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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양 구조조정 관련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습니다. 감정적인 논쟁 혹은 역시 역시 안돼라는 패배적인 생각이 떠돕니다. 앞으로 조선 산업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필자는 조선/해양 분야 밥을 17년째 먹고 있습니다. 등 따시고 배부른 직영으로 근무한 적은 없고, 춥고 배고픈 협력업체로 시작해 시운전 Vendor 기술자 이후 선주사 기술검사 쪽으로 일하고 있는 현역입니다. 한국에서 10년, 중국 4년, 싱가폴 1년, 독일 반년, 기타 몇 년을 외국에서 근무했습니다. 한국과 외국의 조선/해양 산업을 조금 객관적으로 비교할 기회가 있었던 것이지요. 


한국의 조선/해양은 약하지 않습니다. 다만 현재 상황을 이겨나가는 데 시간이 부족한 것이 문제겠지요.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관련 뉴스를 정리하고 몇 가지 생각을 첨부해 봤습니다. 기억에 의존한 내용이 많기에 시기, 사건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조: 새선박 건조,  

*해양: offshore project, 해양에서 기름/가스를 추출, 생산하는 가스 플렛폼을 조선소에서 제작하는 사업

* Vendor: 특정 장비/시스템의 기술 및 장비를 판매 기술 지원하는 기술회사, 대부분 외국계 회사



1. 1996 ~ 2007년 조선경기 활황 (황금의 10년)


한국 조선의 황금기였습니다. 미국, 유럽, BRICS의 경기 활황으로 물동량은 엄청났고 선주들의 신조 요청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이때 회자되는 말이 'IMF도 비켜간 동네 거제, 울산'입니다. 실제로 달러가 귀하던 IMF 시절 조선업은 달러를 벌어들이는 캐쉬카우 대접을 받으며 수출의 최고봉, 일자리 창출과 국민 소득의 증가, 첨단이미지 등으로 국가적 선도 기업의 대접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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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 조선의 육상 건조중인 선박


위 사진과 같이 배를 만들 도크가 부족해서 육상에서 배를 만들어서 바다에 띄우는 신기술, 소위 육상건조공법/메가블록 공법이 시도되어 결과는 대성공!! (이후 메가 블록 공법은 기가블록, 그후 테라블록으로 승화되었습니다. 메가, 기가, 테라는 블록의 무게를 뜻하는 단위이며, 해상 크레인 같은 큰 장비가 없으면 흉내낼 수도 없는 신공정 기술이었습니다)

 

이는 한국 조선의 기술력과 생산력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축복탄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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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을 바지선에 안착시킨 후 해상에서 바지선을 잠수시켜 선박을 물 위로 띄움

이미지출처 - 네이버


이 기술이 얼마나 대단하냐 하면은, 도크가 없어도 배를 만들 수가 있게 하는 기술이었습니다. 이제는 대중화되어 중소 조선에서도 곧잘 따라 하지만, 당시만 해도 상식을 깨버린 일대 혁신이었습니다. 이 기술로 한국은 기술과 물량에서 전 세계 짱을 먹습니다. 각 조선소는 매년 작년의 생산물량을 초과 생산해내는 진기록을 세웁니다.


행복한 비명을 지르던 황금기였습니다.

 


2. 중소 조선소 우후죽순 설립


조선업이 너무 잘되니 너나 할 것 없이 조선소를 짓게 됩니다. 수리 조선소가 신조 조선소(새로운 선박건조)로의 전환되기도 합니다. 해외로 나가서 조선소를 개척하기도 했는데, 유명한 조선소가 중국 대련 STX, 필리핀 한진 수빅 조선소, 베트남 비나신 조선(수리에서 신조로 전환), 대우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수리에서 신조로 전환), 중국 연태 삼진조선소(신조) 등입니다.

