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우리는 어떤 '인재'를 키워내고 있는가?
2-1. 교육과 학습
연휴가 한창이던 5월 7일, 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 등의 교육 관련 단체들의 교사와 입학사정관, 교육전문가들은 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에 대한 토론을 열었다. 이전 글을 읽은 분들은 교사들이 어떤 입장에 설 수밖에 없는지 알았을 것이다. 학종은 교사에게 주도권이 있는 방식이다. 당연히, 이 자리에서 교사들은 학종이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키는 데 일조한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대학을 갈 수 있는 장치라는 점에서 학종은 분명히 매력이 있다. 공교육 주도권의 취지는 나 역시 충분히 이해한다.
이미지 출처 - 조선에듀
그러나 내가 우려하는 점, 교사의 완전무결한 역량을 전제한다는 문제에 대해선 이 토론에서 언급이 없었다. 사실 이런 토론에 참여하는 교사라면, 평균적인 수준보다야 훨씬 역량과 의지가 있지 않을까 한다. 그들의 주장을 믿고 싶다. 그러나 교사가 아닌 다른 편에서는, 이전 글에 달린 댓글에서도 얼핏 볼 수 있었지만, 교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교사가 아닌 사람들은 이런 토론에서 교사 스스로의 교육현장 비판과 성찰을 보고 싶은 게 당연하다. 내가 보기엔 교사들은 동료들의 열정과 업무처리 능력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제 식구 감싸기라 말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일단 사실인 부분을 인정하고 얘기해보자.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고, 충실한 학교생활만으로 대학 진학이 가능한 입시 전형이 학종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교육이 없어질 리는 만무하다. 왜냐하면 학교 측에서 시행하는 교육은 결코 대학 측이 바라는 인재를 키워낼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과 학습은 일상적으로 우리가 혼용하기 쉬운 개념이다. '교육 환경'과 '학습 환경'은 어떻게 다른가? 답은 이렇다. 교육은 어떤 대상을 상정하고 그들에게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치는 일이다. 학습은 무언가를 배우는 일이다. 따라서 학생은 교육의 '대상'이고, '학습'에선 주체가 된다. 교육에는 어떤 의도와 목표가 선행되지만 학습은 꼭 그렇진 않다.
공교육이란 국가나 정부 차원에서 해당 구성원들에게 행해지는 것이니, 그 의도가 결코 한정적일 수 없다. 이를테면 서울대급의 최상위권 인재를 양성하는 공교육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등학교 교육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중고등학생의 표준치를 상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수를 놓고 수업하는 방법론, 통일된 교재와 시험으로 얻는 성적 수치가 의미 있게 된다. 만약 학습에 방점을 찍게 되면 개인별 수준차를 인정해야 하고, 나이가 아니라 지적 수준을 가늠해 상위 학문을 배우게 해야 할 것이다. 옛날 서당이 그랬듯이.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이 교육 개념이 공교육의 기반이 되긴 하지만, 현실에서 엄청난 혼선이 존재한다. 우선 서울과학고 등의 영재학교, 각종 과학고와 외고 등의 특목고, 자율형 사립고, 자율형 공립고 등의 학교들이 있다. 한 번 생각해보시라. 이 학교들은 공교육에 포함되는 것으로 여겨야 할지, 아니면 그 범위를 넘어선 특수학교라고 여겨야 할지.
만약 특수학교라면 대입 전형에서도 따로 취급해야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모두 같은 전형에 응시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영재학교 급으로 분리된 고등학교들의 학력 수준이 일반고와 같을 리가 없는데도, 이걸 묶어서 취급한다는 데에 학종의 핵심적 문제가 있다. 그 이유는 '고교등급제', 즉 고교 간 격차를 인정하지 않는 데에 있다. 이 부분은 고등학교만의 문제라기보다, 사실상 학벌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대학 서열 역시 원칙적으로는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지난번에 언급한 정시 변환점수가 그 사례다. 수능점수에는 이미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다 제공되기 때문에, 모든 대학의 정시 전형을 표준화하는 건 지금 당장에라도 할 수 있다. 그러면 골치 아프게 반영과목 가중치나 탐구영역 2개 평균을 반영하는지 한 영역 점수만 반영하는지 같은 걸 따지지 않고, 점수 따라 대학 입학원서를 넣게 될 것이다. 그러면 어느 대학 커트라인이 몇 점인지 알 수 있게 되고, 그에 따라 대학 서열이 자연스럽게 결정된다. 이 대학 서열화를 피하기 위해 정시에 서로 다른 반영법이 생기게 된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인 줄 안다. 하지만 평등 개념을 이렇게 적용시킨다면, 고등학교에도 마찬가지여야 할 것이다. 고교등급제는 절대 인정돼선 안 된다. 그러므로 대학 입시에서 일반고 출신들은 특목고와 동일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대전제가 생긴다. 따라서 지금의 공교육은 모든 고등학교를 다 포괄하는 개념일 수밖에 없다.
