 봤을 용쟁호투 중의 잔학무도한 모습을 상기해 보자.


 



 


브루스에 못지않은 인체파괴(人體破壞)의 미학으로 하찮은 적들을 패대기치고 짓뭉개버리는 볼로... 저렇게 해서 사람이 진짜 죽는지 쫌 의심도 들지만 우리 같은 범인과 초인 볼로를 비교해 생각하는 것은 그 자체로 어폐일 터.


 


아쉽게도 극중에서 결국 아래와 같이 낭심이 파열되며 처절한 최후를 맞게 되지만, 강함의 이상(理想)을 추구하는 전세계 남성들은 물론 진정한 남자의 육체(肉體)와 힘을 그리워하는 뭇 여성들의 뇌리에 각인되기에 부족함 없는 모습이 아니냐.


 



 


이렇듯 용쟁호투를 통해 화려하게 등장한 볼로는 수많은 무술 영화에 출연하며 액션 스타로의 흔들림 없는 위치를 다져 왔다. 특히 이소룡 짝퉁인 자랑스런 한국인 '드래곤 리'(거룡)와 함께 한 아래의 작품은 그의 초기 활동을 웅변(雄辯)하는 대표적인 예라 할 것이다.


 


브루스에 비해 심히 부족한 거룡의 무술과 눈만 치뜨면 되는 줄 아는 연기, 안 맞은 게 확연함에도 충격에 비틀거리는 등 연출과 촬영의 미비함으로 볼로 특유의 잔인하고도 오만불손(傲慢不遜)한 성정이 살아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무술사와 영화사에서의 의미만으로도 관람할 가치는 충분한 터이다.


 


여기에 순간적으로 드러나곤 하는 볼로의 청초(淸楚)한 눈빛과 어색한 놀람은 우리에게 색다른 재미를 전해주는 관전 포인트.


 



 


이렇게 영광된 성공의 탄탄대로를 걷던 볼로는 마침내 할리우드에 픽업되며 대배우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데, 또 다른 액션 영웅 쟝 끌로드 반담과 함께 한 아래의 영화에서 그는 자랑스럽게도 우리 한민족(韓民族)의 일원으로 분해 열연하게 된다.


 


비록 절대 한국인일 수 없는 얼굴에 태극 머리띠로 정체성을 강요하고 있는 점이나 볼로의 비열한 짓을 보며 순진무구한 얼굴로 환호하는 범생 세컨 등 설정상의 무리는 있지만 그가 대한의 건아(健兒)로 등장하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그저 행복할 뿐.


 



 


역시 반담과 함께한 명작 ‘더블 임팩트’ 에서는 절라 여유부리고 개폼 잡다가 갑자기 열라 깨지고 처절한 몰골로 산화하는 볼로 특유의 명연기를 멋지게 소화해내고 있기도 하다.


 



 


그렇게 도달한 1992년의 아래 작품은 이렇듯 영광스런 무술 한 길을 걸어 온 볼로의 삶과 야망이 꽃핀 쾌작(快作)이다. 기어이 웃통을 벗고 갑빠를 드러내는 모습, 데미지라곤 없고 단지 멋들어지기만 한 상처, 닭살 돋는 봉 두들김으로 과시하는 불필요한 리듬감, 슬로모션으로 표현된 분노의 참살극에 의한 종결 등 이 영화에서 볼로의 일거수일투족은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위대한 선배 무술인 브루스가 당산대형, 용쟁호투, 사망유희 등 각종 작품들을 통해 걸은 길에서 한 치도 벗어남이 없다.


 



 


특유의 풍모와 함께 우리들 마음 속에 진정한 동아(東亞)의 거인으로 아로새겨져 있는 볼로. 미국에서도 중국에서 온 헤라클레스로 불렸던 그이지만 실제 신장이 고작 168센티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진실은 일반에 알려져 있지 않다. 이는 일부 몰지각한 자들에 의해 기만적인 연출 및 촬영 기법과 함께 반담을 포함 주변인들의 사이즈가 그 못지않게 왜소하다는 증거로 제시되곤 하나, 실은 볼로가 뿜어내는 엄장한 기세와 방자한 오라에 무릎꿇은 우덜의 자발적 착시현상의 결과로 해석되어야 마땅할 터.


 



2미터 16센티의 프로레슬러 그레이트 칼리와 볼로.

두 사람이 실제로 마주서면 초등생과 어른 이상의 차이가 남에도

미국의 캐릭터 파이팅 사이트에 적수로 등장하고 있다.

신체적 한계를 넘어선 볼로의 투쟁심과 전투력의 증거 외에 무엇이랴.


 


이렇게 한 시대를 풍미한 그는 이제 근육과 살상의 시대를 지나 아래의 엉뚱한 우아한 노선사가 되어 인생의 황혼기를 맞고 있으니, 이야말로 폭력과 승부의 부질없음을 깨달은 진정한 무림인의 대오각성(大悟覺醒)이 아닐 수 없다.


 



 


...선현들은 인생을 일장춘몽이라 했던가.


 


허나 그것은 그저 존재감도 업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장삼이사(張三李四)의 하찮은 필부에게나 해당하는 말일 뿐, 우리들 중에는 일생을 한 떨기 불꽃같이 산 위대한 영웅들이 널려 있다. 축복받은 육체와 고아한 영혼, 야망과 우정, 사랑과 승부로 점철된 그들의 삶 앞에서는 어떠한 지적질과 비웃음도 한낱 하룻강아지의 푸념에 불과하다.


 


최근 각박해진 세태 속에서 이런 영웅들을 알아보고 뫼시는 고래의 풍습이 실종된 바, 이제 부족하나마 우원이 나서는 것이니 앞으로 지조때로 연재할 본 코너를 함 기대해 보시자.


 


 


# 숨겨진 영웅 제보: patoworld@gmail.com


딴지 논설우원 파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