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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난 ‘꼭그래야하나?’야. 무슨 닉네임이 이러냐고 할 거야. 우리 사이에 통성명이 필요한 것 같으니 어째서 이 닉네임이 생겼는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할게.


이 닉네임을 생각한 건 낚시터에서였어. 낚시 좋아하냐고? 아니야. 난 낚시를 정말 싫어했어. 취미가 낚시인 친구들을 한심하게 생각했었지. 그러던 내가 누군가의 죽음 때문에 낚시라는 것을 시작했지. 그래, 어제(23일)가 그분이 가신지 7주기였어. 노무현 전 대통령 말이야.


그분이 돌아가시고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그래서 찾은 것이 ‘아무것도 안하면서 뭔가 하는 척 할 수 있었던’ 낚시였지. 낚싯대를 샀어. 딱히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은 아니어서 대충 지렁이 한 마리 달고는 던졌어. 낚싯대에 달아 놓은 방울이 딸랑거리기 전까지 멍 때리지. 여러 대를 폈으면 낚싯대에 신경을 집중했겠지만 딸랑 한 대라 그냥 멍 때리면 됐어. 것도 방울이 울리면 됐으니 낚시가 아니라 멍 때리기였어.


2년 동안 인근 저수지를 돌아다니며 멍 때렸어. 순전히 노무현 때문이었어. 어쩌면 내 방식의 장례식이었던 것 같아. 떠나보내야지. 떠나보내야지, 하는 시간을 가진 것 같아. 대체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무엇이기에 삼년상 치르듯 그랬을까? 그가 나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난 왜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고 그의 말에 환호했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고 또 했어.


오래 전 이야기를 해야겠어. 힘들지 않은 청춘은 없겠지만 나 또한 슬픈 청춘이었어. 정확히 말하면 푸름을 잃어버리고 갈색 낙엽처럼 나무에서 떨어진 느낌이었나? 아무튼 낙오자라는 느낌은 그래. 나는 대한민국 교육의 실패작이자 빛날 수 없는 청춘을, 미래를, 삶을 가져야만 했어. 다들 알잖아. 한국의 교육은 서열이고 그 서열에서 바닥이면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그러다 생각했지. 찬란히 빛나는 곳으로 갈 수 없다면, 성공하기 더럽게 어렵다면 뭘 할까? 모두가 성공하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겠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모두가 실패하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일종의 저항이었어. 아주 그냥 바닥으로 떨어지기 위해 거지가 되야겠다 싶었어. 거지가 뭐 어때? 예수도, 공자도, 부처도 빌어먹고 살아간 사람들 아니겠어? 사람들에게 빌어먹을 놈이 되면, 저 빌어먹을 권력과 부에 조아리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겠어?


내 나름의 방법으로 거지되기 훈련에 들어갔어. 그런데 그것도 못하게 됐지 뭐야. 외환위기 이후에는 거지를 노숙자라 그러더라고. 응? 그냥 거지로 불러주면 안될까요? 국가나 국민들이 일명 노숙자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이 땅에서 거지가 사라진 거야. 아직도 거지가 존재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잘 몰라서 하는 말이야. 거지란 일종의 ‘부를 거부한 사람’, 그러니까 부를 위해 노동을 거부한 사람들이야.


어처구니없게도 반자본주의자들이 거지야. 그렇다고 마르크스주의자는 아니야. 근본적으로 노동과 생산을 거부했으니 말이지. 어떤 ‘주의자’도 아니야. 그런 것은 개나 줘버렸지. 사람들에게 구걸할지언정 국가나 부와 권력에는 구걸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야.


