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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1. 수요일

 

물뚝심송

 

 

 

 

 

 

 

 

 

 

요며칠, 나를 괴롭혀온 골치 아픈 문제가 하나 있었다.

 

 

 

 

 

문제인즉슨 박근혜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지지자, 소위 그네빠를 섭외해서 심층 이너뷰를 함으로써 이번 대선에서 유력한 후보중의 하나인 박근혜를 지지하는 이유를 상세하게 묘사한 기사를 하나 만들어내라는 비밀 지령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아마 최근 딴지일보 내부에 불어 닥친 줄서기 작업의 일환으로 판단되었다. 먹고 살려면 할 수 없겠지 뭐.

 

 

 

 

 

보통 딴지 수뇌부에서 떨어지는 이 비밀 지령은 거부하는 자에게는 죽음보다 더한 공포가, 지연시키는 자에게는 죽음과 같은 공포가 쏟아지게 된다고 알려져 있고, 몇몇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 필진을 옆에서 지켜본 적도 있다. 맨눈으로 볼 수 없는 소름 끼치는 광경이었다. 이게 바로 딴지 필진들 중에 정상적인 인간들이 몇 없는 현실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 어디 “내가 박근혜를 지지하는 사람입니다” 하고 나설 인간이 어디 있겠는가?

 

 

 

 

 



 

 

 

아니 그럴 인간은 꽤 많다. 하지만, 그들 중에 정상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너뷰 시간 내내 “공주님 만세~~” 혹은 “친노 종북이들을 죽이자~~” 뭐 이런 소리만 반복된다면, 물론 녹취작업이야 콘트롤C, 콘트롤V 만 쓰면 되니까 쉽겠지만 스토리가 있는 기사를 작성할 도리는 없다.

 

 

 

 

 

몇몇 사람을 접촉해 본 결과 예상이 맞아 떨어지기 시작했다. 최소 한 시간 이상 정상적으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아마 이거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몽땅 요즘 유행하는 사망유희 결투장에라도 불려 나가 버린 모양이었다.

 

 

 

 

 

결국 목숨을 걸고 이번 지령은 수행할 수 없음을 보고하려던 순간, 갑자기 내 눈에 한 줄기 광명과도 같은 구원의 생명줄이 나타났다. 오, 신이시여..

 

 

 

 

 

그 생명줄은 뜻밖에도 좌빨들로 득실거린다고 알려져 있는 트위터의 타임라인에서 발견되었다.

 

 

 

 

 



 

 

 

바로 수없이 쏟아지는 조롱과 멸시에 절대 굴하지 않고 "그네빠의 충정"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트윗하고 계시는 트윗명 "비치35"의 존재..

 

 

 

 

 

그분의 존재를 확인하자 마자 지체 없이 접촉에 들어갔고 장시간의 고민 끝에 이너뷰는 성사가 되었다.

 

 

 

 

 

처음에는 결코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듯 하더니 이내 공주님의 당선을 위해서라면 이 한 몸, 초개같이 바치리~ 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승낙을 하는 것을 보니, 이 자는 진퉁 그네빠구나 하는 느낌이 뒤통수에 수리검 날아와 꽂히듯이 꽂혀 버렸다.

 

 

 

 

 

연일 밀어닥치는 격무 속에서 도저히 일정을 만들기 힘들어 황금같은 주말을 틈타 이 분께서 서식하신다는 "합천(이 합천은 그 합천이 아니다. 지도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상의 도시 합천이라고 밖에 설명할 도리가 없다.)"을 전격 방문해서 출장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최초 만남은 합천에 위치한 번듯한 커피숍에서 이루어졌다. 아니 단순히 커피숍이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상당히 미안한 고급 커피 전문점이었다.

 

 

 

 

 

들어가자마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름도 외우기 힘든 커피를 주문해서 대접한다. 이른바, 큐바 크리스탈 마운틴..