평등 정책이 나쁜 건 아니겠으나 과연 이게 현실에 부합할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공교육은 '일정 교육으로 일정한 사회적 구성원을 양성'하는 의미를 배제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좀 더 나아 보이는 학생을 인재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한다면, 교육과정에서 그 성취가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교육과정에서도 우열이 생길 수 있고 성취가 더 뛰어날 수 있다는 것도, 특목고 학생의 평균적 성취가 더 나을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는 명목적으로 무시된다.
나아가 더욱 핵심적인 문제는, 학생이 주체가 되는 '학습'의 역량을 검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목고 학생의 비교과 능력이 우수한 것은 개인역량(학습) 때문인가, 아니면 학교역량(교육) 덕분인가? 그게 모호하다고 하면, 비슷한 수준의 교과 및 비교과 성취도를 보인 특목고와 일반고 학생의 역량을 어떻게 비교할 것인가? 지금 이를 '똑같이 취급하니 믿으라'고 하는 것이 학종이다.
연세대, 고려대 같은 대학에서 외부 스펙을 기재할 수 있는 특기자를 따로 뽑아대고 있는 현실은, 학종의 모순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다. 서울대가 특목고 별로 내부 쿼터를 둔다고 하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래서 특기자를 없애라고 하니, 2018학년도부터 연세대와 고려대는 심층면접을 도입하기로 했다. 조금 달라 보여도 서울대가 이미 하고 있는 방법의 연장선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아무리 이걸 없애라고 한들 반영할 수가 없다. 학종만으로는 학생의 주체적 역량을 검증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심층면접이든 인성면접이든, '학습'이란 학생의 주체적 행위가 변별력으로 작용하는 한, 사교육을 통해 지식 역량을 갖추고자 하는 현상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2-2. 현실과의 괴리
학종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건, 공교육 정상화의 취지와 무관해서가 아니다. '학종으로 대학갈 수 있다'는 말이 틀려서가 아니다. 학종으로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는가, 이것이 문제다.
학력고사 세대일 지금의 학부모들은, '다수의 지원자가 소수의 대학에 지원하는' 절대적 경쟁률에 시달렸다. 첫째 관문은 '전기 4년제 대학'이다. 대개의 유명 대학들이 여기에 속한다. 여기서 탈락하면 '후기 4년제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 예전엔 인하대가 후기 대학에서 가장 셌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정확하지는 않다. 그 다음이 전문대다. 후기 지원에 전문대가 속했는지도 정확하지는 않다. 말하고 싶은 건, 전기 4년제 대학에 붙는 게 일반적 목표이던 시절이 있었다는 거다.
지금 학생들에겐 4년제 대학이 목표가 아니다. 이미 '소수의 지원자가 다수의 대학에 지원하는' 시대가 되어, 대학 전체 입학정원은 고3 수험생의 수를 넘는다. 20년 사이 수많은 대학들이 생겨났고, 그중 다수가 부실 재정과 교육 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음에도, 여전히 고액의 등록금을 받는다. 최소한 4년제쯤은 나와야 한다는 기성세대의 인식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게 아닐까도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4년제'란 '대학다운 대학'일 것이다. 그리고 그에 걸맞은 현실의 대학 상을 따져보면, 소위 말하는 '인서울'이 되는 것이다. (물론 지방에도 그 수준에 포함되는 유명대학들이 있다. 국공립대, 과학대학, 의대, 교대 등이 그렇다.)
대학 입시를 준비한다는 학부모치고 '인서울'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실은, 조금만 성적 나오면 연고대를 떠올린다. 좀 못하면 '중경외시'를 얘기할 것이다. 서울 강남권 학부모들에겐 여기가 실질적인 '인서울' 개념의 마지노선이다. 서울 소재 대학은 이보다 훨씬 많지만 말이다. 대학 입시에서의 실질적 경쟁은 인서울을 하느냐 못하느냐를 두고 발생한다.
