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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7. 18. 수요일

앗싸


 


 


평생 땅을 바라보며 농사짓던 농부들이 농사를 지어야 할 땅 위에 지어지는 송전탑을 바라보며 굵은 눈물을 흘린다. 농사를 지으며 땀방울을 흘려야 할 그들의 얼굴은 한전이라는 공기업이 휘두르는 폭력에 자꾸만 어두워진다. ‘전원개발촉진법’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한전이 밀양에만 있는 게 아니다. 취임 초기 대불공단 전봇대를 뽑으시던 가카의 호연지기가 자꾸만 생각났다.


 


한전은 새만금 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905억원을 들여 군산전력소~새만금변전소(신설 예정)에 철탑 92개 등을 갖춘 송전선로를 2012년까지 설치할 계획이다.


 


송전선로는 군산전력소~대야면~회현면~옥구읍~옥서면~산북동~새만금변전소 30.6㎞ 구간이며 본 기사 해당 지역은 회현면, 옥구읍, 미성동 지역이다.


 


이번 취재는 왼쪽부터 전종석 총무님, 김덕중 총무님, 옥구읍 수산교회 이태영 목사님, 장형찬 이장님 네 분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편의상 도움주신 네 분을 '주', 본 기자 앗싸를 '앗'으로 표현합니다.


 




 


앗 - 목사님이 나서셨어요. 의외예요.


 


주 - 제가 이곳 교회에 온지 10개월 정도 되요. 얼마 전에 이런 일이 있다는 현수막을 보고 알았어요. 4월에 한전에서 용역을 불렀어요. 그때 주민들이 많이 다쳤어요. 이곳은 농촌이라 주민 대부분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예요. 한전에서 강제로 공사를 시작하는 과정을 막으면서 동원한 용역들이 어르신을 밀고 손가락을 꺾고 다치게 되니 목회자들이 다른 일은 몰라도 사람들이 다치는 건 그냥 볼 수 없잖아요. 다른 부분들은 잘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람이 다치고 외부에서 온 용역들 때문에 사람이 다치면 목회자들이 좌시 할 수 없으니까 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같이 하기로 했죠.


 


4년 동안에도 중간에 몇 번 선거가 있을 때는 공사를 안 하고 잠잠해요. 서울, 대구에서 20대 젊은 사람으로 150~200명의 용역이 와서 공사를 막는 주민들을 협박해요. 이곳 주민들은 평균 나이가 70 이상이예요. 이런 주민들이 20대 젊은 용역들을 어떻게 상대하겠어요. 한 번씩 충돌이 있으면 주민 5명 이상은 119 구급차에 실려 가요. 주민 분들 부탁 말씀이 없었어요. 저희 목회자들이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나선 거예요.


 


앗 - 이번에 당선된 국회의원이나 시장의 입장은 어떤가요?


 


주 - 주민은 무조건 반대가 아니예요. 노선을 변경하면 주민들 피해도 없고 군산시와 한전이 합의만 하면 가능하다고 보거든요. 주민들이 오죽 답답하면 대학 교수님들이나 업체에 의뢰를 했겠어요. 어느 노선으로 가는 게 더 경제적인지. 그 결과가 나올 때 까지만 이라도 기다려 보자고 해도 한전에서는 공사를 강행하며 농민들을 고소, 고발해요. 한전 용역에게 맞아서 병원에 입원한 사람은 주민들인데 한전이 계속 고소를 해서 나머지 주민들도 법원에 끌려 다니고 있어요. 어차피 위도에 풍력발전이 들어오면 만경강 쪽으로 노선이 들어오는 게 더 경제적이거든요.


 


전국적으로 40년 만에 가뭄피해가 있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곳은 물이 잘 들어와서 가뭄피해가 거의 없어요. 폭우가 내려도 물이 잘 빠져서 홍수 피해 입을 걱정도 없어요. 송전탑 공사 예정인 옥구 평야 쌀이 서울에 공부하는 학생들 친환경 급식으로 들어가요. 이런 좋은 옥토를 주민들 허락 없이 송전탑을 세우는 건 무슨 정책인지 모르겠어요. 아무리 농민들이 힘이 없고 백이 없다고 해도 한전이 이러면 안 되죠.


