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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0. 19. 금요일

2014. 06. 23. 월요일 재 업로드
죽지않는돌고래


 






편집부 주


본 기사는 22사단의 <노크 귀순>사건 당시

쓰여진 인터뷰 기사입니다.



금번 <총기난사사건>과 같이

GOP에서 무수한 사건, 사고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근무 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언론은 


"GOP 근무 병력은 유격훈련 등을 따로 받지 않고 

근무 및 일과 시간이 정확하게 보장되기 때문에 

병장들의 근무 선호도가 높은 편"


이라는,  


GOP출신 예비역을 단 한번만 만나 보았다면 

저따구로 현실과 동떨어진 말을 할 수 없는,

정체모를 군 관계자의 어이없는 말을 

받아쓰는 현실입니다.


하여, 

GOP의 현실을 짚은 당시의 기사를 

재업로드 합니다. 





 


노크귀순.


 


요약하면 일타.


 


무대는 육군 22사단이 맡고 있는 강원도 지역 휴전선 동쪽 끝, 부대를 이탈한 북한군 병사가 10월 2일 20시경 북측 철책 점프, 이후 비무장 지대 안의 우리측 GP를 지나 3개의 철책을 차례로 점프, 점프, 점프하여 GOP까지 고고씽, 한 것도 모자라 23시경에 우리 애덜이 있는 내무반 문을 똑똑 두드리며 단잠을 방해한 사건. 


 


미필을 위해 설명하면 TV에 국군 아저씨들이 철책을 만지작거리며 지나가는 곳이 GOP다. 정전협정할 때 군사분계선을 정했는데 거기서부터 북쪽으로 2Km 떨어져 동서로 그은 곳이 북방한계선, 남쪽으로 2KM 떨어져 동서로 그은 곳이 남방한계선, 하여 남방한계선을 지키는 곳이 GOP란 말, 되겠다.


 


 


<사진 출처 : 국방부 / 노크귀순 사건과는 무관한 곳>


 


 


그 철책을 넘어서면 DMZ, 즉, 비무장 지대가 나온다. 4Km 안은 양측이 비무장 구간으로 퉁쳤다 이건데, 개뻥이다. 남북한이 휴전 이후에 슬금슬금 전진배치를 해서 막 초소를 세웠는데 그게 바로 GP, 즉, 비무장 지대 안에서 무장한 채로 서로 감시한다는 말 되겠다. (한번씩 GP출신이랑 GOP출신이 만나면 최전방 부심 부리면서 ‘니네들이 더 꿀을 빤다!’고 싸우는데 이건 결말이 나지 않는 전쟁이다.)


 


여튼 북한군 병사 하나가 이걸 다 뚫었다.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들이(물론 야당 의원들이 더 씨게)군을 까고 있다. 뚫린 것 자체만으로도 깔 일이지만 북한군 병사가 우리측 소초 내무반까지 내려와 노크한 걸 처음엔 CCTV로 발견했다고 구라를 깠기 때문이다. 확인해 보려니까 마침 그 시간대만 요상하게 CCTV 녹화가 안 되어 있댄다.


 


이상한 건 아니다. 군 특성상 맞으면 머리가 좋아져서 안 외워지는 것들이 막 외워지듯, 녹화된 영상도 이상하게 사고 당시만 기적처럼 고장나는 건 흔한 일이다. 나도 왜 그런진 모르겠는데 현역일 때 보니까 글터라. 군에선 기적이 많이 일어난다. (하여 모세의 사단장 출신설을 주장하고 싶다. 모세의 기적같은 건 군대에서 사단장이 심심할 때 한번씩 쓴다.)


 


여튼 자유주의 마초들이 판 치는 본지 내에서도 지금의 국정감사, 그리고 들끓는 여론처럼 이 사건을 두고  말이 많았다. 철책 출신의 너부리 편집장을 필두로 우리가 또 군대 얘기 나오면 빠지지 않은 애국심 돋는 출신들 아닌가.


 


국정감사에서 야당은 경계 작전 실패, 군기강 해이 등의 책임을 들고 나오고 여당에선 NLL로 물타기를 시도, 급기야 각종 음모론까지 샘솟고 있는 지금, 본지는 민족정론지의 무겁기만 하고 돈 안되는 책임을 억지로 지고 있는 바, 산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정확한 현실을 짚고자 한다.


 


20XX년 강원도 지역 GOP에서 근무한 사병출신의 남자, 섭외. GOP의 실상을 들어봤다.


 


'죽'이 인터뷰어인 본인, '신'이 익명의 인터뷰이다. 인터뷰는 편의상 반말로 진행했다. 물론 내 편의상이다.


 


스타트.


 


 




 


 


죽 : 우리 확실히 가려는데 부대명에 신상 다 까자. 이건 졸라 고생하는 사병들을 위해서라도 한번 디벼야 한다. 물론 뒷일은 책임지지 않겠다.


 


신 : 씨바, 그랬다가 아침에 눈 떴는데 검은 양복 입은 아저씨들이 서 있으면 어떻해. 사병들만 졸라 불쌍하지. 됐고, 익명.


 


죽 : 쫄기는.


 


신 : 안해.


 


죽 : 농담이다. 어디서, 얼마나, 어떻게, 근무했냐.


 


신 : 20XX년 강원도에서 GOP 찍었다. FEBA에서 1년, GOP에서 1년.


