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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7. 31. 화요일

정우성


 


“아이 망치는 엄마의 무의식적 습관에 대하여”


 


“아이 망치는 엄마의 무의식적 습관 50”(이하, “습관”)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어느 트친(@pianokhk)과 이야기를 하다가 이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입장을 <나는아빠다>에서 밝히기로 언젠가 약속을 했고, 오늘 이 약속을 조심스럽게 지키고자 한다. 이 기사에 대한 링크는 [여기] 다.


 



 


“습관”은 <리빙센스>에서 실렸던 것이고, <초3병>(지식채널), <반항아 길들이기>(전나무숲),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위즈덤하우스),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웅진리빙하우스), <가슴으로 사랑하고 머리로 꾸짖는 유태인의 자녀교육 29>(아침나무), <요 고집쟁이 녀석>(교양인), <슈퍼차일드>(지식채널), <내 아이의 공부를 망치는 엄마마음습관>(김영사) 등의 책에서 발췌하여 편집한 것이어서 그런지, 다양한 관점이 혼재되어 있었다. 육아는 정말 관점의 문제이며, 부모가 갖는 삶의 태도와 떼래야 뗄 수 없는 연관성을 갖는다. 이처럼 관점이 철학이 상이한 책을 짜깁기함으로써 약간의 머리아픔은 어쩔 수 없는 일 같다. 그렇지만 50가지에 이르는 항목을 하나씩 둘러보면서 내 아이의 육아에 대해서 적어도 50번은 더 생각하게 된다는 점은 흥미롭다. 생각과 입장이 구체적일수록 가치 있는 일이다.


 


오늘날 기사 제목이라는 것이 그렇다. 자극적이고 선동적이다. 한계를 넘어선 과장이 날개를 단다. “습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상당히 자극적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항목 하나하나가 우리 아이를 망치는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도대체 이게 왜 아이를 망치는지 의문이 드는 이야기가 많다. 아이도 인간이어서 생각이 있고 감정이 있으며 배려심이 있다. 아이도 엄연한 인간이어서 함부로 미천하게 보면 안 된다. 이렇게 자극적으로 엄마를 몰아붙여서 뭘 어쩔 것인지도 의문이다. 엄마도 인간이다. 엄마는 “초인”이 아니다. 밀물처럼 썰물처럼 밀려오고 나가는 감정이 있다. 엄마도 지칠 수 있고 화를 낼 수 있으며 넋을 놓을 수도 있다. 그런 엄마를 다그쳐서 뭘 해보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엄마에게 초인의 성품을 요구하는 갖가지 주장을 경계하고 우려한다. 그렇게 따지면 행복하고 즐거운 육아는 정말 불가능해진다. 엄마는 늘 죄책감에 시달려야 하며 어떤 의무감에 쫓기고 뭔가에 닦달되는 것이다. 또한, 일부 극단적인 사례로 평범한 사람을 극단적으로 소심하게 안내하는 일은 그만 반복됐으면 한다.


 























































































































































































































































































































번호

 리빙센스 생각



 정우성

생각



 왜냐하면



 1



식구들이 먹다 남긴 밥, 싹싹 긁어 먹기

아이에게 인간 존중을 가르치려면 엄마부터 스스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끼니때마다 ‘잔반해결사’로 변신하는 엄마가 불쌍하고 가엾고, 우리를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할 수는 있겠으나, 엄마를 존경하지는 않게 된다. 게다가 먹다 보면 세 끼 이상 먹어 자기관리도 전혀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게 왜 아이를 망치지?



아이들도 수준이 있죠. 이것 때문에 엄마를 존경하지 않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아이의 수준을 낮잡아 보는 어른들의 편견이라고 생각해요. 배가 여전히 고픈데 남아 있는 밥이 없다, 그런데 아이들이 남긴 밥이 있다, 그런 경우에는 그것을 슬쩍 먹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나요? 아까워서 먹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물론 자기가 배고파서 먹어놓고서 아이들에게 밥을 남기면 못쓴다고 잔소리 늘어놓으면, 아이도 짜증내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자란 아이의 경우에는, “나”와 “남”에 대한 엄마와의 입장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엄마는 아이를 남으로 보지 않지만, 아이는 엄마를 남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 경우에 엄마의 이런 행동은 위생에 대한 생각이 분명히 자리잡은 아이 입장에서는 참기 힘들어질 수도 있지요. 그 정도를 염두에 두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2



명절 때도 “어딜 가, 넌 그냥 집에서 공부해!”

몇 번 안 되는 명절에 아이를 집에 두고 가는 행위는 아이에게서 멘토와 사회생활,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외동아이의 경우 명절은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나이대가 비슷한 사촌은 아이에게 아주 흥미로운 존재로, 부모들끼리 사이가 좋으면 사촌끼리 친형제처럼 지낼 수도 있다.

또 사춘기 이후 아이에겐 삼촌이나 이모가 어드바이스를 해주는 멘토가 되어줄 것이다. 나이 차가 많은 어른들을 만나는 것 역시 아이에겐 소중한 경험이다.



노코멘트



아이가 은근히 그것을 반길 수도 있습니다. 모든 아이가 명절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죠. 친척 간의 관계에 따라 너무 달라지잖아요.



 3



아무 데서나 방귀 뿡, 트림 꺽, 폭풍 수다 공공장소에서 보여주는 엄마의 무개념 행동에 아이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어린아이의 경우 엄마의 행동이 공공장소에서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모른 채 무조건 따라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초등학생 이상 아이들은 장소를 불문하고 예의 없이 행동하는 엄마를 창피하게 느낀다.



절대 공감



아주 어린 아이들은 부모를 따라 하고,

좀 큰 아이들은 부모를 나쁘게, 속된 말로 ‘재수없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자고로 남을 배려하는 자세를 부모가 일관되게 가지는 게 좋습니다. 특히 공공장소에서는 말이죠.