 


이곳 군산은 경남지역과 조금 다른 점이 있어요. 경남지역은 한전이 주체가 되어 시작했기 때문에 자치 단체장들이 반대하다가 행정소송이 걸리기도 했는데 군산은 O.C.I(구동양제철화학)가 10조원을 투자한다고 했어요. 시장이 그 말만 믿고 한전하고 군산시하고 주도적으로 추진했죠. 지금에 와서는 사업계획이 백지화 되면서 애초의 명분이 사라졌지요. 4년 전에는 전력이 모자란다며 사업을 급속히 추진했고 주민들 의견을 무시하고 제대로 된 사업설명회도 전혀 없었구요. 주민 99%가 반대하는 의견서도 제출했어요. 주민들 반대 의견을 받았으면 설명회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군산시와 한전은 전원개발촉진법을 내세우며 밀어붙이고 있어요.


 


시에서는 80여 차례 설명회를 했다고 했는데 주민들은 제대로 된 설명회를 들어 본 일이 없어요. 반대의견에 대한 답변서도 없어요. 이러니 주민들 반발심이 안 생기겠어요? 아무리 법이 우선이라고 해도 내 재산을, 내가 농사짓는 논을 한전에서 강제로 가져간다고 생각해보세요. 주민들 대부분이 노인들이라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지 않는 이상 모르고 있어요. 한전은 강제로 남의 땅을 가져가면서 미안한 게 아니라 논에 들어와서 깃발 꽂아 놓고 농사지어야 하는 논에다가 흙을 부어 놔서 농사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놨어요.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논에 들어가면 고소한다고 하니 무서워서 논에 들어가지를 못 하고 있어요.


 


공사를 막으면 한전 공사를 막는다고 오히려 고소, 고발을 남발해요. 송전탑이 이미 지어진 대야 부근은 어떻게 지어진 줄 아세요? 한전에서 이장들을 찾아가서 마을에 대략 5천만원 정도 발전 기금을 준다고 설득해요. 마을 이장은 솔깃하죠. 그럼 이장은 반대하는 주민들을 모아놓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5천만 원을 만들어 내 놓으라고 해요. 그렇게 해서 한전으로 많이 넘어갔어요. (하지만 조사 결과 과거 임피 변전소 입주 당시 주민 지원 약속을 받았으나 혜택이 전무했다.) 2008년부터 시작된 공사가 중간에 주민들 반대가 심하니 철탑 노선을 내륙 쪽으로 진행하면서 공유수면으로 옮겨갔고 최근 공사부터는 개인 땅에는 전혀 진행을 못 시키고 있어요. 전원개발촉진법이 너무 잘못되었어요.


 


앗 - 농민들이 반대 하는 이유가 한전에서 제시하는 보상금액이 부족해서 그러신 건가요?


 



 


주 - 저희는 보상액을 바라는 게 아니예요. 주민들은 대안을 제시하는 거예요. 농사짓는 논을 옥토를 가로질러 송전탑을 세울 게 아니라 공유수면으로 충분히 돌아서 공사가 가능하다는 거예요. 보상 금액도 그래요. 철탑이 지나가는 토지 등기부 등본을 보고 말씀을 드릴게요. 논 1-00 번지에 마름모꼴로 보이는 1-000번지가 한전에서 주민들 동의 없이 강제로 가져간 땅이에요. 자신들이 철탑 공사를 한다고. 이 논이 예를 들어 1200평이고 평당 10만원이이라 가정한다면 1억2천정도 하겠죠. 철탑이 들어오는 공간이 100평정도 되거든요. 100평에 대한 실 가격은 보상해줘요. 천만 원 보상해줘요. 그리고 선하지(편집자 주 : 토지 위에 고압선이 가설되어 있는 토지)도 보상해줘요. 실제가격의 25~30% 선에서 해 줘요. 그리고 끝이에요.


 


그런데 나머지 철탑부지와 선하지를 뺀 1,000평은 가격이 5만원 이하로 하락해요. 주민들은 앉아서 5천만 원 그냥 손해 봐요.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철탑 때문에 위험하고 매매도 힘들어요. 농사는 농기계가 들어갈 수 없어서 어려워요. 그리고 철탑이 들어오면 선하지라고 해서 전선이 지나가는 땅이 있어요. 전선 폭이 보통 20m 예요. 보상법에 의하면 폭에 좌우로 3m를 더해서 26m 를 보상해 주는데 평균 땅 가격의 25~30%를 보상해줘요. 선이 지나가는 위치에 따라서 다르지만 보통 천만 원 정도 보상해 준다고 해요. 보상 받고 아무것도 없어요.


