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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1. 21. 수요일

너클볼러


 

 

 

 

 

 

 

 

 

 

우선 축하하네. 물론 자네에게 직접 들은 게 아니라 자네의 측근을 통해 들은 얘기긴 하지만 축하하는 마음은 진심일세. 사실 팀을 떠나 야인생활을 한 뒤로는 고급정보를 좀처럼 전해 듣지 못하고 있네. 아니 일부러 피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걸세. 아마 자네가 내 입장이라도 그랬을 걸세.

 

 

 

 

 

아! 자네는 나와 다르단 걸 내가 잠깐 잊고 있었네. 팀에서 팽당한 자네가 선수들을 이끌고 다른 팀을 만들었던 과거를 말일세. 팀 이름이... 아! ‘TK 친박스’였지 아마. 예나 지금이나 자네는 예사롭지 않은 선수였어. 아무튼 늦었지만 ‘새 누리스’의 가을야구 진출과, 선발투수로 선정된 것 진심으로 축하하네.

 

 

 

 

 

어짜피 지구 우승은 따논 당상 아닌가. ‘충청 선진스’가 ‘선진 통일스’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유명무실하니 ‘새 누리스’가 지구 우승팀으로 코리안시리즈에 오르는 건 당연 한 것. 그래도 그게 어딘가. 자네도 알다시피 오르면, 이기면 그만일세.

 

 

 

 

 

 

 

<손병호 감독. 바로 날세>

 

 

 

 

 

어렵지 않게 코리안시리즈 선발투수로 낙점된 자네가 나에게 조언을 구한다는 얘기를 듣고 좀 의아했네. 아니 많이 의아했네. 나는 자네가 속한 팀의 개혁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사람일세. 그런 내게 자네가 조언을 구하다니. 급하기는 급했던 모양인게군.

 

 

 

 

 

뭐 자네의 스타일로 봐서는 아마 자네 의견이 아니라 자네 에이전트의 요구겠지. 하지만 차마 팀으로 들어와 달라는 요구에는 응할 수 없었네. 야인생활도 적응하면 뭐 그리 나쁘지 않거든. 그리고 명색이 ‘외인구단’의 감독이었던 내가 ‘새 누리스’에 들어갈 수야 있겠는가. 하지만 구조요청을 무시할 만큼 난 각박하지 않네.

 

 

 

 

 

해서 ‘새 누리스’의 코리안시리즈 진출과 자네의 선발 등판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에 이렇게 편지로나마 조언을 해주고자 하는 걸세 .

 

 

 

 

 

 

 

<그리고 부자(父子)>

 

 

 

 

 

아마도 자네가 내게 조언을 구한 이유는 내가 자네의 아버지와 자네. 그러니까 2대를 모두 경험했기 때문이라 생각하네. 세실 필더-프린스 필더, 호세 카노-로빈슨 카노. 이 두 부자(父子)의 이름들을 자네는 알고 있을 걸세. 요즘 메이저 리그에서 잘 나가는 프린스 필더, 로빈슨 카노는 모두 아버지에 이은 2세 플레이어일세. 최근 가장 핫한 선수들이기도 하지.

 

 

 

 

 

어디 이뿐인가. 바비 본즈를 이은 배리 본즈. 그리고 최강 부자라 할 수 있는 그리피 시니어와 그리피 주니어도 있지. 그리피 부자는 정말 대단하지. 부자가 같은 경기에 출장해 빽뚜빽 홈럼을 친 유일무이한 기록을 가지고 있기도 하네. 어디 그뿐인가.

 

 

 

 

 

그리피 주니어는 아버지 그리피 시니어의 생일에 500홈런을 날리는 드라마를 만들기도 했네. 자네도 기억할걸세. 그날 시애틀 선발 출장한 봉중근이 메이저리그 첫 승을 따냈다는 사실을 말일세.

