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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7. 19. 목요일

춘심애비


 


 


0. Preface


 



 


<취업을 준비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이하 <취준안>)인트로 기사가 나간 후, 열분들이 보내주신 성원의 규모는 딴지일보 이메일 서버가 마비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필자의 교감신경을 활성화하기에는 충분했다. 수많은 히치하이커들의 사연 및 응원 메일을 통해 이 땅의 젊은이들이 취업 문제에 얼마나 속 썩이고 있는지 공감할 수 있음이다. 물론 필자가 다시봐도, 이런 글을 취업 전에 볼 수 있는 늬덜이 존나 부러울 따름이었다.


 


원래 필자의 계획은, 지난 인트로 기사에서도 밝혔듯, 사연 내용에 따라 그 사연을 보낸 히치하이커에게 필요한 지식을 <취준안>에서 발췌하여 소개하거나, 사연이 없으면 그냥 가나다순으로 발췌하는 것이었으나 수많은 사연들을 보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왜 고쳐먹었냐고?


 


그 수많은 사연들, 그리고 댓글들은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아 씨바 인트로의 그 '노이'라는 아저씨 지금의 나랑 존나 비슷하다. 아니, 내가 더 답안나온다. 내얘기 한번 들어볼래?"



 


이 이외에도 콕찝어 이런걸 가르쳐줘, 저런걸 가르쳐줘 라는 내용도 있었으나 사실 이 내용도 따지고 보면, '내가 처한 좆같은 현실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알려줘'라는 표현의 완곡법이라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다. 글타. 이 땅에는 자신의 직업생활과 그 미래가 까마득하기만 한 초보히치하이커들이 이리도 많은 것임이다. 아마도 이들은 여러가지 면에서 만족할만한 직업과, 그 직업으로 수십년을 살았을 때 자부심 및 돈이 밀려들어올 그런 상황을 기대하고 있으나 그러한 종착점까지 가려면 어떻게 히치하이킹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는 답답함을 느끼고 있을게다.


 


근데 말이다, 흔히 말하는 대기업, 전문직, 공기업, 금융기관,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5년차 이하 직장인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필자 주변의 5년차 내외의 직장인들은 대부분 '아 씨바 사표내고 리셋할까?'를 졸라게 매일같이 고민한다. 다시 말해서, 사연을 보내준 히치하이커들이 직업이 없거나, 임시직이기 때문에 고민인게 아니라, 20대후반 30대초반의 상당수가 거의 유사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거다.


 


이대로는 살 수 없어. 라는 고민 말이다.


 


이렇게, 한 세대의 상당수가 유사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매주 사연을 받아서 간지럼을 해소해준다던가, 맥락없이 가나다순으로 이 위대한 <취준안>을 발췌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 그보다는 그냥 정공법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그들의 답답함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지를 차근차근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그래서 어쩔거냐면.. 나와 가까운 내용부터, 점점 큰 그림으로 진행해나가려 한다. 나 자신. 나와 남. 나의 회사. 우리회사와 다른 회사. 그리고 업계와 업계. 이러한 방향으로 미시에서 거시로 점점 주제를 확장할 계획이다.


 


그래서 <취준안> 연재의 첫편은, <마.인.드> 편이다.


 


 


1. 당신에게 취업은 무엇인가.


 



 


취업은 나에게 뭘까. 꼭 취업이라서가 아니라 어떤 단어든 간에 저렇게 '당신에게 무엇인가' 태도로 물어보면 답하기가 존나게 어렵기 마련이다. 당신에게 자연은 무엇인가. 당신에게 초코렛은 무엇인가. 당신에게 OS란 무엇인가. 씨바 뭐긴뭐야. 자연이고, 초코렛이고, OS지.


 


하지만 필자가 인트로에서 얘기했듯, 무엇이 정답인지, 무엇이 진리인지 이딴건 관심 밖이다. 그건 알아서들 신경쓰시라. 중요한건 '미래의 직장상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아는게 중요하다. 그게 맞고 틀리고, 나랑 안맞고 이딴건 잊어버리시라.