 4



아이 방문을 벌컥벌컥 열고, 수시로 책상 뒤지기

엄마는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이 모든 걸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아이의 방문을 노크 없이 아무 때나 벌컥벌컥 여는 것은 기본, 아이가 없을 때 몰래 일기를 훔쳐보기도 한다. 이런 행동으로 인해 아이는 더한 비밀을 만들어 꽁꽁 숨기게 될지 모른다. 아이 역시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절대 공감



아이를 한 인간으로 존중하다 보면, 아이에게도 사생활이 있음을 인정하게 됩니다.

어떤 엄마는 자기 아이의 일기를 남에게 보여주며 자랑하기도 합니다. 이런 엄마는 맨날 아이 일기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읽고, 아이도 이를 염두에 두고 일기를 쓰는 것이죠. 사생활에 대한 지나친 간섭입니다. 아이도 은연 중에 자기 정체성을 침해 받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린 유아에까지 지나치게 사생활을 존중하는 것은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어쨌든 아이에게 “자기 방”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지면 그때 가서는 함부로 침범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피차 좋은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5



“한입만! 응? 한입만 더!”

엄마는 어떻게든 먹이고 보자는 마음으로 숟가락을 들고 아이와 힘겨루기를 한다. 아이는 자기가 먹지 않으면 엄마가 힘들어한다는 걸 눈치 채고 이를 거래의 수단으로 삼게 된다.



식탁 예의는 단호하게



우리집은 비교적 식탁예의가 엄격합니다. 모든 예의의 시작은 먹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먹지 않으면 먹이지 않습니다. 물론 좀더 먹어야 튼튼하다고 말을 할 때도 있지만, 대개 아이가 안 먹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배가 덜 배고픈 것이죠. 다행히 우리 아이들은 잘 먹습니다. 이유식 할 때부터의 습관입니다. 많이 먹는 것(과식이 아니라)도 습관이요 맛있게 먹는 것도 습관입니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특유의 생존본능이라는 게 있습니다. 생물학적인 본능입니다. 이런 생존본능은 강한 소유욕을 띠며, 특히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이 있습니다. 아이가 엄마 젖을 떼고 밥을 먹기 시작할 때부터 아이의 것을 아빠가 뺏어먹을 수 있다는 분위기(몇 번의 쇼를 통해서)를 조장해 보았습니다. 그러면 밥에 더 집중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다음으로 “이거 진짜 맛있네.”라는 과장된 말과 표현을 늘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솔선수범으로 늘 맛있게 깨끗이 먹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식탁에서 “맛없다”라는 말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죠. 그리고 아이가 밥을 한 그릇 다 먹을 때마다 잊지 않고 언제나 칭찬을 했습니다. 그 결과 두 아이 모두 밥 먹는 것을 좋아하고 즐겁게 잘 먹습니다.

아이들이 제때에 밥을 먹지 않았다면 쉽게 타협하지 않습니다. 제때가 아닌 식사는 없습니다. 그건 아이의 책임인 까닭입니다.



 6



“셋 셀 때까지 빨리 해! 하나, 둘, 셋!”

어른들도 심리적으로 불안해지면 안 하던 실수를 하게 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조급하게 다그치면 당황해서 실수만 연발하게 된다. 그러니 조용히 기다려주자.



부모의 성격문제



이건 부모의 큰 허물이 아니에요.

이것 때문에 아이가 망가지지도 않고요. 단지 부모의 성격문제입니다. 성격이 급한 부모는 조급하게 다그치곤 하죠. 때로는 짜증을 내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겠죠. 아이를 지나치게 핀잔 주는 것을 피하려는 생각을, 그런 생각을 잊지 않고 있다면 괜찮습니다.



 7



“그건 아빠한테 물어봐”

자신이 모르는 걸 아이가 물어볼 때 엄마들이 습관처럼 내뱉는 말. 그러나 이 말을 계속 들으며 자란 아이는 가족의 서열에서 자연스럽게 엄마를 배제한다.



이게 왜 아이를 망치지?



엄마가 모르면 아빠한테 물어보라고 하는 게 대체 뭐가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면 일일이 엄마가 조사해서 답을 해야 하나요? 이런 엄마의 태도 때문에 가족의 서열에서 엄마를 배제할 리가 없습니다. 그건 아이를 은연 중에 우습게 보거나 지나치게 관념 속에서 조언하려는 전문가의 소심한 태도입니다.



 8



“형이니까 양보해야지?”

형제는 엄마를 사이에 둔 경쟁 관계다. 그래서 “형이니까 양보해라”, “동생이니까 양보해라”처럼 서열로 아이를 설득하면 자칫 아이가 퇴행 현상을 보일 수 있다. 특히 첫째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둘째가 태어날 경우, 사람들은 첫째가 바로 형 같은 행동을 해주기를 바란다.



절대공감



맞는 말입니다. 아내는 ‘장녀출신’이고 나는 ‘막내출신’입니다. 장녀로서의 비애를 생각합니다. 동생과의 관계에서 뭐든지 참아야 하고 양보해야 하는 것은 확실히 정신 건강에 해롭습니다. 나는 첫째에게 “누나니까 양보해야지”라는 말을 거의 해본 적이 없습니다. 매우 조심합니다. 아직 첫째도 어린 아이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첫째는 부모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동생을 경계합니다. 첫째의 숙명 같습니다. 좀 안쓰럽습니다. 동생이 없었다면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형제 간에 ‘순서’와 ‘소유’에 대해 다툼이 있을 때 참 난감합니다. 그래도 참습니다. 첫째에게 양보하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첫째가 양보하곤 합니다. 양보할 때마다 부모의 칭찬이 매우 달콤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누나니까 양보해야지”라고 지나가는 말로 툭, 내뱉는 거, 그게 더 당황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9



아이를 따라다니며 10초 단위 잔소리

아이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일어나”, “옷 입어”, “뭐 하니?”, “이는 닦았어?”, “늦었어! 서둘러” 등 경을 외듯 줄줄이 읊어대는 엄마. 왜 이렇게 쫓아다니며 잔소리를 계속하게 되는 걸까? 이는 아이가 엄마의 예상대로 움직여주고 준비되어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절대공감



아이를 엄연한 한 인간으로 존중하면 저와 같은 생각과 행동은 상상하기 어려워집니다.



