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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이야기가 다시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민족정론지를 지향하는 <딴지일보>가 이를 놓칠 리 없다. ‘조중동딴’이라는 신조어에 걸맞게 다른 언론사 기사와 꼬부랑 글씨로 된 미국 연구 자료까지 곁들여 색다른 각도에서 심도 있게, 고상하게 사드 문제에 접근해볼까 한다.

 


탄도미사일은 어떤 궤적(trajectory)으로 날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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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탄도미사일들은 위 그림과 같은 탄도 궤적을 갖는다. 처음 발사하고 1~5분가량의 로켓엔진 연소시간인 가속단계(Boost phase)를 통해서 상승하면서 가속하여 포물선 궤도를 완성한다. 가속단계에서는 연소가 계속되면서 속도가 증가하고 고도가 상승하므로 미사일의 목표가 어디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진행 방향만 특정된다). 모든 탄도미사일 방어 체계에서 가속단계 미사일의 최종 낙하지점인지는 절대로 알아낼 수 없다. 다만, 발사된 사실과 방향만 알 수 있다. 레이더 등으로 탄도미사일의 속도가 계속 증가하면 가속 중이므로 로켓 모터가 가동 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다.

 

탄도미사일의 속도 증가가 멈추고 차차 지구 중력 영향으로 서서히 감속되면 로켓 모터 연소가 중단되어 궤적이 확정된 것으로 간주되므로 그때야 최종 낙하지점을 특정하고 요격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것이다. 정해진 나머지 궤적으로 자유비행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므로 요격무기를 미사일의 진행경로에 보내서 요격 시도를 하는 것이다.

 

탄도미사일은 전체 비행시간 중에서 짧은 초기 단계에만 로켓 모터를 연소하여 가속하게 된다. 이후에는 오로지 관성에 의해 정해진 궤적을 비행하는데 이 단계를 중간 비행단계(Midcourse phase)라고 한다. 중간 비행단계에는 점점 속도가 줄어들면서 궤적의 최고점(Apogee)까지 올라간다. 이윽고 최고점을 지나선 지구의 중력에 의해 서서히 가속하면서 자유낙하 한다.

 

탄도미사일은 보통 사거리 300km급 이상의 경우에 최고점(Apogee)이 100km 이상의 고도까지 올라간다. 한마디로 잠시간 우주까지 상승하는 셈이다. 1,000km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은 더욱 상승하며, ICBM 같은 경우는 최고점이 무려 1,200~1,600km까지 이르곤 한다. 사거리가 긴 탄도미사일은 전체 비행시간 중에서 우주에 머무는 비중이 더 크다는 뜻이다.

 

낙하하는 탄도미사일은 우주를 지나서 다시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종말 단계(Terminal phase)에 이르게 된다. 종말 단계에서는 진공상태의 우주권과 달리, 빠른 속도의 미사일(또는 탄두)이 초고속으로 대기권에 접하게 되어 대기 마찰로 감속이 되며 고열과 압력을 받게 된다. 진공상태에서는 관성의 법칙에 따라 궤적이 항상 일정하지만, 대기권에서는 불안정해진다. 속도 역시 진공에서는 중력의 영향만 받지만, 대기권에서는 대기 마찰이라는 큰 변수가 더해진다.

 

그리고 탄도미사일은 종말 단계에서 사드의 요격 시도를 받게 된다. 사드는 우주권을 비행한 후에 최종 낙하 단계에 접어든 탄도미사일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무렵부터 요격을 할 수 있는 무기로 개발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드(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라는 명칭도 종말 고고도 방어 체계라는 말의 약자이다. 종말 단계에서 대기권 상층부에 접어든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겠다는 직설적인 표현이다.

 


스커드 미사일과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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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탄도미사일의 종류별 궤적을 나타낸다. 북한이 보유한 사거리 300~500km급의 스커드 미사일은 SRBM에 속한다. 초기 발사 후 약 1분간 로켓엔진을 연소하면서 고도 30km 정도까지 상승하고 연소가 멈춘다. 이후에 약 3~4분간 관성 비행을 통해서 고도 93~145km까지 상승했다가 서서히 자유낙하 한다. 스커드 미사일은 비교적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속하므로 사실 우주권을 비행하는 시간이 짧다. 사드의 요격 가능 구간은 약 40~150km(50~140km라는 주장도 있음)이므로 어찌 보면 스커드 미사일은 비행 구간 대부분에서 요격 시도가 가능할 수 있다. 그리고 스커드는 대기 밀도가 높은 대비 저층부(통상 60km 이하의 고도)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감속되지만 여전히 빠른 속도로 결국 발사 후 5~6분 만에 지상에 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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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600여 발 보유하고 있다는 스커드 미사일. 유사시 남한을 위협하는 주된 탄도미사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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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립 중인 스커드 미사일. 운반차량은 4축 차량이다.

