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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6. 월요일

 

물뚝심송

 

 

 

 

 

 

 

 

이 글은 이제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되면서도, 일년 조금 넘는 시간 속에서 정국을 두번이나 크게 뒤흔들어 버린 안철수라는 초짜 정치인 개인에 대한 판단을 담고 있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상당히 많은 생각들이 머리속을 뒤범벅으로 만들어 놓았었다. 그 중에 가장 고민스러웠던 두가지 문제는, 과연 지금 시점에서 안철수라는 개인 정치인을 평가하는 글을 쓰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것과 "씨바, 이거 또 뻘소리 하는거 아냐?" 하는 걱정이었다.

 

 

 

 

 

전자는 안철수는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18대 대선 정국에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에서 시작되는 고민이었다. 그런 사람에 대한 평가를 함부로 민족정론지 딴지일보에 기고한다는 것이 최선의 방안인가 하는 전략적 문제가 발생한다. 이거 고민되는 일이다. 그만큼 이번 대선이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만큼 중요하기에 독자이자 유권자인 여러분들에게 이런 판단도 있다는 점을 얘기해 드려야 한다는 변명이 생겼다. 거기에 이미 사퇴해버린 후보인 안철수에 대한 평가가 향후 대선 정국에 무슨 큰 영향을 미치겠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문재인에게는 안철수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라는 점이 있기는 하다.

 

 

 

 

 

또 하나는 좀 더 개인적인 문제로, 바로 지난 총선에서 나는 아주 적나라한 뻘글을 써서 스스로 창피를 당한 적이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바로 현 통합진보당 대선후보로 활동하고 있는 이정희라는 정치인에 대한 평가기사였다. 총선 직전에 통진당의 당권파, 경기동부에 대한 글을 써서 언론의 집중된 시선을 받던 중, 이정희 지역구에서 발생한 선거부정 사건과 그로 인한 이정희의 사퇴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던 적이 있다.

 

 

 

 

 

 

 

 

 

 

난 이정희는 당연히 경기동부 당권파로 불리울 수 있는 어떤 집단에 소속된 정치인이며, 그 집단의 성향상 절대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을 했었고, 그 예측을 뒤엎고 이정희는 사퇴를 했다. 바로 그 사퇴에 대한 해석을 너무 촉박하게 하면서, 실상과 정반대의 결론을 이끌어 냈던 적이 있었다. 이정희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급성장하는 정치인으로 해석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정희는 지금도 그 집단과 어울려, 그 집단의 한계 속에서, 전형적인 그 집단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잘못된 해석을 한 것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지만, 급박하게 변하는 현실속에서 너무 성급한 판단을 내렸다는 아쉬움이 좀 든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급박한 해석을 내리는 것이 과연 옳은가하는 걱정이 든다.

 

 

 

 

 

그래도 한다. 어차피 글이라는 것은 틀릴 수도 있다. 단 한번도 틀리지 않길 바라는 글쟁이는 글을 안쓰는 수 밖에 없는 법이다.

 

 

 

 

 

그러니, 독자 제위께서는 이 글을 읽을 때 전적으로 자신의 판단을 거쳐 받아들여 주시길 바란다. 한번 틀린 놈이 또 성급하게 글을 쓰는구나, 하고 욕을 하셔도 좋다.

 

 

 

 

 

원래 사람을 평가할 때에는 수백마디 말 보다는 결정적인 순간에 내리는 한번의 판단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한 법이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는 그간 해 왔던 수많은 말들 보다도, 이번에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을 놀래킨 단 한번의 "대통령 후보직 사퇴선언"이라는 행동을 기준으로 더욱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안철수는 정치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초보 정치인이다. 그러나 그가 움직일 때 마다 정치판은 크게 요동을 쳐 왔다. 지난해, 그러니까 2011년 10월 26일(하필 날짜도 10.26이다.)에 있었던 서울시장 선거가 그 시작이었다.