 10



“그냥 엄마가 해줄게, 가만있어”

아이가 서툰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엄마는 아이 스스로 해낼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리지 못한다. 답답한 마음에 그냥 자기가 해줘버린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모든 걸 다 해주면 아이는 자신이 할 필요성을 못 느껴 옷도 혼자 입지 않고 숟가락도 스스로 들지 않으려 하고 놀고 난 장난감도 제자리에 놓지 않는다. 가만히 있으면 엄마가 답답해서 다 줄 텐데 뭐. 언제까지 해줄 건가, 회사에 낼 이력서도 대신 써줄 건가?



때때로 달라요



정말 이것은 때때로 달라요. 유아 시절에는 엄마가 해주는 게 시간을 절약할 수 있거나 속 편한 일이라서 괜찮을 때가 많습니다. 아이가 사회활동을 하게 된 이후로, 그러니까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 된 이후에 “아이의 책임으로 해야 할 일”이 생깁니다. 숙제라든지 약속의 경우입니다. 그런 일을 원칙적으로 엄마가 해주는 것은 원칙적으로 반칙입니다. 반칙을 아무렇지도 않게 엄마가 나서서 “아이 이름으로” 해주는 것은 아이 인성에도 이롭지 않을 것 같습니다.



 11



아이가 친구 얘기를 하면, “그 친구 공부 잘해?”

모든 엄마는 내 아이가 공부 잘하는 친구와 친해지기를 바란다. 그래야 배울 점도 많고 우리 아이도 더 공부를 잘하게 될 것만 같다. 그러나 같은 논리로 우리 아이보다 공부 잘하는 친구의 엄마는 자기 아이가 우리 아이와 같이 노는 걸 싫어할 텐데? 성적을 잣대로 두고 아이의 친구관계를 쥐락펴락하지 마라.



때때로 달라요



공부를 썩 잘 못하는 당신 아이가 공부실력으로 인생이 좌우된다고 한다면 좀 억울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공부로 아이 친구를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게 절대적인 금지사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느닷없이 독립적인 질문으로 “그 친구 공부 잘해?”라고 물어보면 바람직하지 않을지 몰라도, 다른 질문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묻는 것까지 금지하기는 어렵습니다. 문제는 물어본 다음에 그 아이를 평가하는 태도이겠죠. 결국 “성적”에 대한 엄마의 태도의 문제에 이릅니다



 12



“끝까지 못할 거면 하지 마!”

아이의 다채로운 능력 계발을 싹부터 잘라버리는 행동. 결국 아이는 무엇에도 도전하지 않게 된다. 꼭 끝까지 해야 하는 건가? 일본어를 공부하면 번역 자격증을 따야 하고, 피아노를 배우면 쇼팽 정도는 가뿐히 연주할 수 있는 수준까지 해야 하는 건가?



절대 공감



어른도 끝까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아이도 끝까지 못할 수도 있죠. 자기도 못하면서 아이에게 어려운 일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13



내 등골이 휘어도 네 등골 브레이커는 사주마

엄마는 아이가 또래에 끼지 못할까 봐 원하는 것은 다 사주려 한다. 아이들은 충동적이라 새로 나온 것은 무조건 갖고 싶어 하고 또 금방 흥미를 잃는다. 조르면 모두 들어주는 부모 밑에서 거절을 모르고 자란 아이는 학교나 사회에서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과 맞닥뜨리면 큰 충격을 받고, 좌절하게 된다.



절대공감



자기 경제 수준을 넘어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모두 해 주려는 태도는,부모도 자기 인생을 망치고, 또한 아이 인생도 망치는 지름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저한테도 늘 경계하는 태도입니다. 우리 집은 재산은 없지만 비교적 수익이 있습니다. 사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사줄 수 있을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는 “가난함”도 알아야 합니다. 가난하다는 생각이 아이의 정신세계를 위협한다거나 잘못되게 하는 것도 아닙니다.

(1) 대형마트에서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웬만해서는 사주지 않습니다. 즉자적인 소유욕에는 반응하지 않습니다.

(2) 순간적으로 반응하는 소비는 가끔 동네 문방구에서 해결합니다.

(3) “아빠 돈이 없어.”라고 자주 말하기도 하고, “그것을 사려면 돈이 필요한데 아빠가 열심히 일을 할게.”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4) 또래 친구가 갖고 있는 좋은 물건이 있다면, 아이와 함께 부러워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도 이런저런 게 있다고 아이와 함께 만족해 하려고 노력합니다.



 14



아이 앞에서 부부싸움 하기

‘24시간 싸우는 것도 아니고 1년 365일 싸우는 것도 아니니 아이에게 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겠나’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다투다 보면 아이가 어떻게 느낄지 염두에 둘 기분이 아니기 때문에 거친 말이나 폭력(신체 접촉은 아니더라도 밥상을 뒤엎는 등의 위협적인 행동)을 그대로 아이에게 보여주게 된다.