 


이러니 주민들 입장에서는 보상의 문제가 아닌 거죠. 보상을 더 해달라는 문제가 아니에요. 더 힘든 일은 철탑이 들어오는 옆 논도 불과 10m 떨어진 논의 농지 가격이 50%이상 급락해요. 매매도 전혀 안 되고요. 한전은 철탑 박힌 곳과 선하지만 보상해줘요. 나머지는 전혀 보상이나 대책이 없어요. 이러니 주민들은 만경강 부근 공유수면으로 돌아서 공사 하자고 주장 하는 거예요. 농민들이 이렇게 고통 받는데 시민들이 보기에는 농민들이 보상금, 땅값 올려서 더 받아내려 한다고 그렇게 오해하고 있어요. 저희는 정말 억울해요. 철탑 공사 구간에 2~3개 마을이 있어요. 이 사람들이 받아야 하는 피해는 어떻게 해야 해요? 사는 집 지붕위로 고압전선이 흐른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앗 - 주민들 피해가 막심한데 문동신 시장님이나 한전에서 지금 공사라인을 강행하는 이유가 뭐죠? 제가 생각해도 지중화(편집자 주 : 땅 밖으로 성치된 송전선을 땅 속으로 묻는 작업)작업을 하던지 만경강 공유수면으로 하면 될 거 같은데요?


 


주 - 만경강 공유수면은 주민들 대책위원회에서 먼저 제안을 했어요. 그런데 군산시에서는 1급 환경 보호지역이라 안 된다고 주장했어요. 그런데 송전탑 전체 공사가 60% 이루어지면 나머지 공사는 강제로 할 수 있는 법안이 있어요. 그것 때문인지 1급 환경 보호지역이라는 곳에 이미 11개의 철탑을 세웠어요.


 


한전에서 이미 공유수면에 철탑 공사를 했으면 주민들 피해 없는 지역에 계속 공사를 해 달라고 했는데 다시 논밭으로 공사 라인을 바꾸려 하고 있어요. 저희 주민들은 정말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O.C.I에서 사업을 보류한다고 발표한 거예요. (O.C.I 는 최근 유럽 재정위기 심화와 태양광 산업의 급격한 시황 변동 등 악화된 사업 환경과 투자효율성을 고려하여 전북 군산에 건설 중인 제 4공장과 새만금에 짓고 있는 제5공장에 대한 설비 투자를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습니다. 2012. 5. 19 YTN뉴스)


 


주민들 입장에서는 원래 요청했던 회사에서 필요 없어진 전기공사를 왜 강행하려 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어요. 오히려 O.C.I 회사에서는 필요한 전력선을 경암동 발전소에서 공장까지 자체 라인을 구축했어요.


 


한전은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군산 변전소에서 O.C.I 공장까지 전력선을, 산업도로는 도심을 관통해서 힘들다고 보고 농민들이 있는 논으로 정했어요. 농민들이 약하니까요. 한전 경험상 논으로 지나가는 건 무난하다고 본거 같아요. 철탑이 지나가는 땅이 전부 옥토에요.


 


그래서 자꾸 이야기 하지만 농민들은 만경강 라인을 주장하는 거예요. 그쪽은 매립을 해서 아무것도 없거든요. 한전이 힘들다고 보는 산업도로 옆에는 앞으로 철도가 설치될 예정이예요. 그렇다면 산업도로와 철도 사이 부지를 지중화하면 되는데 한전 주장은 공사비용이 3000억이 더 소요된다고 해요. 그리고 그 3000억이 전혀 검증이 안 됐어요. 그런데 주민의 논으로 가게 되면 그 피해액이 1조 이상이에요. 이게 합리적인 공사인지 묻고 싶어요.


 



 


철탑이 지나가는 구간 중 일부예요. 실제로 고압송전탑 주변의 토지들이 받을 피해를 정확하게 가늠하기 위하여 90개 송전철탑 구간 중 임의로 선정한 58, 59번 철탑 사이예요. 이 위치는 90개 송전철탑 구간 중 비교적 중간 위치에 있기 때문이며, 논이 위 아래로 펼쳐져있고, 송전선로가 수평으로 지나가기 때문에 해당된 필지를 계산하기 수월해서예요.


