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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1. 22. 목요일

너클볼러


 

 

사실 저는 요 며칠 졸라 기다리던 게 하나 있어요. 제 트윗을 본 분덜은 이미 눈치까셨을지 모르겠지만 암튼 이거에요.

 

 

 

 

 

 

 

 

 

 

레드제플린. 1980년 드러머 존 본햄이 사망하자 멤버 스스로 그룹을 해체하고 신화가 되어 버린 밴드. 재결성에 대한 폭풍 요청에 늘 차갑게 'NO'라 외쳤던 그들. 그렇게 1980년 이후 출생한 이들은 죽어도 그들의 연주를 직접 마주하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전설의 밴드. 그들의 정식 재결성 공연 실황인 'Celebration Day'가 드디어 발매되는 것이에요. 이미 팬들은 야매로 돌아다니는 실황을 보고 또 보았겠지만 드디어 정식발매가 되는 것이죠.

 

 

 

 

 

알다시피 이 공연은 알틀란틱 레코드 창시자인 Ahmet Ertegun을 추모하기 위해 영국 O2아레나에서 열린 딱 한번의 공연이에요. 로버트 플랜트(보컬), 지미 페이지(기타), 존 폴 존스(베이스), 이렇게 오리지널 멤버 셋에, 세상을 떠난 드러머 존 본햄을 대신해 그의 아들 제이슨 본햄의 결합이니 오리지널 밴드의 모습에 가장 근접한 형태의 부전자전틱한 재결성인 거에요. 이걸 어찌 기다리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요.

 

 

 

 

 

헌데 오늘 아침 언제 그랬냐는 듯 시들해지고 말았어요. 매우 흥분되는 소식을 접했거든요. 고대 그리스의 광장에서부터 시작된 유구한 토론 역사의 일반적인 개념을 일순간 무력화시키고 초토화시키는 단독(셀프) 토론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었죠. 아... 머릿속에 뒤죽박죽. 정의고, 개념이고 나발이고 간에 모든 게 헷갈리기 시작했어요.

 

 

 

 

 

그렇다면 단독(셀프) 연애, 단독(셀프) 결혼, 단독(셀프) 미팅 뭐 이런 게 다 가능해지는 거잖아요. 뭐, 지 혼자 거울 쳐 보믄서 '사랑해' '나도 사랑해' '함 자까' '응 너무 조아' 뭐. 이런 건가? 세상엔 물만 셀프인 줄 알았더니 토론도 셀프인가? 이건 세상이 바뀌는 건데. 세상이... 어머나. 레드 제플린의 재결성 실황은 이제 뒷전이 되고 말았어요. 한 10년 연기 되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전 이것만 기다릴 거 거든요.

 

 

 

 

 

 

 

 

 

 

'토론은 찬성과 반대의 입장으로 나뉘는 주제에 대하여 각각 서로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근거를 들어 자가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말하기이다.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토론 주제, 토론자, 사회자, 토론 규칙, 그리고 청중의 조건이 필요하다. 토론 주제는 긍정이나 부정의 입장을 취할 수 있는 문제여야 한다. 토론자는 찬성과 반대의 분명한 의견을 가진 참가자를 말하며, 사회자는 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토론 규칙은 토론자의 발언 시간이나 순서 등을 공정하게 정한 것을 말한다. 청중은 단순히 토론을 관람하는 소극적 청중과 직접 토론에 참여하여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고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정하여 결정을 내리기도 하는 적극적 청중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이게 포털에 나와있는 '토론'의 정의에요. 혹시나 다른 정의가 있나 구글링까지 해 보았어요. 없어요. 없어. 도대체 이런 폭풍상상력은 어떻게 발휘되는 걸까요. 사실 단독(셀프) 토론은 문재인과 안철수간의 단일화 토론의 일정이 잡히믄서 새누리당에서 공격적으로 내놓은 카드였어요.

 

 

 

 

 

'왜 니덜만 방송타고 지랄이야' 뭐 이론 심보가 작동했나 보죠. 세 명의 후보 등장 이후 꾸준히 제기되었던 삼자토론에 대해서는 '두 늑대가 우리 언니를 물을 뜯을 것을 생각하니 피가 존나 빽드래프트하는 느낌이다' (김성주의 탈을 쓴 전여옥)는 분노의 감성적 논리 같은 걸루다가 거부해왔던 새누리당이, 박근혜만 빼고 단일화 토론 한다고 하니 갑자기 토론이 막 하고 싶고 그랬나봐요. 토론이 하기 싫으면 대게는 토론에 나가지 않거나 거부를 하거든요. 근데 거부나 꼬장을 뛰어넘어 나 혼자 하겠다는 거에요. 이거 신기원이에요. 신기원.

