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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7. 10. 화요일

아외로워


 


때는 바야흐로 지난 달 중순. 간첩(間諜) 팔굉이(八轟夷)와 각종 용공세력(容共勢力)의 암약(暗躍)으로 사회가 혼란에 빠져있던 그 때, 경애하는 령도자 리건희 동지의 지도편달을 높이 받들어 민족 정론의 기치를 높이 세운 중앙일간지 중앙일보에 이런 기사가 났다.


 



 


전쟁 의지 없이는 평화를 지킬 수 없으며, 공세적 의지가 전쟁을 퇴치한다고 한다. 마지막 문장을 보라. 사내라면 피가 끓어오르고 눈물이 흘러야 할 명문장이 아닌가.


 


그리하여 평화를 사랑하는 본지는 중앙일보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호응, 오로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북진통일 시나리오를 구상해 보았다. 딴지의 북한에 대한 공세적 의지가 만천하에 드러나길 바랄 뿐, 일신의 영달을 바라는 것이 아니니,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부끄럽지만 우국충정(憂國衷情)에 다름 아닌 것이다.


 



 


'북진통일'


 


아아 가슴속에 무언가가 끓어오르지 않는가! 대한민국 헌법 3조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 로서, 여기에서 한반도라 함은 압록강과 두만강 이남의 땅이다. 북한은 대한민국의 법에 따르면 한반도 북반을 무단으로 점유한 불법테러집단인 것이다.(물론 북쪽 법에 따르면 우리가 불법테러집단이겠지만)


 


비단 남북 관계뿐 아니라 서로 양립 할 수 없는 적대적 테러집단을 대하는 일반적인 태도에는 몇 가지가 있을 수 있다.


 



1. 토벌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인 방법이다. 마치 상선을 탈취한 소말리아 해적을 대하는 우리 군대, 아프가니스탄 어딘가에 숨어있을 가능성이 없지만도 않을 수 있었던 탈레반 무장집단을 대하는 미군처럼 무력으로 제압해서 물리치는 것이다.


상생이 불가능한 철천지 원수라면 일단 제끼고 보는 것이 상식 아니던가.


 


2. 협상


그 놈들이 진짜 정말 진심으로 싫긴 하지만 제낄 만한 힘이 없거나, 제끼기 위해서 지나치게 큰 희생이 따를 때, 혹은 굳이 손에 피를 묻힐 필요가 있을까 싶은 평화주의적 발상이 마음속에 용솟음 칠 때엔 그 세력과 협상을 해야 한다.


협상의 내용은 뭘 줄 테니 뭘 내놔라 라던가 한 번만 봐주세요 라거나 뭐 그런 거 있지 않나. 어쨌든 상대방의 실력과 존재를 부정하지 않고 공존을 모색하는 것이 바로 협상이다.


 


3. 삐짐


'삐짐'은 토벌 하기에는 후달리고, 협상을 하자니 가오가 살지 않는 경우 발동된다. 이런 '삐짐'의 사례는 유치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즉 상대방에게 어떤 위해를 가하거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단지 째려보거나 선생님(우리나라로 치면 미국)에게 이르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국제관계에서 삐짐의 사례는 흔치 않으나, MB정권의 대북관계는 삐짐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결국 통일이고 자시고 관심 없고 도끼눈만 뜨고 있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셋 중에 어떤 방식이 정답이라고 뙇 말하기는 어렵다.


 


일단 지금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옳다고는 볼 수 없다. 가카는 '삐짐' 스타일의 대북관계를 교과서적으로 보여주고 계신다.


 



 


일단 북한을 해칠 의도는 없어 보인다. 연평도 포격 때 행여라도 북한이 피해를 입을까 반격을 만류하신 점이나, 한반도가 긴장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외치며 군비를 축소하고, 북한에게는 위협적인 성남공항을 롯데와 협심하여 고자로 만드시는 모습을 보면 평화주의자도 이런 평화주의자가 없다.


 


그렇다고 북한하고 협상을 하거나 사이좋게 지낼 분도 아닌 것 같다. 북한으로부터 '역적패당' 소리 들어가며 아주 기본적인 남북교류마저 거부 당하고 있는 판국이 아니던가. 그와중에 '통일은 도둑처럼' 드립까지 쳐주시니 개그가 따로 없는 정신분열적 대북정책이라 하겠다.


 


가카 이전, 그러니까 2000년대 초중반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전에 없었던 '협상'을 시도했다. 내부적인 문제도 있고 대외적인 문제도 있었다. 그리고 미처 결실을 보기 전에 가카께서 등극하신 문제도 있긴 하다. 어쨌든 '협상' 역시 통일, 혹은 항구적 평화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민주정부 10년 이전에는 기나긴 삐짐의 시대였고 우리는 그것을 냉전이라 부른다. 그 이전, 50년대까지 올라가면 남북은 서로를 '토벌' 하려고 했다. 북한의 대대적인 남침과, 역관광으로 요약될 수 있는 이 전쟁도 남북을 통일시키진 못했다.