 


말하자면, 범죄심리학처럼 생각하자는거다.당연히 미래의 직장상사들을 범죄자로 생각하자는건 아니고, 범죄심리학을 통해 그 범죄자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그 범죄자에게 동조하거나 그를 옹호하는 것과는 전혀 무관하다는거다. 당신이 50대 부장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와 같이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알고 있는건 당신에게 존나게 유리하다. 이 뽀인트를 꼭 유념해야 좋은 히치하이커가 될 수 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자. 당신이 취업이란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체는 당연히 자유다. 홍어좆이라고 생각을 하든 고귀한 가치라고 생각을 하든 그건 알아서들 하시라.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5년차 이상 직장인들은, 취업이란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열분덜에게 취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저 질문의 답과 맞출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을 알고 있으면 졸라게 유리하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강조하고프다. 그런 의미에서 5년차 이상 직장인들의 생각을 한번 시뮬레이팅 해보자. 제일 비슷한 경험이라면 아마도 대학교 다니고 있는 상황이나 고등학교 다니고 있는 상황에서 '진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무슨 생각을 가졌었는지 정도가 될 것이다.


 


한국 교육현실에서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어떤 커다란 '분류화'를 처음 경험하게 된다. 물론 초등학교도 중학교도 여러가지 옵션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그냥 동네 학교를 가게되는 반면 고등학교는 성적에 따라, 혹은 특별한 목적에 따라 훨씬 다양한 옵션에 따라 훨씬 큼직큼직한 진로가 존재한다. 특목고, 비평준화 사립고, 인문계, 실업계 등등.


 


고등학교 진학 전에는 각자 나름대로 생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특목고를 꿈꾸고 쎄빠지게 공부하는 중딩도 있고, 실업계 진학을 기정사실화하는 중딩도 있고, 그냥 아무 생각 없기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중3이 지나면 각자 나름의 목표에 맞춰서 응시를 하기도 하고, 그냥 뺑뺑이를 기다리기도 한다. 이 과정은 중3입장에서는 일반적으로 꽤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 특히나 특목고를 꿈꾸는데 인문계에 진학하게 될 것 같은 사람이나, 인문계에 가고 싶은데 실업계에 가게될 것 같은 사람의 경우, 이 차이는 커다랗게 다가오곤 한다. 물론 대학도 마찬가지. 어떤이는 그냥 별 생각없이 점수 맞춰 가는 반면, 어떤이는 목표한 대학에 꼭 가려고 악바리를 쓰기도 한다. 그 차이가 너무 크게 보여서.


 


하지만 그렇게 꼭 어딘가로 가고 싶었던 욕망이 강했던 사람들도 대체로,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니다보면 그 당시의 그 가슴졸였던 기억이 희석된다. 꿈에 그리던 학교를 가든, 결국 실패해서 거기엔 못가든 간에 그냥 좋은 친구들 만나서 술퍼마시고 취업준비하고 시험보고 하면서 그렇게 산다. 물론 재수나 삼수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학부 끝나고 나서 다른 학교로 편입을 하거나 아예 늦깍이로 수능을 다시보기도, 고등학교를 다시가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그 수는 적을 뿐더러, 그런 사람들 중에 또 대부분은 그렇게 다시 선택한 학교에서 좋은 친구들 만나서 술퍼마시고 취업준비하고 시험보고 또 그렇게 산다.


 


정말 평생 꿈꾸던 학교에 간 사람도, 한 2년 지나면 뭐 씨바 별거 없네 싶게 그냥 살아가고, 목표학교에 못간 사람도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을 수 있겠지만 또 잘나가는 선배들 보면서 그냥 또 그렇게 산다. 좋은 학교에서 떵떵거리는 애들 보면서 부러워하기도 하고, 더 힘들게 사는 사람들 보면서 자위하기도 하고 뭐 그렇게 하루하루 산다.


 


그런 상태에 접어들었을 때, '나에게 진학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자면 어떻겠는가. 혹은 중학생 사촌동생이 '진학이란 뭐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하시겠나.


 


'아 씨바 뭐 별거 아니야 그냥 점수맞춰 가면 다 살게 돼있어', 이런 생각이 들면서도 좋은 학교에서 잘나가는 놈들 보면 '졸라게 중요하니까 너는 나처럼은 살면 안돼' 뭐 이런 충고를 하고 싶기도 하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거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어떻게 되도 될놈은 되고 안될놈은 안된다. 그리고 또 하나. 어떻게 되든, 다 그냥 살게 돼있다.


 


자 이제 아시겠나. 혹은 이미 알고 계셨나.


 


 


취업도 똑같다.


