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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일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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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4년, 『고래』(천명관)라는 소설이 등장했을 때 이제까지 없던 상상력과 거의 귀기(鬼氣)까지도 어린 흡인력에 많은 사람들이 ‘한국형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타이틀 붙이며 환호했더랬는데, 소문만 무성했던 『고래』의 영화화를 은근 기다리다 못해 잊고 있을 때 쯤 그 소설의 상상력 및 흡인력을 그대로 이어받은 듯한 당 영화 <곡성>의 등장을 환영해 마지않는 와중에 문득 든 생각은, 그러고 보니 한국소설이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것도 꽤 오래 전의 일이로군... 싶은 안타까움.

 

 

 


<곡성> 적정 관람료

(9000원 기준)



인상


+6250원 


상상이나 되시는가. <살인의 추억>과 <엑소시스트>와 <추격자>와 경찰과 무당과 좀비가 모두 한 영화에 있다니 : 300원


더구나 그것들이 따로 놀지 않고 온전히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니 : 300원


게다가 그 세계가 영화 속 딴 세상이 아닌, 우리 사는 이 바로 이 세상으로 다가온다니 : 300원


논리나 합리성 따위는 훌쩍 뛰어넘은 상상력 : 400원


그러면서도 큰 줄기를 놓치지 않는 일관성 : 350원


서두르지 않고 차곡차곡 하나씩 쌓아 올려가는 묵직한 템포 : 300원


그러면서도 2시간 36분 동안 단 1분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 500원


예측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뱀처럼 방향을 트는 전개 : 300원


현실적 색채를 한 순간도 잃지 않는 대사들 : 200원


그 위에 자유자재로 얹어지는 코믹함과 구수함 : 150원


그리고 섬뜩함과 공포와 광기 : 250원


요컨대, 근래 한국영화 중 가장 독창적이고도 흡인력 강한 이야기 : 350원 


그것을 실현해내는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 : 400원


특히, 실질적 주연인 곽도원의 연기는 지금까지 최고 : 200원


쿠니무라 준의 연기 또한 익히 보아온 대로 훌륭했고 : 150원


황정민의 무당 연기도 예상대로 못잖게 훌륭했으며 : 180원


천우희의 음산한 신비감 또한 빛났지만 : 120원


주인공의 귀신 들린 딸을 연기한 아동배우 김환희의 연기가 가장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봄 : 150원


어느 정도 예상은 되었지만, 영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판굿 장면은 근래 최고의 시퀀스 : 200원


현실과 환상 사이의 경계를 지우는 미술 : 150원


선을 넘지 않으면서 미묘하게 감정을 건드리는 음악과 사운드 : 120원


빛과 어둠을 과장 없이 증폭시키는 촬영과 조명 : 120원


종교적/사회적 논란을 두려워하지 않는 거침없음 : 80원


천천히 목을 조이듯 인물들과 관객들을 덮쳐오는 질문 : 150원


그 질문이 불러내는 절대무력감 : 180원


마음 밑바닥에서 ‘무엇이 걸려 나올지는’ 영화를 봐야만 알 수 있는, 수많은 열린 가능성들 : 250원


결론적으로, 작두 제대로 탄 영화 : 400원



인하


-1430원



절대로! ‘편안한’ 영화는 아님 : -400원


의식 밑바닥이 휘저어지는 듯한 거북함은 필히 각오해야 : -100원 


(* 이하 스포일러 구역 *)


‘출구 없는 터널’이 안기는 절대적 암담함 : -250원


마지막에 악령의 실체를 꼭 그렇게 ‘실물적’으로 드러내야만 했던가 : -300원


일시적으로, 뭔가 한일전스러운 구도 또한 다소 유치 : -80원


(* 스포일러 구역 해제 *)


결국 모든 알레고리의 가능성을 떼어내고 보면 남는 것은 기초 도덕 훈계 : -300원


웬만하면 취침 전 시간대의 관람은 만류하고 싶다 : -0원




적정관람료 : 9000원 + 6520원 - 1430원 =

1382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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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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