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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7. 화요일

춘심애비


 



 


연재 주제에 2주나 밀렸지만, 머 니덜이 나한테 돈주는건 아니니까 뻔뻔하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지난번 내용을 통해 열분덜은 기본적인 ‘마인드’에 대한 일장연설을 들었다. 노파심에 덧붙이면, 아무 업종이나 신경쓰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직종’만’을 기준으로 하는 직업 분류 습관을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어떤 직종의 직업을 구했다는 것만으로 보장되는건 아무것도 없다. 열분덜은 그 직종 안에 있는 어떤 위치에서 동료들, 그리고 거래처와 부대끼며 살아가야하고, 바로 글케 하루하루, 한시간 한시간을 살아내는 것은 열분덜 자신이다. 그리고 그렇게 보낼 순간순간이 인생을 구성한다. 그냥 단순히 어떤 직종에 진입하면 어떻게 뭐가 막 알아서 되는게 아니란 얘기. 열분이 스스로 살아갈 구체적 삶을 바라보되, 되도않는 ‘직종전설’은 고이접어 나빌레버리라는 말을 조낸 침튀기며 했던 거시다.


 


글타면 열분덜의 머리엔 당연히 이런 생각이 떠오를 거시다.


 


“그래서 직종전설 갖다버리는건 알겠는데, 그담에 뭐 어쩌라고?”


 


모름지기 이 시리즈는 ‘안내서’ 아니겄는가. 열분덜의 그러한 생각을 그냥 지나칠리 없다. 기본적인 마인드가 어느정도 준비됐다면, 이제 구체적인 발걸음의 한발씩 내딛어보겄다. 취업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면 그 전체 과정의 시작은 바로 이것이다.


 


회사 고르기. 그리고, 그 회사에 붙기.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그들에게 선택될것인가.


 


히얼위고 한다.


 


 


1. 철밥통 부수기


 



 


혹시 이런 생각을 갖고 계시는가?


 



‘칼퇴하고, 일도 적고, 연봉 많고, 보너스 빵빵하고, 정년까지 안짤리는 직장을 얻고 싶다.’



 


그렇다면 당신은 ‘김태희나 장동건급 미모 + 신사임당이나 황희정승급 인품 + 토니스타크 급 능력과 재력을 지닌 이성과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건 없으니까. 물론 저런 판타지를 갖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판타지로 인해 현실감각이 없어지면 그건 좀 다른 문제다. 어떤 남자가 어릴 때부터 마릴린 먼로와 섹스하는게 평생의 로망인 나머지, 자기 아내에게 수억을 들여 마릴린먼로와 똑같이 성형수술을 하게 한다면 이건 졸라 무섭지 않은가. 판타지는 판타지의 영역에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일단 기본적으로 세상 사는건 존나게 빡세다는 사실은 기본빵으로 깔아두고 생각해야한다. 물론, 세상에는 철밥통이라 불리는 직업들이 있긴 하다. 여기서 잠깐 철밥통의 정의를 보자.


 


철밥통 (명사, 중요도 하)

개요 : 일정 수준 이상의 급여, 표준노동시간과 함께 정년까지의 근속이 가능한 전설속의 직업군

상세설명 : IMF 사태 이후 모든 직장인들의 로망이 된 이 철밥통은, 구체적으로 어느 직업군을 일컫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공공기관/공기업의 일부, 대기업의 극소수에 존재한다고 알려져있다. 마치 남자들에게 ‘본인의 외모가 평균이상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하면 90%가 ‘그렇다’라고 답변을 하듯, ‘본인의 직장은 철밥통인가’라고 물어보면 아무도 ‘그렇다’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 전설속 직업군의 비밀결사적 신비함을 더해준다.

특징 : 철밥통들은 일반적으로 본인이 속해있는 회사 혹은 기관의 성공보다는 본인이 이 철밥통과 헤어지지 않을 확률을 높이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근무한다. 이 철밥통은 구조적으로 볼 때, 그 조직에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으며,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 성과가 두드러질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즉, 아무 누구로라도 대체가 가능하지만, 반대로 굳이 누군가로 대체할 필요가 없기도 하다.