 


3. 선박 블록 공장도 중소 조선소 설립, 설비과다 투자 


2번과 같은 내용입니다. 국내에서 중, 소형 조선소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정주영 회장의 성공 신화에 함몰되어, 조선소 건설과 선박 건조를 동시에 진행하곤 했습니다. 정말로 힘든 거죠. 하나의 특별한 성공 사례에 도취되어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따라 하다 고꾸라지는 모습을 몇 번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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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07년, 상투


과잉경쟁, 과잉투자. 이쯤 되면 상투 잡았다고 봐야겠지요?

 


5. 2008 리먼 사태 발발


이때 엄청난 놈이 하나 옵니다. 리만브라더스사태! 4만 원 하던 대우주식이 8800원까지 떨어지는 세기말 현상이 벌어집니다. 필자도 4만 초에 사서 4만 중반 되어서 돈 땄다고 룰루랄라 하다가 엄청난 손실을 입었더랬죠. 이때 증권가의 분위기는 대공황의 재림이었고 화두는 ‘무조건 던져’였습니다. 4만 원 주식이 8800원까지 떨어졌는데, 회사가 1/4 토막 난 것도 아니고, 배도 잘 만들고 있고, 대우도 멀쩡한데 주식판의 분위기는 '우린 다망했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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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010 이후, 조선 말고 해양을 해보자


조선 3사는 엄청난 점유율과 흑자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기존 몸집을 불리고 유지하려는 정상적인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됩니다. 출구는 바로 해양! 이때부터 조선 3사(BIG 3)는 해양에 집중하게 됩니다.

 

기존의 해양프로젝트는 EPCC(설계Engineering, 구매 Procurement, 설치/시공Construction and 시운전 Commissioning)중의 Installation 부분(설치, 시공)만을 전문으로 하고 있었으나 EPCC를 전체를 하는 계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소위 말하는 Turn Key 계약입니다. 이게 현재 해양 적자 사태의 원흉이 됩니다. Turn Key 계약,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시공사가 하는 계약은 계약금액이 늘어나서 많은 이윤을 가져다주고, 기술이 축적되면 장차 전세계해양 비즈니스를 모두 점유해 버릴 수 있지만, 한정된 계약 금액 내에서 못 끝내면 그 추가비용을 모두 시공사가 다 책임져야 합니다. 양날의 검이죠.


 “네 시작은 무모하였으나, 마지막은 폭망하리라”

 

결과는 아시다시피, 너무나도 엄청난 적자로 돌아왔습니다. 현대 5조, 삼성 4조, 대우 7조. 단기간은 아니고 지난 몇 년간의 대략적인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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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성기 대우에서 성공적으로 건조/인도한 당시 세계 최대 FPSO 파즈플로어



EPCC


설계(Engineering): 기본 설계 능력이 전무하다했으니 돈 주고 사와야 했고, 그나마 잦은  설계수정으로 공정이 어마어마하게 늦어지게 됩니다. 인도지연의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구매(Procurement): 한국내에서  스펙에 맞는 기자재가 없어서 외국에서 사와야 했습니다. 다만, 약간의 딜링비만 이득일 뿐. 기자재가 외국에서 왓으니, 이 기자재의 시운전도 역시 외국 vendor가  와야 했습니다. 기술의 전수/축척이 안되는 이유였습니다.

 

시공(Construction): 한국 조선의 유일한 초강점이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해양 프로젝트로 인해 엄청난 인원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소위 ‘물량팀’이 발생하게 됩니다. 물량팀이란, 본공(본작업공, 지영 또는 조선소내 협력사)가 기간 내 다 설치하지 못하는 작업물량을 인원수로 밀어붙여 단기간에 끝내는 임시직/임시단체였습니다.


지금 발생하는 수많은 해직사태의 출발이었던 겁니다. 이때 조선소의 인원이 폭팔적으로 증가하게 되는데, 대우의 경우 약 2만 명에서 5만 명으로 단기간에 폭증합니다. 현대, 삼성도 동일한 증가폭을 보입니다.

 

시운전(Commissioning):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야드 내에서 하는 선박 및 장비의 부분적인 시운전과 유정(Well)에서 실제로 가스/기름을 추출하는 완전한 시운전이 있으며, 빅3는  이 완전한 시운전에 전혀 기술/경험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도전했죠, 그리고 결과는 무모했다 입니다.




