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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돌(갖가지 특이한 컨셉들을 하는 아이돌)'로 알려진 빅스가 컴백했다. 이번엔 <다이너마이트>라는 타이틀 곡으로 나왔다.



요 노래다. 잘생기긴 해따


빅스는 2012년 데뷔한 4년차의 남자 아이돌이다. 누군지 모르겠어! 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원래 아이돌 세계는 아는 사람만 안다. 그래도 1위도 많이 하고 했으니 모르는 게 죄라고 생각하고 넘길 거다. 흥.


앞에서 언급했듯 빅스의 닉네임이자 아이덴티티는 ‘컨셉’이다. 특이하다 싶을 정도로 신기한 컨셉을 갖고 나온다. 원래 모든 아이돌이 컨셉을 갖고 데뷔하지만, 빅스에게 ‘컨셉돌’이라는 닉네임을 붙인 이유는 그 컨셉이 확실하고 특이할 뿐더러, 컨셉을 곧 노래요, 춤이요, 무대로 삼기 때문이다.


빅스가 노래하는 것을 보고 ‘뮤지컬’ 같다고 한다. 뱀파이어, 부두(voodoo), 사이보그 등 (졸라 특이하지만) 규정할 수 있는 컨셉을 갖고 노래, 춤, 무대를 꾸민다. 이 3개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는 뮤직비디오도 일관된 컨셉 하에 제작된다. 다른 아이돌처럼 ‘거친 남자’, ‘소년’, ‘소녀’ 등 손에 잘 잡히지 않는 컨셉을 하고 나오지 않는다. 누가 봐도 얘네 이거네! 하고 말할 수 있는 컨셉을 추구하며, 이 컨셉을 노래, 춤, 무대, 뮤직비디오 전반에 녹여낸다. 그러니까 거친 남자를 컨셉으로 애절한 사랑을 노래하지만 꾸러기 같은 옷을 입고 팝핀을 추는, 그런 종잡을 수 없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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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적 느낌...?


빅스가 이름을 알린 노래이자 두 번째 타이틀곡 <다칠 준비가 돼 있어>를 보자. 보시다시피 뱀파이어 컨셉이다. 처음 이걸 본 사람들은 ‘지금 뭐하는…?’과 같은 반응을 보이긴했지만, 컨셉 하난 확실하다. 뱀파이어. 가사도 그렇고 춤도 그렇고 복장도 그렇다. 무대는 더 그렇다. 때문인지 첫 노래이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Super Hero>에 비해 정말 화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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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차트(대한민국 공인 음악 차트)에도 올라보고.


빅스는 <다칠 준비가 돼 있어>를 시작으로 ‘컨셉돌’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고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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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yde>지킬&하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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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인형> 부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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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ror> 사이보그. 갠적으로 좀 오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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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슬> 사랑의 노예


초반 컨셉은 누가 봐도 무리수에 대중적과는 거리가 멀지만 빅스는 이걸로 기반을 다져왔다. 데뷔 이래 확실히 이 세계의 탑은 빅스다. 아류 논란이 있는 그룹이 나올 정도니 설명은 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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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경제>



컨셉돌이 정점을 찍어따




개인적으로 ‘컨셉돌’의 최고점을 찍은 게 직전 타이틀곡 <사슬>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의 노예라는 컨셉으로 나와 섹시함 포텐을 빵빵 터뜨리고 들어가주셨다. ‘사랑의 노예’라는 확실한 컨셉, 노예를 상징하는 초커와 같은 아이템, 목줄을 형상화 한 춤. 그걸 모두 녹여낸 뮤직비디오 또한 ‘노예’라는 느낌을 가득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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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물, 사슬, 꽃, 천 등을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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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역시 ‘갇혔다’, ‘잡혔다’는 느낌을 준다.


글구 뭣보다 섹시하다. 평균 신장이 거의 180cm에 수렴하는 단연 최장신 아이돌의 장점을 잔뜩 살리는 옷을 입고 강하게 ‘섹시함’을 밀고 나갔다. 노예라는 단어가 주는 섹시함(을 빙자한 배덕)과 그 섹시함을 더 강조하는 비주얼까지. ‘컨셉돌’이라는 특색을 살리면서도 대중적인 코드까지 노렸다(멤버들이 다이어트 등으로 대중적으로 잘생겨진 것도 있다).