땡보, 니나노


 


일반적으로 생각한다면 고수익을 안정적으로 내면서도 업무량이 표준노동시간에 준하려면 그 인간이 능력이 졸라 있어야 한다. 그 인간이 짧은 시간동안 만들어내는 가치가 충분히 많을 때에서야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건 너무도 당연하고, 그게 능력이 졸라 많다는 얘기니까. 게다가 그러한 처우를 오랜시간동안 보장받으려면 졸라 독자적인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 능력이 노력이든, 타고난거든, 집안이든, 외모든 뭐 그런걸 떠나서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사람을 다 철밥통이라고 하진 않는다. 폴 메카트니를 철밥통이라 부르는건 뭔가 이상하다. 왜냐하면, 폴 메카트니는 본인의 능력으로 졸라 안정적인 저작권 수익과 공연수익을 벌어들이는 구조를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리오넬 메시가 철밥통인 것도 아니다. 걔는 졸라게 노력해서 그 능력을 만들어냈으니까. 우리가 말하는 철밥통은 그냥 그 직업 자체의 속성에 그러한 안정성과 수익성이 전제돼있어야 한다. 능력과 상관없이 말이다.


 


그러므로, 철밥통 처럼 보이는 직업도 사실은 철밥통이 아니라 능력의 산물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밥통이 존재한다면? 일단 그런 직업의 수는 정말 드물 거다. 그러므로 경쟁이 높아질거고, 회장님의 능력 없는 손자나 조카가 그 자리를 존나게 노릴거다. 회장님과 아무 상관 없는 열분덜이 그 철밥통을 잡으려면 그 손자나 조카보다 열분 자신이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음을 명백히 증명해야한다. 그걸 증명한다면, 이미 그건 철밥통이 아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당신이 증명해버렸으니까. 존나 말장난 같아서 짜증날 수도 있겠으니 정리해보자.


 


‘나의 능력’이라는 것에 앞서서 업무의 강도 x 수익성 x 근속안정성이라는 프레임으로 사고하는건 존나 위험하다. 업무의 강도가 낮으면서 수익이 높으려면 내가 하는 일의 가치가 졸라 높아야 하고, 그런 일엔 당연히 전문지식이나 노하우가 필요하다. 그리고 전문지식이나 노하우가 남들보다 월등하다면 당연히 근속안정성은 확보된다. 즉, 나의 능력과 아주 긴밀하게 연결돼있는 사항을, 그냥 단독으로 떨어뜨려 생각한다면 그것은 비현실적이 될 수 밖에 없다. 그 비현실적 사고를 통해 각종 직종전설이나 철밥통 판타지가 양산된다.


 


물론 직업마다 얼마나 철밥통에 근접한지에 대한 정도의 차이는 있다. 박봉에, 매일 야근에, 한번 실수하면 바로 짤리는 직업도 있고, 그보다는 덜한 직업도 있을거다. 하지만 그러한 면만을 기준으로 삼지 말라는 거다. 첫째로 그 사고방식은 가장 큰 변수인 ‘나의 능력’이라는걸 너무 간과하고 있고, 둘째로 그런 사고방식 자체가 취업에 불리하다. 왜 불리하냐고?


 


그 중요성을 더 강조할 필요도 없이, 이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열분덜의 선배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면접을 본다.


 



선배 : 자네 가고 싶은 부서가 어딘가?


열분 : XXX 부서에서 일해보고 싶습니다.


선배 : 이유는?


열분 : 철밥통이니까요.



 


당연히 저런 대화는 발생될리 없지만, 만약 철밥통에 가까운 부서나 자리가 있다면 그게 철밥통에 가깝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그 안에서 일하고 있던 사람들이 가장 잘 알거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 입장에서 가장 경계하는 지원자는 누굴까? 바로, ‘여기가 철밥통이라서 지원한 사람’일거다.


 


철밥통에 대한 로망은 그냥 로망으로 남기고, 열분의 취업전선 그 첨예한 현실적 과정에서는 잊어버려라. 그 로망은 열분을 더 힘들게 만들 뿐이다. 마치, 미혼남녀가 눈을 높이면 높일수록 점점 더 외로워지듯이.


 


 


2. 무슨 일이 있는가.


 



 


열분덜의 머리속에 직업체계는 어떻게 구분돼있으신가? 이미 직종이 정해져있는 의대나 수의대생들이 아니라면 열분의 머리속에 있는 직업체계가 바로 ‘보기’가 될 게다. 만약 공대생이라면 그나마 좀 적은 범위 안에서의 세부분류가 필요하겠지만 만약 다소 애매한 전공의 문과생이라면 열분덜이 생각하는 분류체계가 실제 사회의 구조와 얼마나 유사한지에 따라 열분들이 취업 후 느낄 좌절감이나 만족감에 영향을 받게 된다.