 

스커드의 비행고도가 낮아서 최정점에서도 사드의 요격 시도가 가능하다곤 하지만, 로켓 모터가 연소되는 중에는 궤적이 특정되지 않아서 미리 요격미사일을 발사하긴 곤란할 것이다. 로켓의 가속이 멈춘 후에야 궤적이 정해지고, 데이터를 분석하여 요격미사일을 발사한다고 해도 날아가는 시간이 또 있기 때문에 사실상 스커드가 최고점을 지나서 자유낙하하는 단계에서 요격 시도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스커드는 사드의 요격 가능 구간에 비해 저고도를 비행하는 비중이 높아서 엄밀히 말해 속도가 비교적 느린(마하 4~6 정도) 스커드를 사드로 요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대기권 하층부에서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요격 시도를 해도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하므로 실전에서는 스커드를 상대로 제한적인 수량의 사드를 발사하는 것은 실효성이 낮을 것이다.

 

참고로 북한이 보유한 각종 스커드 계열 미사일의 수량은 약 600발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약 한반도에 사드 1개 포대가 배치된다면 요격미사일 수량은 최대 40~48발에 불과하다. 유사시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들은 남측에 가장 위협적인 장거리 투사 수단이 된다. 휴전선 인근 지역과 수도권 중부까지는 북한의 장사정포, 방사포, 단거리 미사일에 위협을 받겠지만, 그 이남의 지역은 거의 스커드 미사일의 위협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제공권을 완벽하게 한미 연합군이 잡는다고 가정할 때).

 


노동 미사일과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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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0여 발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노동 미사일. 5축 차량으로 운반된다.

 

사거리 1,000~1,300km로 추산되는 노동미사일부터는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노동미사일은 중단거리 탄도미사일(MRBM)에 속한다. 로켓 모터의 연소시간은 1분 40초가량이 될 것이므로 초기 가속단계는 스커드와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잠깐의 연소시간 증가가 가져오는 결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레이더 등으로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지하면, 연소시간(가속되는 시간)을 측정하게 된다. 1분이 넘어가서도 계속 가속이 된다면 노동미사일 이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연소가 중단된 시점에 완성된 궤적을 컴퓨터로 즉시 계산하면 목표지점이 정해진다.

 

노동미사일은 최대 사거리로 비행 시 도달 고도가 300km에 이른다. 중간 비행단계를 봐도 진짜 우주권을 비행하는 시간이 전체 비행시간에서도 비중이 크다. 노동미사일은 최고속도가 마하 10에 이른다. 스커드의 2배가량이 되는 셈이다. 그리고 대기권 재진입 시에 더 많은 대기 마찰을 받아서 감속이 크긴 하지만 여전히 빨라서 지면에 충돌 시 속도가 스커드보다 빠르다. 전체 비행시간은 약 10~11분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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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되는 사드(THAAD)의 요격미사일.

 

사드 배치가 공론화되고서 여러 매체에서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북한의 여러 탄도미사일들이 한국 내 주요 표적(서울, 계룡대, 고리원전 등)을 향해 날아오는 상황을 가정하고 요격이 가능한지 분석한 기사들이 많다. 구체적으로 그동안 관측된 북한의 미사일 실험 데이터로 유추하여, 사드의 성능과 대응시간 등을 결합하여 분석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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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동아일보>

 

위 기사는 참고할 만하다. 최근 논쟁 중인 사드 배치 지역에 관한 관점으로 한국 전역의 주요 가상 표적들을 상정하고 요격 효율이 높은 지역을 따져볼 수 있다. 결국 1개의 사드 포대로는 남한 주요 지역을 방어하는데 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사드는 요격 준비 시간이 필요하고, 적의 탄도미사일이 연소를 중단한 시점에 확인된 예상 궤적을 바탕으로 표적이 유효한 요격고도(범위) 이내에 있어야 한다. 물론 사드 요격체가 표적에 도달하는 시간까지 고려해야 한다. 고로, 사드는 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서 스커드를 상대로 쓰기엔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주로 노동미사일을 주요 표적으로 가정하고 추정할 때도 수도권을 방어하기엔 효용성이 낮아진다.

 

사드는 엄청난 고가의 요격무기이다. 한반도 전역의 주요 표적을 노동미사일 정도의 탄도미사일로부터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선 최소한 2개의 사드 포대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예산 문제 등으로 단 한 개의 사드 포대만 현실적으로 배치가 가능하다고 할 때 어느 곳을 중점적으로 방어하고, 효용성이 높은지를 고려하면 결국 원주 이남 ~ 대구 사이에서 결정될 듯하다.

 


무수단 미사일과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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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단 미사일. 노동 미사일에 비해 덩치가 더 크고 꼬리날개가 없다. 6축 차량으로 운반된다.

