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지난 편까지 VR 열풍의 수면 아래에 숨어있는 각종 재미는 없고 머리만 아픈 내용을 디벼보았다. 됐고, 이제는 과연 지름신을 받아들일 때인지 아닌지를 가려내는 것이 중요한 시점. 수많은 VR 기기들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막상 살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는 게 아닌가 싶은 작금의 현실 속에서, 쓸데없는 돈 지랄을 막기 위한 몸부림을 한번 시작해보자.


일단 가장 기본이 되는 건, 형태상의 특징으로 나누어지는 3가지 종류를 파악하는 것이다.




1. 형태적 종류


현시점에서의 ‘VR’이라 하는 것의 구성요소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서술하면 이렇게 된다.


 시선 방향에 반응하는 디스플레이
 기타 정보 입력기기
▷ 정보를 처리할 하드웨어


흔히 말하는 ‘컴퓨터’라 함은 보통 본체 + 모니터 + 입력기기(키보드/마우스)로 구성된다. VR도 결국은 이 3요소를 바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셈이다. 단, VR이라는 것의 특성상 눈이 어느 방향을 향하느냐를 알아야 하므로 디스플레이에 센서가 붙어있는 형태라는 점이 다르다.


여기서 형태적 종류는, ‘컴퓨터 본체’에 해당하는 기기가 무엇인지에 따라 나뉜다.



1) PC 기반 VR


1.jpg


가장 유명한 Oculus 사의 기기인 Oculus Rift 는 그냥 PC를 그대로 사용한다. HTC와 Valve가 합작하여 만든 Vive도 마찬가지로 PC를 사용한다. 즉, 컴퓨터 본체에 VR기기를 연결해서 사용해야 한다. 의외로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꽤 많다. VR 열풍에 관련된 매체보도에서는 사람이 머리에 쓰고 있는 기기에 주목하므로, 실제로 정보를 처리하는 PC는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HMD가 모니터를 대체하는 셈이다.


PC 기반 VR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사양의 부품을 사용함으로써 보다 높은 퀄리티의 컨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뒤에 다룰 다른 형태의 VR 종류에 비해, PC는 현재로써 가장 뛰어난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폼팩터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과 같이 이 장점은 소비자들에게는 단점이 된다. 높은 사양의 부품은, 가격도 높기 때문이다. Oculus사와 HTC&Valve사가 권장하고 있는 VR용 PC의 사양은, 일반적인 가정에 보급돼있는 PC의 사양에 비해 훨씬 높은 편이고, 노트북으로는 맞추기가 매우 힘든 수준의 고사양이다. 만약, 원래 집에서 쓰던 PC가 꽤 높은 사양이었다면 몇몇 부품을 조금 업그레이드하는 것으로 맞출 수 있겠지만, 만약 PC를 새로 사야 한다면, 본체만 대략 120만 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그 권장 사양을 맞출 수 있다.


또 한 가지 단점은 물리적인 형태에서 비롯된다. PC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형태이다 보니 HMD와 PC를 여러 개의 케이블로 연결해야 한다. 그리고 VR을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PC에서 약간의 조작을 해줘야 한다. 마우스로 아이콘을 클릭한다든가, 경우에 따라서는 ID 및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든가 하는 식. 결국, VR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PC 앞에 한번은 앉아야 한다는 얘기. 침대에 누워서 VR로 영화 한 편 때리려면, 일단 기다란 연장케이블을 설치해놓고 PC에 가서 약간의 조작을 한 뒤 침대로 다시 와서 HMD를 써야 하는 식이다. 