 


만약 열분이 아직 직종전설을 깨지 못하고, ‘문과는 금융계가 갑이지’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크다. 그 ‘금융계’가 뭔가. 돈을 직접 굴리는 딜러? 금융상품을 팔아야 하는 IB 파트너? 회계사? 보험계리사? 글타면 음료수 만드는 회사에서 이익잉여금으로 투자수익을 내기 위해 금융상품을 평가하고 구매해야하는 사람과, 메이져 은행에서 VIP 고객과 점심먹으며 고객관리하는 은행원 둘 중 누가 열분의 머리속에 있는 ‘금융계’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는가.


 


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런 회사인줄 알았는데 저렇더라, 어떤 직업인줄 알았는데 완전 다르더라 이런 경험담이 많다. 물론 그런 괴리가 100% 직종전설 때문은 아니지만, 실제와 다른 직업분류가 실제와 다른 예상을 낳게 되고, 그러므로 이러한 경험담은 계속 생성된다. 글타면 바로 그 ‘실제’라는게 어떤지 생각해보겄다.


 


 


3. 현실적인 직업분류 체계


 



 


경제활동을 하는 기본 단위를 편의상 ‘회사’라고 치자. 개인 자영업자도 그냥 1명짜리 ‘회사’고, 공공기관이나 정부부처도 그냥 귀찮으니까 ‘회사’라고 치겠다. 뭐 국정원 요원들도 자기들끼리는 그냥 회사라고 부르니까 그냥 뭐 넘어가자.


 


모든 회사는 ‘가치’를 만들어서 그 가치의 대가로 돈을 받는다. 그 ‘가치’는 유형의 ‘재화’와 무형의 ‘용역’으로 구분된다. 공장에서 종이컵을 만드는 회사도 있고, 손님의 손톱을 다듬어주는 회사도 있고 말이다. 물론 그 중간에 좀 애매한 경우도 있다. 영화를 만드는 회사라고 하면, 그 영화를 넓은 의미에서는 실체가 있는 재화라고 볼 수도 있고, 물리적 형태는 없는 컨텐츠이므로 용역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암튼간에 그 영화는 가치라는게 있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 동사무소 민원실도 민원이라는 서비스의 대가로 세금이라는 돈을 예산의 형태로 받는다.


 



 


그러면 가장 작은 단위의 회사를 생각해보자. 혼자서 하는 붕어빵 장사. 붕어빵 장사를 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붕어빵을 팔자’는 선택이 가장 처음이다. 아마도 붕어빵 기계를 사는 비용, 재료 가격, 유지비, 붕어빵 1개당 이윤, 예상되는 판매량 등등을 계산해서 그 총 예상이윤이 호떡이나 솜사탕보다 높은 경우에 붕어빵을 최종 선택할게다.


 


그렇게 일단 붕어빵으로 결정하면, 어디서 팔지, 재료는 어디서 떼어올지, 재료 배합은 어떤 비율로 하고 굽는 속도는 어느정도가 적당한지 등의 세세한 계획을 짠다. 그리고 나서 그 장소에 가서 계획에 따라 붕어빵을 만들어 판다.


 


팔고 번 돈을 그냥 쓰며 살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아마도 같은 골목의 다른 붕어빵 장사와 경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 경우 붕어빵 이름도 정하고, 뭔가 차별화 포인트도 만들어야 한다. 옆집 붕어빵이 더 잘팔린다면 그 원인이 붕어빵 맛인지, 길목의 차이인지, 옆집 아저씨의 인상이 더 좋기 때문인지 등등 고민을 해서 따라 잡아야 한다. 그리고 혹시 절대적인 이윤이 너무 적다면, 판매량도 올리고 1개당 마진을 높이기 위해 재료를 한번에 많이 살지, 더 싼 재료로 바꿀지 등등을 고민해서 결정해야 한다.


 


약간 머리아프지만 여기서 조금만 확장해서 생각해보자. 붕어빵이 너무 잘팔린다.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봤는데 반응이 좋아서 사람들이 줄을 졸라게 선다. 몇몇 손님들은 오래 기다렸는데 재료가 떨어져서 붕어빵을 못사간 바람에 화를 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주인은 더 큰 기계를 산다던가, 기계를 하나 더 사고 동료를 하나 더 구하던가 하는 사업 확장을 해야 한다. 그렇게 기계를 하나 더 사고 친구 하나를 꼬셔서 같이 장사를 한다면 그 친구와 분배는 어찌할지, 그 친구와 휴일은 어찌 조정할지, 둘중 하나가 아플 때는 어찌 해야 할지에 대한 규정을 정해야 한다.