확실히 빅스는 여기서 포텐을 터뜨렸다. 인지도가 상승했다거나 인기가 많아졌다 하는 수치는 차치하자. 중요한 건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면서도 대중에게 ‘섹시함’을 소구하며, 상충하던 ‘컨셉돌’이라는 아이덴티티와 ‘대중적’ 노선과의 접점을 찾았다는 거다. 이 노력, 이 끈기, 데뷔 이래로 인적 없는 비포장 도로를 걷던 빅스가 드디어 포장된 도로를 걷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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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스탠다드


다시 이번 곡 <다이너마이트>로 돌아가 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노래엔 빅스의 아이덴티티가 1도 없다. 전적으로 ‘아이돌 스탠다드’를 다르고 있다. 대중적인 비트, 크게 의미 없는 가사, 후크송(빅스의 이전 노래들도 그러하다만), 잘생김, 멋지기만 한 춤, 까리한 뮤직비디오. 여기서 컨셉이라고 부를만 한 건 ‘까리’가 전부다.


1) 가사


우선 가사부터 보자.


(Dynamite) 오늘만 나 조금 욱할게 oh
(Dynamite) 미쳐, 날뛰어, 어질러, Shake it down
(Dynamite) 온 세상을 엎어서라도 girl 제발 오늘 넌 나를 떠나가지 마


(중략)


내일이면 삼켜야만 할 현실인 걸 씁쓸하지만 알고 있지만 다
I got one night 너를 보낼 수가 없어 끝나지 않은 story


앨범 이름인 그리스 신화의 질투의 신 ‘Zelos’처럼 그냥 질투하는 얘기다. 내가 모르는 사이 후회도 조금 하고 아픔도 겪는 모양이지만, 결론은 ‘아이돌 스탠다드’다. 확실한 컨셉이 있을 때의 빅스 노래 가사와는 사뭇 다르다. <사슬>의 경우,


‘절대로 너를 벗어날 수 없는 나’

‘영원히 갇혀 살아’

‘두 발이 묶여 chained up’


등 노예, 짐승 뭐 이런 느낌을 강조하고 있는데, <다이너마이트>가 말하는 건 ‘나 지금 좀 빡쳤으니 엇나갈 테야’ 뿐이다.


2) 춤


자꾸 <사슬>하고 비교하게 되는데, 춤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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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노래의 포인트 안무인 찌르기 춤이다.


<다이너마이트>의 춤은 멋있다. 당연하지. 춤을 추는 면면들이 제일 멋있는데. 하지만 노래 자체에 컨셉이 없으니 춤에도 컨셉이 없다. 시종일관 흔들기만 하며 까리함만 과시한다. 제발 왜 흔들고 왜 찌르는지는 알려주고 찔러라. ‘널 찔러보겠다’의 형상화인지는 모르겠으나 잘생겼단 거 빼고는 특징이 없다. 당연 노래와도 사맞디 아니하다.


3) 뮤직비디오


대망의 스탠다드를 잘 따르고 있는 뮤직비디오. 노래와 무대의 컨셉 부재는 뮤직비디오마저 총체적 난국으로 만들었다. 솔직히 뮤직비디오만 보면 괜찮다. 멋있다. 왜냐하면 지나치게 잘생겼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게 이미 ‘멋짐’으로 성공해본 적 있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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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뮤직비디오엔 포인트가 몇 개 있다. 역동적인 카메라, 강렬한 색의 사용(멤버마다 표상하는 색이 다르다), (연기, 연막탄, 조명 등이 만드는) 어딘가 아스러질 것 분위기, 곳곳에 배치된 미쟝센(마네킹, TV, 유리 상자, 문 등), 그리고 잘생긴 얼굴 등 단연 ‘스타일리쉬’하다. 근데 그게 다다. <다이너마이트> 노래와 뮤직비디오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남는 건 잘생김과 까리함. 끗.


