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꾸물 추천16 비추천0






최초는 아닐지 몰라도 ‘패스트푸드’ 콘셉트로 오랫동안 우리 실생활에 가깝게 이어져 온 음식이 있어. 



청춘 부부가 만나 돈깨나 있을 적엔 양식집이나 드나들겠지만 어찌 돈이 무제한 이겠습니까 돈은 없고 아침에 늦잠까지 자니 찬물에 손 넣기가 싫어 손쉽게 이것을 주문한답니다.


먹고 나서 화장을 하면 오후 세 시나 되고 구경터나 공원 같은 데 놀러 다니다 저녁 늦게 집에 들어가게 되니 밥을 지어먹을 새가 없어 또 이것을 시켜다 먹는답니다.


- 1929년 12월 인기 대중잡지에 기고된 신세대 신혼부부의 일상


집에 갈 노잣돈이나 자기 마누라 치마 사줄 돈이라도 ㅇㅇㅇ을 사 먹지 않고선 견디지 못할 것이다.


걸상에 걸터앉으면 일분이 다 못되어 뚝배기 하나와 깍두기 접식 앞에 놓인다.


- 별건곤(別乾坤) 경성명물집 



002.jpg

1930년대 명동입구


일제 강점기, 식용 소고기 생산정책으로 육우와 정육점이 많아지면서 살을 발라내고 남은 뼈나 잡고기, 부산물 등을 모아 끓여 만드는 음식이 생겨났어. 소 한 마리에서 나온 뼈와 고기를 넣고 끓였으면 그 양은 꽤 됐을 거야. 만들어 놓은 그 많은 양을 상하기 전에 소비해 줄 사람들이 서울(당시 경성)에 많았고 이 음식은 서울에서 꽤 인기있는 음식이 되었어.


1940년대 일본어로 출판 된 <조선요리>라는 책엔 이런 내용이 나와. "우육(牛肉)의 잡육, 내장 등 소의 모든 부분의 잔부(殘部)를 뼈가 붙어 있는 그대로 하루쯤 곤다. 경성지방의 일품요리로써 값싸고 자양 있는 것이다."



응. 설렁탕이야.



006.jpg


우리牛리 설렁탕



현재 천국의 김밥, 햄버거, 편의점 등을 생각하면 설렁탕은 ‘패스트푸드’라고 보기에 느리기도 하며 뜨거워서 빨리 먹기도 힘들고 들고다니며 먹는 건 불가능 할 정도로 불편한 점이 있어. 젊은 사람들은 설렁탕을 든든하고 뜨끈한, 한 끼 식사로 생각하고 있을 거야. 나 역시도 그랬는 걸.


설렁탕은 만드는 과정 만큼은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 음식이야. 지역마다, 식당마다 방법은 다르겠지만 일단 소의 네 다리 뼈, 즉 사골을 물에 푹 고아 국물 베이스를 만들고 여기에 더해 양지 살이나 소머리를 넣어 고기맛도 더하고 삶은 고기도 함께 먹을 수 있게 만들어.


기본 6시간은 우려내야 하는데 걍 물 넣고 끓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사골은 사골대로, 양지나 소머리는 그것 대로 핏물을 빼고 불순물, 기름기도 제거하는 1차 작업 후 다시 끓이기를 반복하는 거야. 그렇게 설렁탕의 뽀얀 기본 국물이 준비되는 거지. 그릇에 담겨 식탁 위에 놓이기 전까지, 현재의 다른 패스트푸드와는 다르게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 




그런데 그거 알아?


<불만제로> ‘한우설렁탕의 진실’ 편에서 서울시내 정통/전통 한우고집 설렁탕이라고 하는 곳 30여군데를 조사했는데 11곳이 수입산이거나  MSG로 맛을 내거나, 심지어 프림을 넣어 설렁탕 색깔을 낸 곳까지 있었어. (씨바, 프림 넣은 설렁탕은 나도 먹어봤거든? 밍밍한데 들큰하면서 고소한 우유맛이 나긴 하더라)


유명 프랜차이즈 설렁탕의 경우, 고소한 맛을 위해 땅콩 버터를 넣은 게 폭로돼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어.(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값은 비싸게 받고 땅콩 알러지 있는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어)



bm01.jpg


bm02.jpg


<불만제로>에서 유명 설렁탕집 24곳과 온라인 제품 6곳, 30개를 수거해서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어.

유전자 검사로 한우인지 아닌지와 다른 종류가 섞여 들어갔는지 확인이 가능하다고 해.




bm03.jpg


bm04.jpg


그랬더니 30개 중 11개, 대략 3곳 중 1곳이 비한우 판정을 받았어.

그 중 30년 이상 된 설렁탕집이 6곳이나 되고...