 


일반적인 붕어빵 장사의 기본적인 일거리들을 생각해봤다. 이렇게 붕어빵이라는, 실체가 있는 재화를 팔지만 사실 일거리에는 머리를 써야할 일도 있고, 손님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신경써야하는 서비스적 일도 있다. 즉, 어떤 한 가치가 만들어질 때는 재화/용역 같은 이분법이 아닌, 아주 다양한 일거리들이 동반된다.


 


위에서 말한 붕어빵 장사의 일거리는, 사실 거의 모든 일에도 유사하게 적용된다. 특정 업종의 예시가 아니라 좀 더 일반화한 정리를 해보자.


 



 


일단 아이템 자체의 선택이 필요하다. 붕어빵인가 호떡인가 뿐만 아니라, 저지방우유인가 락토프리 우유인가, 여자걸그룹인가 혼성 알앤비 그룹인가, 미용실인가 피부관리샵인가 등등. 최초에 어떤 가치를 통해 돈을 벌 것인가를 결정하는 그 과정이 잘못된다면, 그 일은 돈을 충분히 벌지 못하고 망하게 된다. 이 과정을 보통은 ‘기획’이라고 부르곤 한다.


 



 


그렇게 아이템이 결정되면, 본격적인 계획을 수립한다. 이 계획은 여러 요소가 있다. 우선 총 얼마가 들고, 다달이 얼마가 들 것이며, 예상수익은 그 비용보다 얼마나 많은지 등 돈에 관련된 계획이 있다. 이 계획을 잘못 짜면 손님은 넘쳐나는데 회사는 망해가는 상황을 맞는다. 그러므로 역시 재무/경제능력이 필수다. 이 일을 ‘재무관리’라고 하곤 하는데, CFO부터 경리까지, 크게 보면 이 일을 하는 셈이다.


 



 


한편 붕어빵 재료를 정하듯, 구체적인 액션플랜도 필요하다. 몇 명이 어떻게 분담을 하고, 한사람의 일이 다른사람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등 말이다. 이런 구체적 행위방식은 실제 일의 성과에 영향을 많이 끼친다. 점원들이 무표정하게 서서 주문을 받는 레스토랑과 친근하게 웃으며 무릎을 접고 앉아 주문을 받는 레스토랑이 다르듯 말이다. 그리고 그 계획대로 잘 진행되는지에 대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제조업이라면 ‘생산관리’가 이에 해당한다. 이 일은 업계에 따라 이름이 다양한데, IT서비스 업계에선 ‘운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다른 경쟁 회사들과 우리 회사가 어떻게 다른지를 어떻게 표현할까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그냥 맛으로 승부하는, 간판도 없는 순대국집이 있는가 하면, 번화가에서 찌라시를 수천장씩 매일 뿌리는 퇴폐업소도 있다. 그 유명한 ‘마케팅’에 해당한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직원들의 급여, 휴가, 공휴일, 근무시간 등의 규칙을 누군가 관리해야한다. 보통 인사팀이라 불리는 부서의 일이다. 작은 회사여서 직원관리 뿐 아니라, 집기관리, 각종 공과금 관리, 커피떨어지면 사오기 등을 동시에 수행하기도 한다. 보통 관리팀이나 총무라고 불린다.


 


끝으로는, 가치를 만드는 일 그 자체가 있다. 붕어빵을 뒤집는 일, 순대국을 끓이는 일, 손톱을 다듬는 일, 고객센터의 전화를 받는 일, 자동차라는 물리적인 기계를 조립해서 만드는 일 등등.


 


아주 거칠게 나눈 구분이지만, 위에 언급한 일은 이 세상 어떤 회사도 무조건 해야하는 일이다. 단적으로, 이름 자체가 ‘마케팅 대행사’인 회사라 하더라도 마케팅만 주구장창 할 수는 없다. 직원 관리도 해야하고, 돈이 얼마 들어가고 나가는지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인사관리나 재무관리를 다른 회사에 맡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말그대로 다른 회사에 맡기는거지, 그 일 자체가 없어지는건 아니다.


 


자 이쯤 되면 무슨말을 하고 싶었는지 감이 왔을거다.


 


당신이 저 중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선택하는 것이, 어떤 회사를 갈지 선택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이거, 진짜 졸라 중요하다. 왜냐하면, 나중에 이직을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저 구분을 넘는 것이 업계를 바꾸는 것보다 더 어렵기도 할 정도로, 저 꼬리표는 한 사람의 인생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석유회사 재무팀에 있던 사람이 통신업계 재무팀으로 가는건 그리 낯설지 않다. 하지만 보험회사의 마케팅 담당자가, 그 보험회사의 재무팀에 가는건 존나 낯선 일이다.