부모의 싸움은 자녀에게 전쟁과 같은 공포다. 그때 받은 상처는 어른이 된 후에도 치유되지 않는다. 부모의 싸움을 ‘목격’한 아이에게 이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영원히 기억된다. 아이가 부모를 속속들이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공감하지 못함



아빠와 엄마는 천사가 아닙니다. 초인도 아닙니다. 아빠와 엄마는 감정이 있는 생물입니다. 어쩔 수 없이 감정표현을 하면서 싸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부싸움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어떻게 싸우고 어떻게 화해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싸우다 보면 언성이 올라갈 수도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문제는 어른인 부부 스스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폭력적인 언행이겠죠. 어른도 감당하기 어렵다면 아이들도 그럴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한계를 넘어서지만 않는다면, 우리 부부는 아이가 있든 없든 서로 감정표현은 분명히 하고 충돌하기도 합니다. 다만 화해하는 장면도 아이가 있든 없든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아이는 자연스럽게 싸우고 화해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지나치게 감추는 것이 오히려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이들도 엄마와 아빠의 싸움을 반기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판정을 하려고 하고 때로는 그만 싸우라고 화해를 재촉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형제가 자연스럽게 싸우고 화해하는 것처럼, 부부도 자연스럽게 싸우고 화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부부싸움은 논리와 논리의 대결, 감정의 인풋과 아웃풋의 관계, 상대방에 대한 태도와 단어의 씀씀이 등등이 주되게 이슈가 되는데(단, 둘 다 목소리가 큼), 이것을 관전하는 것을 통해서 아이들도 엄마와 아빠를 알아가는 체험을 한다는 생각도 때로 듭니다. 포장되지 않은 날것의 엄마와 아빠를 목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까요.



 15



“안 돼, 하지 마, 가만있어!”

아이를 과잉 통제하는 강압적인 육아는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자신의 생각조차 말하지 못하는 기죽은 아이로 크게 한다.



때때로 달라요.



아이를 존중 받아야 하는 존재이지만, 그만큼 부모도 존중 받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아이가 부모로부터 졸업하고 완전히 독립하면 자기의 원칙대로 인생을 살아가겠죠. 그렇지만 아직 어리고 부모의 슬하에서 커나가는 동안에는, 부모가 중시하는 원칙에 대해 좀더 많은 존중을 받기를 원합니다. 그런 원칙은 대개 금지규정을 수반하기도 합니다. 우리에게도 금지규정이 있고, 그것을 어기려고 하는 경우에 서슴없이 “안 돼!, 하지 마!, 가만 있어!”라고 말하곤 합니다. 특히 위험한 행동이나 건강에 관한 것, 식사 예절, 다툼과 싸움의 원인이 될 만한 행동, 지나친 소유욕 등의 경우에 그러합니다.

물론 금지사항이 너무 많거나 즐겁게 노는 것 자체까지 막는 금지는 아이에게 안 좋겠죠.



 16



“이게 더 좋은 거야!”

엄마가 알아서 결론을 내고 단정해버리는 일이 반복되는 동안, 아이는 ‘네, 아니오’라는 대답만 하면서 엄마 취향대로 자란다. 자기주장이 약한 사람으로 키우는 지름길.



대화가 필요해



엄마가 “이게 더 좋은 거야”라고 말했다고 해서 그 자체로 문제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엄마의 판단이 틀릴 때가 있다는 것이요, 아이의 판단이 옳을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선택을 잘 지켜보고 자주 칭찬을 하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아이가 선택한 게 좋다면 확실히 칭찬을 해주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이게 더 좋은 거라고 제시해 보는 태도이죠. 아이가 용기를 내기도 하고 또 아이가 부모의 제안을 좀더 쉽게 받아들입니다.



 17



“엄마는 너밖에 없다!”

“너 하나 잘되면 된다” 등 은연중에 자식을 위해 부모가 얼마나 희생하고 있는지를 알리는 말은 아이에게 압박감과 죄책감을 심어준다.



가끔 그럴 말을 하고 싶을 때도 있는 법이지.



아이로부터 부모들이 빨리 독립하는 것이 부모의 인생에도 도움이 되고 아이의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어떤 과실과 성과를 기대하면서 “엄마는 너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은 어쨌거나 강요로 들립니다. 하지만 그런 것과 관련 없이 아이에 대한 엄마의 절대적인 사랑을 단순히 표현하는 것이라면 특별히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18



했던 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부모가 아이를 믿지 못하고 있다는 속내를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반복적인 잔소리는 효과가 떨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는 엄마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듣게 된다. 또한 부모가 시키는 일 외에는 의욕을 보이지 않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아이로 자라게 된다.



나이에 따라 달라요.



반복적인 훈육이 꼭 나쁘지는 않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배움이나 학습은 반복적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이성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어린 유아들에게는 했던 말을 또 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부모의 메시지를 좀더 확실히 전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다만,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라든지 아이 스스로 나름 깊이 생각해서 행동하는 것에 대한 반복적인 잔소리는 엄마와 아이 사이를 갈라놓을 수도 있겠죠. 단순히 반복적인 이야기가 아이를 수동적인 아이로 자라게 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19



“죽겠다”

“내가 못살아” 무의식 중에 엄마가 반복하는 부정적인 말들. 아이의 언어도 엄마를 따라하게 된다.



왜 문제지?



아이가 엄마의 언어를 따라 하는 것이 도대체 왜 문제가 되는 것이죠? 우리나라 말은 다소 과장되게 표현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냥 문화의 습득이라는 관점에서 쿨하게 생각해도 좋습니다. 게다가 그런 표현은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언어가 아니라 자기의 심정을 과장해서 표현하는 것이므로 특별히 문제가 될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부모의 언어가 너무 거칠어서 타인에게 부담이 되거나 예의 없이 다른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는 언어를 자주 사용할 때입니다. 아이는 부모를 따라 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아이의 인성과 인간관계를 생각해 볼 때 조심해야 할 대목입니다.