 


 


 


FEBA, forward edge of the battle area. ‘최전선’ 또는 ‘전투지역전단’이란 뜻이다. 깊게 들어가면 FEBA도 알파, 브라보, 찰리, 델타로 나누는데 흔히 남자들이 말하는 ‘횽이 전방 나왔어’ 하는 게 FEBA로 여기선 ‘FEBA 알파’를 말한다. 미필자들은 ‘훈련이 일반 부대에 비해 빡신 전방 부대’ 정도로 알아두면 되겠다.


 


죽 : GOP올라갈 땐 비리비리한 애들 빼잖냐?


 


신 : 뭐, 정신적으로 위험해 보인다거나 문제의 소지가 있는 애들을 고르긴 하는데 우리 소대엔 한 명 있었다. 계급은 상병이었고. 딴 데가선 군 생활 잘하는 거 같더라. 




죽 : 본인은 언제 GOP 찍었냐?


 


신 : FEBA에서 상병 찍고 2월쯤에.


 


죽 : 니가 생각할 때 FEBA랑 GOP랑 비교하면 어디가 빡세냐?


 


신 : 뭐, FEBA도 FEBA나름이고 GOP도 GOP나름인데 이건 개인 호불호가 있다. 우리 소대 내에도 FEBA로 돌아가고 싶은 애가 있었고 GOP가 좋다는 애도 있었고. 난 갠적으로 GOP가 좋았다. 바깥 생각이 덜 나서. 뭐, FEBA에 있을 때도 전혀 바깥세상을 볼 수 없는 곳이긴 했지만.


 


GOP는 어느 섹터를 맡느냐에 따라 복불복이긴 하다. 평지면 할 만한데 계단이 마치 절벽을 오르는 것처럼 가파르면 365일 조됐다고 봐야 한다. 휴일이 없거덩.


 


신 : 나 같은 경우엔 일단 훈련이 없다는 게 괜찮았고. 뭐, 매일 행군이긴 하지만 그것도 적응 되는 거고. 잠을 많이 못자니까 졸라 날카로워지기는 하는데 여름은 괜찮다. 겨울엔 정말 힘들고. 겨울은 추운데다 밤이 길어져서 근무시간이 졸 길어 지니까. 


 


 


 


<남자들이라면 한번쯤 경험했을 행군의 추억>


 


죽 : 그럼 겨울 GOP 1년이랑 FEBA 1년이랑 고르라면?


 


신 : 씨바, 겨울만 있는 거면 당연히 페바지. 진짜, ㅆㅂ, 말이라고 하냐.


 


죽 : 뭐, 사실 여기까진 예비역들 쌈붙이기 위한 질문이었고. 본론 치자. 이번 노크 귀순. 가능한가?


 


신 : (웃음)가능하다, 아니, 상황에 따라 졸라 가능하다.


 


죽 : 왜 웃냐? 군생활 전반을 조국과 민족의 미래를 위하고 내 가족의 안위를 지킨다는 신념으로 살아온 모범 예비역인 나로서는 왜 웃는지 이해가 안 간다.


 


신 : 지랄한다.


 


죽 : 씨바, 진짠데.


 


신 : 그냥 뉴스보는 순간, 귀순해서 온 상황이 머릿 속에 그려지면서 웃게 되더라.


 


 


<연합뉴스에서 정리한 노크귀순 시간대별 상황>


 


죽 : 왜?


 


신 : 분명 다 잤을 거니까.


 


죽 : 솔까 페바에서 경계근무 설 때도 많이들 자지. 그런데 GOP는 자다 걸리면 바로 영창이잖아. 최전방이라서.


 


신 : 응, 그런데 그게 말처럼 되나. 자기도 많이 자지만 오랜 시간 근무를 서다 보면 멍해 있거나 부사수랑 잡담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몇 시간 동안 둘이서 말 없이 북한 쪽만 바라보고 있는다는 게 가능할 리 없잖아.


 


군생활에서 경계근무하는 동안 정말 '경계만' 선 이들, 돌 던져도 된다.


 


죽 : 뭐, 나는 대부분의 군장병들과 같이 흡사 독수리와 같은 눈으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경계를 서는 타입이긴 하지만 너는 글타치고. 강원도 한겨울에, 거기다 산 중턱이면 칼바람도 장난 아닐텐데 그때도 잠이 오냐?


 


신 : 내가 추위에 약해서 항상 최저기온을 유심히 보게 되는데 온도계로는 영하 22도까지 본 기억이 난다. 그럴 때는 진짜, ㅆㅂ, 난 잠이 안 오는데 자는 놈도 있긴 있다. 근데 그게 허점의 다는 아니지.


 


죽 : 또 다른 허점은? 근무방식?


 


신 : 응. GOP 근무가 미는 방식이잖냐. 어떻게 보면 초소에서의 경계근무도 중요하지만 뚝뚝 떨어진 몇 개의 초소를 팀들이 계속 이동하면서, 그러니까 밀어주면서 철책을 검사하는 데, TV에 나오는 것처럼 철책을 만지면서 이상이 있나 없나 보는 거지. 자르고 월북할 수도 있고 간첩이 들어올 수도 있고. 그걸 보고 확인하고 이동하는 게 주요 임무인데 ㅆㅂ, 그게 다 되냐.


 


죽 : 안되는 이유는?