 


 


이미 취업해서 살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면서도 어떻게 해도 될놈은 되고 안될놈은 안되고, 어떻게 되든간에 다 그냥 살게 돼있다.


 


따지고 보면 뭐 다 그렇다. 군대도, 섹스도, 결혼도.


 


경험하기 전엔 엄청나게 큰 문제인거 같고, 내 인생이 흔들거릴 거 같고, 원하는대로 안되면 좆될거 같지만, 경험하고 나면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면서도 엄청 단순하다. 중요하긴 하지만 그저 다른 중요한 여러가지 중 하나이다. 중요하지 않다는게 아니라, 어떤 환상 같은 것이 없다는 거다. 예컨데 혼전순결을 모토로 삼던 사람이 다소 강력하게 섹스를 요구하는 연인을 죽였다거나, 고등학교 인문계 진학에 실패해서 실업계에 간 학생이 자살을 했다면 우리는 '이건 좀 아니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섹스도, 고등학교도 엄청나게 중요한 사안이지만, 목숨이 오고갈 정도는 아니니까.


 


그러니까, 취업도 그렇다는거다. 열분덜이 상대해야 하는 미래의 직장선배들도, 대부분 아마 그렇게 생각할거다. 중요하지만, 그냥 중요할 뿐이다.


 


그런의미에서 <취준안>의 '취업' 정의를 보자.


 



취업 (명사, 중요도:상)


개요 : 직장을 구하고 합격하기 까지의 행위


상세설명 : 사람에 따라 피터지는 경쟁부터 부모의 빽, 친구따라 면접갔다가 합격 등 다양한 과정을 보이나, 점차 피터지는 경쟁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 과정을 지나면서 '사람구실'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지만 50% 미만이다. 일반적으로 취업이후 약 3년간은 본인의 취업을 후회하지만, 5년 후부터는 취업 과정이 어땠는지 자체를 신경쓰지 않고 살아가게 된다.


주의사항


취업 관련 처세서 : 본 안내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헛소리 혹은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공짜로 주는게 아니라면 구매할 필요가 없다. 누가 공짜로 준다면 냄비나 후라이팬 받침 등으로 쓸 수 있으며, 비상시를 대비해 화장실에 비치하는 것이 좋다.


취업 사이트 이용 : 취업 사이트는 포르노 사이트 및 도박 사이트 등과 동등한 수준으로 사기꾼들이 판을 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있으므로 이력서를 제출하기 전에 고용주의 기본적인 정보를 검색하는 것은 기본, 사기꾼들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을 주의해야 한다. '월 ***만원 보장' 등의 문구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뒤로가기'버튼을 누르라는 말은 중국 허난지방의 동굴 암각화에도 새겨져있다고 알려져있다.


취업 사이트 유료회원 : 이와 같은 경우는 취업사이트 자체에서 직접 사기를 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사람을 뽑아야하는 회사 입장에서, 취업 사이트 유료회원인지 무료회원인지는 중요도가 0에 수렴한다. 오히려 유료회원과 무료회원 중 한쪽에만 취업공고를 올리고 싶다면 당연히 사람이 많은 무료회원쪽에 올리고 싶을 것이므로, 취업사이트에 돈을 바치는 것이 본인의 취업 가능성을 올린다는 착각을 해서는 안된다. 물론, 취업사이트의 경영난을 해소하는데 일조하고 싶은 휴머니스트들에겐 예외.



 


 


2. 뽑히는 자와 뽑는 자의 시각차이


 



 


앞서 보았듯, 결국 '취업'이란 과정도 인생의 다른 중요한 시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작하는 이의 입장에서는 큰 변화와 그 변화의 다양성을 선택하게 된다는 중압감이 있지만, 막상 시작한 이의 입장에서는 그냥 삶이다. 지금 어떤 고딩이 이과를 할지 문과를 할지 존나 고민을 하고 있다던가, 어떤 입시생이 좋은 대학 낮은 과를 갈지, 좀 덜 좋은대학 높은 과를 갈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치자. 너무 고민이 돼서 밥도 안먹고 살이 쪽쪽 빠진다고 할 때, 열분덜은 그 마음을 공감은 하겠지만 그렇게까지 밥도 못먹고 그러는건 졸라 오바처럼 보일거다. 왜? 그정도로 삶을 뒤흔들 문제가 아닐 뿐더러, 한번 선택하면 두번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도박이 아니니까. 이렇게 대부분의 중요한 선택은, 이미 경험한자와 이제 선택해야하는 자 간의 괴리가 있기 마련이다.