2.jpg

이런 식으로, 케이블이 연결돼있고, 키보드나 마우스를 써야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PC 게임을 많이 하는 편이고, VR로도 게임을 주로 하려는 사람이라면 그리 큰 불편은 아닐게다. 또한, 전문적인 교육이나 창작활동에 VR을 사용하려는 경우라면, 불편함이야 어찌 됐든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이 PC 기반 VR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 장 


 높은 퍼포먼스
 가장 다양한 활용범위
 현시대 VR 플랫폼을 선도하는 기업들의 제품 형태
 직접 개발하려는 경우, 가장 넓은 개발환경 지원
 고성능의 포지션 트래킹 및 모션 트래킹 주변기기



* 단점


 거추장스러운 연결
 (고사양 데스크탑 PC를 새로 사야 한다면) 매우 부담되는 가격



2) 콘솔 기반 VR


3.jpg


다음 형태는 콘솔 기반, 여기서의 콘솔은 '게임콘솔을 의미한다'라고 써놓고 사실은 Sony의 플레이스테이션 VR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현재 출시된 콘솔 기반 VR은 오직 Sony 플레이스테이션 VR뿐이기 때문이다.


이 형태는, PC 대신 플레이스테이션 4 콘솔 기기가 모든 정보를 처리한다. 즉, 모니터나 TV 대신, HMD로 연결되는 형태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게임 콘트롤러도 플레이스테이션의 게임패드나 Move 컨트롤러를 그대로 사용하게 된다.



4.jpg

플레이스테이션의 기존 모션컨트롤러가 그대로 쓰인다.



게임을 좀 하시는 분덜은 다들 아시다시피, 게임 콘솔은 하드웨어 스펙상의 수치에 비해서 좋은 퍼포먼스를 내곤 한다. PC와 같이 다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서, 최적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파고들기 시작하면 커널이니 뭐니 얘기가 나와야 되지만, 그냥 잘 돌아간다는 게 중요하니 넘어가도록 하자. 암튼 이러한 특징이 VR에서도 그대로여서, 40만 원대의 플레이스테이션 4이지만, 100만 원대 PC와 비견할 수 있을 만한 퍼포먼스를 낸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PC 기반 VR보다는 비교적 경제적으로 높은 퀄리티의 VR 컨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뒤따르게 된다. Oculus나 Vive의 권장 사양 PC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플레이스테이션4를 살 수 있고, HMD 자체의 가격도 PC 기반 VR보다 저렴하다.


그리고, 전통 있는 플레이스테이션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원래 플레이 스테이션을 잘 사용하던 사람이라면 좀 더 본격적으로 VR을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VR용 게임으로 발표된 게임이 아니더라도, VR을 통해 큼직한 가상 스크린에서 이미 출시된 게임들 대부분을 즐길 수 있다. 이미 큼직한 TV나 프로젝터를 쓰는 사람이라면 감흥이 덜하겠지만, 원룸에서 작은 TV나 모니터로 플스를 사용하던 사람이라면 꽤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다 좋은 건 없듯이, 아무래도 플레이스테이션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게임이나 영상 이외에 다른 목적으로 VR을 연구하려는 경우에는 PC에 비해 다소 제약이 있기 마련이다. 또한, 어느 정도 보편적인 게임 형태가 아니라, 모션트래킹이나 포지션트래킹 등의 부가기술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컨텐츠의 경우, Oculus나 Vive에 비해 정교함이 조금 부족하다는 리뷰도 있다.


또, 콘솔 기반 VR 역시 콘솔과 유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그러므로 앞서 말했던, 침대에 누워서 쓰고 싶다든가 한 경우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뒤따르게 된다. 다만, 플레이스테이션이 무선 컨트롤러로 조작되기 때문에, 마우스나 키보드 조작이 필요한 PC에 비해서는 그 불편함이 조금 덜한 면이 있다.