 


신 : 보통 10분, 15분 간격으로 근무조랑 순찰조가 모든 철책을 확인해야 하는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FM대로 할려면 그걸 다 확인하면서 다음 초소로 이동하는 게 맞는데 FM시간을 맞추려면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고 FM대로 철책을 확인하려면 FM시간이 안 지켜지고. 혹한일 때 잠도 못자면 근무자들이 날카로워 지는데 FM대로 철책 다 만지고 일일이 확인하고 시간 늦었다가 고참들 대기초소 못 맞추면... ... 아작난다.


 


대기초소. 몇 시간 동안 영하의 칼바람에서 경계근무를 서고(서울에서 좀 쌀쌀하다 싶으면 최전방 산 골짜기에선 이미 칼바람이 분다)가파른 수km의 계단과 산길을 오르내리며 이동하는 동안 유일하게 위안이 되는 단 10분의 꿀타임 플레이스. 이때 1개조의 사병들(2명)은 10분 동안 공식적으로 가벼운 간식을 먹으며 쉴 수 있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깐 졸았다가 다음 초소를 밀어야 할 시간을 지키지 못해 고참의 꿀타임이 사라지면... 자세한 이바구는 군사기밀이라 생략한다.


 


신 : 여튼 고참이 갈구는 것도 그렇지만 근무자들이 날카로워 지는 게 대기초소를 잘못 맞춰서 못 쉬는 건데, 나보다 짬밥이 안되도 그건 졸라 불쌍한 거지. 여튼 이건 인간적으루다가 지켜줘야 된다. 어차피 인간들이 근무서는 거라 시간이 늦어질 때가 꼭 있긴 있는데 그때는 졸라 빨리가서 다음 조 밀어내주면서 타임 끊어줘야지, 언제 철책 만지고 있냐. 


ㅆㅂ, 영하에 땅바닥이 땡땡 얼어서 칼바람 불면 고개도 들기 싫다. 아니 들어도 눈물 난다. 그리고 계단 내려올 때 얼어 있으면 딴데 잘못 쳐다 보다 100미터 정도 굴러서 골로 가는데 그 상황에서 어떻게 그걸 다 만지고 앉아있겠냐. 

 


 


<GOP계단의 현실>


 


죽 : 진정해라, ㅆㅂ. 그럼 여름은?


 


신 : 여름은 할 만하다. 반대로 졸라 더워지는 탓에 여름엔 대기초소 가는 거 자체가 힘들고 더우니까 그냥 초소에서 4명이 노가리 까다가 이동하는 경우도 많았다.


 


죽 : 소초장(소대장), 부소초장(부소대장)이 순찰 돌 거 아니냐? 걸려서 조되면 어쩔려고.


 


신 : 이거 선수끼리 왜 이래. (웃음)


 


죽 : (웃음)


 


신 : 당연히 안 돌지.(웃음) 보통 부소대장이 전반야, 소대장이 후반야 도는데 원칙적으로 순찰을 매일 해야 하는 게 맞지. 또 근무조들이 밀어내면서 순찰을 하는 동안 비는 곳을 보강하는 차원도 있고 그런데…


 


죽 : 안돈다?


 


신 : 돌 리가 있나. GOP들어가면 소초장, 부소초장이 왕인데. 페바랑 달리 소대마다 졸라 몇 Km씩 떨어져 있고 중대장, 대대장도 졸라 멀리 있는데 FM대로 순찰을 제대로 도는 사람이 몇명이나 있겠냐. 물론 윗사람들 나오면 순찰 나오지. 중대장 순찰이라든가, 대대장 순찰이라든가. GOP에 있을 때 제대한 중대장은 진짜 매일 매일 전 소초를 FM대로 다 찍었는데 그런 사람은 진짜 군인이고. 물론 체력이 뒷받침되야 하지만.


 


하긴 그런 제대로 된 군인들도 있었기에 군이 제대로 유지가 되는 걸 게다. 흡사 왕년의 본인과 같은.


 


죽 : 솔직히 말해보자. 소초장, 부소초장 일주일에 순찰 몇 번 왔냐.


 


신 : GOP 올라가서 초기에 약간 돌고 나사 빠지기 시작하면 일주일 동안 얼굴 한번 보기 힘들다. 우리는 GOP 있을 때 소대장 한 번 바꼈는데 첫 소대장은 그래도 가끔은 도는데 두 번째 소대장은 진짜 얼굴 보기 힘들었다. 나름 군대 엘리트 출신이었는데.(웃음)


 


죽 : 그럼 소초장은 안 나오고 뭐하냐.


 


신 : 내가 근무서다가 내무실에서 상황을 잠깐 본 적이 있는데 그냥 막사 안 자기 방에 틀어 박혀서 잘 안 나온다. 주로 자거나 라면 먹거나 노트북으로 영화 보거나, 뭐 그런다.


 


죽 : 거기에 대한 근무자들의 불만은?


 


신 : 오히려 근무서는 입장에선 더 귀찮아 지니까 다행이지 머.


 


죽 : 그럼 밀어내기 방식으로 GOP근무 설 때, 근무조들도 다 짬밥이 다를 거 아니냐. 밀어내기 하다 뚫리는 경우는 없냐.


 


신 : 많지. 초소 안에서 서로 노가리 까다 뚫리거나 자다가 뚫리거나. 원래는 밀어내기조가 올 시간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데 10분, 15분, 그렇게 엉키다 보면 뚫릴 때 있고 또 고참들이 일부러 한번씩 작정하고 뚫기도 하고. 