 

 

 

 

 

그 서울시장 선거 자체가 사실상 우리 사회를 양분하고 있던 두 세력의 충돌의 현장이었던 것이다. 당시 한나라당으로 대변되는 세력은 나경원을 후보로 내세웠고, 반이명박 전선으로 대변되던 그 외의 세력들은 박원순을 후보로 내세워 격돌하게 된 것이다.

 

 

 

 

 

바로 이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반이명박 전선을 대표하는 후보로 선거판에 나서게 된 과정 자체가 전적으로 안철수의 작품이었다는 점을 다시 떠올려 보자. 이거 부정할 만한 사람 별로 없을 것이다. 물론 초기에는 안철수 본인도, 박원순도, 그리고 민주당을 대표하는 박영선도 모두 후보의 물망에 올라 있었다.

 

 

 

 

 

그러나 박원순과의 직접 면담을 통해 흔쾌히 양보를 해 버린 안철수 덕분에 단일화 과정 조차 거의 이변이 예상되지 않을 정도로 진행이 되어 버렸다. 당시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히지도 않았던 안철수는 여론조사에서 50%를 넘는 지지를 받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겨우 17분간 박원순 후보와 면담을 하고 나서 "대통령이 되기 위한 필수코스"로 알려져 있던 서울시장 후보자리를 박원순에게 주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박원순은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을 넘어 서울시장에 당선되어 버렸고, 이 과정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사실 안철수가 양보하는 그 순간에 이미 박원순의 당선은 예측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던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이다.

 

 

 

 

 

안철수는 이 과정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무슨 생각을 했는지야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고, 전부를 얻어냈다.

 

 

 

 

 

그는 당시까지만 해도 정치인이 아니었다. 그저 서울대 의대 출신에, 성공한 벤쳐 기업가이며, 소프트웨어 업계의 거물이었을 뿐이다. 그러던 그가 전국을 돌며 대학생등 젊은 층을 모아 놓고 대담회를 개최하고, 그 내용이 인기를 끌어 유명해진 상태였을 뿐이다. 힐링이네, 멘토네, 하는 말들은 그저 젊은 층들이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는 말을 다르게 표현한 것일 뿐이다.

 

 

 

 

 

그런 그가 서울시장 후보의 물망에 오르자 마자 지지율이 50%를 넘었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이 때 이미 안철수는 모종의 정치적 상징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그 상징은 최초 현실에 지친 젊은 층의 희망에 대한 상징이었다가, 차후에 수십년간 지속되는 정치권의 뻘짓에 지쳐버린 일반인들의 정치혐오증, 조금 긍정적으로 표현하자면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의 상징으로 바뀌게 된다.

 

 

 

 

 

 

 

 

 

 

이게 옳은가 그른가를 따져보자면 할 얘기가 훨씬 더 많다. 안철수가 정치적인 식견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이 나오고 있고, 좀더 구체적으로 정치개혁에 대한 고민의 폭이 얕아 디테일을 잘 모르고 있다는 지적도 흔히 발견할 수 있고 옳은 지적이기도 하다. 당연한 일이다. 그가 정치를 시작한 것 자체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그가 한국 사회에서의 정치개혁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다. 사람들은 정치 전문가들에게 지쳐 있던 상황이라는 뜻이 된다. 너무나 많이 속아왔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여론의 주목을 받고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던 안철수는 서울시장 후보직을 포기하는 모습으로 전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어지간한 초보 정치인은 엄청난 지지율 덕분에 당선이 유력한, 아니 출마 선언만 해도 거의 당선된 것이나 다름없던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를 포기하지 못한다. 아니 그 이전에 그런 과반을 넘는 지지율을 받기 시작하면 흥분해서 그 지지율 자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자멸하기 일쑤다. 하지만 안철수는 가볍게 당장 눈앞에 다가온 현실의 이익을 포기하고, 상징을 강화시키는 선택을 한다.

 

 

 

 

 

안철수가 이미 소유해 버린 희망이라는 상징, 정치 개혁이라는 상징에 더해, 욕심없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까지 더해 버린 것이다. 이것은 기존의 정치인들과 완전히 차별되는 획기적인 이미지였다.