 


여기서 '취업'이라는 것의 특징이 발생한다. 앞서 인트로 기사에서 밝힌 바 있듯이, 취업의 세계에서는 '이미 경험한 자'와 '이제 선택해야하는 자'간의 권력관계가 형성된다. 대학은 대학선배가 신입생을 면접보거나 학점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취업은 아주 직접적으로, 일종의 직장선배가 열분덜을 면접보고, 심사하고, 월급을 주고, 평가를 한다. 그러므로 이 시각차이, 그러니까 경험한 자와 시작하려는 자 간에 '취업'자체에 대해 존재하는 시각차이에 대해 좀 더 면밀해질 필요가 있다.


 


면밀해지기 위해 그 원인을 생각해보자.


 


기본적으로 어떤 사안에 대해 그것을 경험한 자와 시작하려는 자 간에 의식적 괴리가 크다면, 그건 그 사안의 중요성이 오랜시간동안 지속적으로 강조된 경우이다. 왜 생각해보면, 중딩 고딩들은 대학생만 되면 세상이 다 내꺼가 될거 같은 환상을 어느정도씩은 갖고 있지 않은가. 첫섹스를 하기 전의 젊은이들도 그렇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운전면허 학원 같은건 그러한 의식적 괴리가 별로 없다.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고, 미성년자에게는 전혀 노출되지 않는 정보니까.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고등학교 성적 - 대학 간판 - 좋은 직장이라는 것이 토탈패키지로 거의 뭐 인생의 전부인거처럼 초딩때부터 주입된다. 어릴 때 부터 하버드나 MIT의 수재들을 보고, 명절 때는 직장이 제일 번듯한 삼촌를 모두가 칭송하고, 대학 진학에 실패한 사촌형이 루저처럼 구는걸 보고 자랐다. 티비도 영화도 그런 사회를 보여준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만약 한국사회가 그냥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도 연 1억정도 순이익을 누구나 낼 수 있고, 공장에서 조립일을 하더라도 한 10년 일하면 연봉 1억정도 받을 수 있다면 어땠을까? 아마 요즘 취업준비생들의 스펙전쟁도 없을거고, 대학 간판도 약해질거고, 특목고-인문계고-실업계고 서열도 없어질거다. 카이스트 가서 과기부 연구원이 되든, 실업계 나와서 대학 안가고 바로 공순이가 되든, 어차피 나이 30일때 연봉이 비슷하다면 저런 서열이 없어질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고등학교 성적 - 대학 간판 - 좋은 직장 이라는 토탈패키지가 형성될 수가 없다. 좋은 직장이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고, 대학 간판도 의미 없으니, 고등학교 성적도 어쨌든 별 상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직업에 따라 나이 30에 받는 연봉은 몇배에서 몇십배 까지 차이가 난다. 그리고 산업화를 직접 겪은 지금의 50대 이상은, 카오스 같은 산업화 과정에서 옆집 병신같던 놈이 떼부자가 되고, 부자집 딸래미가 파출부 뛰는 모습을 직접 보며 살아왔다. 그리고 그 카오스가 정리될 때 쯤 IMF로 자살하는 사람들을 봤을거고 말이다. 그 충격과 혼란을 직접 보아온 우리의 부모님들은 직업이란 것에 대해 '안정성'과 '연봉'을 둘 다 확보해야한다는 노이로제에 빠져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열분덜은 어릴때 부터 평생동안 고등학교 성적 - 대학 간판 - 좋은 직장이라는 토탈패키지를 주입받아온 거다. 일종의 '전설'을 만들어낸 셈이다.


 


근데 말이다, 저 토탈패키지는 다소 허구가 섞여있다. 물론 서울대 법대 나와서 판사하다가 변호사 하거나, 서울대 의대 나와서 피부과 차리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긴 하다. 하지만 '확률'과 '경쟁'이라는 변수가 지나치게 평가절하돼있다는 문제가 있다.


 


2010년 고용노동부 직업별 연봉 순위 top10을 보자.