7. 어찌어찌 버티다


이렇게 몸집을 불린 채 빅3는 체제 유지에 들어갑니다. 해양 대박을 꿈꾸며 힘겹지만 하루하루를 버텨 나갑니다. 하지만..



8. 2014, 육상 발 셰일가스 혁명


어느 날 갑자기 미국에서 신기술인 수압파쇄법으로 세일가스 추출에 성공합니다(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세일가스에 대한 이야기는 차후에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지요). 처음엔 빅 3도 호재라 생각했지요. 그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 보자면, 



세일가스 많이 남  ->  실어나를 LNGC 더 많이 필요  ->  신조 건조기술은 한국이 최고  -> 호재

 


였습니다. 하지만 이게 악몽의 전주곡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단 1년 만에 상황이 심상찮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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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기름값 대폭락


세일 가스전에서는 가스뿐만 아니라, 부산물로 오일(기름)도 같이 나옵니다. 이 기름이 문제가 아니라, 기존 $120하던 오일가격이(국제원유가격)  $27까지 1년 새 급락하게 됩니다.

 

비싼 돈 들여 해양에서 추출한 기름 대신, 세일가스 사 쓰자!! 이것이 시장의 결론이었던 것입니다. 더구나 세일은 매장량이 무려 1000년 이상이나 된다고 합니다(이것은 학계마다, 비즈니스 리포터마다 다르나, 공통 결론은 매장량이 엄청나다입니다. 더 비극적인 것은 셀 수 없을 만큼 이라는 것입니다). 세일혁명은 기존의 기름 고갈론에서 벗어나는 축복이자 저주였습니다.

 

미국은 더이상 중동의 기름이 필요 없어 졌습니다. 그래서 사우디를 버립니다. 중동에서 전쟁을 하든 말든 관심이 없어졌죠. 오히려 전쟁으로 기름수급이 불안해지면 미국의 에너지 수출이 더 좋아지게 됩니다. 에너지의 국외수출을 금지했던 법안도 이미 고쳤습니다.

 

크림반도 침공으로 말 안 듣던 러시아도 한방에 때려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겨울만 되면 유럽으로 수출하던 가스관을 볼모로 가스비를 인상해온 러시아는 국가적인 비상사태에 빠진 지가 오래됐습니다. 러시아 천연가스 생산비는 세일가스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왜냐? 러시아의 가스 생산지는 대부분이 동토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다음은 다 아시다시피, 사우디와 미국의 기름값 치킨게임입니다. 사우디는 얼마나 다급했던지, 미국의 도움 없이 전쟁을 수행했고(시리아 전쟁) 기름값을 끝없이 낮추었습니다. 세일가스 생산비용보다 더 낮게말이지요. 세일 업체가 다 죽어 없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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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sk에너지 블로그

 

그러나, 이 게임은 사우디가 이길 수가 없는 게임입니다. 미국발 세일가스의 생산원가는 $40~$60 정도 됩니다. (매체마다 다르게 발표하나, 40~60이 정설입니다) 그러면 결론은 사우디가 앞으로 계속 기름값을 최소 $60 미만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다시는 유가가 $100이상 가는 시대는 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내년에 3500cc 휘발유 차량을 구입하려고 합니다 ㅋㅋ)

 

사우디는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아람코를 상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람코 상장하면 2.5조 달러의 현금력을 갖추게 되고, 이는 현 최고 기업인 애플의 5400억 달러의 5배의 가치를 가지게 됩니다. 상장하자말자, 5% 지분을 시장에 매각하겠다고 얼마 전에 발표했지요? 사우디는 유가 치킨게임이 엄청난 장기전임을 알고 있는 겁니다.