 

 

 

 

 

그리고 서울시장 후보자리를 박원순에게 양보하는 순간, 안철수에게는 "혹시 대선후보?" 라는 말들이 서슴치 않고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서울시장 자리는 안철수가 원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서울시장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출마하겠다는 얘기를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가 서울시장 후보에 나와주기를 기대했고, 그 기대를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과반을 넘은 것이다.

 

 

 

 

 

그런 그가 서울시장 자리를 양보했다고 해서 "안철수는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기회를 잃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는 잃은 것이 없다.

 

 

 

 

 

거기에, 엄청난 지지율을 가지고도 양보하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얻고 단번에 유력한 대선후보로 부상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이런 선택을 하지 못한다. 눈앞의 공직은 현금이고 미래의 가능성은 어음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아무리 큰 액수의 어음이라 하더라도 현금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어음은 언제나 부도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철수는 눈앞의 현금을 가볍게 걷어차 버리고, 열배 스무배가 넘는 어음을 선택했다. 시간이 지나 그는 유력한 대선후보가 되었으니, 어음은 결제가 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고, 모든 것을 얻었다고 한 것이다.

 

 

 

 

 

 

 

 

 

 

그렇게 밑천한푼 없이 졸지에 유력한 대선후보군에 포함되어 버린 안철수의 주변에는 그를 내세워 대권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제안을 한 사람은 윤여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서울시장직을 가볍게 포기해버리는 안철수를 보고 놀랐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나서, 대권을 생각한다면 바로 이어지는 총선에서 다만 이삼십석이라도 얻어 안철수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극히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조언이다. 어떤 정치 전문가가 오더라도 안철수에게 그 이상의 조언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일단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정당의 지지가 필요하고, 그 정당이 비록 과반의석을 차지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원내 교섭단체 수준의 규모는 되어야 말이 되는 법이다.

 

 

 

 

 

만약 안철수가 당시에 발빠르게 움직여 올 4월에 있던 총선을 대비하고, 사람들을 최대한 끌어모아 총선에 참여했다면 이삼십석의 의석은 충분히 달성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안철수는 그 제안 자체를 거부한다. 뿐만 아니라 대선 출마의지 자체를 사람들에게 공표하지 않은 상태에서 총선 기간을 관찰만 하며 흘려 보내게 된다.

 

 

 

 

 

또한 그 중요한 제안을 했던 윤여준 마저도 외면해 버린다. 정치권 최고의 책사(사실은 행정전문가에 더 가깝지만)로 불리우던 윤여준은 이렇게 허무하게 안철수의 곁을 떠나게 된다.

 

 

 

 

 

 

 

 

 

 

이 쯤에 와서 정치를 구경하는 정치덕후들은 과연 안철수가 대권에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어떤 이는 아무런 정치세력의 지지도 없는 안철수가 국민들의 지지율만 가지고 대권에 도전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안철수식 정치라고 항변하기도 했고, 중구난방의 말들이 오가긴 했지만 그 중에 아무도 이것이 안철수의 생각이라고 정확하게 찍어내지는 못하면서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는 사이 기존 정치권의 일정은 예정대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총선에서의 패배를 겪은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을 중심으로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문재인의 경우는 그야말로 상식적인 과정을 착실히 밟기 시작한다.

 

 

 

 

 

총선과정에서 민주당의 취약지역이자 자신의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 "낙동강 벨트"를 형성하고 분전하게 된다. 정치적 이력이 없던 문재인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힘든 싸움이었을 것이다. 그 싸움은 절반의 성공이자 절반의 실패로 기록된다. 하지만 예상밖의 총선패배라는 민주당 차원의 악재 속에서 문재인의 총선은 그리 크게 주목받지는 못하게 된다.

 

 

 

 

 

그러고 나서 문재인은 6월 17일 대선 출마선언을 하게 되고 경선과정을 거쳐 성공적으로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자리잡게 된다. 이 과정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과정이다. 다당제이면서도 거의 양당제 국가로 굳어져 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진짜로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이 거쳐야 할 정석 코스인 것이다.