이걸 재미로 봐야 하나, 현실반영이라 해야 하나
가능하면 좋은 대학 보내려는 마음을 탓할 수는 없다. 누군들 안 그렇겠는가. 대한민국 학벌의 위용은 평생을 간다. 학벌의 폐해를 경험했든, 반대로 그 혜택을 입었든 결론은 같다. 자기 자식에게 아무 대학이나 나와도 된다는 사람은 드물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교사든 강사든, 교육 일선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공부는 애가 하기 나름'이라던 부모의 변모를 아주 제대로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학종은 교사 입장에서 '대학 보내기 좋은 전형'일는지 몰라도, 학부모 입장에서 '희망 대학 보내기 좋은 전형'은 아닌 것이다. 특목고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는 최상위권 대학일수록 그러하다. 반대로 말하면,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이 결코 선호하지 않는, 그 대학 가느니 재수하고 말겠다는 대학 수준이라면 학종의 문제는 상당히 완화된다. 이 문제가 아예 생기지 않는 범주는 '서울 강남권 학생이 가지 않을' 대학, 즉 경기권에서 멀어지는 대학이겠지만, 이 정도는 학종의 장점이 더 크다고 생각되어 논란은 없을 듯하다. 핵심은 어쨌든 '인서울'이다.
2-3. 남의 떡이 커 보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학종이 확대된다고 지금까지 하던 것에서 뭔가 덜해지는 것은 없다. 수능 공부를 안 하는가, 아니면 내신 대비를 안 하는가? 학교에서만 하면 된다고 하면, 현재 성적이 좋지 못한 학생이 상황을 역전시킬 방법이라도 있는가? 그런 게 있으면 진작에 학원 따위 다니지 않았을 거다. 여기에 더해, '인서울'을 목표로 하는 학부모들은 각자 처지에 따라 학종에 불만을 갖고 있다.
일반고 학부모 입장에서 학종은 특목고와 자사고에 혜택이 큰 전형이다. 특히 특목고들은 일찍부터 내부 수행평가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해왔기 때문에, 비교과에서는 절대적 우세를 가지고 있다. 특목고 학생들은 고3 되면 수능 준비만 하게 되어 편하다고 할 정도로 1, 2학년 단계의 비교과 활동과 수행평가가 많다. 자사고도 재정이 있는 학교들은 프로그램 수준이 꽤 높다. 그에 비하면 일반고는 겨우 영재학급이나 할까, 비교우위를 가질만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기 어렵고 학교별 편차도 심하다.
한편 특목고 학부모 입장에서 학종은 역차별의 성격을 갖는다. 특목고 학생들은 대개 내신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다른 학교 가면 1등 할 수 있는 애가 여기선 반 평균을 갉아먹는다. 무지막지한 수행평가를 해내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잔다. 특목고는 기숙사 생활을 강제로 시키기도 하고, 외출도 엄격히 통제해서 학원 다니기도 어렵다. 좋은 학원 만나서 성적 올랐다는 일반고 아이 보면 속이 뒤집힌다. 그래도 특목고의 위상이 있으니 대학에서 대우해주리란 믿음 하나로 버틴다. 그런데 요즘 학종 소식을 보면 학생에 대한 교사 평가를 최우선한다고 하여 특목고의 메리트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니, 내신 하위권의 특목고 학부모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또 자사고 학부모들도 입이 나와 있다. 별의별 프로그램을 한다고는 하지만 특목고 대우는 못 받고, 또 일반고보다는 내신에서 불리하니 이도 저도 아닌 계륵 처지다. 만만하게 뵈는지 사람들이 과학고나 외고는 영재급으로 보면서 자사고는 공교육 쇠락의 주범 취급을 한다. 중3 때 아이가 지원한다길래 놔뒀다가 덜컥 붙어버린 경우도 꽤나 많다(2015학년부터 대다수의 자사고는 추첨으로 선발한다). 그래도 붙었다니 좋아했는데, 지금은 후회막급이고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다. 이런 학부모들이 학종에서 공교육 정상화니 일반고 교육환경 향상이니 하는 말을 보면, 하나같이 자사고 출신들 불이익 줄 듯한 말들뿐이라 지지할 수가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들이 서로 경쟁하지 않는 영역이라면 학종은 문제가 크지 않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희망하는 대학이 '인서울'로 좁혀지고, 그래도 성대나 중대는 갔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정도로 더 구체화되면, 학생을 종합평가하겠다는 학종의 취지는 오히려 모호한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2-4. 권위에 민감하고 지식에 둔감하다
공교육의 지향점과 한계는 분명하다. 최상위권 인재 양성에 나서는 공교육은 공교육이라 할 수 없다. 근대 국가의 시스템에 적합하게 공교육은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
문제는 공교육에서의 평가로 인재를 가려낼 수 있는가이다. 앞선 글에선 완전무결한 교사는 드물고 그에 따라 촌지의 폐해가 우려된다고 했는데, 내가 우려하는 더 근본적인 문제는 '권위에의 복종'이다.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재를 통한 교사의 평가 내용이 중요하다면, 누구도 교사의 지시를 거스르지 않을 것이다. 그게 옳든 그르든 간에. 이런 식의 권력관계가 형성되었을 때엔, 그 어떤 조직이라 해도 공정성과 투명함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군사 문화의 잔재, 장유유서의 경직된 적용이 우리에게 없어도 그러할 텐데, 하물며 갑질이 정점에 달한 지금에야.