거기다 어디서 많이 봤다. 당연하다. 뮤직비디오 감독이 요즘 뜨는 조범진 감독이다. 조 감독의 대표작으로는 EXO의 <Love me right>과 NCT-U의 <일곱 번째 감각>이 있다(이외에도 졸라 많지만 내가 아는 것 위주로 서술할 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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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다이너마이트) (우) <Love me right>

EXO의 <Love me right>과 미쟝센, 분위기를 연출하는 방식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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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다이너마이트) (우) <일곱 번째 감각>

NCT-U의 <일곱 번째 감각>과는 색감을 사용하는 게 비슷하다


보면 아시겠지만, 조범진 감독의 작품은 졸라 까리한 만큼 졸라 감독의 색이 강하게 드러난다. <다이너마이트>의 뮤직비디오는 나온 가수가 다른 거 빼곤 조범진 감독의 <Love me right> 혹은 <일곱 번째 감각>의 2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다만 ‘컨셉돌’이라는 확연한 색깔이 있는 빅스가 똑같이 색깔 강한 감독과 작업한 것이 문제다. 잘생긴 빅스와 맞게 ‘까리함’을 강조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뮤직비디오에서라도 뽕을 뽑자는 느낌인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노래와 춤에 이렇다 할 컨셉이 없으니 뮤직비디오에서라도 빛을 발하자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조범진 감독은 자기 색이 너무 강하다. 빅스의 아이덴티티를 고려하지 않고 안일하게 까리함만 추구하면 이런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여태까지 ‘컨셉’에 목숨 걸어왔던 빅스의 아이덴티티는 다 중동에 간 걸까. 스탠다드를 쫓아 쉽고 검증된 길을 가려고 한 것 같다.



왜 이렇게 돼써


일이 이렇게 된 건 빅스가 이번 <다이너마이트>로 대중성을 노렸기 때문일 거다. 앞에서 빅스가 맨날 ‘컨셉’에 목숨 건 것처럼 말했지만, 빅스는 그동안 <Rock U Body>, <Super Hero>, <대.다.나.다.너>, <이별공식> 등 대중적인 노래를 하기도 했다. 굳이 따지자면 마니악한 컨셉-대중적-마니악 등 주기적으로 종목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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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대.다.나.다.너>

(아래) <이별공식>


물론 이게 맞다. 계속 컨셉, 그것도 특이한 컨셉만 하다보면 경도되기 마련이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위해선 가끔 대중적인 이미지도 취해야 한다. 바로 이전곡 <사슬>에서 마니악 컨셉을 했으니 대중적인 노선을 취할 순서이기도 하고.


다만 빅스가 이전곡 <사슬>에서 가능성을 많이 봤다. 빅스는 <사슬>로 ‘컨셉돌’의 이미지로도 충분히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음을 알았다. 빅스는 아이돌 스탠다드를 따른 <다이너마이트>로 ‘굳히기’를 하려고 한 것 같지만 우째 타이밍이 좀 틀린 것 같다. <사슬>을 생각하면 빅스는 ‘굳히기’가 아니라 ‘다지기’를 해야 했다.


아이돌을 모르는 사람들은 아이돌을 A~Z까지 다 똑같은 것으로 보지만, 생각보다 아이돌 판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열 그룹이 있으면 열 그룹이 다 다르다고 보면 된다. 그런 아이돌 판에서 빅스는 나름 입지전적인 그룹이다. 자기 색을 4년이나 밀고 왔으니 어찌 대단하다 아니할 수 있을까. 그런 이유에서라도 빅스는 이번만은 다져야 했다. <사슬>로 뿌린 씨앗이 너무 많다. 다시 한 번 <사슬>과 같은 컨셉으로 ‘컨셉돌’의 아이덴티티와 대중성을 잡을 필요가 있었다. 대중적, 쉬운 길, 까리한 길이 아닌. 


지금 빅스를 1군 그룹이라고 보기엔 좀 힘들다. 인기도 많고 음반도 잘 팔리고 1위도 많이 하지만, 3% 부족하다. 2군까진 아니어도 아직은 1.5군이라고 보는 게 맞을 성 싶다. 지금 빅스가 1군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필요한 건 아이돌 스탠다드와 같은 우클릭이 아니라 자신의 길을 가는 거다. 데뷔 연식이 좀 되거나 인지도가 있는 그룹들이 흔히 택하는 ‘까리함’만을 강조한 컨셉을 취한 건 명백한 오산이다. 까리한 그룹이 이미 너무 많고, 인지도 있는 그룹도 너무 많다. 심지어 빅스의 영역도 아니다. 아이덴티티는 더더욱 아니고.


<사슬>은 정규 앨범이었고, 이번은 싱글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만 일반인들은 그런 거 신경 안 쓴다. 그냥 ‘빅스가 컴백했다’지, 싱글이어서 바빠서 그랬다 이런 거 신경 안 쓴단 말이다. 까리함만 믿고 스탠다드 하기엔 빅스는 아직 아니다. 제대로 본 가능성을 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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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게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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