만약에 우리 밀어내러 온 조 사수가 나보다 짬밥이 높으면 개갈굼 당하는 거고 아니면 내 부사수만 갈굼 당하는 거고. 여튼 그래서 이게 좀 문제가 됐는지 뭔진 모르겠는데 하도 부사수만 하니까 우리 땐 사수보고 수하하고 암구어 하라는 걸로 위에서 지침 내려와서 바꼈다. K3 사수 제외하고.


 


미필자들은 위한 설명. 수하는 ‘어두워서 상대편의 정체를 식별하기 어려울 때 경계하는 자세로 상대편의 정체나 아군끼리 약속한 암호를 확인’하는 걸 말한다.


 


죽 : 본인은 GOP에서 부사수 생활 어느 정도 했냐.


 


신 : 난 GOP올라갔을 때 짬밥이 중간 보다 조금 밑이었는데 상황 조금 보고 그러다 보니까 부사수는 2,3개월 정도 밖에 안 했다.


 


죽 : 부사수 입장에서 페바 근무 설 때랑 비교하면?


 


신 : 뭐, 근무시간이 졸라 더 길다는 게 힘들지.


 


죽 : 조는 얼마 만에 한번씩 바꼈냐. 그니까 부사수 교체 타임.


 


신 : 처음엔 꽤 자주 바꼈다가 무슨 분대활동 단위 강화 지침인가 내려오면서 분대 내 짬 안되는 부사수 한명이랑 2,3주였나, 1달인가 같이 했다.


 


죽 : 싫은 놈이랑 걸리면 조 같겠다.


 


신 : 엉, 진짜 조 같다. 수틀리면 졸라 좁은 초소 안에서 몇 시간 동안 지속적인 갈굼 콤비네이션이 이루어진다. 말도 안되는 소리도 계속 들어줘야 되고. 그런데 뭐, 나는 운이 좋아서 한 번 빼곤 없었다. 사수도 빨리 잡았으니까.


 


죽 : GOP는 실탄에 수류탄을 항상 가지고 다니는데 그래도 처음엔 좀 긴장되고 이러지 않았냐.


 


 


 


신 : 그런데 뭐 실탄에 대한 무서움 같은 건 없었고 처음에는 수류탄을 항상 들고 다닌다는 게 조금 무서웠다. 제일 처음엔 철책이 있다는 긴장감이나 공포감 약간에 뭐 신기하기도 하고. 멀리서 빵빵 터지는 소리도 한번씩 들리는데 고라니(편집자 주 : 사슴과의 포유류, 졸 귀엽다)나 멧돼지가 지뢰 밟은 건지 그런 건 모르겠고. 글고 대북방송도 있고 산골짜기에서 무월광(無月光)일 땐 으스스하기도 하고.


 


죽 : 긴장은 언제쯤 풀리나?


 


신 : 나 같은 경우엔 한 3개월 뒤.


 


죽 : 풀리면 뭐가 달라지나.


 


신 : 경계근무를 서는 방향이 바뀌지.(웃음) 별 일 없구나란 걸 알게 되니까. 익숙해 진다고 해야되나.


 


죽 : 그럼 그런 상황에서 북한군이 내려오면?


 


신 : 뚫리지(웃음). 근데 초소 구조상의 문제도 크다.


 


죽 : 어떤?


 


신 : 소초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같은 경우엔 X1, X2, X3, X4, X5, X6 초소를 돌았는데 XX번은 그냥 가짜고. 여튼 X1같은 초소는 구조상 철책이랑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옆에서 넘어오면 유심히 안 볼 경우엔 모를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은 했지.


반대로 초소가 너무 아래 쪽에 있다고 해서 가린다고 해야 되나, 여튼 그래서 잘 안 보이는 곳도 있었고.


 


죽 : 게다가 자면?


 


신 : 자거나 노가리까는데 정신 팔리면 못 보는 거지.


 


죽 : 소리가 있잖아.


 


신 : 나기야 나는데 초소 앞에 있는 철책을 넘어오면 알겠지. 그런데 빈 초소 같은 곳으로 넘어오면 초소 안에 들어가서 근무를 서니까 못 들을 확률이 높지. 그리고 앞에 문은 열어 놓으라곤 하지만 닫을 수 있는 곳은 추우니까 다 닫는다.


 


죽 : 그럼 사병 자고 있고 순찰 돌아야 할 소초장 자고 있고. 이 상황에서 막사, 그러니까 생활관 앞에까지 와서 문을 두드린 건 어떻게 보나?


 


신 : 100%는 아니지만 92%는 가능하다고 보인다. 비디오다.(웃음) 일단 생활관 앞에서 따로 근무를 선다거나 이러는 것도 없고, 물론 거기까지 누가 올 일이라는 게 애초에 없고. 사병들 반은 근무 서고 있고 반은 자고 있는데 만에 하나를 대비해서 그런 역할을 하는 게 순찰조인 간부들인데 알다시피 그냥 자잖아. 제일 많이 자잖아.(웃음)


그럼 최소 내무반에서 상황보는 애들 2명은 확실히 깨어있을 텐데, 순찰자가 딴데 돌아다니면서 근무를 선다고 가정하고…. 씨바, 가정이 아니고 원래 해야 하는 거지만 여튼. 2명이 있다고 보면...


 


죽 : 상황도 잔다고?


 


신 : 사수가 꾸벅 꾸벅 졸 때 있다. 긴장 풀린 건데, 깨야할 때 제대로 깨면 괜찮은데 그것 마저 안될 정도로 긴장 풀리면 진짜 조되는 거지.