 

얼마 전에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여러 차례 발사 실험했으나 실패해서 화제가 되었다. 개발해 놓고 제대로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기에 설계상 결함이 있던 것을 몰랐다고 한다. 3,000km 이상을 날아가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에 속하기에 발사 후 초기 몇 분을 제외하면 거의 우주 공간을 비행하므로 자세제어를 위한 꼬리날개를 생략한 것이 화근이었다는 분석이 있다 (이것을 개선하여 초기 대기권 비행 시 자세제어를 위해 꼬리 쪽에 그리드팬을 추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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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차례 시험발사 실패로 체면 구긴 무수단. 북한이 공개한 성공 장면에 그리드팬 추가가 엿보인다.

 

무수단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로 발사하면 최대 고도가 700km, 사거리는 3,500km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무수단은 기존의 스커드, 노동 미사일과 달리 다단로켓 방식이다. 스커드나 노동은 미사일 통째로 낙하해서 표적을 타격하지만, 무수단은 2단 로켓 방식으로 1, 2단 로켓은 연소 후에 분리한다. 그리고 비교적 소형의 탄두만 따로 낙하하여 목표를 타격한다.

 

스커드나 노동은 어찌 보면 요격하기 쉬운 타깃에 속한다. 일단 표적의 덩치가 크고, 속도 역시 무수단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느리며 비행고도 역시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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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 패트리어트(PAC-2)에 요격된 스커드. PAC-2는 파편 방식임에도 덩치 큰 스커드가 격추되었다.

 

스커드 미사일은 이미 걸프전에서도 파편 방식의 요격무기인 PAC-2에 의해 격추된 전례가 있다. 덩치가 크고 속도가 느린 점이 주요 원인이다. 최근에 탄도미사일 요격 전용의 PAC-3은 직접 충돌 방식으로 덩치가 작고 빠른 본격적인 탄도미사일의 탄두를 요격할 수 있다.

 

그러나 PAC-3로는 최종 낙하 단계에서 짧은 시간 동안에 국지적으로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지만, 무수단의 경우는 불확실하다. 물론 요격 시도는 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속도와 크기로 인해서 방어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당초 사드의 개발 시 주요 타깃으로 노동 미사일과 유사한 헤라 미사일이 사용되었다. 무수단 미사일은 미국과 일본이 배치 중인 이지스함 발사형의 SM-3 요격미사일로는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다고 한다. SM-3은 사드보다 요격 가능 고도가 더 높은 300~500km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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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중앙일보>


위 기사를 참고해 보자. 내용을 보면 비교적 상세한 자료를 인용하여 매우 간결하게 요약한 느낌이다. 그러나 몇 가지 부분은 부연 설명이 필요해 보이고, 특정 상황을 가정하였기에 범용적으로 정확한 내용은 아니라고 본다.

 

무수단은 최고 속도가 마하 17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다. 또한 대기권에 재진입 시에 고도 120km부터 대기 마찰로 감속이 되므로 사드가 요격 가능한 구간인 50~140km 구간에서 마하 8~11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사드는 실험에서도 정면으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에 대해선 마하 14까지 대응이 가능하다고 하므로 유효한 방어수단이라는 이야기다.

 

앞서 인용한 동아일보의 기사는 여러 상황과 유효 요격 범위를 놓고 상세한 추정을 한 반면에, 중앙일보의 기사는 너무 간결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북한이 이번에 무수단의 실험발사에서 탄도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를 얻을 수 있는 각도인 40~45도가 아닌, 무려 80도 이상의 고각으로 발사했었고, 고도 1,413km까지 상승해서 겨우 400km 떨어진 곳에 추락했다. 이것을 놓고 또 언론들에서 실패니, 성공이니, 너무 멀리 가면 미국 자극할까 봐 라는 식으로 설왕설래 중이다.

 

그러나 저런 고각으로 발사하는 것은 엄연한 탄도미사일의 운용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이제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탄도미사일의 놀라운 세계를 접해보기로 하자.

 

참! 필자의 견해로는 무수단은 북한에서 남한을 공격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고 본다. 흔히들 무수단은 사거리가 3,000km가 넘어가므로 북한이 한국을 상대로 사용할 리 없는데 무수단 발사와 사드 배치를 연관 짓는 정부와 주한미군을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무수단은 사드를 무력화시키는 효과적인 공격 수단이 된다(곧 이유를 설명하겠다).

 

다만, 무수단이 남한을 향해 발사되는 상황에서는 이번 실험처럼 고각 발사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럴 경우 사드는 무수단을 효과적으로 요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찌 보면 무수단의 시험 성공이 사드의 배치 이유가 된다지만, 사드 자체로는 무수단의 상대가 제대로 되지 못한다는 역설이 존재한다. 기존의 패트리어트 요격미사일로는 어차피 무수단의 상대가 못 되는 것은 자명하다.