 


그렇다고 또 이걸 너무 절대적으로 생각해도 안된다. 업계의 차이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업계의 차이 만큼이나 졸라 중요한 부분인데 아직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은 히치하이커들에게는 저런 분류체계가 업계중심의 분류체계에 비해 너무 낯설다는 거다. 저 분류체계와 기존의 업계분류체계가 병행돼야 보다 실제에 가까운 컨셉을 지닐 수 있다.


 


이쯤에서, 취준안에 나온 각 역할에 대한 간단 정의를 알아보자.


 


기획자 (명사, 중요도 하)

간단 정의 : 기획자는 자신의 기획업무가 회사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기획자는 항상 재무팀에 제때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욕을 먹는다. (이 행위를 보통 ‘깔고 앉는다’고 한다.) 반면 예산을 따야할 때 애교를 부릴 수 있는 여지를 만들기 위해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상품을 직접 만드는 사람들에게 실현 불가능한 요구를 해서 갈등을 빚는다. 아무나 할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유난히 잘하기는 어렵다.


 


재무팀 (명사, 중요도 하)

간단 정의 : 재무팀은 자신의 재무관리 업무가 회사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항상 다른 모든 팀들이 서류를 깔고 앉는 것에 과민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실제 필요한 시점보다 1주 이상 앞당겨 제출하기를 강요한다. 그리고 항상 예산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인사팀 (명사, 중요도 하)

간단 정의 : 인사팀은 자신의 인사관리 업무가 회사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졸라게 바쁘지만 다른 어느팀도 그들은 땡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항상 열받아있다.


 


엔지니어 (명사, 중요도 하)

간단 정의 : 엔지니어는 자신의 개발 및 엔지니어링 업무가 회사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기획자의 요구가 항상 실현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재무팀에 서류를 제출할 때마다 어떤 서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물어본다.


 


마케터 (명사, 중요도 하)

간단 정의 : 마케터는 자신의 마케팅 업무가 회사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입사전에는 자신의 창의력과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리라 생각하지만, 입사 이래 창의력과 아이디어를 한번도 사용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영업팀 (명사, 중요도 하)

간단 정의 : 영업은 재화나 용역을 판매하기 위해 고객을 직접 만나서 판매계약을 따내는 업무를 의미하며, 영업팀은 자신의 영업업무가 회사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술을 달고 살아여 하며, 골프 등 돈 쓸 사람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에 대한 소양을 쌓아야한다. 외근이 많기 때문에 구라를 치고 놀러다니는게 가능하지만, 이 사실을 모든 팀에서 알고있기 때문에 적절한 수위조절은 필수다.


 


물론 훨씬 더 다양한 역할들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쯤까지만 인용하겠다. 대략적으로 어떤 느낌인지는 감이 왔을거라 믿고싶은 마음 간절하다.


 


이렇게 역할을 기준으로 한 분류체계의 좋은 점은 크게 2가지이다. 우선, 이러한 체계는 출신 고등학교나 대학전공과 그다지 긴밀한 관계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열분덜이 어떤 스펙을 갖고있던간에 ‘아 나는 이건 안되겠네’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뭐 물론 엔지니어나 디자이너는 다소 예외지만, 그 외에는 있는 보기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또 한가지는, 나의 성격이나 기본적 성향, 가치관 등과 약간 더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거다. 예컨데 통신업계라고 치자. 통신업계엔 어떤 사람이 어울리시나? 덕후스타일? 금테안경을 쓴 지적인 스타일? 정장을 입은 오피스레이디? 그러면 건설업계는 어떤가. 건설회사의 건축엔지니어와 마케터는 서로 유사한 성격을 지녔을까? 반면, 기획자는 숫자계산이나 단순업무보다는 머리쓰고 문서만들고 말로 설득하는 스타일이 떠오르고, 재무팀은 착실하고 꼼꼼하게 숫자에 대해 엄격한 스타일이 떠오른다. 어떤 회사든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래서 업계중심의 분류에 비해 선택하기가 더 자연스럽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까지 했으니, 이제는 그래서 나는 어떤 일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얘기가 나와야 하고, 그에 이어 내가 선택한 일을 할 수 있게 되기 위한 얘기를 해야하는데 한번에 너무 많이 얘기하면 똥마려우므로 이번엔 여기서 상편을 마친다.


 


다음편을 기대하시라.


 


 


아 니덜은 좋겠다.


 


 


졸라.


 


 


끝.


 


 










"취업을 준비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지난 기사


Intro

1. 마인드




 


 


춘심애비

질문/항의/제안/욕설/유혹은 jobhitchhi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