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masquerade 추천0 비추천0

2012. 07. 18. 수요일


masquerade


 


 



 


 


일을 마칠 즈음에 매축지에서 오리집을 하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날도 더운데 몸보신이나 하라고. 비 내려 술 생각이 더욱 간절하였던 터라 행~~~ 하니 달려간다.


 



 


매축지 마을 골목으로 들어가면


 


낡은 집

좁은 골목

주워온 의자

허름한 자전거

오래된 사람들


 


그리고 집 밖으로

가출한 빨래집게가 보인다.


 



 


 


사진정보 EXIF(Exchangeable Image File)


 


카메라 모델 - 내 스마트폰

노출시간 - 할매들 몰래 후다닥 찍음

노출보정 - 0/100 EV

프로그램모드 - Aperture priority

iso감도 - ISO 40

사용렌즈 - 좆만한 핸드폰 카메라렌즈겠지

조리개값 - F2.7

초점길이 - 4.0mm

측광모드 - CenterWeightedAve

촬영일시 - 2012년 7월 비가 오락가락하던 날


 


 




 


범일동 매축지마을(성남마을)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대륙침략을 위한

병참 및 보급기지로 사용하기 위해

바다를 매축한 곳이다.

기지가 생기자 대규모로 마구산을 만들었고,

말들을 마부와 짐꾼들의 막사를 지었다.

6.25전쟁으로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밀려오자

마굿간을 칸칸이 막아 집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영화 '친구'와 '아저씨를 촬영한 곳이다.


 


 




 


범일동 블루스 / 손 택 수


 


 


1.


방문을 담벼락으로 삼고 산다. 애 패는 소리나 코고는 소리, 지지고 볶는 싸움질 소리가 기묘한 실내악을 이루며 새어나오기도 한다. 헝겊 하나로 간신히 중요한 데만 대충 가리고 있는 사람 같다. 샷시문과 샷시문을 잇대어 난 골목길. 하청의 하청을 받은 가내수공업과 들여놓지 못한 세간들이 맨살을 드러내고, 간밤의 이불들이 걸어나와 이를 잡듯 눅눅한 습기를 톡, 톡, 터뜨리고 있다. 지난밤의 한숨과 근심까지를 끄집어내 까실까실하게 말려주고 있다.


 




 


2.


간혹 구질구질한 방안을 정원으로 알고 꽃이 피면 골목길에 퍼뜩 내다놓을 줄도 안다. 삶이 막다른 골목길 아닌 적이 어디 있었던가, 자랑삼아 화분을 내다놓고 이웃사촌한 햇살과 바람을 불러오기도 한다. 입심 좋은 그 햇살과 바람, 집집마다 소문을 퍼뜨리며 돌아다니느라 시끌벅적한 꽃향, 꽃향이 내는 골목길.


 



 


3.


코가 깨지고 뒤축이 닳을 대로 닳아서 돌아오는 신발들, 비좁은 집에 들지 못하고 밖에서 노독을 푼다. 그 신발만 세어봐도 어느 집에 누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지, 어느 집에 자고가는 손님이 들었고, 그 집 아들은 또 어디에서 쑥스런 잠을 청하고 있는지 빤히 알아맞힐 수 있다. 비라도 내리면 자다가도 신발을 들이느라 샷시문 여는 소리가 줄줄이 이어진다. 자다 깬 집들은 낮은 처마 아래 빗발을 치고 숨소리를 낮춘 채 부시럭부시럭거린다. 그 은근한 소리, 빗소리가 눈치껏 가려주고 간다.


 



 


4.


마당 한 평 현관 하나 없이 맨몸으로 길을 만든 집들. 그 집들 부끄러울까봐 유난히 좁다란 골목길. 방문을 담벼락으로 삼았으니, 여기서 벽은 누구나 쉽게 열고 닫을 수가 있다 할까, 나는 감히 말할 수가 없다. 다만 한바탕 울고 난 뒤엔 다시 힘이 솟 듯, 상다리 성치 않은 밥상 위엔 뜨건 된장국이 오를 것이고, 새새끼들처럼 종알대는 아이들의 노래소리 또한 끊임없이 장단을 맞춰 흘러나올 것이다. 젖꼭지처럼 붉게 튀어나온 너의 집 초인종 벨을 누르러 가는 나의 시간도 변함없이 구불구불하게 이어질 것이다.


 



 


두.리.번.거.리.다.


 


 


masquera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