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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트로트 유감

2012-08-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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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17. 금요일

너클볼러


 


 


컨트리.


 



Edens Edge


 


요즘 난 이노래만 듣는다. 아이폰으로 듣고, 집에서 노트북으로 듣고, CD 돌리기도 하고, 어디갈 땐 차에서도 듣는다. 진짜 이 노래만 듣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백번은 들은 것 같다. 오늘도 들을 거다. 뻥 아니다. 진짜다.


 


[youtube]http://www.youtube.com/watch?v=odsGzafXAYQ[/youtube]


에덴스 에지 Amen


 


한장의 EP에 이어 데뷔앨범을 발표한 Edens Edge의 'Amen'은 전통적인 컨트리의 센스있는 팝튠화의 모범답안을 보여준다. 게다가 메인 보컬 Hannah Blaylock의 목소리는 컨트리와 팝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균형과 매력를 마구 뽐내고 있다. 아으 멋쪄… 국내 라이센스 발매는 안될 것으로 예상되며 (컨트리 앨범은 왠만큼 대박을 터뜨리지 않고서는 국내엔 발매되지 않는다) 아직 음원사이트에도 등록되지 않았음으로 유튜브나, 아이튠즈를 통해 보고 듣는 수밖에는 없다. 시간되시는 분들은 우리집와서 들으셔도 되고…


 


컨트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Rock, Pop과의 유기적인 이종교배를 통한 대중화를 시도해왔다. 사실 컨트리는 아뭬리칸들에겐 변함없는 전통적인 인기 장르였다. 갈스 브룩스같은 경우 앨범을 냈다하면 차트를 휩쓸어 버렸고, 마일리 사일러스의 아버지로도 유명한 빌리 레이 사이러스도 Achy Breaky Heart란 곡으로 가볍게 챠트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암튼 뭐 늘 인기있어왔던 장르다.


 


그러나 그들만의 전통적인 '장르'는 그들의 영역밖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자국의 챠트에선 늘 화려한 주목을 받아왔지만, 타국에선 철저히 외면받는 로컬 장르였다. 하지만 지금의 컨트리는 '전통'이 지닌 영역의 한계를 확실히 무너뜨린 것으로 보인다. 테일러 스위프트라는 어린처자가 그래미를 휩쓰는 장면이 전통적인 컨트리라는 장르의 특성에 비추어 다소 어색하고 오바스럽게 보였을지 몰라도 결국 컨트리는 꾸준히 다른 장르와의 세련된 조우를 통해 그들만의 리그 밖에서도 환호받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 선두에는 딕시 칙스, 테일러 스위프트, 레이디 앤터벨룸, 잭브라운 밴드등이 있고, 에덴스 에지같은 후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제 비로소 컨트리는 월드 메인스트림 장르가 된 것이다. 더이상 컨트리는 네쉬빌같은 이름도 생소한 동네에서 수염기른 터프한 오리지널 양키 꼰대가 기타치고 노래부르며 지들끼리만 신나 죽겠는 그들만의 장르가 아니라는 것이다.


 


[youtube]http://www.youtube.com/watch?v=-69ATddhQZU[/youtube]


딕시 칙스 'Wide Open Spaces'


 


[youtube]http://www.youtube.com/watch?v=mNLVMDF9mUo[/youtube]


테일러 스위프트 'Love Story'


 


[youtube]http://www.youtube.com/watch?v=zG16eqK9LL0[/youtube]


레이디 앤터벨룸 'Need You Now'


 


[youtube]http://www.youtube.com/watch?v=e4ujS1er1r0[/youtube]


잭 브라운 밴드 'Chicken Fried'


 


다들 전통적인 컨트리 장르를 기반으로 해 약간씩 다른 음악들을 선보이고 있지만 모두 로컬을 넘어서는 대중적 사랑을 받고 있다. 결국 가뜩이나 오만방자한 문화적 지배력 쩌는 아뭬리칸인데 신날 일이 하나 더 생긴거다. 아. 부러버라.


 


 


트로트.

 


쿵짝, 쿵짝, 쿵짜짝 쿵짝. 네박자 속에… 사랑도 있고, 추억도 있고, 눈물도 있는… 바로 트로트다. 이런 애절하고, 대중친화적인 우리의 장르 트로트는 로컬 중의 로컬, 로컬의 갑의 위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들어보자. 우린 이 곡을 통해 장르가 가지고 있는 서정성과 대중적인 멜로디, 고급스런 편곡등 트로트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헌데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 아닌 TV가요프로나, 밤업소 용으로 편곡된 곡들만이 쏟아져나와버렸다. 가사도, 멜로디도 편곡도 모두 그랬다. 그로인해 몇년동안 트로트는 가볍고 우스꽝스러운 장르가 되어버린 것이다. 결국 트로트는 관광 버스에서 틀어놓고 몸을 흔들어대기 위한 장르라는 이미지로 자연스레 각인되었다.