 


죽 : 그럼 순찰자 자고, 앞서 근무했던 근무조 자고, 상황 사수 자고, 부사수도 자면?


 


신 : 엉, 아다리 맞는 거지. 부사수 같은 경우엔 잔다기 보다 존다고 봐야 되는데, 여튼, 그렇게 되면 총체적인 잠의 향연이 벌어진 거다.


 


죽 : 혹시 생활관 뚫린 적은 없냐?


 


신 : 내가 잠시 상황을 잡았을 땐 그런 적은 없었다. 아, 내가 상황 안 볼 때 그런 적은 한 번 있었는데. 대대장이 차 타고 내려왔는데 그날 따라 뭐가 씌었는지 우리 위에 소초들이 그걸 보고를 안 해 준 거다. 보통 대대장이 오면 위에서 미리 찔러 준다. 잘못되면 중대장 조되니까. 여튼 예고에 없었던 거지. 차가 도로를 타고 내려오면 불빛이 보일 거고 그걸 딱딱 보고를 해줘야 되는데 아마 시간대로 봐서 다른 소초 상황 애들도 졸 안심하고 꾸벅꾸벅하는 타임이었을 거다. 근무하는 애들도 차가 슝 내려가니까 보고는 했을 텐데 그게 보고에 보고 크리를 타니까 늦었던 거 같고.


 


그렇게 몇 Km가 그냥 뚫린 거다. 우리 소초, 그러니까 생활관 앞에 대대장 차가 딱 섰는데 그때서야 우리 상황병이 보고를 받은 거다. 이미 보고를 받을 때는 대대장이 차에서 내리고 있는 순간 이었지. 대대장 걸어서 내무반 들어오기까지 한 10초에서 15초? 졸라 빨리 침 닦고 소초장실 들어가서 전달하고는 방문 잠근 다음에 대대장한테 브리핑 완벽하게 해서 무사통과했단다.


 


소초장실은 얘가 센스를 발휘해서 순식간에 문을 잠그고 대대장이 들어오는 동시에 소초장은 창문을 통해 튀어나가고. 대대장이 소초장실 문이 왜 잠겨있냐고 물었을 때 무슨 근래 작전 보안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졸라 잘 둘러대고. 물론 그 이후에 열어 놓으라고 지침이 내려왔지만.(웃음)


 


여튼 그래서 상황병이 졸라 똑똑해야 되는데 이런 게 사실 뚫린 거다. 만약 10초 늦었으면 대대장이 내무반 들어왔는데 상황병 디비자고 있고 부사수 졸고 있고 소초장도 대자로 뻗어 있는 걸 봤겠지.


 


죽 : ㅆㅂ, 듣는 내가 아찔하다.


 


신 : 더 아찔하게 해줄까? 그걸 사단장이라고 생각해 봐라.


 


죽 : 그만해라. 오금이 저린다. 본인 얘긴 아닌가.


 


신 : 아니, 난 근무 서고 있었지. 위에서 불빛 내려오는 거 보면 우리도 긴장 타기 때문에 서로 물어보고 바로 분위기 확인한다. 중대장이 차타고 내려오진 않으니까 최소 대대장이거든. 대대장 위로 잘못 걸리면 졸라 다 깨지니까. 여튼 잘 넘어갔다.


아, 한번은 사단장이 몰래 숨어서 한 구간에 10분인가 15분 이상 비는 데가 있는지 체크를 했는데 다른 연대였나, 여튼 딱 걸려서 사단 전체가 타임 테이블 다 다시 짜고 난리가 났었다. 아무리 시간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봐도 한 구간을 10분 이상 비워두지 않는 건 근무자만으로 불가능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맡은 섹터가 1.5킬로라 치고 이 1.5킬로의 어디라도 10분 이상 확인이 안되면 안된다는 말인데, 빡세다. 직선 1.5킬로면 가능한데 이게 산길이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들어갔다 나왔다 난리를 치니까.  


결론은 순찰조가 열심히 계속 돌아다니면서 그 빈틈을 메꾸는 건데, 뭐, 타임 테이블만 그럴싸하게 짜놓고 또 시간 지나면 소초장, 부소초장은 자는 거지. 소초장, 부소초장이 정말 옛날 우리 중대장같은 군인이라면 현실적으로 메꿀 순 있다. 이번에 넘어온 귀순병사가 철책 하나에 4분 걸렸다는데 최소 넘어온 직후나 넘고 있을 때 발견했겠지.


 


물론 소초장, 부소초장이 제대로 순찰을 돌 경우의 얘기다.

 


 


신 : 여튼 이건 뭐, 근무 태만 이런 거 보다, GOP근무자들, 진짜 지금 현장에 있는 애들 데려다 놓고 한번 진지하게 물어보면 알 거다. 특히 겨울엔 피로가 쩌니까. 위에서 타임 테이블 백날 수정해서 완벽하게 만들어 봤자 현장에서 그걸 진짜 하는지 안하는지 감시할 방법도 없고. 