* 장점

 

 PC 기반에 비해 저렴한 가격
 PC 기반에 비해 그닥 떨어지지 않는 퀄리티
 전통 있는 플레이스테이션 인프라
 (플레이스테이션4가 이미 있다면) HMD만 사면 주변기기는 그대로 사용 가능
 매우 쓸만한 수준의 포지션 트래킹 및 모션 트래킹 주변기기



* 단점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플랫폼
 거추장스러운 유선 연결
 (플레이 스테이션4를 새로 사야 한다면) 어느 정도 부담스러운 가격



3) 모바일 VR


5.jpg


앞선 두 가지 형태는 PC 및 콘솔을 통해 외부의 연산장치를 활용한다면, 모바일 VR은 이 모두를 스마트폰으로 퉁치는 형태이다. 스마트폰이 디스플레이, 입력기기, 정보처리까지 모든 것을 다 해내는 형태. 다만, 스마트폰의 화면을 반으로 나누어 두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렌즈가 달린 HMD 케이스는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버튼이나 추가 센서가 달리기도 한다.


스마트폰이 디스플레이부터 연산까지 모두 처리하게 되므로, 어딘가에 고정돼있는 기기와의 연결이 필요치 않다. 앞선 두 가지 형태의 VR들이 PC나 콘솔과 유선으로 연결해야만 하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며, 이 부분이 졸라게 중요한 핵심이다. 침대맡에 스마트폰과 HMD케이스만 있다면, 손만 뻗어서 이 둘을 간단히 조립한 후 침대에 누워서 VR을 사용하는 게 가능한 유일한 형태다. (가능하긴 하다는 얘기다. 그냥 앉아서 하는 게 더 편하다)


무엇보다도 가격이 저렴하다. 스마트폰을 새로 사지 않는 이상에야 모바일 VR에서 가장 고급진 제품이라 할 수 있는 샘숭의 기어VR도 10만 원 정도면 살 수 있다. '구글 카드 보드’로 대표되는 보급형 HMD케이스들은 저렴하게는 몇천 원대부터 구매 가능하고, 그럭저럭 그럴싸하게 생긴 제품들도 5만 원 이하 정도 가격이다.


문제는, ‘어떤 스마트폰이냐’에 따라 좌우되는 게 너무도 많다는 사실이다. 약 2~3년 전에 출시된 스마트폰과 최근에 출시한 플래그쉽 모델간의 퍼포먼스 격차가 꽤 크다. 성능이 떨어지는 폰들은, VR을 사용하는 상태에서 시선의 움직임이 부드럽게 표현이 되지 않는다든가, 게임 화면의 화질이 심하게 구리다는 문제가 뒤따르게 된다.


게다가 샘숭의 기어VR 같은 제품은, 동사의 플래그쉽 스마트폰 모델들만 지원한다. 즉, 다른 기기를 쓰는 사람들이 기어VR을 꼭 쓰고 싶다면 스마트폰도 새로 사야 하기 때문에 가격 부담이 커진다. PC/콘솔 기반 VR 대비 강력한 장점인 ‘저렴한 가격’이 무색해지는 셈이다.


근본적으로는, 아무리 스마트폰의 성능이 좋아졌다 한들 100만 원이 넘는 PC나 플레이스테이션4보다는 성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PC/콘솔 기반 VR의 고퀄리티 컨텐츠들은 모바일 VR에서 경험하기 어렵다. 특히 포지션 트래킹이나 모션 트래킹을 활용한 기술들은 아직까지 PC와 콘솔용만 존재하기 때문에, 활용 범위도 아직은 훨씬 적다.


역으로 생각하면, 1년 이내에 출시된 비교적 최신 스마트폰을 쓰고 있으면서,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실감형 게임 같은 것 보다, 그냥 VR 영상이나 간단한 게임을 심심풀이로 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딱 좋은 형태의 제품이다. 단돈 몇만 원으로 HMD 케이스만 사면 VR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장점


 넘사벽인 가격경쟁력
 유선 연결 없는 간편한 사용환경



* 단점


 낮은 퍼포먼스
 부족한(아직은 거의 없다시피 한) 주변기기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이 구형이라면, 폰 사느라 돈이 더 들어갈 지경



자 이제 중요한 내용은 쭉 훑어봤으니, 실제로 돈을 쓴다고 생각해고, 저렴한 제품부터 살펴보자.