 



 


빅뱅의 지드래곤이 만들고 대성이 부른 몇곡을 봐도 그렇다. '대박이야'. '날 봐 귀순'에서 어떤 진지함 같은 게 느껴지나. 감정의 구구절절함. 구성진 멜로디 뭐 이런 거 있나. 없다. 물론 트로트라는 장르 전체가 다 그럴필요 없다. 문제는 다 가볍고 우스꽝스러워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caption id="attachment_100192" align="aligncenter" width="300" caption="이렇게 귀여운 대성이가"][/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00194" align="aligncenter" width="300" caption="이렇게 웃긴 대성이가 된다."][/caption]


 


기억해보면 술에 잔뜩취해 들어오신 아버지는 '갈대의 순정'을 곧잘 부르시곤 했다. 들을 때 마다 잘은 몰라도 일종의 '남자의 숙명' 같은게 느껴지곤 했고, 술 취한 목소리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들리기도 했다. 트로트는 그렇게 멋드러진 장르였다. 생각해보면 우연히 남행열차를 타고다가 '남행열차'를 나지막이 따라부르며 빗물도 흐르고 내 눈물도 흐를 것 같기도 한 뭐 그런게 트로트 아니겠나 싶다.  암튼 트로트는 마냥 몸만 흔들어대는 그런 장르가 아닌데, 죄다 그러고만 있다. 장르에 대한 나름 진지한 고민보다는 장사꾼들의 상술만이 장르에 덧씌여있다. 이러다 돈이 안된다 싶으면, 장사가 안된다 싶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죄다 사라질 것이다.


 


트로트는 존나 멋진 장르다. 앞서 언급한 곡들 외에 내가 모르는 존나 멋진 곡들이 분명히 더 많이 있을게다. 하지만 멋진 트로트 곡들이 있다해도, 혹은 만들어진다해도 대중들이 쉽게 접하지 못한다는 시장의 한계도 있다. TV와 라디오는 늘 보여주고 들려준 것만 수없이 반복할 것이다. 대중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책무, 다양한 장르의 공존을 위한 미디어의 역할 이런 건 개나 줘 버린지 오래다. 생산자와 미디어의 요구가 명확해지면 비로소 동업자가 되믄서 일종의 파트너쉽이 체결된다. 이 파트너쉽이 아이돌위주의 공산품음악들이 쏟아지게 한, 철저하게 상품화된 곡들이 쏟아짐으로 인해 유통자, 대량생산이 가능한 대형기획사만 돈을 벌게하는 기형적인 시장을 형성케한 원인이다. 안타깝게도 이 바닥엔 그 파트너쉽만이 만개한 듯 하다. 좋은 곡들이 만들어지고, 대중들에게 쉽게 제공, 공급되며, 그것이 대중들의 만족, 수요로 이뤄지는 이런 판으로 전환 되어야 하는 것인데… 참으로 멀고 험난해 보인다. 40곡에 5천원이 뭐냐. 노래 한 곡당 150원도 안되는게 말이 되냐. 누가 음반을 사냐. 음반은 또 누가 만들고. 합리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내가 나이를 먹으믄 먹을수록 트로트를 찾는 이들은 줄어들거다. 그러니 제발 트로트를 이제 좀 진지하게 대해줬음 좋겠다. 멋지고, 슬프고, 신나고, 때론 섹쉬하기까지한 트로트에게 유감스러워야 되겠나. 트로트가 무슨 개그냔 말이다.


 


이런 날씨에, 게다가 비라도 내리는 날에 '낭만에 대하여' 가 어딘가에서 내 귀구녕을 파고든다고 생각해 봐라. 끊은 술도 다시보게 되고, 끊은 담배도 다시 물고 뿌연 하늘 바라보며 진하게 한모금 빨고 싶어진다. 이제라도 트로트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매력적이고, 즐거운 장르로 다가갔음 싶다. 오늘 집에 아내도 없는데 부침개나 부쳐 술 한잔 먹으면서, 아버지 생각하며 '갈대의 순정'이나 함 흥얼거려 볼까 싶다. 가사가 다 생각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youtube]http://www.youtube.com/watch?v=0o0sYdJkNKk[/youtube]


최백호 '낭만에 대하여'


 


[youtube]http://www.youtube.com/watch?v=MpqyOnkv3nY[/youtube]


박일남 '갈대의 순정'


 


간만에 찾게된 '갈대의 순정'을 앞으로 자주 듣게 될 듯 하다.  아니 백번은 듣게 될 것 같다.


 


너클볼러

트위터 : @Knuckleballe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