 

 

 

 

 

문재인은 그 정석코스를 매우 무난하게 완수한 것이다. 총선에서의 분전, 그리고 본인의 당선, 자신을 중심으로 모여드는 당내 세력의 확보, 기존의 당내 계파와의 경쟁, 그 경쟁이 표면화되는 후보 경선에서 과반 득표를 통해 결선투표 없이 당선, 그리고 양대 정당중의 하나인 민주당의 공식 대선후보로 확정되는 것.

 

 

 

 

 

마치 정규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는 모범생 같은 코스를 밟은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을 착실히 밟아가고 있는 문재인의 머리속에는 아마도, 당 외에서, 아니 여의도 정가의 밖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안철수의 모습이 항상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정석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안철수는 9월 19일에 와서야 대선출마 선언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대선출마 선언의 자리는 매우 감동적이었던 걸로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버린다. 안철수 대통령을 기대하고 지지하던 사람들에게는 가슴 벅차오르는 희망의 천둥소리였고, 안철수에게 관심이 없던 사람들 조차도 세상이 뭔가 바뀌는 거 아닌가 하는 신기함을 보여준 이벤트였다.

 

 

 

 

 

새누리당은 비난해야 할지 경축해야 할지를 몰라 우왕좌왕하게 되고, 문재인은 이 때부터 이미 단일화 얘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그 어떤 무소속 정치신인이 대선 출마선언 한번 했다고 해서 이렇게 정국이 요동을 친 적은 없었다. 심지어 상당한 인기를 끌던 지난 대선의 문국현 후보 조차도 이런 파격적인 관심을 받지는 못했었다.

 

 

 

 

 

그러던 안철수는 길고 긴 지루한 단일화 과정을 거치더니, 정확하게 출마선언 후 66일만에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하게 된다.

 

 

 

 

 

 

 

 

 

 

안철수의 대선 출마는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정치에 관심이 있는, 정치에 대해 조금이라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안철수의 대선 출마는 그 자체로도 말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었다.

 

 

 

 

 

안철수가 출마 이후에 보여준 정치에 대한 말들, 그다지 참신하지도 수준 높지도 않은 그저 그런 말들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 말들은 상당수의 유권자들의 가슴에 날아가 꽂히기에는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래 그렇게 아무런 정치세력의 지원도 없이 유권자들의 지지만으로 덜컥 당선이 되어 버리면, 300명이나 되는 정치 타짜들이 드글거리는 국회를 어떻게 제어할 것이며, 입법활동을 주관하는 국회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 대통령이 도대체 무슨 정책 하나를 맘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며, 국무회의는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이며, 도대체 이 나라를 무슨 재주로 운영할 것인가? 하는 지극히 당연한 질문 자체도 안철수를 지지하는 지지자들의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문제는 이런 결함들을 안철수가 절대 모를 리가 없었다는 점이다. 자신이 집권을 하게 되었을 경우 어떻게 행정부의 수반 역할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을 안해봤을리가 없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뭔지를 몰랐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그 해결방안이 없다는 것도 잘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66일의 시간동안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끝없이 호소를 했고, 그 호소는 먹혀 막판에 단일화 최종시한에 접어들어 지지율이 약간 감소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지지율을 유지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여태껏 다른 무소속 후보들이 마의 11월을 넘기지 못하고 지지율이 반토막 나던 것과 다르게 안철수는 끝까지 거의 유지해냈다.

 

 

 

 

 

안철수는 지극히 합리적인 사람이다. 비즈니스 업계의 표현을 빌자면 매우 리즈너블(Reasonable) 한 사람이다. 안철수 연구소 초창기 시절 내가 만나봤던 안철수는 말그대로 지나치게 이성적이어서 정나미가 떨어지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었다. 심지어 그 시절을 회상하는 동종업계 사람들의 평가는 너무나 이성적이어서 독선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는 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런 사람이 아무런 계획 없이 대선이라는 엄청난 사업에 뛰어들리도 없고, 그 계획이 뭐 나중에 닥치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무책임한 것이었을리도 없다. 절대 그러지 않는다.

