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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주전쟁을 보신 분들은 다들 아는 (故) 외계인입니다.


제가 부검을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아마도 死因의 원인은 패혈성 쇼크가 아닐까 추측을 해봅니다. 영화에서는 외계인들이 지구에 있는 세균 때문에 사망했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죠. C발 누구든 작은 세균을 건들면 좆되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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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은 해로운 존재로 여겨지는 경우가 흔하지만, 실제론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가집니다.


자연계에서 마지막 단계의 포식자로 사체들을 흙으로 돌려보내는 청소부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몸속에 살면서 면역 작용과 소화 작용 등 필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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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필요 이상의 세균이 증식하거나 혈액 등 무균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공간에 세균이 침입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균혈증, 패혈증을 거쳐 패혈성 쇼크 등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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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과의 전투에서 인간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해준 것이 바로 항생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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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실린이 발명되었을 당시만 해도 세균과의 전쟁을 끝이 났다고 생각했지만, 세균 역시 앉아서 당하지 않고 내성균주 통해 전쟁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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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세균이 체내에 들어와서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미리 소독이라는 과정을 통해 감염 가능성을 낮춰 주는 것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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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항생제와 달리 소독은 정상 세포에도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소독 약제에는 베타딘, 과산화수소, 알코올 등이 흔히 사용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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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은 spore를 제외한 세균, 진균, 바이러스 소독에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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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서 파는 소독용 에탄올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100mL 중 83mL가 에탄올로 83%의 농도입니다.

왜 알코올 100%를 사용하지 않고 83%를 사용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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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금은 너무 비싸기 때문에 24K, 18K 등을 사용하는 것처럼 비용 절감을 위해서?


아닙니다.


실은 알코올은 100%일 때는 살균력이 더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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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를 끓는 물에 넣으면 바로 도망치지만 서서히 온도를 높이면 사우나를 즐기다가 골로 가게 되는 것처럼

고농도의 알코올에 세균을 넣으면 바로 도망치기 때문에 농도를 서서히 올리면 세균이 술에 취해서 개가 되는 것은...

 

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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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은 그람 양성, 음성 할 것 없이 두꺼운 세포막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데 알코올이 이 세포막을 통과해서 안쪽의 내용물을 손상을 줘야 세균이 죽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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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중장갑의 전차 밖에서 고폭탄을 터트려 봤자 센서 등만 망가지지만 반면 날탄, 대탄을 쏴서 작은 구멍이라도 뚫리면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원리죠. 


알코올은 단백질을 응고시켜 손상을 주는데 100%의 알코올은 세포막을 통과하려는 경향보다 세포막을 응고시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세포막을 방어막 비슷하게 만들어 버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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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를 요리할 때 처음부터 강한 불을 가하면 표면이 타면서 열이 내부로 전달되는 걸 막아버리는 역할을 하는 것과 비슷한 거죠. (요리사분들 제 말이 맞나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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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 중 상당수는 주변 환경이 살기 힘들어지면 저렇게 구형 모양의 spore로 변환되어서 후일을 도모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아까 소독제의 살균력을 보여주는 표에서 알코올을 비롯한 대부분의 소독제는 spore에는 살균 능력이 없었죠. 


그래서 실제 임상에서는 소독용 알코올은 60~80% 정도의 농도를 사용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술을 소독약으로 사용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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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는 소련군의 AK-47에 총상을 입고 술과 불로 소독을 하게 되죠. 람보까지 가지 않아도 우리는 흔히 주변에서 찰과상 등의 상처를 입었을 때 급한 대로 술을 부어서 소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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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한국경제>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소주는 대략 15에서 20도 정도의 알코올 농도를 가집니다. 너무 약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불순물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맥주를 소독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못 본 듯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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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상구균에 대한 살균능력을 실험한 표인데, 일반적인 건조 상태(피부 등)에서 40% 이하의 알코올은 소독 효과가 거의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람보가 술로 소독하고 불로 지진 건 다 의학적인 근거가 있는 거죠. (근데 사실 불에 지지는 효과 보다는 불이 붙을만한 고농도의 술을 부었다는 게 더 의미가 있을 듯)


만약 상처 부위에 술만 붓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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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세균에게 훌륭한 영양 공급원이 될 뿐이죠. 오히려 감염을 조장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상처가 나서 병원에 갈 상황은 안되고 소독약은 없다면, 그냥 흐르는 깨끗한 물에 세척을 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몸은 여러 면역 체계로 이루어진 나름 잘 만들어진 생명체라 세균 잡는다고 독한 소독약을 때려 붓지 않아도 싸움에서 이기는 경우가 흔하니까요.

 

60도짜리 보드카를 기어이 소독약으로 쓰겠다고 하면 말릴 수는 없을 듯합니다만, 그냥 병원 가시길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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