 


사진에 보이는 사각형이 송전탑이 지나가는 중간지점이예요. 평야 지대 한 구간에 주민들이 얼마만큼 재산상의 피해를 보는지 저희가 자료조사를 했어요. 철탑이 보이면 대부분 1Km는 피해를 봐요.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아요. 실은 1km도 넘는다고 봐야 해요. 실제로 토지가격이 많이 떨어졌지요. 송전탑이 지나가는 400m 한 구간을 따져보면 대략 180억 정도의 손해를 봐요. 최소한 추정 금액이죠. 피해 비용도 농작물을 수확하지 못 해서 발생하는 비용이 아니라 단순히 지가 하락에 따른 비용이죠. 철탑이 지나가면 땅 가격이 하락하잖아요. 고도 상승제한에 묶여서 개발도 불가능해요. 그런 비용을 대입하면 주민들이 지가 하락으로 입는 피해만 최소 1조에서 2조 정도 손해를 보는 것으로 조사되었어요.


 



 


보시면 옥산을 지나는 21번국도 중간 지역이 배후도시 개발 예정지라고 노선 변경을 거부당했어요. 도심지로 들어가면 아파트 단지가 나와요. 한전에서는 여기서 지중화를 해주면 전국을 다 해줘야 한다고 거부해요. 주민들이 정말 아쉬운 점은 한전이라는 국가기관에서 하는 사업이 너무 즉흥적이예요. 도심을 관통하는 도로 공사 시작 전에 주민들이 전력 수급 계획을 잡아서 지중화 공사를 하자고 주장했어요.


 


그런데 한전에서는 이곳이 이렇게 빨리 개발될 줄 몰랐다고 해요. 저희가 또 걱정하는 부분은 위도에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요. 풍력 단지가 추가 되면 전력 송출을 위해 내륙에 철탑을 또 세워야 해요. 때문에 만경강 공유수면으로 철탑이 들어와서 내륙에서 만나면 되는 거죠. 만약에 지금처럼 공사가 계속 된다면 이곳 주민들은 또 2차 3차 피해를 입어요. 한전 관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이야기 하는 부분도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일을 하고 지중화 작업을 해야 한다면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는 거죠. 앞으로는 주민들 피해가 없어야 하잖아요. 아무리 전원개발촉진법이 무섭다지만 선량한 농민들 죽이면서 한 두 개 기업 살리는 일은 없어야 해요.


 


도심지를 관통하는 건 배후도시 때문에 안 된다고 했는데 배후도시는 취소 됐어요. 만경강 라인은 환경보호구역이라 안 된다고 했는데 40%이상 공사를 해 놨어요. 2008년 공사 초기 MOU를 체결했다고 했을 때 군산 시장을 만나서 주민들이 물었어요. 삼성이 새만금에 신재생 에너지 단지를 만든다고 하면서 10조원을 투자한다고 시장님이 주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했는데 새만금에 입주한다고 하는 대기업들에게 계약서 받았어요? 물었을 때 시장님이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계약서 안 받았데요.


 


그러면 철탑은 세워 놨는데 대기업에서 투자할 가치가 없어서 철수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실래요? 물었더니 시장님이 하시는 말씀이 “기업이 못 한다고 하면 어쩔 수 없죠.” 이렇게 답변하는 시장이 어디 있어요? 추후에 만나서 왜 그렇게 대답했냐고 추궁하니까 자기는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해요. 선거 때도 그랬어요. 시장님은 선거 전 시민이 반대하면 안 한다고 하셨어요. 그래 놓고도 재선 후 1 주일 만에 공사 승인을 했어요. 시장님은 나중에 철탑이 필요 없으면 철거하면 된다고 하는데 시장님이 물러나면 철탑은 또 누가 철거해 줘요? 한전하고 군산시하고 계약 체결한 내용을 읽어봤어요. 나중에 철탑을 철거할 때가 있으면 성의껏 철거를 한다. 이런 내용이 있어요. 5년 후에 지중화를 한다면 뭐 하러 지금 철탑을 세워요?


 


한번 철탑이 들어서면 그 지역은 개발이 전혀 불가능해요. 그럼에도 시장님이 강행하는 이유가 너무 답답해요. 1급 농지들을 다 파괴하면서 옥탑들을 다 망가트리고 주민들 희생을 강요하면서 철탑을 세우는 이유를 너무 모르겠어요. 주민들이 바라는 건 하나예요. 삶의 권리를 찾고 싶어요. 여기 농민들은 무조건 반대를 하는게 아니예요. 모든 일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가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느 한 계층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면서 이루어지는 발전이라면 분명히 한계가 있어요.


 


서로 상생하면서, 서로 도와주며서, 함께 협력하는 발전을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앗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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