 

 

 

 

 

물론 방식은 청중(국민)이 참여해 박근혜와 질의응답을 나누는 일종의 '타운홀미팅' 방식이 될 거라고 하는데요. 미국에서 시작된 타운홀미팅은 사실 이런 거에요. 정책의 결정권자나 선거입후보자가 지역 주민들을 초대해 함께 의견을 나누는 것이지요. 정책의 결정권자나 선거입후보자가 자신의 정책이나 견해를 말하고, 반대로 주민들도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에요.

 

 

 

 

 

음. 뜬금없이 열리고 자빠진 대통령과의 대화가 일종의 타운홀미팅인 거지요. 당연히 반대의 의견이 부딪히고, 치열하게 대립하는 토론과는 명백히 다른 부분이 있죠.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명장면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되실 거에요. '반값 등록금 하신대 놓고 왜 쌩까고 계세요?'란 청중의 질문에 '마 저는 그러한 공약을 한 적 없습니다'하고 끝났어요. THE END.

 

 

 

 

 

 

 

마 그런 적 없음. 끝.

 

 

 

 

 

그러니까 만약 새누리당의 말대로라면 타운홀미팅 방식의 단독(셀프) 토론은 담임선생님 모시고 하는 '다과회'로 보면 될 거에요. 다과회 아시죠. 살짝 투정은 부릴 수 있어도 대놓고 샘에게 들이댔다간 조땔 수도 있다는 거. 그런 의미에서 단독(셀프) 토론이 아니라 드라마가 되겠지요. 각본이 준비되어 있고, 연기가 요구되고, 연출이 필요한, 장르로 치면 일종의 모노드라마인 거지요. 그래서 저는 결사 반대에요. 얼마나 큰 기대를 하고 있는데요. 다른 후보들에겐 물어 뜯기기 싫으시다면 새누리당 내부 패널이라도 섭외하는 거에요.

 

 

 

 

 

쓸쓸히 잊혀진 여인 '전여옥'도 있구요. 아버지인 박정희 코스프레가 가능한 '피닉제' 아니 '인제사마'도 있어요. 그것도 싫으면 자아라도 분열시켜 주세요.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자제하며 억누를 수 밖에 없었던 자아. 그걸 보여주면 되요. 시청률 어떻게 될 거 같으세요. 제가 보장해요. '넝쿨째 굴러온 당신' 쯤은 가뿐하게 넘어설 거에요. 제가 단언하건 데 '국민쌩쑈' 아니 '국민토론'의 반열에 오르시게 될 겁니다. 됩니다. 되요.

 

 

 

 

 

서로 할 얘기 하고 물어 뜯을 거 있으면 뜯고, 뭐 그런 게 토론이지요. 앞서 말했듯 정해진 패널에 정해진 이야기 들고 나고 나누는 건 다과회 혹은 팬 미팅이라고 하는 거에요. 뭐 저는 '단독(셀프) 토론이라고 대문에 걸어놓고, 실제로 들여다보니 타운홀미팅 방식이더라'라는 기사를 접하고는 '내가 토론을 피한다고' '나도 토론 할 줄 안다' '진정한 토론이 뭔지 보여주지'라는 패기를 보았어요. 이것이 김성주의 탈을 쓴 전여옥 언니의 '늑대'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일순간에 종식시키는 결론이 아니고 뭐겠어요.

 

 

 

 

 

 

 

김성주라 쓰고 전여옥이라 읽는다.

 

 

 

 

 

본격적인 서막이 올랐어요. 이번 대선은 여러모로 '충격'을 선사해 줄 듯 해요. 그 시작이 바로 단독(셀프) 토론이 될 거에요. 끼리끼리 '국민 대통합'도 이런 미래지향적이고 사이언톨로지틱한 토론을 통해 이뤄지겠죠. 단독(셀프) 토론을 통해 앞으로 토론은 치고 받는 격전의 장이 아닌 스스로 상처받고 스스로 힐링하는,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난데 없이 대립하고, 골룸과 스미골이 뻘쭘하게 논쟁하는 '자웅동체의 장'의 될 거에요.

 

 

 

 

 

대선 역사에 있어 신기원을 열어 재낀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그러니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부탁 드려요. 팬 미팅 같은 거 말로 진짜 '단독(셀프) 토론'으로 만들어주세요. 진심으로, 두 번 진심으로 렬렬히 환영해드릴 테니까요.

 

 

 

 

 

근데 왠지 단일화와 상관없이 이번 대선에서 후보간의 토론은 애시당초 글른 것 같은데... 이거 저만 그런 건가요? 살다 살다 토론 없는 대선을 다 보게 생겼어요.

 

 

 

 

 

 

 

 

너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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