 

모든 상황이 사우디에게 유리한 점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전통적인 적대 국가인 이란은 기름수급량 조절 협의가 불가능하고, 이란은 이란 나름대로 정치적/경제적 상황 때문에 무조건 기름생산을 올려야 합니다. (경제의 회복/발전이 없으면 정권이 다시 원리파 및 국경수비대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사우디가 기름 가격을 올리려고 수급을 줄이면, 그 줄인 양을 적대국인 이란과 러시아가 먹게 됩니다. 사우디는 수급을 줄일 래야 줄일 수가 없습니다.


해양가스오일 프로젝트는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유가가 $120에 임박하던 시절에는 빙산 떠다니는 북해, 4000m가 넘는 심해처럼 위험한 환경에서도 기름을 뽑아 수익을 냈는데, 지금은 기름을 뽑을수록 손해입니다.


그러면 안 뽑으면 되지 않나라고 할 텐데, 장비/설비란 것은 일단 한번 가동하면 멈추기가 어렵고, 다시 가동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이왕 꽂은 빨대니까 맛이 없어도 빨고 있자를 선택합니다. 그러나 이런 오일가격에서 새로운 프로제트를 진행할 간 큰 오일컴퍼니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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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주경제>


뿐만 아니라, 일부 오일컴퍼니는 계약금을 날려버리면서 기존 계약을 취소해버리고 있습니다. (윗표 참조) 이는 한국 조선 역사상 전례가 없는 상황입니다. 전례가 없었기에 대책도 없는 상황입니다. 저 역시 이런 상황으로 인해 원치 않는 비자발적인 실업 기간을 가지게 된 피해자 중 한 명 입니다(아, 지금은 또 취업해서 먹고 살고 있습니다).

 


10. 상투 잡은 중소 조선소 폭망


기존에 늘려놓은 장비/시설, 인원이 최고조일 때, 조선 경기가 최악에 빠지는 사태에 이르릅니다. 견디다 못한 중소 조선소는 차례로 망하게 되고 그동안 수출의 효자로 칭송받던 조선 사업은 정부의 변변한 지원도 못받아보고 폐업하는 수순을 받게 됩니다.

 

조선소의 메카인 거제도의 지근거리인 통영에 3개의 중현 조선소가 있었으나, 현재는 3개다 망해버린 상태이고 소위 말하는 남해안 고성 조선벨트가 거제도의 삼성, 대우, 고성의 성동만 제외하고는 끊어져 버린 상황입니다(도크가 비어버린 SPP는 제외, 현재 인수협상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상태이고, 협상 실패 시 파산처리가 유력합니다).

 


11. 그 와중에 한수 아래라고 봤던 일본, 중국의 맹렬한 추격


잘못된 구조조정의 방향으로 인해 망해버린 줄 알았던 일본의 맹추격과 이제는 뉴스거리도 안 되는 중국의 선전입니다. 열이면 열 모두 중국, 일본의 강력한 부상을 점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엄청난 구조조정을 하고 있고(조선소 수량이 엄청나게 줄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의 과정과 그 결과도 신통치 않습니다. 저는 중국은 지금처럼 벌크선 위주 저기량선박(기술이 별로 필요 없는 선박)만 점유율 우위로 가져갈 것이라 봅니다. 이는 중국의 내부 사정과 기술축적에 별 관심 없이 이윤만 추구하려는 태도 때문에 그렇습니다. 다만, 정부 주도의 조선 사업은(정부가 실적을 쌓기 위해 전략적으로 수주하여 일부 국영조선소에 발주란 프로젝트 등등) 기술 축척을 하려고 정부만 노력합니다, 조선소는 별 관심 없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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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조선도 ‘아베의 3가지 화살’ 중 하나인 엔저로 인해 기사회생했고 위 그래프처럼 한국을 바짝 추격한 상황입다만, 추격은 여기까지입니다.


단언하는 이유는, 일본 조선은 설계 인원이 없고, 젊은 기공이 없습니다. 설비도 이전의 구조조정 후 변변찮습니다. 이대로는 얼마 못 갑니다. 위 수주량은 일본 내에서 자국주의 원칙에 따라 자국이 발주한 물량이 대부분입니다. 한국처럼 순수하게 수익성 따져서 외국에서 발주 받은 물량이 아닙니다. 한국 언론은 제대로 알고 설레발을 떨어야 합니다.