 20



아이 앞에서 남편에게 비아냥거리기

아이가 보는 앞에서 부부의 적대감을 그대로 드러내며 비아냥거리면 안 된다. 아이는 엄마의 시각대로 아빠를 보기 때문에 가정의 서열이 흐트러지고, 아빠가 교육의 주체가 될 수 없다.



공감



부부는 모름지기 서로를 존중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있든 없든 그게 맞는 것이죠. 아이 앞에서 일부로라도 엄마를 칭송하거나, 아빠를 좋게 이야기하기를 권합니다.



 21



(이 닦으려는데)“이 닦아야지!”, (학원 가려고 옷 입는데)“학원 가야지!”

엄마의 이런 말 때문에 아이는 ‘엄마는 귀찮고 피곤해서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아이 의욕은 저하되고 반항심이 커져 청개구리 같은 행동을 한다.



때때로 달라요



엄마가 정신적으로 이상하지 않으면 맨날 그러지는 않겠죠. 엄마가 아이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저런 상황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때 엄마가 “미안, 몰랐네.”라고 깨끗이 사과해야지 또 다른 잔소리를 늘어놓으면 아이가 당연히 짜증내겠죠. 아이도 인간이므로 사과를 받을 자격이 있고, 부모가 사과를 하면 금방 용서할 수도 있습니다.



 22



“얘 아직 다섯 살이에요!” 공공장소에서 나이 속이기

목욕탕이나 버스 등 나이가 어려야 할인 받는 곳에서 아이의 나이를 속이는 엄마들 정말 많다.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던 엄마가 아이가 보는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아이가 “엄마, 나 일곱 살인데”라고 바른말을 하기라도 하면 엄마는 땀을 뻘뻘 흘리며 거짓말을 무마한다. 아이가 부모의 잘못을 지적하면 ‘괜찮다, 이럴 땐 해도 되는 거다’라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한다.



격하게 공감



아이 앞에서 뻔한 거짓말을 해서 자기에게 유리한 이득을 취하는 행위는 정말 인간적으로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아이들도 곳곳에서 거짓말이 부끄럽고 나쁜 일임을 배웁니다. 그것을 배운 아이라면 악의적으로 거짓말을 해대는 부모를 창피하게 여길 수 있습니다. 그것을 아직 체득하지 못한 아이라면 아이도 악의적인 거짓말을 자연스럽게 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23



소파고 침대고 일단 눕기

엄마는 누워서 숙제 한번 제대로 봐주지 않으면서 아이에게는 공부해라, 학원 가라, 요구가 많다. 아이는 엄마가 자신에게 무관심하고 자신을 방치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자신이 차별당하고 있다는 생각, 엄마가 한심하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



공감할 수 없지



소파에 눕고, 침대에 눕는 일까지 왜 엄마가 아이 눈치를 봐야 하는 거죠? 만일 엄마가 매일 누워 있다면 그것은 아이와의 관계가 논점이 아니에요. 엄마의 건강 문제이죠. 육아가 무슨 벌 받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아이 눈치를 볼 필요는 없습니다. 엄마가 피곤해서 누워 있다고 그것 때문에 아이가 엄마를 한심하다고 생각할 리가 없습니다. 아이는 생각보다 유치하지 않습니다. 자기는 아무 것도 안 하면서 잔소리를 하는 게 문제라면, 이 또한 아이와의 관계가 아니라 “엄마의 인생” 문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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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증상이 보일 때부터 약 먹이기

부모들은 아이가 아프면 매우 예민해진다. 빠르고 확실한 치료를 위해 유행 바이러스가 바글바글한 병원에 데려가고, 약국에서 강한 약을 구입해 쟁여둔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아이 병에 대한 엄마의 치료 습관 중 가장 나쁜 행동이라고 말한다. 물론 필요할 때는 아이가 싫어하더라도 약을 챙겨 먹이는 것이 부모의 의무다. 그러나 스스로 병을 이겨내는 인체의 자생 시스템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엄마의 문제라기보다는……



아이가 아팠을 때 아이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엄마의 심리적 현상까지 생각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열이 올라 밤늦게 응급실에 가는 경우의 상당수가 아이가 응급실에서 응급 치료를 받고 호전되리라는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엄마의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로 이해되곤 합니다. 아시다시피 응급실은 아이가 견디기 어려운 환경이며 특별한 조치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엄마가 아이를 데리러 병원에 가는 것은 아이를 치료하기 위함이지만, 자신의 불안감을 치료하는 목적도 은연 중에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나쁘다고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엄마도 치료받고 있는 중이랍니다. 노련한 소아과 의사들은 아이의 병을 치료함과 동시에 엄마의 불안한 심리를 잘 다스려 줍니다. 아빠 입장에서도 아이가 아플 때에는 이런 아내의 불안감을 더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약물 오남용은 엄마의 탓이 아닙니다. 약물도 의사의 처방이 없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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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을 땐 아이 손에 아이패드 들려주면 OK?

휴대전화나 아이패드만 만지면 입을 다무는 아이는 착한 걸까, 못난 걸까? 그리고 신생아 때부터 전자기기를 쓴 아이의 뇌는 얼마나 많은 양의 전자파를 흡수하게 될까?



가끔 괜찮아



“귀찮아서” 전자기기를 아이한테 주는 것을 두고 좋은 행동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경우에 따라서 아이한테 전자기기를 맡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밖(식당)에서 잠시 소란을 피우거나 너무 따분해 할 때, 집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다른 볼일을 볼 때, 아이가 마냥 기다리기를 바라는 것도 문제입니다. 아이에게도 따분한 감정이 있고 인내심의 한계가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TV를 볼 수도 있는 것이고, 휴대용 전자기기로 동영상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습니다. 지나친 걱정을 하지 않아도 아이는 무사합니다. 저는 4살 아이한테 스마트폰 사용법을 많이 배웠습니다. 아이가 이것저것 눌러봐서 여러 가지 동작을 알아내는 것을 보고 참 신기했습니다. 어쨌든 지나치지만 않으면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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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과제 대신 해주기

아이가 30분 앉아서 해야 될 양이면 1시간 정도 시간을 주어 혼자서 해결하게 한다. 엄마가 돕더라도 엄마 혼자 하기보다는 아이에게서 답을 끌어내는 역할만 한다. 아이가 과제를 마치면 일일이 지적하며 수정하라고 강요하는 습관 역시 의욕을 떨어뜨리는 행동이다.