 


죽 : 그럼 이거 막을려면 어떻게 해야 된다고 보냐? GOP올라가기 전에 따로 정신 교육을 졸라 받아서 아주 그냥...(웃음)


 


신 : GOP올라가기 전에 여러가지 하긴 한다. 우리 같은 경우엔 체력단련부터 구보도 많이 했고. 그런데 근무 여건 자체가 다르니 구보 잘하는 애들도 계단 올라갈 때 쓰는 근육이 다르니까 처음 한 동안은 허벅지 근육이 쪼개질 것 같다더라. 난 올라갈 땐 괜찮은데 내려올 때 무릎이 졸라 아프더라. 실제로 GOP에서 무릎에 물 차서 병신되는 애들도 있고. 탄통까지 들고 다녀야 되니까. 여튼 가파른 계단 수 백 개 내려오고 이럴 땐, 뭐 둘다 힘들지만 몇 Km구보하는 거랑 다른, 뭐 그런 게 있다.


섹터마다 다르긴 한데 평지가 많으면 꿀 빠는 거고 진짜 그지 같은 섹터는 365일 매일 몇km씩이나 되는 절벽 같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데… 여튼 글타. 그런 거 보면 GOP도 진짜 복불복이지.


 


죽 : 처음 갔을 때 제일 힘들었건 거 뭐냐?


 


신 : 뭐, 올라가기 한달 전인가 부터 생활 패턴도 바꾸고 대강 체험도 하고 이러는데 실제랑은 다르니까. 돌이켜 보면 제대로 교육이 안 이루어 진 것도 있는 것 같다. GOP의 근무 싸이클 방식이나 이런 것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다들 올라가는 것 같다. 뭐, 군데 군데 CCTV같은 게 많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죽 : 그거 보는 애도 자니까.(웃음)


 


신 : 글타. (웃음)


 


죽 : GOP근무자도 자고 순찰자도 자고….


 


신 : 아, ㅆㅂ, 한정된 인원이나 초소 시설 같은 거, 또 근무환경이 그렇게 만드는 거 같다. 물론 그 어떤 사명감 같은 것도 부족하겠지.


 


죽 : 사명감?


 


신 : 앞에서 말했듯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전혀 다른 환경에 말로만 듣던 철책에 섰는데 3개월 정도 지나고 나니까 별 일이 없거든. 뭐 그래서 설마, 넘어오겠어, 무슨 일이 있겠어, 라는 생각도 분명히 있고.


 


죽 : 위기 상황 같은 거 한번씩 없었나. 그런 거 오면 또 정신 한번씩 바짝 차리잖아.


 


신 : 뭐, 북한에서 한번씩 크게 불 지르는데 의외로 꺼지질 않고 계속 넘어오는 바람에 철책 넘어서 크레모아 한번 수거하러 간 적도 있고. 뭐, 사고가 한번 있어서 우리가 주위에 경계 서고 부소초장이 지뢰밭에 들어간 적도 있었는데 그때는 장비가 다 오긴 온다. 지뢰 탐지기부터 시작해서 밟았을 때를 대비한 뭐 그런 장비나 옷 같은 거. 부소초장이 지뢰를 안 밟을 건 아는데 그렇게 장비 다 차고 들어갈 때는 항상 기분이 더럽다더라. 


우리 사단은 아닌데 옆 쪽에서 한번 뚫려서 주간에까지 비상경계가 늘어난 적도 있고. 한정된 인원에서 그냥 하라고만 시키니까 오히려 사병들만 더 죽어나고 더 잠 못자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지. 시키면 다 되는 줄 알아 ㅆㅂ. 물론 겉으로는 다 되기야 되지만.


그리고 비번이라는 거 자체가 거의 없으니. 쉬지 않고 365일 동안 계속해야 되니까. 누구 한 명 아프면 어차피 소대장, 부소대장은 자고 순찰 안도니까 전령을 근무시키고 아픈 애를 넣긴 하는데, 휴가자 한 번씩 생기고 가끔씩 빡센 작업 같은 거 생겨서 하루에 1,2시간 밖에 못 자는 환경이 지속되면 정말 근무 때 안 졸 수가 없다.


 



<사진 출처 : 유용원의 군사세계 / 강원도 GOP의 겨울>


 


생각해 봐라. 기온은 영하 20도 오르내리락 하지, 근무 끝나고 잠깐 잘려는데 급하게 작업 생겨서 졸라 노가다 하면 쉬지도 못해, 잠깐 눈만 붙이고 다시 근무 투입해서 또 영하에서 몇 시간 동안 산길타고 오르락 내리락, 한번씩 뭐 무너졌다, 뭐 공사한다 이렇게 되서 그런 날이 일주일, 아니, 며칠만 반복되면 아무리 사명감 만땅인 애도 안 졸 수가 없을 거다.


사병들만 불쌍하지 머. 위에선 그냥 까라고만 하니까. GOP애들, 특히 섹터 이상한데 걸리고 여기저기 잘 무너지는데 있는 애들 진짜 고생한다. 물론 대한민국 군인 중에 안 고생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죽 : 본인이 생각하기에 지대로 근무를 설 수 있는 한계 시간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신 : 개인적인 차가 있지만 졸라게 완벽하게 설 수 있다는 가정하에 3시간. 겨울은 솔직히 집중력이고 나발이고 추워서 정신차리기도 힘들긴 한데 겨울철 기준으로 한계치에 가깝게 정신력 발휘 한다고 가정하면 5시간까진 완전 경계로 버틸 것 같다. 물론 내 기준.


 


죽 : 그게 지켜 질려면 적어도 인원이 두배는 더 보충되야 되겠는데 이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신 : 글타. 막사도 새로 지어야 될테고 이것 저것 늘어나는 것도 많고 불가능하지. 그럼 기계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나? 음. 초소라도 제대로 갖춰주면 좋을 텐데, 신경 안 쓰는 것 같다.