출처 - MBC <불만제로> 2013.02.15일 방영 ‘한우 설렁탕의 진실’




그런데 왜 갑자기 설렁탕 얘기냐고? 그냥... 딴지에서 일하거나 관련되다 보면 코렁탕 먹을 확률이 높잖아? 혹시라도 정부를 비판하고 막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검은 양복 입은 사람들이 마티즈에 니들을 태우고, 눈 떠보니 철창 안이 될 수 있지 않겠어?


그럼 조사를 받다가 코렁탕을 먹겠지. 바로 그때,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거, 쫄지말고 떳떳하게 배달 시켜준 밥이 설렁탕인지 곰탕인지 확인도 하고 설렁탕도 제대로 된 걸 먹어보자는 취지야. 언제 마티즈가 집 앞에 주차될 지 모를 불안감에 떠는 우리들(이미 너희들도 딴지에 발을 담궜잖아)을 위해 제대로 된 설렁탕을 소개해 줄까 싶어서 말이야.







분리줄.png







아직 따사로운 기운이 감돌기 전, 4월의 어느날 회사로 갔어야 할 내 발길은 도봉구 방학동으로 향했어.


map (1).png


우리牛리 설렁탕 위치 (링크)




L1000583.JPG


한적한 동네 골목에 위치한 가게인데 주인 아주머니가 그 어머니께 전수받은 방법대로 2대째 설렁탕을 만들어 파는 곳이야. 사골은 국내산을 쓰고, 소 머리뼈는 100% 국내산 한우를 사용하고. 수입산 소나 프림, 땅콩버터 같은 건 들어가지 않아.



007.jpg




설렁탕을 만드는 데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끓이기 - 기름(불순물) 제거 - 식히기 - 기름(불순물) 제거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아는 뽀얀 사골육수가 만들어지는 거야.



005.jpg


사골(소 다리뼈)이랑



003.jpg


머리뼈, 두육을 커다란 냄비와 가마솥에 분리해 넣고



004.jpg


일단 한번 끓여서 기름과 거품, 불순물 등을 제거해

이렇게 1차로 끓여낸 후



009.jpg


사골 안에 골수는 쏙- 빼버려

주인 아주머니의 얘기를 빌리자면 저걸 제거해야 기름기도 적고 맛이 담백해진대

2대에 걸쳐 장사를 하고 계시다고 했잖아, 주인 아주머니의 어머니가 알려주신 비결이라고 해


한 번 끓여서 기름과 불순물, 거품 등을 제거하고 또 끓여서 제거하고나면



IMG_4131.JPG


이런 뽀얗고 알흠다운 궁물이 만들어지는 거야



010.jpg


수입산 사골을 쓰거나 프림 등 다른 걸 집어 넣은 야매 사골 육수는 점성(젤라틴 함유량)이 떨어지거나 다른 성분 때문에 층이 생기는데 이 가게의 사골육수는 사진처럼 탱글탱글한 묵처럼 되는 게 보이지?


국내산 사골과 한우 머리뼈를 써서 그런 거야


bm05.jpg


bm06.jpg




우리牛리 설렁탕은 육수를 낼 때 함께 삶았던 머릿고기를 쓰니까 양지살이 없다고 뭐라고 하면 안돼. 지역마다 가게마다 들어가는 재료나 조리 방법이 다른 것 뿐이야. 머릿고기는 탱글탱글해서 그런지 이빨에 안 끼고 퍽퍽하지 않아서 좋더라구.



마시쪙



011.jpg

 


아 참, 중요한 내용인데 

여기는 가마솥에 그날 끓인 사골 육수를 진공/냉동 포장해서 함께 판매하고 있어



IMG_4189.JPG


IMG_4190.JPG


이렇게 말이야



한 팩에 380ml 용량을 4팩 세트로 13,000원에 판매하고 있으니 전화로 오후 3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받아볼 수 있다고 하네. 사골 육수를 낼 때 함께 끓인 머릿고기도 함께 판매하는데(1팩에 2,000원), 아이스 팩과 함께 같은 진공/냉동 상태로 배송해도 육수는 얼었다 녹아도 좀 괜찮지만 수육은 아무래도 걱정이 되신다고 하셔서 따로따로 판매하신다고 해.


앞에서 설렁탕이 우리나라의 패스트푸드라고 했잖아. 오랜 노력과 시간을 들여 사골육수를 만들어 놓으면 금방 한 그릇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사골 육수로 집에서 간단히, 빠르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들도 많거든? 기왕 간단히 빨리 먹을 거 이렇게 믿고 먹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 먹으면 좋지 않겠어? 그래서 난 위에 사진처럼 설렁탕을 다 먹고 육수팩도 사갖고 왔어.


다음 시간에는 사골 육수를 이용해 간단히 손쉽게 요리할 수 있는 걸 준비해서 알려주도록 할게. 그럼 다음 시간에 또 봐~ 안녕~~~







업체명 : 우리牛리 설렁탕


주소 : 서울특별시 도봉구 방학1동 647-2


연락처 및 패키지 주문 : 010 - 9058 - 0613










딴지팀장 꾸물

Profile
분리수거를 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