 


남북관계는 위의 세 가지 방식을 수시로 왔다갔다 했다. 즉 분단 이후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은 양상으로 변해왔다.


 










토벌 → 삐짐 → 협상 → 삐짐 → ?


1 → 2 → 3 → 2 → ?


A → B → C → B → ?


甲 → 乙 → 丙 → 乙 → ?




 


초딩스러운 패턴찾기 문제다. 병 다음에 을이 나왔으니 다음번엔 갑이 나오고, 에이가 나오고 1이 나와야 한다. 삐짐 다음에는 당연히 토벌이 나와야 한다. 남북관계의 다음 트렌드는 어쩌면 북한에 대한 대대적인 군사원정일 수 있다. 따라서 '미래지향적 남북관계 구상' 이란 곧 전쟁준비가 된다. 미친 거 아니냐고? 그런 소리 말아라. 중앙일보는 말했다. “전쟁의 의지 없이는 평화를 지킬 수 없다.”


 


 


0. 누가 북진통일을 원하는가


 


북진통일이라는 혁명적인 아이디어의 시초를 중앙일보에게 빼앗긴 것이 원통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북진통일을 왜 해야 하나 심도 있게 생각해 봄으로써 중앙일보와 차별화를 노려보겠다.


 


정치적 견해에 따라 북한에 대한 태도도 달라지기 때문에 각각의 정치집단마다 북진통일을 원하는 이유는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정치집단에 따른 북진통일 이유를 각각 생각해 보았다.


 










`

a. 수꼴

북한을 때려잡겠다는데 무슨 말이 많아!


b. 친이계

우오오! 우리 가카를 역적패당이라고 불렀겠다! 참을 수 없닷!


c. 좌빨

저 북한놈들, 선거 때만 되면 깽판을 치니 되는 일이 없구만. 걍 쓸어버렷!


d. 주사파

북조선 저거 왕국이지 어디 사회주의공화국인가! 김정은은 주체사상을 모독했어. 남한식 주체사상으로 북조선 인민을 해방하갔어!


e. 평화주의자

지구의 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축 북한, 무력으로 쓸어버리자!




 


뭐 대충 이런 이유로 다같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북진통일을 염원하고 있다.


 


고 가정하자는 말이다. 전쟁을 해서는 안 될 이유가 부지기수이니 원래는 전쟁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 나의 나이브하고 이적행위스러운 발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전쟁을 퇴지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무조건 전쟁을 하겠다고 생각해 버려야만 하는 때가 도래해 버린 것이다.


 


 


1. 전쟁을 위한 준비물


 



 


전쟁은 보통 일이 아니다. 전 국가적인 자원과 노력과 돈이 들어가며 실패하면 문자 그대로 나라가 망해버릴 수 있다. 따라서 전쟁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전쟁에 필요한 것이 어디 한두 가지겠냐만은 그래도 굳이 꼽자면 아래와 같다. 우선 전쟁을 위한 정치적 의지가 있어야 하고, 그 의지를 관철할 군사력이 있어야 하며, 전쟁을 일으키고 점령과 통치를 할 수 있는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1-1. 정치적 의지


 


전쟁을 할 마음이 들어야 한다는 소리다. 전쟁은 정치가 또 다른 수단을 통해 연장된 것이다. 따라서 북으로 영토를 확장해야겠다거나, 북한이라는 국가를 우리의 지배 아래 놓겠다는 의지, 즉 팽창에 대한 정치적 의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팽창에 대한 정치적 의지가 꼭 히틀러나 조지 부시 같은 전쟁광스러운 소양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다. 북쪽으로 국가의 세력을 확장하려는 정치적 의지는 전쟁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포용정책이나 FTA 같은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독일 통일 전, 서독은 동방정책으로 통일을 추진했다. 그런데 서독이 추진하던 통일은, 엄밀하게 말해서 '통일정책' 은 아니다. 오히려 서독이 영토를 동쪽으로 확장시키기 위해 동독을 병합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주변국들에게 '동방정책'이란 곧 서독의 '동진정책'으로 비춰질 수 있었다.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통일(동진)을 완수하기 위해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는 바르샤바에서 무릎을 꿇기도 했고, 통일 헌법에는 통일된 독일 영토 밖에는 독일 영토가 없다는 조항도 추가됐다.


 



 


거칠게 말하자면 독일 통일은 서독의 제국주의적 의지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그 통일의 방법이 비록 동독 식민화나, 무력침공으로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통일' 이라는 현상은 제국의 확장 과정에서 흔하게 있어 왔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그랬고 인도 제국이 그랬고, 독일 제국이 그랬다. 심지어 일제의 식민통치도 형식적으로는 일본과 한국의 '통일' 이었다.