 


죽 : 예를 든다면 어떤 점이?


 


신 : 우선은 초소 내에서 감시할 수 있는 범위자체가 한정되어 있기도 하고. 철책을 자세히 보기에 좀 힘든 초소도 있고. 옆에 창문 유리 같은 게 깨진 곳은 그냥 두꺼운 비닐로 막아 놓는데 이거 겨울에 뿌옇게 보인다. 그럼 앞만 보고 감시해야 된다는 건데 북한군이 바보도 아니고 정면으론 넘어오지 않을 테니 감시도 힘들 거고. ㅆㅂ, 여튼 백날 떠들어봤자 위에선 사병들 근무환경 신경 안 쓸 거다. 별자리나 늘리겠지.


 


죽 : 순찰조를 늘리는 방안은?


 


신 : GOP는 다들 독립소초라서 간부들 늘어나봤자 분명히 잠만 잔다. 사병들은 시중드느라 더 힘들어 질 꺼고. GOP 올라가면 소초장, 부소초장이 왕이 되는데 인간 심리상 정말 군인정신이 박혀 있는 직업 군인 아니면 짱박히기 바쁠 거다.


 


죽 : 알았다. GOP현실 잘 들었다. 마지막으로 묻자. 군대에서 맞았나.


 


신 : 나는 안 맞았는데 다른 동료들이 맞는 건 종종 봤다. 따귀 때리는 것도 있었고 주먹다짐도 있었고. 뭐, 다 글치. 군대에선 없는 거다.(웃음) 소원수리해도 중간에 컷트될 확률이 훨씬 높고.


 


죽 : 그런데 일케 들으면 니가 근무한 곳 당나라 군대인지 아는 독자도 있겠다.(웃음)


 


신 : 이건 환경 요인이 크다고 본다. 인터뷰를 편안하게 해서 일케 얘기 했는데 사실 졸라 빡셌다. 페바에 있을 땐 훈련이 빡센 대신 구타나 가혹행위가 그렇게 심하진 않다. 의경 간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오히려 난 괜찮다는 생각 들더라. 특히 걔네들 내무반에서 당한 거 들어보면.


우리는 그래도 FEBA에 있을 때 훈련 빡세게 하고 작업 빡세게 하고 내무반 들어오면 각은 잡아도 쉴 수는 있었으니까. 분대장들도 다 된 사람들이라 졸라 무섭긴 한데 항상 분대원들 신경 쓰고 저녁 땐 모여서 얘기도 하고. 뭐, GOP같은 경우엔 근무환경이나 소초장, 부소초장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많이 달라질텐데… 뭐, 여튼 글타.


여튼 아무리 그래도 뚫릴 정도로 근무를 서는 건 잘못된 거지. 앞서 말한대로 맘 먹고 뚫을려고 작정한 상태에서 아다리 좀 맞고 그러면 92% 정도 확률로 뚫리겠지만.(웃음)


 


죽 : GOP는 그래도 실탄에 수류탄까지 들고 다니는데 부사수한테 쫄은 경험은 없나. 왜 한번씩 넘어져서 총 발사되는 바람에 사수 죽은 사건도 있었잖아.


 


신 : 뭐, 난 그런 건 없었다. 내가 덕이 있는 사람이기도 했고. (웃음)


 


죽 : 오케, 고맙다. 나중에 군사보안 누설 이렇게 해서 검은 양복 입은 아저씨들 오면 나랑은 연락을 끊자.


 


신 : 쫄지마! ㅆㅂ.


 


 




 


 


이렇게 철통같은 보안을 유지한 척 한 새벽의 이너뷰는 마무리 되었다. 위 이너뷰는 대한민국의 수 많은 GOP소초 중, 단 한 곳을 경험한 예비역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허나 그가 얘기한 문제의 본질은 피해갈 수 없다.


 


철책이 뚫리면 제일 조 되는 건 사병이다. 위로 올라갈 수록 처벌은 약해진다. 위에 있는 사람들 중, 과연 몇명이 GOP사병들의 현실과 근무환경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봤을까. 보수 공사하라 시켜 놓고, 부대 환경 지저분하다고 갈아 엎으라고 해 놓고, 또 이거 하라, 저거 하라 한 뒤에 근무도 제대로 서라 한다. 잠 자는 시간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피로는 계속해서 쌓여간다. 그런데, 다, 해야된다.


 


뚫린 걸 변호할 생각, 추호도 없다. 하나 둘, 사정 봐주다 보면 그건 군대가 아니니까. 게다가 이런 혹독한 환경 속에서 GOP에 있는 대한민국 장병들은 할 거 다 한다. 잠을 못자서 입술이 터지고, 무릎에 물이 차오르고, 콧물이 줄줄 흐르고, 제자리에서 발 동동 구르고, 괜히 둥그런 달 보다가 엄마가 졸라 보고 싶고, 이러면서 경계 근무 선다는 말이다. 하루도 아니고, 일주일도 아니고, 한달도 아니고, 1년 365일, 주말도, 명절도, 법정 공휴일이고 나발이고 그런 거 하나도 없이. 