근데 노숙자는 일을 강요받아. 돈과 서비스(잠자리, 먹을거리)를 제공받는 대가로 말이지. 누가 밥 달래? 누가 돈 달래? 그런 것 주면서 재활이니 사회복귀니 하면서 국가가 노동을 강요하더라고. 사람들도 은연중에 노동을 거부하는 것은 매국이거나 비매너거나 배은망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 그래서 이 땅에 거지라는 직업이 사라졌다고 봐.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철학자들이라는 사람들이 가졌던 거지라는 직업이 사라진 거야. 국가가 국민에게 노동을 구걸하는 이 그지 같은 세상. 에효~





노무현을 죽인 세상


이 나라에서 밥이라도 구걸하기 위해서 학원도 다니고 스펙도 쌓으려 했어. 그러다 직장에 들어가 밥 빌어먹던 그때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봤지. 저 사람이라면, 저 사람과 함께라면 권력과 부에 머리 조아리며 구걸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 그를 지지했어. 이 땅에, 내 마음에 자리 잡은 지역차별 문제도 완전히 해결할 수 없겠지만 어느 정도 약해질 것 같다는 희망이 보였어. 그것뿐이야. 내가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를 지지한 것이 아니야. 하루를 버틸 만큼 먹고 자면 그만이다 생각했어. 그리고 그는 대통령이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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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할 때에는 모자를 쓰도록 해. 햇볕이 따갑기도 하지만 피부가 많이 상하거든. 한 1년 모자도 쓰지 않고 했더니 완전 늙어버리더군. 또 아주 더운 여름철에는 밤낚시를 가도록해. 더위와 싸워봤자 몸만 힘들지 별 소득은 없어. 산란기 때도 입질이 없어.


낚시는 때를 잘 알아야 해. 2년 동안 주말을 제외하고는 낚시하러 갔으니 물고기 많이 잡았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매운탕 끓일 정도의 붕어 딱 2마리 잡았어. 엄청 많이 잡은 놈 마냥 이야기한다고 뭐라 하지 마. 이 바닥이 원래 그래.


한번은 해질 무렵 잠깐 졸았다가 한밤중에 깨어났지 뭐야. 아무도 없는 저수지에 혼자 있더군. 계획에 없던 밤낚시를 하게 됐어. 같이 낚시하던 사람들이 철수한 밤낚시는 꽝이지만 달도 보고 별도 보고, 담배도 피면서 그냥 그렇게 앉아 있었어.


저수지 주위에는 누군가가 죽어 묻힌 묘와 나무들로 빼곡한 숲이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런 공포심이 안 들었어. 아주 무섭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낚싯대에 달아 논 방울이라도 울리면 덜 무서웠어. 그날 밤은 지렁이 여럿 죽었어. 그래도 별과 달을 이렇게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다니.


노무현의 마지막 밤은 어땠을까? 하늘을 바라보며 달도 보고, 별도 보고, 담배도 피웠을까? 아마 그랬을 것 같아. 그가 마지막 한 말이 ‘담배 있느냐’였다고 하니. 아마도 간밤에 다 태우셔서 그랬을 거야. 살아 온 날들, 살아갈 사람들, 하얀 담배연기 길게 뱉어 내며 질끈 감은 눈, 눈물, 남겨진 사람들에게 주어질 또 다른 세상과 그 끝.


문구점에 가면 플라스틱으로 만든 야광별이 있는데, 그걸 한동안 내 방 천정에 붙여 놓았었어. 잠 자기 위해 전등을 끄면 밤새 반짝이지. 어린애도 아닌데 웬 야광별이냐고 묻겠지? 그것들이 아름다워서가 아니야. 잠을 자다 눈을 떠 그것이 보이면 내가 살아있다는 확인을 하며 다시 잠에 들고는 했어. 그렇지 않으면 악몽을 꾸었거든. 전등을 켜고 자면 되지만 너무 환하면 잠이 안 와.


거지처럼 다니던 때에 구불구불한 산길을 넘으려 했었어. 그런데 눈이 마구 내리기 시작하는 거야. 주먹만 한 함박눈이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마구 쏟아졌어. 도로 옆 설치된 가드레일을 따라 갔었어. 자동차 소리가 가깝게 들리길래 차를 바라봤어. 근데 바로 내 눈 앞에 있는 거야. 녹색 봉고차, 그만 나를 치고 말았지.