격하게 공감



인간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게 가장 기본적인 책임감이자 도덕의 시작입니다. 그런 점에서 아이 숙제를 대신해주는 것은 가장 나쁜 교육입니다. 그러나 내가 가장 분개하는 것은 부모들이 아이 숙제를 대신 해주는 풍토가 아닙니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타락입니다. 아이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숙제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주는 것입니다. 이것은 학교선생님에 의한 엄마를 향한 정신공격입니다. 뻔히 아이 혼자 할 수 없는 숙제를 내놓는 것은 엄마에게 숙제를 주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을 “공교육”이 행하고 있다는 것을 분개합니다. 정말 꼴볼견같은 교사의 타락입니다. 숙제를 아예 내주지 말든가, 숙제를 낼 경우에는 과연 이 숙제가 모든 아이가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인가를 따져봐야 합니다. 그리고 교육감도 이런 교사의 행태를 유심히 관찰해야 합니다. “아이 엄마를 괴롭히지 않기”, 공교육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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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니?”

이렇게 말한다고 아이가 잘못을 고치게 될까? 오히려 자기가 부끄럽고 한심한 인간이라는 부정적인 의식만 키운다. 엄마는 같은 말을 계속하게 되고 아이는 주눅이 들어 엄마의 눈치만 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노코멘트



아이의 나이와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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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임 없이 카드 긁는 모습 보여주기

엄마가 돈 쓰는 데 무감각하면 아이 역시 같은 소비 패턴을 갖게 된다. 사고 싶은 욕구를 절제하지 못하고 돈의 가치와 소중함을 모르는 금전적으로 무능력한 아이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의 소심한 상상일 뿐



이 또한 아이의 나이와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만, 망설이면서 카드 긁는 모습이 더 이상합니다. 카드는 원래 망설이지 않고 긁는 게 통상입니다. 그런 모습 때문에 아이가 망가지는 것도 전혀 아닙니다. 아마도 전문가가 진심으로 말하려는 것은 그런 모습이 아니라, 부모가 절약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이의 건전한 경제관념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것이 전문가의 진심이라면 주저 없이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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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나서서 친구 만들어주기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엄마가 나서서 친구를 만들어주려고 한다. 또는 친구가 마음에 안 들면 ‘저런 애랑 놀지 말라’고 종용하기도 한다. 답답하다고 엄마가 나서서 해결하려 들면 소심한 아이는 성격을 고칠 기회를 빼앗기고, 일반적인 친구 관계를 맺는 데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



때때로 달라요



자기 자식이 친구와 어울리지 못하면 대부분의 엄마는 걱정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엄마가 어떤 기회를 마련해주려는 행동을 함부로 탓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엄마가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요. 다만, 내가 이렇게 해도 큰 성과는 거두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을 엄마가 스스로 염두에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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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엄마가 약속을 계속 미루면 아이는 엄마가 하는 말을 믿지 않고 무시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때때로 달라요



자고로 아이와 약속을 하면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약속은 지키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조언은 너무 교과서적이고 진부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어른 사회에서도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꼭 해주고 싶은 진심이 있어서 약속을 했지만,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심과 현실 사이의 괴로움을 존중합니다. 그런 경우라면 아이한테 솔직히 사정을 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은근히 아이는 마음이 넓고 납득을 잘 해줍니다. 엄마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그렇게 쉽게 엄마의 말을 무시하는 아이는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늘 기대하지만 그러면서도 언제나 엄마를 용서해줄 너그러움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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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밤 때리기&뒤통수치기

아이가 어이가 없는 행동을 한다고 거침없이 아이의 얼굴, 특히 머리에 손을 올리지 말자. 아이의 반응은 둘 중 하나다. 엄마에게 복수심을 키우거나 스스로를 한심하다고 생각해 자기 안으로 계속 움츠러들거나.



격하게 공감



전문가의 분석이 다소 지나치지만, 부모와 아이 사이도 결국 인간과 인간의 관계이므로 툭툭 건드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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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험 잘 보면 휴대전화 바꿔줄게!”

아이와 흥정하지 마라. 아이들은 눈치가 빠르고 빨리 배운다. 밥 먹는 것, 학교 가는 것 등 아이는 엄마와 모든 것을 흥정하려 든다.



동의할 수 없지



아이와 흥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견해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관점의 차이입니다. 아이와 거래하고 흥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부당하거나 일관성이 없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게 문제이죠. 만사를 거래와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모가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안 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러나 가끔 아이와 협상하는 것은 권해보고 싶습니다. 좀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와튼스쿨에서 협상의 기술을 가르치는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의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서는 양치질을 하지 않는 아이에게 여러 개의 칫솔을 제시함으로써 아이와 흥정을 하는 기술을 제안했습니다. 저도 그것을 따라 해 봤는데 양치질을 싫어하는 아이가 자기의 선택권을 누리면서 즉시 좋아하게 됐습니다. 아이들의 빠른 눈치와 잔머리가 항상 나쁘게만 활용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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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앉아, 움직이지 마!”