 


인간에게는 분명 육체적, 정신적 한계라는 게 있다. 그걸 강요할 생각이라면 어느 정도 위쪽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최소한의 노력은 보여주는게 예의라고 본다. 예비역 훈련일수 늘려서 강력한 군대를 만들겠다 구라 치고, 그 예산으로 밥그릇 늘리려는 별 그지같은 정책 내 놓지 말고 거기에 쏟아 부을 예산이 진짜 어디에 필요한지 생각 좀 하고 살란 말, 되겠다.


 


 


 


거기서 고생하는 애들은 집 지키는 개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는 애들이니까.


 


이상, 백골 사단 진백골 연대 1대대 1중대 1소대 1분대장 GOP 출신의 죽지않는돌고래였다.


 


 



GOP출신 본지 기자들이 정리한

GOP가 일반 부대와 다른 점




첫째, 면회, 외박이 제한되며 휴가 또한 자신이 원하는 날짜에 가기 어렵다. GOP 특성상 근무자가 비는 일은 용납될 수 없으며 근무자를 다른 곳에서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낮밤이 완전히 뒤바뀐다. GOP는 철야 근무가 기본으로 해가 떨어진 시점부터 해가 뜰 때까지 투입된다. 낮 근무 또한 존재하므로 밤시간이 짧은 여름 이외에는 항상 수면부족에 시달린다.


한겨울에는 하루 종일 산중턱을 오르내리며 8시간 정도 근무에 투입되며 잠 또한 한번에 몰아자는 것이 아니라 끊어 잔다. 군대에서는 식사도 명령이기에 취침 중임에도 중간에 깨어나 밥을 먹고 다시 자야한다. 특히 대부분의 근무지가 산중턱인데다 각각 해당 지역의 최북단인 탓에 체감온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셋째, 항상 시간과 인원이 아쉽다. 비나 눈이 올 경우, 일반부대에 비해 서너배의 위험이 따른다. 예를 들어 겨울에는 가파른 근무지로 가는 계단이 자주 어는데 이때는 근무자들이 잠을 줄여가며 얼음을 깨는 작업을 할 수 밖에 없다.


일반부대라면 중대나 대대단위로 협력이 가능하지만 GOP는 소대 단위로 몇 킬로미터씩 떨어져 있으므로 지원을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한정된 소대인원으로 작업과 근무를 모두 이행해야 하므로 인원이 모자랄 경우, 근무자 모두가 잠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특히 가장 근무시간이 긴 겨울철에 작업이 있을 경우, 밤새 피로가 쌓인 상태 또는 전혀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투입되야 하므로 휴식이 보장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넷째, 실전이다. GOP 근무는 일반 부대의 경계근무와 달리 항시 실탄을 장전해 놓으며 개개인 모두가 수류탄을 소지하고 있다. 일반부대의 병사보다 긴장이 높은 상황에 노출되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스트레스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앞서 말한 만성적인 수면부족과 함께.



다섯째, 365일 일상이 반복된다. GOP에는 일요일도 명절도 없다. 반복되는 일상만이 존재할 뿐이다. 연병장같은 넓은 공간이 따로 없어 휴식을 취하는 중이라해도 구기 종목 및 체육 활동같은 것을 거의 하지 못한다. 생활반경이 매우 좁아진 상태에서 매일 매일 똑같은 근무와 작업을 반복하면 자기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신경쇠약을 경험하기도 한다. 선진국의 경우, 이런 식의 근무를 지속할 경우 정신과의 상담이나 치료를 보장하고 있다.



여섯째, 소대 단위로 격오 생활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소초장/부소초장에게 전권이 위임된다. 30~40명의 병력이 외부 접촉이 거의 차단된 상태에서 생활한다는 점, 하여 사소한 혹은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마음 먹기에 따라서 덮고 넘어가는 일이 잦다.


실제 GOP 근무 당시 소대 후임이었던 김 모 이등병은 일부 선임들의 잦은 갈굼으로 인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하루는 실탄과 수류탄을 지급받은 상태로 초소에서 야간 경계 근무를 서다 초소를 이탈, 막사로 돌아와 평소 자신을 갈구던 선임에게 총을 겨눈 일이 벌어졌다.


초병이 실탄으로 무장한채 근무지를 이탈하고, 그 총으로 누군가를 겨누었다면 최소 징역살이 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김 이병은 얼마간 영창 생활을 한 뒤 조용히 후방 부대로 전출됐다. (GOP 출신 홀짝 기자의 소대에서 벌어진 일)



일곱째, 앞서 말한 특징에서 알 수 있듯, 갈구려고 마음 먹으면 아주 긴 시간, 지속적으로 갈굴 수 있는 여건이 보장된다. 특정 사람과 오랜 기간, 게다가 하루에 4-6시간씩 붙어 지내는 일이 반복될 수 밖에 없으므로 마음 먹고 인간성을 파괴하는 일이 가능하다.


모두가 수면 부족에 시달리기에 경계근무와 작업이 끝나면 피곤에 지쳐 쓰러지므로 페바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른 소대원에게 신경쓸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진다. GOP는 그것이 갈굼이든 하극상이든 왕따든 아주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감추기 좋은 곳이다. 정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모두가 피곤에 쩔어있고 날카로워진 상태에서 인간 본연의 나약함과 비겁함을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죽지 않는 돌고래(@kimchangkyu)

Profile
딴지일보 편집장. 홍석동 납치사건, 김규열 선장사건, 도박 묵시록 등을 취재했습니다. 밤낮없이 시달린 필진들에게 밤길 조심하라는 말을 듣습니다. 내게도 다 생각이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북극(혹은 남극)에 사는 것이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