 



1. 도선사 9147 만원

2. 안과의사 7069 만원

3 .대학 및 대학교 총장, 학장 6889 만원

4 .변호사 6884 만원

5 .기업고위임원 6333 만원

6 .외과의사 5816 만원

7 .치과의사 5795 만원

8 .행정부고위공무원 5684 만원

9 .내과의사 5678 만원

10 .정신과의사 5661 만원



 


 


의사와 변호사가 높은건 사실이다. 하지만 1위는 이름도 생소한 도선사, 5위는 말이 좋아 기업고위임원이지 그냥 직장생활하다가 임원 단 사람들이다. (뭐 물론 낙하산도 있겠지만)


 


중요한건, 액수다. 보험왕 아줌마가 1년에 3억 버는데 의사 변호사가 7천 번다.


 


게다가 2012년 현재 변호사는 1만명, 20%가 폐업한다. 한 해 5천명의 회계사가 백수가 되고, 11만명의 의사들이 일하는 의료기관 중 40%가 3억5천의 부채에 시달린다. (출처) 다시말하면, 우리가 주입받아온 '좋은 직장'은 상당 부분이 연봉도 기대보다 낮고, 그다지 안정적이지 않은거다.


 


물론 열분덜은 다 이걸 알고계실거다. 하지만 이 생각이 먼저 드는건 어쩔 수 없을거다. '도선사 할까?'


 


자 그러면, 우리의 관심사인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미 다 알고 있다. 주변의 친구들, 업계동향, 미팅하다 만나는 사람 등등 수많은 소스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알게된다. 허구가 섞여있다는 것. 어떤 직종 자체가 고수익과 안정성을 완전하게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열분덜도 알고, 직장인들도 아는 이 진실. 하지만 이 진실에 다가가는 방식은 다를 수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말 그대로 취업준비생이기 때문에 '직종'을 기준으로 보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위 기사와 같은걸 보고 전설이 깨지더라도, '도선사'를 통해 새로운 전설이 생긴다. 펀드매니져, 변리사, 닷컴버블의 벤쳐기업,행정고시, 다 그런 '다른 전설'의 예다.


 


그런데, 실제로 직장 생활을 한 사람들의 입장은 다르다. 뭘 해도 될놈은 되고 안될놈은 안된다. 변호사해도, 변리사를 해도, 벤쳐를 해도 안되는 놈은 안된다. 그냥 중소기업 입사해도 될놈은 어떻게든 된다. 즉, 직종을 기준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적다. 특별히 자신의 로망인 직종이 있지 않고서야.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내가 별로 안좋아보이는 직장에 다닌다고 치자. 그런데 같은 직장에는 분명 잘나가는 놈이 있다. 만약 회사 자체가 잼병이라면 비슷한 규모 같은 업종의 다른 잘나가는 회사가 있고, 거기엔 잘나가는 놈이 있다. 또 반대로, 내가 졸라 좋다고 하는 회사에 다니는데 거기에도 분명 존나 만년 과장으로 정년맞는 사람도 있고, 찍혀서 짤리는 놈도 있다.


 


어떤 스펙트럼에 있든 간에, 그 안에도 다른 스펙트럼이 펼쳐져있기 때문에, 직종으로 재단하는 전설에 허구가 있다는 사실을 아주 직접적으로, 오랜시간동안 보게된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취업준비생들과는 시각의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자 여기서 졸라 중요한 핵심 뽀인뜨를 찾아볼 수 있다.


 


한 구직자가 이런 '직종 전설'을 그대로 갖고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그 상태로 어떤 회사에 지원한다. 그 회사는 그 '직종전설' 기준으로 좋은 회사일 수도 있고, 안좋은 회사일 수도 있다. 그 상태에서 한 임원에게 질문을 받는다.


 



"우리 회사에 왜 지원했나?"



 


만약 좋은 회사에 지원한거라면, 직종 전설을 신봉하는 구직자는 이렇게 답할거다.


 



"이 회사 짱좋으니까요!!"



 


그리고 별로인 회사라면


 



"아 뭐 그.. 제가 졸라 좋은 회사 가긴 좀 병신인데… 이 회사도 좋은 회사니까 열심히 하고 뭐.. 좋은 기회가.. 뭐.."



 


'직종 전설'이 허구임을 알고 있는 임원 입장에서는? 두가지 경우 모두 졸라 별로라고 생각할거다. 면접볼 때 그 회사를 치켜세우면 좋을거 같으신가? 지금 면접을 보고있는 그 면접관도, 바로 그 전날, 정치싸움으로 어떤 놈 하나 날려버리고 거기 앉아있을거다. 저런 대답은 낙방하기 딱 좋다. 어떤 회사이냐보다 어떤 사람인가가 더 중요하니까. 스펙트럼의 어디에 있더라도, 그 안에는 또 다른 스펙트럼이 있으니까. 우리는 그 또 다른 스펙트럼 안에서 살아가야 하니까 말이다.