2. 가격별 제품군 (저렴한 순)


1) 카드보드류 (1만 원 이하)



6.jpg



뭐니뭐니해도 가장 저렴하게 VR을 체험할 수 있는 건, 카드 보드류다. ‘카드 보드'는 구글에서 고안해서 공개한 것으로 유명해졌다. 골판지를 자르고 접어서, 적당한 위치에 렌즈를 끼워 넣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매우 기본적인 형태의 HMD 케이스. 구글에서 기본적인 형태의 디자인을 공개한 후 여러 제조사에서 만들고 있다. 또한, 화면 터치,  HMD 세로로 세우기, 이 2가지 행동을 표준 입력체계로 정해두면서 다양한 제조사들의 각양각색 제품들이 어느 정도의 일관적인 사용성을 지닐 수 있도록 기여했다.


이 카드 보드 형태의 원자재는 종이와 렌즈가 전부이기 때문에 가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저렴하다. 2천 원도 안 하는 제품도 있고, 2~3만 원 정도 나가는 제품도 있다. 기본 형태는 거의 같지만, 디테일한 사이즈, 마감방식, 물리적 버튼 지원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다.


종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뽀대는 전혀 안 나고, 내구성도 극악이다. 하지만 처음 출시된 이후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시도되면서 점점 쓸만해 지는 중이다. 예를 들면, 전기가 통하는 은박지 같은 재질을 부분적으로 사용해서, 화면을 터치할 수 있는 버튼 기능이 달려있는 버젼도 있다. 초기의 카드 보드는 화면 터치를 위해 자석을 이용한 것에 비해, 재료비가 더 줄일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인 셈. 또, 과거에는 고무줄로 스마트폰을 고정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요즘은 벨크로(찍찍이)로 비교적 편리하게 스마트폰을 고정할 수 있다.


다른 VR 제품들처럼 밴드를 통해 머리에 착용하는 게 아니라, 두 손으로 HMD를 들고 눈앞에 갖다 대는 형태여서, 누워서 영화를 본다든가 하긴 어렵다. 하지만, 오히려 머리에 뒤집어쓰는 과정이 생략돼서 더 가벼운 맘으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VR을 아예 경험해본 적이 없는 사람 중, 어떤 제품을 사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그냥 몇천 원 버린다고 생각하고 한번 사보는 게 좋다.


* 추천 대상


 최소한의 비용으로 VR이 뭔지 알아보고자 하는 사람



* 제품 선택 팁


 화면 터치 버튼이 있는 것으로 고르자. 자석이든 은박지든 상관없음. 단, 너무 크거나 작은 스마트폰은 물리적으로 쓰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니, 이 부분은 구매 전에 체크하자.



2) 3rd파티 모바일 VR (폭풍마경류, 2~5만 원대)



7.jpg



카드 보드류의 골판지가 못내 맘에 걸린다면, 플라스틱으로 제법 그럴싸하게 만든 모바일 VR 제품들이 있다. 국내외 수많은 회사가 한창 만들어대고 있는, 가장 경쟁이 심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에 해당하는 제품 중 가장 유명한 제품은 중국의 ‘폭풍마경’. 뒤에 언급할 샘숭의 기어VR의 짝퉁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중국 특유의 ‘니꺼가 내꺼고 내꺼는 내꺼’ 식의 저작권 의식을 고려할 때, 막상 제조사에서는 별로 배꼈다는 생각을 안 하는 듯하다.


폭풍마경 이외에도 비슷한 형태의 다양한 제품들이 있다. 대부분 공통적인 것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케이스에 스마트폰을 끼우게 돼 있고, 신축성 있는 밴드를 사용해서 머리에 착용하는 형태라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디테일이 조금씩 나뉜다. 이 디테일을 잘 체크해야, 택배 받고 나서 땅을 치고 후회하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주요 체크사항은 이렇다.