 


그러니까 어쨌든, 북진통일을 위해서는 영토를 북쪽으로 확장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의 연장' 으로서 영토확장을 실현하는 수단을 선택해야 하는데, 여기서 평화적, 경제적 수단을 선택하면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이 되는 거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우리에게 선택은 하나, 전쟁뿐이다. 그 외의 수단을 이야기하는 놈들은 모두 빨갱이이며, 평화를 미워하는 놈들인 것이다.


 


1-2. 군사력


 


전쟁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당연히 군대와, 군대로 대표되는 군사력이 있어야 전쟁을 한다. '군사력' 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려지는 요소가 너무나도 많다. 군사력이라고 하면 우리는 군인이나 장비 같은 가동전력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은 그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가깝게는 진지나 요새도 군사력에 포함되여야 한다. 군수지원능력은 물론이고, 보다 넓게 보면 전쟁 수행을 가능하게 해줄 경제력, 인구, 산업시설 등이 모두 포함된다. 한 마디로 '국력' 그 자체가 군사력이 된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북진통일을 위한 전쟁은 필시 대한민국과 조선인민공화국의 국운을 건 대결전이 될 것이고, 따라서 전쟁 양상은 '총력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70만 명의 상비전력과 기백만의 예비전력이 있으며, 최소한 몇 달간 전투를 지속 할 수 있는 치장물자를 갖추어 놓았다. 절대적인 양만 놓고 보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하지 않다. CIA 세계 군사력 보고서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군사력은 세계 9위 수준이다. 울산의 자동차 공장은 전시에 전차 공장이 될 수 있고, 막대한 전비 역시 G20만 한 번 더 개최하면 어느 정도 충당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군사력이 과연 북한을 상대하는데도 충분한 수준일까? 북한은 110만 명의 상비전력과 수백만의 예비전력을 갖추고 있다. 육해공 모두에서 남한보다 양적으로 우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IA 세계 군사력 보고서에서 북한은 18위에 머물렀다. 군인들 영양상태가 좋지 않고, 전쟁을 지속할 능력이 없으며 장비가 노후한 것이 영향을 줬을 것이다. 게다가 G20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급전을 땡길 능력도 안 된다.


 


전면전을 국력 대 국력의 대결로 놓고 보는 기본적인 관점에 따르면 우리가 북한을 이기지 못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현대전에서는 방어가 공격보다 훨씬 효과적이며, 북진통일이란 기본적으로 공격계획이기에 우리는 북한을 철저하게 압도할 필요가 있다. 압도하지 못하면 역관광 당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미국이 베트남에서 증명했다.


 


1-3. 전쟁의 정당성


 


대외적, 대내적으로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전쟁을 할 빌미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전쟁에 빌미가 있어야 전쟁할 맘이 생기고, 따라서 전쟁 준비도 하게 된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 그렇지 않다.


 


영화 아바타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인간들이 외계인 촌락을 침략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일단 외계인 마을 지하에 있는 지하자원을 가지겠다는 의지를 먼저 가진다. 물론 외계인 원주민을 물리칠 무기는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제 외계인 나무를 때려부술 만한 핑계를 찾는다. 형식적으로 대화를 시도하다가 실패한 뒤, 전쟁을 선포한다거나 뭐 그런 거 있잖나.


 


정리하자면, 폭력은 분노를 전제한다. 전쟁이란 기본적으로 극단적인 폭력이기 때문에, 제아무리 타산적인 이유로 전쟁을 벌인다 해도 극도의 폭력을 정당화 할 만큼의 분노가 있어야 한다. 설령 전쟁을 계획(혹은 기획)한 사람은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전쟁에 뛰어든 국민들과 주변국에 '우리가 전쟁에 뛰어들 만큼 화가 났다'는 근거는 보여줘야 한다.


 


운요호 사건, 에로우호 사건, 통킹만 사건 모두 그런 '근거'를 만들기 위한 사건이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준비 됐다고 무작정 막 쳐들어간다고 전쟁이 되는 것이 아니고, 뭔가 빌미가 있어야 쳐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보면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은 우리 군을 끌고 올라가 북진통일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빌미였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친 이명박 가카는,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공세적 의지로 평화를 지킬 의지가 없는 시대착오적인 인물인지도 모른다.


 




 


전쟁은 간단한 것이 아니다. 오늘 쓴 것은 북진통일 시나리오의 개괄의 개괄의 개괄에 지나지 않는다. 다음 시간에는 조금 더 구체적인 전쟁준비에 대해 알아보자.


 


(계속)


 


아외로워


이메일 : Ddanzi.Lonel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