 

 

 

 

 

거기에 또 하나 단서가 있다. 안철수의 속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라는 시골의사 박경철, 이 사람은 안철수가 대선정국에서 출마 선언을 하고 사퇴를 하기까지 일체의 사회적 발언을 하지 않고 잠수를 타버렸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사퇴하자 마자 갑자기 나타나서 활발하게 발언을 시작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모든 상황을 논리적으로 해석할 방법은 단 하나 뿐이다.

 

 

 

 

 

안철수는 처음부터 사퇴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다시 한번 비슷한 질문을 해 보자.

 

 

 

 

 

안철수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아무것도 잃지 않고, 모든 것을 얻었다. 서울시장 선거때와 정확하게 동일하다.

 

 

 

 

 

안철수는 사퇴의 변에서, 자신은 계속 정치를 할 것임을 강하게 암시했다. 이번 대선의 결과와 상관없이 말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상식을 초월한 과정에서 그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를 따져보려면, 정치인 안철수의 입장으로 분석하는 것이 가장 잘 들어맞을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정치의 변화다. 기존의 정치가 사회의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고, 그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큰 폭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안철수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이 주장에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그 구체적인 해결방안에 있어서 모든 정치세력이 서로 다른 해법을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그게 정치현실이다.

 

 

 

 

 

그러나 안철수는 기존의 정치세력들이 제시하는 방법들이 모두가 다 맘에 안드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 꽤 오랜 시간동안 연구하고 경험하고 싸워왔던 사람들은 안철수가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평생을 정치에 몸을 바친 우리들도 못한 일을 평생을 사업만 하던 네가 너무 쉽게 말하는구나, 하는 자괴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 무법한 권력형 사익집단인 새누리당이나 정치자영업형 민주당, 심지어 진보정치가들과 노동운동가들까지도 모두, 지난 수십년간 그렇게 목숨을 걸고 노력했었지만 사실상 바뀐 것이 없다.

 

 

 

 

 

그 모든 사람들의 노력을 폄훼하고자 하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그런 정치적인 노력들이 얼머나 어려운 것이고, 왜 잘 안되는지도 잘 알고, 우리의 역량이 여기까지이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밖에 안된다는 것도 잘 안다. 심지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걸고 노력해온 모든 분들에게 경외심까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에 관심없이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수많은 일반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문화는 낙후되어 있고, 사회의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정치 혐오자의 발언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정치는 우리 사회의 경제적 수준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상황에서, 의학이라는 쉽지 않은 학문을 공부하고, 학위도 따고, 새로운 사업분야에 뛰어들어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성공을 거둘 정도로 이 사회의 메카니즘을 이해하고 있는 지극히 머리좋은 한 남자의 눈으로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겠는가 하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이 사람은 자신이 직접 정치에 손을 대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다. 기존의 정치세력들의 다양한 주장을 그리 심도있게 이해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우리 사회 자체가 고도로 발전된 정치논리가 적용될 필요가 있는 상태도 아니기 때문이다. 아주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의 흐름 조차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부당한 권력에 의해 왜곡되고 있는 상황, 이 정도만 고쳐도 우리 사회는 크게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안철수는 그런 식의 이야기를 했었다.

 

 

 

 

 

"제가 말씀 드리는 상식은 고차원적인 상식이 아니라, 초등학생도 잘못됐다는 판단할 수 있는 정도의 상식에 벗어나는 일들이 우리 사회에 너무나도 많이 벌어지고 있어서 그 정도의 상식을 말씀 드린 겁니다. 어린아이들이 봤을 때도 비상식적인 일은 일어나면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상식으로 돌아가자는 뜻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걱정도 하시더라구요.제가 말씀 드린 상식이 고차원적인 상식인줄 아시고 이념 논쟁이란 것도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고 거기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첨예하게 갈리고 화합이 안 되는 부분들도 있는데 그러면 이때 상식은 한쪽 편의 상식이지 어디도 통용될 수 없다… 이런 논쟁들 저 다 압니다.