 렌즈의 앞뒤 위치를 조절하여 내 시력에 맞출 수 있는가

 렌즈의 좌우 위치를 조절하여 내 스마트폰과 내 눈의 위치에 맞출 수 있는가

 안경을 쓰고 착용할 수 있는가

 화면 터치 버튼을 제공하는가

 내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끼울 수 있는가 (특히, 5.5인치 이상의 큰 스마트폰을 쓰는 경우)

 렌즈의 화각이 어느 정도인가 (기본적으로 클수록 좋음)



이러한 체크사항들을 모두 지원하지 않다 하더라도 4~5인치 정도의 일반적인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눈이 좋거나 콘택트렌즈를 쓰는 사람이라면 별 문제 없이 쓸 수 있다. 반대로 안경을 쓰거나 시력이 매우 나쁜 사람, 자기 스마트폰을 끼울 수 없는 제품을 산 사람은 자칫 그대로 반품을 해야 할 수도 있다.


폭풍마경이라는 제품은 렌즈의 조절이나 지원하는 스마트폰의 범위, 렌즈의 화각 등 대부분의 요소가 경쟁품들보다 준수했기 때문에, 이 3rd파티 모바일 VR 계의 플래그쉽 모델 같은 지위를 획득했다. 하지만 그만큼 가격이 높은 편이다. 경쟁품들이 평균적으로 2~3만 원 내외의 가격대를 형성하는 반면, 폭풍마경의 최신버젼은 4~5만 원대로 판매된다.


약 2배가량 되는 이 가격이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는지는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우선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비교적 최근의 고사양 제품이 아니라면, 폭풍마경의 장점을 다 누리기 어렵다. 최근 고사양 제품이라고 해도, 약 2배의 가격을 지불할 만 한지 확언하기 힘들다. 어차피 어떤 기기를 사든 같은 스마트폰을 쓸 것이고, 그렇다면 헤드트래킹이나 화질 등의 요소는 어차피 거의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2천 원짜리 카드 보드가 가격 대 성능비는 제일 뛰어난 셈이 되지만, 확실히 카드보드와 폭풍마경류 모바일 VR은 사용성에서 차이가 있다. 결국,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서는 본인이 VR을 어떤 컨셉으로 활용할지를 정해두는게 좋다. 최대한 돈을 아끼려면 카드 보드만 한 게 없다. 어디에나 갖고 다니면서 가볍게 사용하고 싶다면, 카드 보드와 폭풍마경류의 중간쯤이라 할 수 있는 접이식 기기들도 있다.



8.jpg

폰 케이스와 VR기기가 일체형으로 만들어진 사례. 형태적인 부담은 가장 적은 셈이다.



보다 번듯한 VR기기를 쓰고 싶다면, 일단 본인의 스마트폰이 샘숭의 갤럭시 시리즈 최근 모델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갤럭시S6, 7, 노트 4 셋중 하나에 해당한다면 다음에 다룰 기어VR을 고려하는 게 낫다. 저 모델들이 아니라면 일단 온라인 쇼핑몰에서 ‘모바일 VR’로 검색한 후 5만 원 가량의 폭풍마경 최신모델부터 본인의 스마트폰 사용 가능 여부 및 앞서 언급한 주요체크사항을 하나씩 체크해보면 되겠다.


* 추천 대상


 카드보드 보다는 좀 더 번듯한 기기를 쓰고 싶지만, 샘숭 기어VR은 쓸 수 없는 사람들



* 제품 선택 팁


 제품 간의 특징과 지원 사항을, 본인의 여건과 잘 맞춰봐야 함. 무턱대고 지르면 낭패.