가드레일을 넘어 낭떠러지로 떨어졌어. 순전히 내 잘못이지. 하필 그때 거길 왜 걸어갔는지. 차량 운전자도 나를 볼 수 없었던 거야. 그렇게 산중에 홀로 갇혔어. 눈 내려 빙판길이니 오가는 차도 없고 인적도 없는 곳에서 말이지. 그때 밤이, 달이, 별이 그렇게 무섭게 보이더군. 해가 뜨려면 멀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도 없는 숲에선 완전한 숙면은 할 수 없었어. 눈을 뜨면 통증이 밀려와 짜증나는데 밤은 이리도 깊은지, 별과 달이 아주 그냥 고문인거야. 그런데 자꾸 보다보면 아직은 살아있다는 안도감을 갖게 하기도 해. 그래서 집에 꾸역꾸역 돌아와서 방 천장에 야광별을 붙였어. 그때 생각한 것은 별이 보이지 않는다면 아주 고요하고 편안한 아주 완벽한 숙면을 하고 있다는 거였어. 그게 죽음이라는 것을.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2년째 되던 무렵 이런 생각이 들었어. 세상이 그를 죽였다지만 나는 그를 죽이고 싶지 않았어. 노무현은 아직 내게 있어선 죽지 않아야 했어. 그건 내 일부분이 노무현 되는 거야. 그가 하려했던 것, 그가 이루고자 했던 것, 끝내 이루지 못했던 것. 그를 죽이지 않으려면 내가 또 하나의 노무현이 되어야 했어.


내게 물었어. 뭘 할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들더군. 그때 내 마음을 흔드는 물음, ‘꼭 그래야 하나?’.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노무현을 죽이면 안 되는 건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인가? 그래서 ‘꼭 그래야 하나?’라는 말이 내 머릿속에 맴돌면 무조건 하기로 마음을 먹었어.



노무현을 살리는 길은 무엇인가?


2년 전, 글에 필요한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 한 대를 샀어. 계획하던 글을 쓸 때는 아니어서 연습 삼아 무언가 찍으려 했어. 내가 아름답다 생각하는 것들을 찍어보자 했어. 그런데 아무것도 찍을 수가 없더군. 감도, 색상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그냥 마구잡이로 찍고 지우기만을 반복했어.


결국 내가 찍은 것은 아름다운 풍경이나 기묘한 형태의 어떤 물체도 아니었어. 내 어머니의 손이었지. 이제 곧 떠나실 저 늙으신 손. 내 입에 젖을 물리고 내 입에 밥을 먹여온 어머니의 손. 그 이후로도 시장에서, 밭에서, 공장에서 오늘도 분주히 손을 움직이는 모든 어머니, 아버지들의 손이 보이더군.


당시에는 어떤 글을 쓸까를 두고 고민하던 때였는데, 확실히 정했어. 이 땅을 일궈온 우리 조상들이 손에 쥐었던, 이 땅에 대해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경기도,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 제주도 말야. 난 전라도에서 태어나 수학여행을 제외하고는 다른 지역에 가본 적이 없어. 타 지역 사람들과의 만남도 없었고. 그러다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전라도를 벗어나게 되었지.


이 땅을 살아갔던 옛사람들의 이야기, 지역을 넘어 함께 수많은 고난을 함께 버텨냈던 사람들의 이야기, 지역주의를 넘어 권력에 맞서 저항했던 우리 민중들의 이야기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노무현에 대한 보답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지, 이젠 내가 노무현처럼 그것을 넘어서려는 것이겠지.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넘어서게 해야 노무현이 내 안에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내가 노무현이다.”라고 외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노무현은 죽지 않은 거 아닌가? 노무현의 귀신만을 보려는 사람들이 있어. 귀신에 씐 사람들 같이 보이긴 해. 그러려니 하지만.


어쨌거나 내게는 아직 노무현은 내 안에 살아있게 할거고, 살아가게 할 거야. 부와 권력에 머리를 조아리지 않을 거고 지역주의를 조금이나마 넘어서게 할 그런 글을 쓰고 싶어. 지금 하고 있어. 그게 잘 될 것 같지는 않아도 꼭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거든.


내가 다 하지 못하면 내 조카나 혹은 모르는 누군가가 내 뒤를 이었으면 해. 이게 내 5년 전에 생각이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야. 편안하게 내 마음에서 잠들기를. 그리고 노무현의 터럭만큼이라도 따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날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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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람 사는 세상>)




꼭그래야하나?


편집: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