이유 없는 명령은 아이의 반항심만 키울 뿐이다. “사람 많은 곳에서는 얌전히 앉아 있어야 하는 거야”, “지금은 공부해야 하니까 바르게 앉자” 하며 달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때때로 달라요



부모에게는 부모의 중시하는 계율이 있습니다. 이것은 가정마다 다를 것입니다. 만사 명령조로 아이와 대화해서는 안 되지만, 때때로 그게 필요할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아이들의 연령대에 따라서도 많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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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한 줄 알아라!”

엄마가 콕 집어 얘기하지 않아도 아이는 자신의 잘못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굳이 언급해서 아이를 또 한 번 무안하고 난처하게 만들 필요 없다.



전문가들의 소심한 상상일 뿐



창피한 것을 창피할 줄 알고, 부끄러움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좋은 덕목입니다. 그것을 아이에게 환기시키는 것도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집어서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왜 나쁜지는 잘 납득할 수 없습니다. 자고로 훈육은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다만 아무리 좋은 말이고 좋은 의도라도 너무 지나쳐서는 안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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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도 사과도 하지 않기

엄마도 사람이다. 화가 나고 힘이 들면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 앞에서 평정심을 잃고 좌절하고, 후회할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 앞선 행동에 대해 아이에게 사과하지 않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은 문제가 된다. 엄마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아이 역시 잘못된 행동을 하고도 반성을 하거나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



격하게 공감



아이도 사람입니다. 감사를 받을 자격이 있고 사과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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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래! 뭐가 불만이야?”

아이가 갑자기 짜증을 내며 떼를 쓰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는 등의 이상행동을 한다고 해서 버럭 화를 내며 다그치지 말자. 아이를 차분히 앉힌 뒤 눈을 맞추고 “우리 딸, 왜 화났을 까?”, “오늘 무슨 일 있었니?”라고 대화를 시도하자.



때때로 달라요



부모도 사람이라서 참을 수 없는 범위를 넘어선 아이의 언행에 대해서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엄마의 짜증과 큰 언성을 너무 경계하지 맙시다. 엄마도 사람입니다. 다만, “사건이 끝난 후”에는 사후처방을 해야 합니다. 아이를 위로하기 위한 사후처방 말입니다.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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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안 그랬는데” “형은 다른데”

두 아이는 전혀 다르다. 대개 첫째는 자연스럽게 어른의 눈치를 터득해 어른 마음에 드는 행동을 많이 한다. 그러나 둘째는 아니다. 맏이를 대할 때와 똑같은 기준으로 둘째를 바라보면 문제가 생긴다.



격하게 공감



격하게 공감하지만 이게 은근히 어렵다는 점도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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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왜 낳아서 이 고생인지”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는 내가 옆에 있는 게 싫은 거야’, ‘나는 없어져야 하는 건가’라고 인식하게 된다. 실제로 유치원생이 엄마에게 혼나고 나서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하거나 선생님에게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농담이겠지



엄마 아빠도 농담을 하고, 아이도 농담을 합니다. 서로 농담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분위기라면 아무 문제가 없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진심이라면(진심일 수도 있으니까요), 정말 엄마는 힘이 드는 것입니다. 엄마의 인생을 찾기 위해서 아빠가 도와주거나 엄마도 자기 인생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미움의 대상이 됩니다. 사회적인 도움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그리고 농담에 반응하는 유치원생 이하의 어린 유아의 이런저런 이야기의 경우에, 모든 경우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아이들은 언제든지 “엄마, 아빠는 나를 싫어해.”라고 툭 내뱉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게 아이의 진심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아이의 심정은 은근히 복잡합니다. 원래 인간의 심정이 그렇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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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때문에 내가 못살아”

아이에게 죄책감을 심어주고 위축되게 한다. 아이가 정말 당신을 불행하게 하는 존재인가?



농담이겠지



엄마의 그런 표현보다 더 심한 표현을 아이들도 자주 합니다. 엄마의 문제라기 보다는 과장법을 하나의 속성으로 갖는 언어의 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과장법과의 싸움이자 긴장관계입니다. 그냥 ‘말조심하자’ 정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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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중에 커서 뭐 될래?”

엄마는 홧김에 하는 말이지만 아이는 엄마가 자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여겨 실망과 좌절을 느끼게 된다.



농담이겠지



이런 말 때문에 아이가 실망과 좌절을 느끼는 경우는 아마도 소수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장의 쓰임새가 갖는 역사는 아마 유구할 것입니다. 7000년 전의 엄마의 마음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이런 표현 때문에 아이가 망가진다고 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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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 식구들 흉보기

아이 앞에서 아빠나 시댁 식구들의 흉을 보고 푸념하는 엄마들. 그럴 때 아이는 평소 자신을 예뻐해주던 식구들과 엄마 사이에서 혼란을 느낀다. 또 아빠를 흉보는 엄마 옆에 있다 보면 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빠를 무시하거나 증오하게 된다.



때때로 달라요



자고로 남 흉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더욱이 아이에게 귀하게 생각되는 존재(친척들을 귀한 존재로 자연스럽게 배웁니다)를 함부로 공격하는 것은 조심해야겠죠. 하지만 엄마의 심정으로 아이들을 끌어들이고 싶은 엄마의 외로운 마음도 충분히 이해 갑니다. 아이도 엄마를 위로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엄마의 푸념을 늘어놓는 것도, 그것을 아이가 들어주는 것도, 저는 상당히 인간적인 행위라고 봅니다. 그것 때문에 아이가 아빠를 무시하거나 증오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케이스는 대단히 예외적인 경우일 것입니다. 아이는 그렇게 우습고 유치한 존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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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먹을래, 피자 먹을래?