3) 특정 스마트폰 제조사 전용 VR기기(10만 원~30만 원)




9.jpg



샘숭, LG는 자사 단말기 전용 VR기기를 출시했다. 해외 다른 제조사들도 슬슬 만들어나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직까지 돈 주고 살만한 건 샘숭의 기어VR뿐이다. 그러므로, 일단 기어VR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기어VR의 가장 큰 특징은, VR의 선두주자 Oculus사와 제휴한 제품이라는 점이다. Oculus사에서 정식으로 관리하는 유일한 모바일 VR 기기라는 점. 아빠는 Oculus, 엄마는 삼성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관계로 인해, 아직까지는 모바일 VR 기기 중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보인다.


여기서의 ‘좋은 퍼포먼스’는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일단 하드웨어적으로 HMD케이스 내에 추가 센서가 있어 보다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자세를 측정한다. 이를 통해 고개를 돌려볼 때 다른 모바일 VR 기기에 비해 훨씬 부드러운 시선 이동을 보인다. 또, 카드 보드류가 화면 터치 버튼 1개만을 지원하는 데에 반해, 기어VR에는 간단한 터치패드 및 뒤로 가기 버튼이 달려있어, 게임패드를 따로 쓰지 않아도 비교적 다양한 조작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어VR은 Oculus사에서 직접 개발환경을 제공하고 있고, 이 개발환경이 다른 여타 VR 컨텐츠 개발환경에 비해 최적화가 잘 돼 있는 편이다. 개발자 관점에서 말하자면, 똑같이 만든 게임 프로젝트에 카드 보드류 SDK를 넣어 빌드하면 최적화하기가 까다롭지만, 기어VR로 빌드하여 지들이 알아서 어느 정도 최적화를 한다. 사용자 관점에서 말하자면 카드 보드용 게임보다 기어VR용 게임이 더 부드럽게 잘 돌아가는 경향이 있다는 것.



10.jpg

기어VR 전용 홈화면. 여기서 앱 설치와 실행, 관리를 모두 수행한다.



단점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일단 갤럭시 시리즈 중에서도 플래그쉽 모델들만 일부 지원한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다른 폰을 쓰는 사람들 입장에선 VR 하나 때문에 멀쩡한 폰 버리고 돈 백만 원 더 쓰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반대로, 지원되는 폰을 쓰는 사람에게는 가성비가 아주 좋은 VR기기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두 번째 단점은, 다른 모든 폰을 위한 일반적인 모바일 VR 앱을 쓰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이는 ‘플랫폼’에서 기인하는 문제여서 일반 대중들 입장에서는 예상하기가 좀 어려운 문제고, 그래서 더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모바일 VR들은 그냥 앱스토어에서 VR용으로 만들어진 앱을 받거나, 유튜브에서 VR용 영상을 틀면 된다. 하지만 기어VR은, 스마트폰을 기어VR에 꼽는 순간 기어VR 전용 앱만 실행할 수 있게 돼 있다. 즉, 유튜브에서 VR 영상을 틀어놓고 기어VR에 끼우면, 유튜브가 중단되고 기어VR 앱 실행 화면이 나온다. 다른 일반적인 VR 앱들도 마찬가지다.



11.jpg

다른 모바일 VR 기기들은 그냥 스토어에서 VR용 앱을 찾아 받는 식이다.


물론 꼼수를 써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생각보다 번거롭다. 게다가 꼼수를 써서 일반 VR 앱이나 유튜브 영상을 틀어둔 경우, 기어VR에 최적화돼있지 않기 때문에 뭔가 버벅거리고 불편하다. 그래서 쌩까고 기어 VR 전용 앱만 쓰자니, 퀄리티는 좋지만 아무래도 컨텐츠가 약간은 부족하기 마련이다.