 


12. 이젠 3 (현대, 대우, 삼성) 위험


맞습니다. 빅3도 예외가 아닙니다. 위험하고요, 맞고요, 맞습니다. 빅3는 조선소가 현재 상황(캐파)을 유지하려면, 현대는 100척, 삼성, 대우는 각각 60척의 상선을 수주받아야 합니다(불행히도, 해양 대박의 꿈으로 인해 상선 쪽의 캐파를 많이 줄였습니다. 본 수치는 2007년 한국 조건의 최전성기 때의 수치입니다).


그러나 올해 1분기가 지나도록 현대는 4척, 대우, 삼성은 ‘0’ 입니다. 얼마 전 대우는 2척을 수주받은 것으로 언론 보도됐으나 실상은 대우의 자회사인 루마니아 말갈리아 조선소의 2척을 땡겨 온 것입니다. 즉, 실상은 ‘0’가 맞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주받은 후 설계하고, 기자재사서 2년 뒤부터 실재생산을 시작하는 주기로 봤을 때, 으윽, 생각하기조차 끔직합니다. 이 상태로 2년 뒤면 조선소에서 만드는 배가 전!무!한, 퍼펙트한 스톰을 맞게 됩니다.


도대체 왜 발주가 안 되느냐? 그것의 해답은 다음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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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는 발틱운임지수인데, 쉽게 말해 화물선을 운행하는 운임표라고 보면 됩니다. 2009년 1000일 때, 2015년은 300 정도 입니다. 1/3 토막 난 상황에서 배를 만들어서 돈을 벌겠다는 선주는 없을 겁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또는 세계 경제 상황이 낙관이라면, 즉 올해는 망삘이지만 내년 후년은 훨씬 나아진다는 확신만 있으면 선주는 선박을 발주합니다. 그러나, IMF의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은 3.5% 정도라고 예상했고 내년도 별다를 바 없다고 발표한 상황입니다. 즉, 이 운임지수는 내년도 후년도 이대로 갈 가능성이 많아졌습니다.

 

이것이 현재 선박 발주가 안 되는 이유입니다. 이건 우리의 문제가 아닙니다. 외부효과이기 때문에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억울한 상황인 겁니다.



13. 이대로 가면 다 같이 죽는겨?


그래서 언론과 정부에서 구조조정하자고 합니다. 다 죽기 전에. 그러나, 누구를 위한 조정인지 묻고 싶습니다. 지금 죽을 쑤고 있는 이유는 우리가 EPCC 한답시고 턴키 방식으로 수주받은 탓도 있겠으나, 외부 요인이 더 큽니다.


아울러, 구조조정을 하면 과연 그 과실이 어디로 갈까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한국보다는 중국, 일본으로 갈 것 같습니다. 누구도 단언하지 못하지만, 누구도 미래를 알 수는 없지만, 그리 될 것으로 저는 믿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을 반드시 해야 한다면, 그냥 민간에 맡겨두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 어리숙한 정치권에 역사와 품위를 자랑했던 우리 조선의 목숨을 믿고 맡길 수는 없습니다.

 

현재의 상황이 안타까운 마음에 사실을 제대로 알아가자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운 법입다.’


현재 각 조선소에서 피땀 흘리시는 노동자들께 경건히 고개 숙입니다. 당신들이 최고 셨으며, 계속 최고이기를 바랍니다.

 

 

-끝-




P.S.


일반적인 선박 건조 과정입니다. 참고로 가볍게 읽어 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삼성중공업 블로그(링크)내용을 첨부합니다. 



선박건조의 첫 단계는 바로 수주 계약입니다. 선박은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여타의 제품처럼 먼저 만들어놓고 필요한 고객에게 그때 그때 팔기에는 덩치가 너무 거대하죠. 게다가 배를 사려는 선주들의 요구사항도 제각각 다르답니다. 그래서, 선박은 선주의 주문이 들어오면 요구사항(선박의 종류, 형상, 속도, 관련된 국제 규정 등)에 맞춰 개념설계를 하는데요. 선주의 요구조건이 만족되고 가격이나 납기 등이 합의되면 본격적인 건조를 시작하게 됩니다.


