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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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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읽어봤을, 안 읽어봤더라도 들어는 봤을 이름이다. 1980년 13부작의 다큐멘터리와 함께 출간된 이 책은 그 이후 40년 가까이, 천문학적 지식과 관점이 많이 변한 지금까지도 우주에 관한 대중교양서의 바이블로 군림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무렵부터 여러 번 번역되면서 수많은 사람에게 우주에 대한 지식과 실은 그보다 더 중요한 영감을 심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과학 교양서에 굳이 작품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우주와 생명에 대한 통찰과 감성의 밀도가 웬만한 픽션이나 예술 작품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어린 우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예전에 쓴 이 글에도 잘 나와 있다. 링크를 걸어 드리지만 읽기 귀찮은 분들을 위해 본문의 중요한 부분을 인용해 본다.


지금 되돌아봤을 때 저 책 코스모스를 어린 나이에 접하고 읽은 것은 우원에게는 큰 행운이다. (중략)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광대한 우주,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과 나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의 자각은 어린 우원의 세계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지식도 중요했지만, 우원에게 더 강렬했던 것은 그 과정에서 느낀 경이감 자체였다. 우리 주변에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것이 세상의 다가 아니라는 것, 아니 다가 아니기는 고사하고 그 영역은 티끌보다도 더 작은 부분일 뿐이라는 점. 그렇다면 이 우주는, 세상은 얼마나 많은 신비함으로 가득 차 있단 말일까. 한편으로는 이렇게 한정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하찮은 인간들이 과학의 힘으로 저런 사실들을 알아냈다니 말이다. 바로 이런 것들이 그 경이감의 정체였다.


링크 : [과학]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1


그러나 실은 어릴 때 우원이 읽은 책들을 비롯해 우리나라 코스모스 번역본은 오류와 한계를 안고 있기도 했다. 아무래도 1980년대라는 시대적 한계가 있었던 거다. 허나 20여 년 이상 이어지던 그 아쉬움은 2004년, 정확한 내용과 유려한 문장을 자랑하는 새 번역본을 통해 일거에 해소된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세계 어느 언어의 번역본과 비교해도 부끄럽지 않은 훌륭한 <코스모스>를 갖고 있다.


바로 이 일을 해 주신 분이 바로 이번 <과학같은 소리하네>의 주인공 홍승수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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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수 교수님은, 직접 제자인 우리 K 박사님 표현대로 명실공히 우리나라 천문학계의 대부이시다. 1978년부터 2009년까지 장장 31년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재직하셨고 그 공로로 2006년 서울대 교육상을 수상하셨는데, 관련 홈페이지는 그 공적을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 굵은 글자로 우원이 강조한 부분을 특히 유념하시기 바란다.


홍승수 교수는 시대에 앞서가는 교과목과 새로운 강의 방법을 개발하여 서울대학교 천문학 전공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양강의를 수강했던 일반 학생들로부터 평생 잊을 수 없는 교육자로 기억되어 왔다. 핵심 교양과목으로 “외계 행성과 생명”이라는 선구적인 교양 교과목을 개발하여 지구 문명의 미래를 우주적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키웠으며 “쪽지 글쓰기”라는 새로운 교육방법을 도입하여 학생 스스로가 창의적이고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글을 쓰게 하는 혁신적인 교육방법을 개발하였다. 과 이론의 정확한 이해와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학습 성취를 가능하게 하는 등 열정 어린 강의를 통해 학생들이 지성인 및 예비학자로서의 소양을 형성해 나가는데 기여했다.


다 떠나서, 학생들로부터 ‘평생 잊을 수 없는’ 교육자로 기억되는 교수님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여러분은 그런 은사를 갖고 계신가.


학자로서의 성취도 물론이지만 이렇듯 후학들에게 과학의 지식과 의미, 감동 그리고 과학적으로 사고하고 표현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가급적 많은 것을 생생하게 전하려 평생에 걸쳐 노력해 온 분이 바로 홍승수 교수님이다. 그리고 그 노력이 학교의 테두리를 넘어 현대 천문학의 고전과 함께 대중에게까지 이른 성과가 바로 코스모스의 새로운 번역이다.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코스모스의 제대로 된 번역은 단순한 영어 실력이나 천문학적 지식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요즘 들어 국내에서도 퍼지고 있는 ‘빅 히스토리’ 개념의 선구적인 접근으로서 코스모스는 천문학이나 우주 외에도 생물학 등 다른 과학 분야는 물론 역사와 신화, 철학 등 인문학적 영역도 폭넓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홍승수 교수님은, 본인의 뛰어난 교양에도 불구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가 자문을 구하고 논의하는 수고까지 하시면서 최상의 번역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천문학계의 대부로서 더 이상 코스모스 번역의 새로운 시도가 필요가 없는 끝판왕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개인적인 열정이 함께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암튼 이렇게, 코스모스에 대해서 칼 세이건 본인 만큼이나 깊은 통찰을 갖고 계시는 홍승수 교수님을 <과학같은 소리하네>에 모실 수 있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크나큰 영광이자 기회라고 아니할 수 없다. 물론 이 자리에서는 코스모스 책 관련된 이야기뿐 아니라 교수님 본인이 수십 년간 천문학을 연구하며 얻은 통찰과 감동도 함께 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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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올해는 칼 세이건이 세상을 떠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그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명저 코스모스는 누군가가 쓴 한 권의 책을 넘어 우주 만물의 존재와 의미를 실어 홍승수의 코스모스가 되고 또 우리 모두의 코스모스로 녹아들어 왔다.


그렇게, 이 책의 도움으로 우리는 과학을 통해 우주와 생명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새로 발견하고, 작음과 큼, 삶과 죽음, 영원함과 유한함이 실은 다르지 않다는 사실마저 깨닫고 있다. 과학은 돈을 벌거나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의 존재라는 궁극적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신비하고 장엄한 과정이다. 이번 <과학같은 소리하네>의 제목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가 아닌 ‘나의 코스모스’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뜻한 5월의 오후, 이 아름다운 자리에 꼭 함께하시자.

 

 

 

 

 



‘과학과 사람들’과 벙커1이 함께 하는 공개 과학토크

<과학같은 소리하네>


시즌 2 제3회

<나의 코스모스>


초대손님 : 홍승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


일시 : 5월 14일 토요일 오후 3시 

장소 : 충정로 새 벙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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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비 : 없음


(음료 한 잔씩 사 드시는 건 매너! 이젠 수제 맥주도 판다는.)







파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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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너클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