기어VR 이외에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기기는 LG의 360 VR이 유일하다. LG의 경우, 스마트폰을 결합시켜서 사용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안경처럼 머리에 쓰는 기기만 별도로 만들어 유선으로 LG 스마트폰에 연결하게 돼 있다. 결국, 앞서 서두에 살펴본 VR의 형태구성을 고려할 때,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와 센서를 쓰는 게 아니라, 별도의 디스플레이와 센서가 달린 기기를 따로 만든 셈이다.



12.jpg

이런 식으로, 폰은 연산처리만 할 뿐 디스플레이는 따로 쓴다.



이를 통해 LG가 노린 장점은, 거추장스러움이 덜하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스마트폰을 HMD케이스에 결합해서 머리에 쓰면 무게감이 느껴지기 마련이고, 밴드를 통해 이를 고정하는 것이 다소 거추장스럽다. LG는 별도의 기기로 분리시키면서 무게를 줄이고, 밴드가 아닌 안경다리로 착용하게 구성했다.


하지만, 이 한 가지의 장점을 만들기 위해 너무 많은 단점이 생겨났다. 일단, 디스플레이가 별도로 들어가다 보니디스플레이를 스마트폰에게 일임한 기어VR보다 비싸다. 기어VR이 10만 원, 또는 10만 원 초반대라면, LG 360VR은 20만 원 후반대, 거의 2~3배의 가격이다.


그 와중에 디스플레이의 퀄리티는 기어VR보다 못하다. 기어VR이 호환되는 최고기종인 갤럭시S7의 해상도는 1440x2560. 반으로 나눠 한눈에 하나만 보이므로 반으로 나누면 1280x1440이 되는데, VR 화면은 렌즈의 화각 변환 때문에 이 해상도를 다 쓰지는 못하므로 대략 1000x1200 정도의 픽셀을 쓰게 된다. 반면 LG 360 VR은 720 x 920. 픽셀을 다 쓴다 해도 기어VR+갤럭시 S7 조합보다 떨어진다. 시야각도 LG가 80도, 기어VR은 96도로 역시 LG가 떨어진다. 결국, 가볍기만 할 뿐 비싸고 퀄리티는 더 낮다는 얘기.


또 하나의 차이점은, LG는 아직 별도의 플랫폼을 구축한 상태가 아니므로 기어VR처럼 전용 앱 환경이 없이, 일반 VR 앱과 영상을 지원한다. 이 부분은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3. 마무리


이로써, VR 제품의 종류와 그 중 모바일 VR의 제품 선택 팁을 디벼봤다. 결론적으로 돈 주고 살만하냐고 묻는다면, 일단 ‘그렇다’고 대답하겠다. 2~3천 원짜리 카드 보드도 분명 기존에는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시켜주긴 한다. 심지어, VR 초기에는 동네 문방구에서 돋보기를 사서 HMD 케이스를 자작하는 경우도 많았고, 그렇게 해도 기본적인 VR 느낌은 느낄 수 있다. 그 경험은 안 해보고선 절대 모르는 경험이기 때문에, 그냥 그 경험을 한번 해보는 것만으로도 몇천 원 정도는 절대 아깝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꾸준히 쓸만한가’는 전혀 다른 얘기다. 일단 VR용 컨텐츠의 양 자체가 아직은 많지 않고, 그 와중에 ‘꾸준히’ 즐길만한 컨텐츠는 더 적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없다고 볼 수도 있겠다. 특히 모바일 VR의 경우에는 처리할 수 있는 연산량의 한계가 있고 배터리의 한계도 있기 때문에, 하루종일 들러붙어서 뭔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애초에 좀 요원하기도 하다.


하지만, PC VR과 콘솔VR은 조금 얘기가 달라지고 있다. 빠른 속도로, 꽤 그럴싸한 컨텐츠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 PC VR과 콘솔 VR, 그리고 VR 컨텐츠에 대해 디벼보면서 이 연재를 마무리하겄다.






[지난 기사]


1 : 열풍의 배경

2 : VR의 때 이른 숙제







춘심애비

트위터: @miiruu


편집: 딴지일보 너클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