 

 

그런데 그 정도 고차원적인 것들을 논하기에는 우리 사회에 너무나 저차원적인 비상식적인 일이 많이 있기 때문에, 우선 이것부터 해결하고 그 다음에 이념 논쟁 하자는 거죠. 전 그런 뜻입니다."

 

 

<안철수를 만나다> - 더 딴지 창간호 내용중에서.

 

 

 

 

 

 

 

 

 

 

안철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치세력들 간의 논쟁은 저 만큼 앞에 가 있고, 현실은 이만큼 뒤에 떨어져 있는 판에 진짜 지금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아주 기본적인 상식의 회복이지, 고차원적인 이념논쟁은 아니라는 생각 말이다.

 

 

 

 

 

물론 이런 상식을 회복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몰상식의 역사는 깊고, 그 근원은 역사의 왜곡에서부터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뿌리깊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논쟁들을 단순히 불필요하게 고차원적인 이념논쟁들이라고 치부해서도 안된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하게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결국 인간사는 그리 복잡하기만 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이 정도 수준에서 자신만의 세계관과 정치관을 가지고 직접 이 사회를 변혁시켜 보고자 하는 마음을 먹은 것이라고 보여진다.

 

 

 

 

 

그리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지지를 기반으로 자신의 정치 인생, 나이 쉬은 하나에 새롭게 시작하는 정치의 길을 가기 시작하려고 마음을 먹었다고 보인다. 아니 어쩌면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가지고나서 지지를 얻어낸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얻어낸 지지율은 사실상 물거품과 같은 것이다. 언제 갑자기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 시점에서 자신이 (어떤 이유에서든간에)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를 하면서 역설적으로 자신의 지지율이 더욱 더 증폭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하나의 경험, 버림으로써 더 큰 것을 얻게 되는 아주 좋은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고 나서도 망설임은 지속된다. 과연 대권을 생각해 볼까, 하지만 난 정치인도 아니고, 정치세력을 만들기도 벅찬데, 그렇다고 포기하기도 그렇고, 하는 수많은 갈등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리고 미처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이미 사회는 대선 정국의 소용돌이로 돌입해 버린 것이다. 지금 내가 당장 대선에 나가 막상 당선이 되어도 국가를 운영하기에는 너무나 준비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게 된다.

 

 

 

 

 

그리고 계획대로 사퇴를 한다. 물론 어느 시점에 지지율이 어떻게 변하면 어떤 방식으로 사퇴한다는 디테일까지 계획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출마 선언 시점에 이미, 적절한 순간에 사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라는 정도는 계산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을 통해 안철수가 잃은 것은 없다. 애초부터 정치적 자산을 가지고 출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잃을 수 있는 것 자체가 없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안철수가 얻은 것은 지극히 크다. 매우 추상적이고 가능성이 충만한 정치적 가치이긴 하지만 비유하자면 매우 액수가 높고 부도 확률이 적은 어음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퇴선언 하나만으로 이미 안철수는 87년의 김영삼과 김대중을 넘어서는 역사적 수준의 정치인으로 등극해 버린 것이다.

 

 

 

 

 

여론조사 상으로는 심지어 박근혜 후보에게도 뒤지지 않는 지지율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질구질하지 않게 시원하게 그 크다는 "대선 후보직"을 던져 버릴 정도의 통 큰 정치인으로 유권자들의 머리에 각인이 되어 버렸다.

 

 

 

 

 

버릴 수 있는 정치인이라는 것, 욕심이 없다는 것, 이것은 유권자들의 머리속에 강력한 이미지로 남게 된다. 그것도 지지율 몇프로 가지고 다투는 군소 후보도 아닌 유력한 후보가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작은 이권 하나만으로 부정을 저지르고 아귀다툼을 하는 기존의 정치인들에 비해 안철수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종류의 정치인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거기에, 이제 다시 5년이라는 긴 시간을 벌었다. 경선하다가 진 것도 아니고, 정치적 영향력은 하나도 사라지지 않은 상태로 차기를 차분히 준비할 시간까지 벌게 된 것이다.