아이들 상당수는 학교 앞에서 떡볶이나 튀김, 햄버거 등 길거리 음식을 충분히 먹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부터는 이미 어른과 유사한 입맛과 식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굳이 저녁까지 배달 음식을 먹여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에 극도로 노출시킬 필요가 있을까? 적어도 집에서만큼은 ‘집 밥’을 먹이는 게 밥상머리 교육과 건강관리를 동시에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전문가들의 소심한 상상



아이에게도 이벤트가 필요합니다. 이벤트를 날마다 행해지는 것으로 과장해서 반응할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는 밥상머리 교육을 매우 중시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융통성을 잃지 않습니다. 가끔 치킨을 먹거나 피자를 먹는 것도 아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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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는 영어를 못해”

아이가 자만하는 것이 싫어서 혹은 자식 자랑하기가 부끄러워 괜히 해보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얘기를 아이 앞에서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아이를 깎아내리는 말은 아이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빈말이라도 듣는 아이는 그대로 받아들여 상처를 받는다.



글쎄



나는 우리 아이에게 “못함”과 “잘함”이 평화롭게 섞이기를 바라고, 이를 위해서 무지 공들이고 있습니다. 아이의 자존감의 시작은 무엇을 잘한다는 것에 있지 않고, 무엇을 못한다는 것에 대한 너그러움부터 시작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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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엄마의 “미안해!”

맞벌이 엄마는 아이와 떨어져 있는 시간 때문에 아이에게 항상 미안해한다. 이는 아이를 응석받이로 만들고 정말 ‘엄마가 나한테 잘못을 하고 있구나’, ‘엄마는 나 때문에 억지로 일하는구나’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공감할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저는 맞벌이 사회를 지지합니다. 엄마들은 더 많이 아이로부터 독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엄마의 사회적 활동은 권장할 만합니다. 우리 사회가 다같이 아이를 키우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엄마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미안함은 차라리 그렇게 표현하는 게 더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말했다고 해서 아이가 응석받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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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 주제에 어딜 감히!”

아이에게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청소부나 식당 종업원들을 하대하는 엄마. 이런 행동이야말로 아이가 보고 배운다. 제대로 된 예의범절을 가르치고 싶다면 엄마부터 달라져야 한다.



절대적으로 공감함



사람에 대한 예의는 정말로 중요합니다. “땀 흘리는 모든 이에게 예의를 표한다” 이것이 우리 집의 기본 자세입니다. 청소부, 경비원, 종업원들에게도 공손한 태도는 물론입니다. 특히 집에 방문하는 배달부 아저씨, 무엇인가 수리하러 오는 분들 등등에게는 깍듯이 예의를 갖추어 맞이합니다. 이런 부모의 자세를 보고 아이들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따뜻하고 웃으면서 맞이합니다. 아이들 교재나 애니메이션은 그런 사람들을 매우 따뜻하고 의미 있는 사람으로 묘사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부모가 책에 나오는 대로 그런 사람들을 존중하면 사람을 대하는 아이들의 태도에 구김살이 없어지게 됩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꽤 효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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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시간이 닥쳐와도 느긋하게 준비하기”

시간 관리, 약속에 대한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사회적 왕따로 가는 지름길로 아이를 안내하는 습관이다.



공감함



우리는 늘 서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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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너한테 못해준 게 뭐니?”

엄마들이 아이 앞에서 자주 늘어놓는 공치사다. 엄마는 못해준 것 없이 다 해줬다고 생각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못해준 게 많다고 여길 수 있다. 또한 이 말에는 ‘엄마가 이만큼 했으니 너도 이만큼 해야지’라는 보상심리가 듬뿍 담겨 있다.



공감함



엄마가 이만큼 해줬기 때문에 아이가 이만큼 자란다는 비례법칙은 확실히 없는 것 같습니다



 48



“오늘 선생님이 뭐래?”

엄마 입장에선 오늘은 별일 없었는지, 혼나진 않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지만, 아이는 ‘왜? 꼭 무슨 말을 들어야 하나? 내가 뭔가 했어야 했나?’ 하고 난감해할 수 있다. “오늘은 학교에서 재미있었어?”라고 물어봐야 아이가 자연스럽게 하루 일을 말한다.



때때로 달라요



이런 질문이 나쁜 것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도 있지요. 이것만 물어보니까 문제라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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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바보야? 그것밖에 못해?”

아이들은 어른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엄마는 속상해서 하는 말이지만 아이는 스스로를 저평가하고 ‘해도 안 되는 바보’로 인식하고 만다. 이런 엄마의 행동이 아이를 정말 바보로 만들 수 있다는 걸 명심하자!



절대 공감



아이에 대한 정신공격은 언제나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50



식사 시간, TV는 ON 대화는 OFF

한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지만, 모두의 시선은 TV를 향해 있다. 특히 아이가 식탁에 앉지 않으려 하면 TV로 시선을 유인하는 경우가 많다. 식사 시간에 TV를 틀어놓으면 과식하기 쉽고, 가족 간의 대화가 어려워 함께 식사하는 의미가 사라진다. 식사를 시작하기 최소 30분 전에 TV를 끈다.



격하게 공감



식사 시간은 대화 시간입니다. 아주 중요한 교육공간이기도 합니다. 식사 시간에 가급적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느리게 먹고(밥은 빨리 먹을 수도 있습니다만) 길게 식탁에 앉아 있습니다. 아마 아이는 부모의 대화에서 상당히 많은 것들을 배울 것입니다. 세상사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한 정보와 다양한 어휘를 식탁에서 배웁니다. 그러나 오래 앉아서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TV를 봐서는 안 되고, 또 이리저리 돌아다녀서도 안 되며, 밥을 가급적 깨끗이 먹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항상 밥을 준비해준 엄마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언제나 ‘세상에서 엄마 요리가 가장 맛있다고’ 과장해서 말해줍니다. 물론 아이가 아직 어리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입맛도 상당부분은 언어에서 비롯되곤 합니다.



 


정우성


트위터 : @hanaeserin


 



 


두 아이의 아빠이자 변리사, <특허전쟁> 후속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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