 설계 


선박건조의 시작은 바로 설계입니다. 선박은 규모와 구조가 매우 크고 복잡해서 설계기간도 오래걸리고, 국제 규정에 적합하게 설계가 되어야 하는데요. 보통 일반선 한 척을 설계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계약시점부터 생산기간 이전까지 약 12개월 정도가 걸립니다. 물론 해양 설비의 경우는 더 많은 기간이 소요되지요. 설계 단계에서는 선박의 큰 뼈대를 만드는 구조설계와 상세설계 등을 거칩니다. 설계 도면은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하여 작성합니다.


 모형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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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를 마치면 모형을 만들어 실험을 합니다. 물의 밀도를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느냐는 선박의 연료 소모율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에서 실험이 이루어집니다. 실험을 통해 실제 건조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오류를 차단하는 것이죠.

 

 강재 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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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본격적인 건조작업이 시작됩니다. 생산에 필요한 강재를 절단하기 전 표면을 깨끗하고 균일하게 만들어주는 전처리 과정을 거치는데요. 이것은 철판 표면 위에 붙은 이물질을 제거하여 철판을 매끈하게 해준답니다. 전처리가 끝나면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사이즈 별로 강재를 절단합니다. 이때 '플라즈마(Plasma)'라는 절단장비를 이용하게 되지요.

 

 조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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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절단된 강재를 용접하여 대형블록으로 제작하는 과정입니다. 조립은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배의 외판을 만들기 위해 철판을 가져오는 배재 작업, 용접 전 도면대로 가용접을 하는 취부 작업, 그리고 각 부재들을 접합하는 용접 작업, 마지막으로 용접 작업 후 선주가 완성된 블록의 상태를 검사하는 검사 작업입니다. 선박의 기초가 되는 것이 블록이므로, 이를 조립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답니다.


 선행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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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을 마친 후에는 의장작업에 들어가는데요. 여기서 선행의장은 도크 탑재 전 블록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을 말합니다.

 

 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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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녹이 슬지 않도록 친환경제품으로 페인트 칠을 합니다. 선박도장은 선박의 기능 향상을 위해 특수 도료를 사용합니다.  철판이 바닷물의 소금기에 산화되어 부식되지 않도록 방지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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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선박 블록을 도크로 옮겨와 순서에 맞게 탑재해 줍니다. 예전에는 100개의 블록으로 선박 한 척을 건조한 적도 있었지만, 메가블록 공법, 기가블록 공법, 테라블록 공법 등 다양한 공법을 적용하면서 건조기간도 획기적으로 줄었답니다. 메가블록을 이용해 블록 10개로 선박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죠.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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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크에서 완성된 선박을 처음으로 물에 띄우는 것을 '진수'라고 합니다. 보통 육상도크에서 건조한 선박은 도크에 물을 채워 바다로 띄우고, 플로팅도크에서 조립된 선박은 완성이 되면 플로팅 도크를 가라앉힌 후 선박을 끌어냅니다.


 안벽의장 


진수 후 안벽에 선박을 접안하고 파이프 설치, 전선 연결, 선실 인테리어 등을 진행합니다.


 시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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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에서 선박 성능을 최종 테스트 하는 작업입니다. 보통 짧게는 1~2일, 길게는 10일 이상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명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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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이 완성되면 선주를 초청하여 선박에 이름을 부여하는 행사를 가집니다. 명명식 행사에서 밧줄을 끊는 역할은 주로 여성이 맡게 되는데요. 이 여성을 대모(God mother, 갓 마더)라 부릅니다. (아래의 황금도끼가 보이시나요?? 선주사에게 행사 후 기념으로 준다네요) 


 인도 


선주사 대표와 선박건조를 맡은 조선소 대표가 인도 서명 후 선박을 인도합니다.






 


편집부 주


위의 글은 자유게시판에서 납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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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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