 


일반적인 말로 다시 풀면, '직종'을 기준으로 사고하는 습관이 드러난다면 당신의 아마추어 냄새를 천리밖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거다.


 


취업이라는 것의 기준에 대해 뽑는자와 뽑히는자 사이의 이 시각차이.


 


존나게 중요하다.


 


아 씨바 늬덜은 좋겠다. 내가 이런 얘기도 해주고.


 


 


3. 모든건 다 비슷하다.


 



 


당신의 첫섹스는 어땠는가. 안해봤으면 미안하다. 암튼, 99%에 가까이, 어린시절 영화보고 책보면서 상상했던거랑 존나 다른 현실감을 느꼈을거다. 처음 피워본 담배도, 처음 먹어본 술도, 처음 해본 범법 행위도 마찬가지일거다. 상상과 달랐을거다. 고등학교 생활도, 대학생활도, 분명 기대에 부응하기도 하면서 엄청 다르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냥 살아가는 과정의 일이라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몸에 베어온다.


 


취업도 그렇다. 당신이 꿈꾸고있는 직장에 누가 그냥 떡 합격시켜주면 막 졸라 섹스앤더씨티나 하얀거탑 같이 졸라 폼나게 살게될 가능성은 당신의 첫섹스가 당신이 상상했던 것과 일치할 확률과 유사할거다. 대부분은, 시작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때부터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다양한 체위를 얼마나 탐닉하고 파트너와의 교감을 연구하느냐, 대학에서 어떻게 수업을 듣고 어떻게 취업을 준비하느냐, 고등학교에서 노는 애들과 범생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유지하느냐가 당신이 꿈꾸던 그것을 이뤄주느냐 마느냐를 결정한다. 시작 자체가 결정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운동하고도 비슷하다. 당신이 헬스를 끊느냐, 수영을 하느냐, 조깅을 하느냐보다도, 그 운동을 얼마나 꾸준히 하고 식습관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물론 조깅으로 근육질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조깅이 아니라 웨이트를 하기로 했다고 해서 근육이 막 붙는건 아니다. 꾸준히 해야지.


 


또 어떻게 보면 요리하고도 비슷하다. 존나 맛있는건 누가 먹어도 맛있다. 물론, 존나 맛있는 청국장을 미국 남부에서 자란 백인 여자애가 먹으면 좆같겠지. 하지만, 햄버거가 김치찌개보다 맛있는게 아니라, 맛있는 햄버거가 맛없는 김치찌개보다 맛있는거다. 어떤 요리냐보다도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더 많은걸 결정한다.


 


 


왠 꼰대소리냐 싶을거다. 이 말이 진리라는게 아니다.


 


 


여러분이 수십년간 함께 부대낄 직장인들은, 대체로 저렇게 생각한다.


 


 


그 안에서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할지, 어떤 요리를 어떤식으로 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단,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생각한다. 저게 틀렸다고 생각해도 좋다. 옳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따라도 좋다. 어찌됐든간에 저 컨셉 자체를 이해하길 바란다. 저 컨셉을 공유하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마.인.드 편은 이쯤에서 정리하고,


다음편은 '직장 내 생활'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식으로,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와 '그것이 나의 생각과 어떻게 다른가'를 기준으로 취준안은 진행된다. 이번편은 특성상 <취준안>의 발췌가 1건 뿐이지만, 앞으로는 더욱 다양해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


 


아 씨바. 진짜 늬덜은 좋겠다.


 


졸라.


 


끝.


 



안내말씀 : 앞으로 취준안에 대한 제안/사연/문의/부탁/청탁/협박 메일은 jobhitchhiker@gmail.com 계정으로 보내주시길 바란다. 인트로 기사를 보고 사연 보내주신 분덜께는, 1:1 맞춤 상담을 하지 못한 점 죄송하지만, 앞으로도 그러기는 힘들다. 다만, 쟁여놓고 있다가 관련 주제에 대해 설명할 때 소중히 참고하도록 하겠다. 졸라.



 


 










"취업을 준비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지난 기사


Intro




 


춘심애비

트위터 : @miiru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