 

 

 

 

 

새누리당도 민주당도 이제 안철수를 무시할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역대 대선 후보들 중에 무소속인 주제에 이렇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후보는 일찌기 없었다. 만약 끝까지 단일화가 되지 않았다면, 당연히 안철수도 문재인도 정치생명은 끝나 버렸을 것이다. 역사앞에 죄인으로 남게 되겠지. 또 안철수로 단일화 되고나서 패배했더라도 안철수의 정치생명은 그리 아름답게 연장되지 않았을 것이다.

 

 

 

 

 

안철수로 단일화 되고, 승리할 경우는 왜 빼먹냐고? 그렇게 되면 앞서 얘기한대로 안철수는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권력을 잡게 되는 것이고, 그 결과 국정 전반에 대한 책임을 감당하지 못해 우왕좌왕 하다가 완전히 실패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었을 것이다. 민주당은 그런 안철수를 도와서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어줄 만한 역량이 있는 정당이 전혀 아니다.

 

 

 

 

 

하지만 안철수는 이제 박근혜가 당선되거나 문재인이 당선되거나 상관없이 그 다음번 대선에서는 가장 먼저 사람들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유력한 후보로 확실하게 예약된 것이다.

 

 

 

 

 

물론 안철수는 박근혜가 당선될 경우 위기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가장 강력한 차기 주자인 안철수를 곱게 살려두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이 뻔한 일이다. 문국현이 이명박 정권하에서 정치적으로 매장된 이유도 사실상 그런 정치적 메카니즘, 권력의 속성에서 기인한 후폭풍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따라서 안철수는 어떻게 해서든 문재인을 당선시키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안철수가 계속 정치를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고 또한 그것은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며, 모든 사람이 바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안철수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잠재적 가치가 가장 큰 정치인이 되어 버린 것이다. 대선 정국도 그의 손에 의해 좌우될 것이고, 누가 당선되더라도 차기 정권에서 대통령을 제외하고 가장 유력한 정치인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박근혜가 당선되는 경우, 패배한 문재인의 정치생명 역시 위험하다. 그가 다음번에 다시 출마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또한 박근혜 역시 5년 임기를 마치면 떠나야 할 사람에 불과해진다. 문재인이 당선될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박근혜의 정치생명은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다. 당내 통솔력 역시 흔들린다. 또한 문재인 역시 5년을 마치면 은퇴해야 할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나이 51세의 안철수는 이제 막 시작하는 정치인인 것이다. 향후 20년간은 너끈히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그것도 차기 대선 주자들의 경쟁에서 가장 선두에 서 있는 상황, 다른 주자들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린 유일하고 가장 강력한 정치인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안철수는 잃은 것이 없다. 그리고 정치인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것을 모두 얻어 버렸다.

 

 

 

 

 

 

 

 

이 상황이 모두 다 안철수의 머릿속에서 다 계획되어 있다가 하나하나 차근차근 실현된 것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그런 천재는 만화속에서나 있는 것이지 현실에는 없다.

 

 

 

 

 

 

 

 

 

 

그러나 고비마다 내려지는 안철수의 판단은 기존의 정치인들과는 완전히 다른 선택들이었고 그 선택을 일관성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안철수의 특성이다. 그 특성은 안철수가 기존의 정치논리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유지하고 있던 학자 안철수, 사업가 안철수의 특성인 것이다.

 

 

 

 

 

비록 안철수의 정치적 식견의 폭이 그리 넓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 해도, 안철수가 가진 정치적 네트워크의 폭이 좁다고 해도 그리 크게 문제될 것도 없다. 뭐 기존의 정치인들은 정치를 모르고 네트워크가 없어서 나라를 이모양 이꼴로 만들었단 말인가?

 

 

 

 

 

어쩌면 안철수는 우리의 근대사에서 일찌기 우리가 가져본 적이 없던 새로운 종에 속하는정치인 일지도 모른다. 그런 독특한 정치인이 지금 현재 우리 사회에서 활동하는 그 어떤 정치인보다도 더 큰 정치적 자산을 가지고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된 것이다.