 

 

 

 

 

아마도 부자 플레이어 중 최고는 단연 그리피 부자일 걸세. 물론 우리에게서 찾는다면 난 자네와 자네 부친을 꼽아야 한다고 보네. 하지만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는 게 내 생각일세. 자네야 아직 현역이니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일이나, 부친은 아니라는 걸세. 자네도 알다시피 부친의 선수생활은 파란만장 했네. 그 파란의 시작은 상무선수였던 일제강점기, 국적을 바꾸고 일본 선수로 활동한 경력에서부터였네.

 

 

 

 

 

어디 그뿐인가. 일본의 선발투수로 활동하며 우리 대표팀의 주요 타자들에게 힛바이피치볼(데드볼)을 난사해 그라운드에 쓰러뜨렸던 악명 높은 헤드헌터로 이름을 날렸지. 그리고 해방이 되자 다시 국적을 바꾸었지. 해방 이후 조선총독야구사무국이 철수하고 그 자리를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차지하면서 일본으로 국적을 바꾼 수 많은 선수들이 제명되지 않은 채 국내리그에 다시 등록된 것이지. 부친도 그 중 한 명이었네.

 

 

 

 

 

자네도 한번 생각해보게. 목숨을 걸고 국내대표팀에서 활동했던 선수들이 그 꼬라지를 보고 맛봤을 좌절이 어떠했을지 말일세.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국내리그의 정착, 중흥에는 별 관심이 없었네. 그저 우리 야구를 통해 수익을 얻고, 선수나 공급받으면 그만이었기 때문이지.

 

 

 

 

 

그 결과 지금의 자네 팀의 모태가 되는 이승만을 중심으로 한 ‘자유스’가 만들어지게 되네. 물론 ‘자유스’는 그 유명한 사사오입을 통해 이기붕을 제2선발로 꽂으려는 게임조작이 들통나 1960년 4월 19일, 학생들이 중심이 된 야구 팬들에 의해 조땐 바로 그 팀이지. 그러고 보니 ‘새 누리스'의 역사는 참으로 유구하고 창대할세.

 

 

 

 

 

해방 이후에도 재명 되지 않고 살아남긴 했으나 자네 부친의 플레이는 두각을 보이지 못했네. 아무리 그래도 일제시대 국적을 바꿨던 선수이니 쉽지 않았을 테지. 부친은 여전히 상무 소속이었네. 상무는 정식 리그 팀이 아니었지.

 

 

 

 

 

결국 부친은 상무팀 선수들을 빠따로 무장시켜 사무국을 점령, 자신이 사무총재가 되어버렸네. 그렇게 사무국을 점령한 뒤 당시 가장 잘나가는 ‘민주스’를 포함한 모든 팀을 다 해산시켜버리고 온리 상무 단일팀 리그를 만들어 혼자 다 해묵었지. 그게 바로 그 유명한 5.16 상무 쿠데타일세.

 

 

 

 

 

리그에서 쫓겨난 재능 있는 선수들이 팀을 만들랍시면 상무가 출동해 그 팀을 박살내버리곤 했지. 플레이가 얼마나 거칠었던지 불구가 되거나, 목숨을 잃는 선수들이 속출했네. 이렇게 야구 독재 시대가 열린 걸세. 누군가는 부친께서 유소년 야구클럽을 발전시켰기에 지금의 야구 발전이 가능했다고 하기도 하네.

 

 

 

 

 

하지만 몇몇 유소년 클럽이 비대하고 강력해져 오히려 야구계를 주물럭거리는 상황이 되어버렸네. 유소년 클럽 ‘삼숑’과 ‘횬대’가 그 대표적이 케이스지.

 

 

 

 

 

 

 

<빠타를 들고 있는 5.16 상무쿠데타의 주역들>

 

 

 

 

 

 

 

 







 
 

편집부 추신

 

야구계의 줄빠타 시대를 연 '5.16 상무 쿠데타' 이후

새누리스 선발투스 박근혜에게 쏟아질

야구천재의 조언은

무규칙 이종 매거진 [더 딴지]에서 확인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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