물론 제대로 된 지적도 있을 수 있다
그걸 다 걷어치우더라도, 복종에 익숙해져야 하는 학생을 과연 인재라 볼 수 있을까의 의문이 남는다. 창조란 말 참 좋아하는 지금 정부인데, 이런 여건이 과연 '창조적 사고'에 도움이 될까.
여기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하겠다. 개인적으로 나는 권위가 우세한 환경을 무조건 부정하고 싶진 않다. 위대한 인물의 출현이 반드시 자유로운 환경을 전제하지는 않을 거다.
우려되는 점은 첫째로 '악화'다. 권위가 우세한 환경에서도 인재는 나올 수 있지만, 그렇다고 더 악화시킬 이유는 없다. 교사의 권위가 정점인 시절이 있었고(아마 칼 차고 다녔던 일제시대 아닐까), 그것은 학습 기회를 빌미로 사교육에 분산되었다. 여기에도 '민주성'이란 긍정적 의미가 숨어 있다. 하지만 사교육은 계층 고착화의 문제를 안고 있으므로, 의도적으로 더 북돋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학교가 주도권을 되찾아오는 긍정적 측면을 인정한다면, 권위주의의 회귀 내지는 악화를 우려하는 주장도 논의되어야 한다. 대학입시 및 학종을 둘러싼 논쟁에서 이 부분이 전혀 거론되지 않는다는 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 특히나 교육단체랍시고 이런 지점을 빼놓고 사교육 비난만 해댄다면, 어떤 의도가 있든지 아니면 무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둘째로, 인재라고 하면 예나 지금이나 '지적 능력'을 기반으로 평가해야 한다. 고등학교 수준의 공부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아이를 인재 취급할 수는 없다. 학종은 고급 수준에서 이 부분을 검증하기 힘들다. 공부에만 몰두하는 외골수는 학종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구조다. 때문에 학종에는 반드시 면접 같은 다른 장치가 있어야만 하고, 심층면접도 인정해야 한다. 지금 대학들에서 실시하는 심층면접도, 서울대가 가장 어렵다 하지만 고교 수준을 넘는 전문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예전의 그 나이라면 하지 않았을 토익과 소논문 쓰기 등을 배우지만 딱히 이전 세대보다 뛰어나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예전처럼 말도 안되는 선후배 문화를 전통이라며 이상한 환영회나 열고 카톡으로 갈구는 게 현실이다. 교육이 발전한다면 학생들의 지적 능력 또한 향상시켜주는 걸 기대해볼 수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게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유야 많겠지만 지적 성숙도를 요구하지 않는 환경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대입이 이 모든 문제의 원흉은 아니지만, 하나의 제도가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건 분명하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어떤 인재를 도모할 것인가, 학종이란 제도가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는 좀더 면밀히 논의되어야 한다.
개인 의견을 말한다면, 나는 지금의 우리나라 현실에선 대학 서열화를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면 대학 자율의 수시가 대세가 될 텐데, 어차피 2018학년도부터 70%가 넘게 되어 있다. 비중을 더 높여서 80% 선까지 수시로 뽑게 되어도 상관없다고 본다. 상위권 대학에서는 본고사보다 논술과 구술 선에서 통제하면 되는데, 이것도 지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학종을 의도적으로 확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역시도 대학 자율로 맡겨두면 강화하든 폐지하든 알아서 할 것이다. 최소한 학생들이 어떤 전형에 목매지 않고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사실 이건 새로운 얘기라기보다, 앞서 언급한 진학교사들의 토론에서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의 방안과 비슷하다. 뒤로 돌아가기보다는, 지금의 전형 체제 속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정시에선 내신 반영하지 말고, 반대로 수시에서는 수능 최저등급 없이 논술이나 학생부만으로 선발하자는 식이다. 한양대처럼 이미 실행하고 있는 대학도 있지만 아직 전면적이진 않다. 진 이사의 발언에선 중등교육 예산 부족도 지적했는데, 이전 글에서 나도 지적했던 문제라 공통점이 있었다. 물론 이런 얘기들도 하나의 대안 제시이고, 좀더 논쟁이 필요함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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