 

 

 

 

 

5년은 짧다. 순식간에 지나간다. 박근혜 정권 5년이라 하더라도, 문재인 정권 5년이라 하더라도 길지 않게 지나간다. 박근혜 정권 5년이라면 안철수는 최대한 자신을 보호하며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소모시키지 않도록 노력하면 된다. 강력한 탄압이 예상되지만, 안철수의 지지자들이 안철수를 지켜준다면, 그의 옆에 서 있어 준다면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권 5년이라면 안철수는 날개단 호랑이가 될 것이다. 일개 도지사, 일개 장관 따위가 문제가 아니다. 가장 강력한 정치적 리더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고, 문재인 역시 안철수에게 최대한의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안철수의 지지자들이 지금 안철수가 사퇴함으로써 굴복한 것 같은 모양새에 슬퍼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안철수에게는 더 큰 기회가 온 것임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지금 정권을 잡게 되면 이명박 정권이 가루가 되도록 망쳐놓은 우리 국가의 시스템을 복원하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발목잡힌 5년이 될 수도 있다. 오히려 지금 정권을 안 잡게 된 사실을 고마워 할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럴 가능성이 더 크다.

 

 

 

 

 

진정으로 안철수가 만드는 세상이 보고 싶다면, 어쩌면 일은 안철수에게 가장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고 그런 세상이 오게 될 가능성은 훨씬 더 높아진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남은 질문은 단 한가지이다.

 

 

 

 

 

 

 

 

 

 

 

과연 안철수는 좋은 정치인인가?

 

 

 

 

 

 

 

 

 

 

 

큰 판단을 아주 잘하는 현명한 사람이라는 것은 알겠다. 그러나 그가 진정으로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이 사회를 구성하는 우리 모두의 이익을 위해 복무할만한 선량한 정치인인가 하는 점은 아직 입증된 바가 없다.

 

 

 

 

 

그가 여태껏 해온 결정으로 엄청난 정치적 자산을 획득하고 지금 이 순간, 가장 가능성이 높은 19대 대통령 후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 해도, 그가 과연 우리 모두를 위해 복무할 만큼 선량한 정치인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은 되지 않는다.

 

 

 

 

 

이것은 현재 시점에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는 여태껏 권력의 문턱에서 "양보"를 하고 그 양보를 댓가로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두배, 세배, 열배, 백배로 늘려왔을 뿐이지 그 권력을 잡아서 무언가를 이루어 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의 유능을 입증할 뿐이지, 그의 선량함을 입증하지는 못한다.

 

 

 

 

 

오직 바랄 수 있는 것은 향후 5년간 그가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유권자들에게 그의 선량함을 입증하게 되는 것 뿐이다. 자신이 관련된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국가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유효한 정책들에 관련된 선택의 순간에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선택을 내릴 수 있겠는가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한가지 덧붙이자면, 그가 선량함을 입증함과 동시에, 그 선량함이 실효성을 가지고 구현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을 잘 이해하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특히 국제 사회속에서 우리가 처해있는 이 험난한 경제적 현실에 대해서 말이다.

 

 

 

 

 

쉽게 말해서 선량한 얼굴로 노동자를 죽이고, 선량한 얼굴로 재벌에게 특혜를 몰아주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이렇게만 된다면, 우리는 해방 이후 한국사회에서 일찌기 가져본 적이 없는 가장 훌륭한 머슴을 한명 부리게 되는 것이다.

 

 

 

 

 

솔직히 기대가 좀 된다.

 

 

 

 

 

과연 안철수는 어떤 정치인으로 자라날 것인가.

 

 

 

 

 

 

 

 

 

 

 

 

 

 

 

 

 

 

 

 

 

 

 

 

 

* 그리고 과연 안철수는 <더 딴지>를 사줄 것인가도 궁금하다. 여기서 사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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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뚝심송

@murutuk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