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52조 원, 기적의 대통령
처음 동아일보 및 경향신문 등의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경제 외교성과는 456억 달러(약 52조 원) 규모에 이른다고 했다. 어차피 청와대에서 낸 보도자료일 테니 원 소스를 확인차 청와대 자료를 찾아보니 371억 불(약 42조 원)로 나와 있다. 몇 시간 사이에 10조 원이 증발(?)하기는 했지만 괜찮다. 우리나라의 대 이란 연간 수출액이 30조 원 수준인데 42조든 52조든 대통령이 만들어낸 기적(?)은 변함없는 것이니까.
그뿐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전통적으로 북한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란에 북핵 불용 및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최근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란 측의 협조를 요청하셨다고 하니 긴박한 세일즈 협상장에서 국제정치와 안보까지 두루 챙기는 1석 2조의 아니 1석 9조는 되는 역대 최고의 외교성과를 거둔 것이다.
혹자는 이번 성과에 대해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 양해각서) 체결은 구체적인 계약이 아니라 상호 간 협력 의사를 밝힌 다분히 의전적인 제스추어일 뿐이라고 비하하기도 한다. 이것은 박근혜 대통령 전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 세일즈 외교를 통해 엄청난 수주를 받아오곤 했었지만, 대한민국 경제가 나아지지 않은 점, 그 형인 이상득이 자원 외교 비리에 연루된 점 등을 학습한 결과로 나온 심약한 히스테리성(?)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또 어떤 이는 우리가 52조 원을 받아왔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내주지 않았겠는가?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 판에 언론 플레이가 심한 것이 아닌가! 비판하는 이도 있다. 매년 대 이란 무역에서 20조 원 이상의 무역수지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니 이 또한 나올 법한 비판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 또한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바보 같은 생각인데, 대통령께서 한 번 방문해서 52조 원의 성과를 거두시는 판에 앞으로 두세 번만 더 이란을 방문하시면 무역수지 적자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인 것이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이란 외교성과 소식을 듣고, 성경에 나오는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을 떠올렸다.
다섯 개의 보리 떡과 두 마리의 물고기로 오천 명의 사람을 배불리 먹였다는 그 기적을 행한 예수보다 더 위대한 메시아가 대한민국에 출현한 것 같아 필부는 한껏 고무된 행복감을 주체 할 수가 없다.
그건 그렇고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방문을 하셨으니 이번 기회에 무슬림의 영적 지도자라는 이드리스 샤흐의 말씀을 되새김해 봤으면 한다.
"자연의 법칙을 거슬러 일어나는 희한한 일은 기적이 아니라 재앙이다."
<이드리스 샤흐>
2. 한국형 양적 완화
‘양적 완화’라는 말을 들으면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서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건전한 상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국형 양적 완화’라는 말에 ‘시중에 돈이 풀리면 경기가 좀 좋아질까?’, ‘한국은행이 화폐를 무진장 찍어내다 보면 인플레이션이 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기대와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말하는 한국형 양적 완화는 이런 정상적인 경제정책이 아니다. 한국형 양적 완화라고 쓰고 박근혜식 재벌 꼼수지원이라고 읽으면 되겠다. 이유인즉 박근혜 정부는 한국은행을 통한 간접적 자금 지원으로 공적 자금의 투입이 없는 것 같은 기업 지원을 하겠다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 시행한 통화 정책상의 양적 완화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한국은행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에 출자해서 조선과 해운 등의 부실한 대기업들을 다시 지원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재정 지원을 하려면 추경 편성을 해야 한다. 당연히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국회는 자금의 규모, 사용 방식, 구조조정에 따른 회생 가능성을 꼼꼼히 검토할 것인데 정부는 이 과정이 거추장스러운 것이다. 결국, 국회의 간섭을 받지 않고 손쉽고 빠르게 부실기업들을 지원할 방법이면서 “부실한 경영을 한 대기업을 왜 국민의 피 같은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적자금으로 지원해야 하는가!”라는 매서운 여론을 스리슬쩍 피해 나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고 했던가? 박근혜 정부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사자성어를 이번에도 다시 한 번 사용해야 할 듯싶다.
또한, 이번 양적 완화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는, ‘정부의 압박에 의한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법에는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은 중립적으로 수립되고 자율적으로 집행되도록 하여야 하며, 한국은행의 자주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고 적고 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은 자칫 국가를 망하게 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대선을 앞둔 정권이 대선 전 민심을 현혹하기 위해 한국은행을 압박하고 회유하여 화폐 발권 양을 늘리고 잠시 늘어난 돈의 풍요로 사람들이 경기가 좋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면 집권 여당의 정권 유지가 가능케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행여 그런 일이 일어날 리 만무하겠지만,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조금의 위해라도 가하는 대통령이 있다면 그 무지와 만용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비판해야 할 일인 것이다.
다행히 이번 ‘한국형 양적 완화’에 대해 다수의 사람이 들고 일어나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반대를 하고 있지만 현 정부가 그동안 수차례 증세나 복지 정책을 여론에 밀려 그만두는 척하다가 몰래 시행하는 행태를 수차례 보여 왔기에 걱정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조선과 해운 등 국가의 주요 산업 분야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다. 국가의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미봉책만으로는 산업계 구조조정이 성공할 수 없다. 우선 정부는 문제 재발을 막기 위한 시스템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무조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대한 환골탈태 수준의 개혁을 시행해야 한다.
산업은행의 경우 2015년 국정감사를 통해 국회에서 지적한 대우조선해양의 간접경영관리 부실을 경영관리단을 파견하여 적극적인 관리를 진행 중이라고 공공기관경영공시를 통해 밝히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분식회계 의혹으로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있다. 결국, 산업은행은 국회가 지적한 문제에 대해 시정과 개선을 했다고 허위보고를 한 것이다. 산업은행뿐 아니라 산업은행의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까지도 철저히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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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너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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