 

 

 

 

 



 

 

 

아아, 이것이 바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국민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알아서 제공한다는 박근혜의 정치철학의 실제 구현인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근데 본 기자에게는 카페인을 섭취하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마치 헐벗은 제시카 알바라도 눈앞에 현신한 것 처럼 가슴이 뛰고 마치 술취한 것 처럼 얼굴까지 발그레해진다는 아픈 현실이 있었다.

 

 

 

 

 

(이하 본 기자는 물(Blod), 충정어린 그네빠 비치35님은 비(Light),로 호칭한다. 군대가 있는 비와 혼동 좀 해 주시라는 의도적인 설정이다. )

 

 

 

 

 

 

 

 

물: 죄송하지만 저는 카페인을 잘 못...

 

 

 

 

 

비: 이건 카페인 함량도 많지 않은 거니까 그냥 마셔.

 

 

 

 

 

물: 네...

 

 

 

 

 

위험한 순간이었다. 거기서 한번이라도 더 항변을 하게 되면 300만명 정도는 쓸어버리고도 눈 깜빡도 안할 수 있다는 공주님 아버님의 정신이 발동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엄습하면서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민족정론지 딴지를 대변(똥 아님)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본격적인 질문을 시작하기로 했다.

 

 

 

 

 

물: 그러니까 도대체 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비: 그건 마치 왜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가 하는 것과 똑같은 질문이야. 명제 중에는 입증이 불필요한 명제도 있는 법이지. 그게 바로 그거라니까.

 

 

 

 

 

물: ?? 그게... 지구가 태양주위를 돌고 있는 거 아니던가요?

 

 

 

 

 

비: 그게 바로 과학자들이 일반인들에게 치고 있는 대표적인 사기거든. 우리 공주님에 관련해서도 그런 사기성 음해성 주장이 많이 있다는 것도 내 알고 있지.

 

 

 

 

 

 

 

 

 

 

물: 그래도 정당한 지적도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정수장학회나 육영재단 관련해서..

 

 

 

 

 

비: 그건 음모론이야.

 

 

 

 

 

물: 의정생활 기간 내내 법안 발의도 거의 안하고 불성실했다는..

 

 

 

 

 

비: 그건 정치적 공격일 뿐이지. 구태정치의 표본이야.

 

 

 

 

 

물: 일반인들의 실생활을 너무 모른다는 지적도..

 

 

 

 

 

비: 관심법인가? 당신이 공주님이 아닌데 공주님 마음을 어떻게 알아?

 

 

 

 

 

물: 수첩만 본다는..

 

 

 

 

 

비: 수첩 보는건 나쁘지 않아. 수첩도 안 보는게 나쁘지.

 

 

 

 

 

물: 유신의 공주라는..

 

 

 

 

 

비: 그건 연좌제라고.

 

 

 

 

 

물: 공주님이 여자라는..

 

 

 

 

 

비: 그건 도시괴담이야.

 

 

 

 

 

물: 헉..

 

 

 

 

 

 

 

 

 

 

비: 봐봐... 지금 당장도 공주님에 대해 퍼지고 있는 모든 음해성 주장들이 아무 근거 없는 중상모략이었다는 점이 투명하게 밝혀지잖아. 이렇게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얘기하면 순식간에 밝혀질만한 것들로 우리 공주님을 모략하고 있는 사람들이 난 어찌 보면 참 불쌍해 보여. 왜들 그러고 사는지...

 

 

 

 

 

미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0.1초내에 쏟아져 나오는 답변의 속도가 그의 확신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이 이너뷰가 끝나고 나면, 어쩌면 나 조차도 그네빠가 되어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똥꼬를 간지르기 시작했다.

 

 

 

 

 







 
 

편집부 추신

 

합리적인 이성과 빈틈없는 논리로

박근혜의 참된 매력을 설파하는 비치35,

좌빨의 늪에서 하루바삐 탈출하기 위해선

무규칙이종매거진 [더 딴지]창간호를

구입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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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뚝심송

@murutuk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