 

 

탄도미사일의 끝판왕 IC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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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미국의 주력 ICBM, 미니트맨-III 시험발사 장면. 최근 한국군 관계자들도 초빙되어 관람했다.

 

1950년대 후반에 처음 등장한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로 인해서 '방어 불가의 무기'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다. 핵탄두를 탑재한 ICBM이 대륙 너머 30분 만에 날아와서 도시를 초토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은 공포에 의한 상호 억제를 가능하게 했다.

 

ICBM은 보통 속도가 연소 종료 시 마하 20을 넘어선다. 연소시간이 짧은 고체연료식의 경우 발사 후 고작 3~4분 만에 최고속도까지 낼 수도 있지만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관성 비행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1만 km를 날아가는 경우 30분가량 소요되는 편이다.

 

여기서 한 가지 되짚어보자. 아까 스커드, 노동, 무수단 미사일 등의 제원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고 ICBM에 대해서도 흔히 알려진 일반적 상식들은 모두 최대 사거리를 비행하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탄도미사일은 탄도(포물선)비행을 하는데 가장 멀리 가려면 45도 각도로 쏘는 것이 이상적이다(실제로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최종 입사각은 35~40도 사이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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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 각도에 따른 탄도비행 궤적의 차이.

 

그러나 탄도미사일을 최대 사거리 표적에 대해서 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최대 사거리에 위치한 표적에 명중시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이상적인 각도로 발사하겠지만, 그 이내의 표적이라면 미사일의 성능을 감안해서 여러 가지 각도로 발사할 수 있지 않겠는가?

 


탄도미사일의 발사 방법 세 가지, Depressed - MET - Lofted

 

별걸 다 설명하지만, 실제로 탄도미사일의 발사 궤도에 따른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선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론 탄도미사일을 최대 사거리로 날리기 위해서 최소 에너지 궤도(Minimum energy trajectory : MET)를 사용한다. 그러나 다른 목적으로 각도는 낮추는 디프레스드 궤도(Depressed trajectory), 고각으로 발사하는 로프티드 궤도(Lofted trajectory)를 사용하기도 한다.

 

MET는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그리고 많은 탄도미사일들의 속도, 최대 고도, 비행시간, 재진입 시 감속되는 정도에 대한 설명은 주로 MET 방식으로 발사했을 때의 경우를 나타낸다.

 

Depressed 방식으로 발사하면 당연히 사거리가 줄어든다. 그리고 대기권 내 비행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속도 역시 줄어들고, 낙하 단계에서 감속이 심해진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총 비행시간은 MET 방식에 비해 짧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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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을 보자. MET 방식으로 1,850km를 탄도미사일로 비행하면 약 12.5분이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최고점을 한참 낮춰서 발사각을 10도 수준으로 하면 7분 만에 도달한다. 디프레스드 방식에서도 여러 가지 다양한 궤도가 있을 수 있지만 극단적인 예를 설명한 것이다.

 

MET 방식으로 최대 사거리가 3,000km인 탄도미사일이 있다고 치자. 그걸로 디프레스드 방식을 적용하면 최대 사거리는 2,000km 미만으로 줄어들게 된다. 대신에 목표까지 타격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단축된다. 탄도미사일이 흔히 시간을 많이 소요하는 중간 비행단계에서 디프레스드 방식은 실질 비행거리를 단축시켜서 비행시간을 줄이게 된다.

 

디프레스드 방식으로 탄도미사일이 날아오면 아무래도 대응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대신에 같은 거리를 날리기 위해서 미사일의 성능이 높아져야 하므로 탄두 중량, 사거리의 손실을 보게 될 수 있다. 과거 구소련의 일부 ICBM들은 약간 디프레스드 방식의 궤도를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마디로 발사하고 탐지되어 반격을 받겠지만, 가급적 최단 시간에 목표를 타격하여 반격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로 인해 탄두 중량이 감소하고 미사일의 사거리를 손해 봤지만, 따지고 보면 효용성과 전술적 유연성의 잣대질이다.

 

북한이 보유한 무수단 미사일은 분명히 MET 방식으로는 최대 사거리가 3,000km를 넘어가는 IRBM이다. 이 뜻은 여차하면 남한을 상대로 디프레스드 방식으로도 쓸 수 있다는 말이다. 500km 거리의 표적을 향해 스커드 미사일을 쏘면 최대 고도가 145km에 이르며 도달까지 6분 걸린다. 그러나 무수단으로 쏘면 최대 고도를 100km 남짓으로 유지하면서도 도달까지 4~5분이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대신에 무수단을 SRBM급으로 낮춰서 사용하는 낭비는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디프레스드 방식은 대기 밀도가 높은 구간을 오래 비행하므로 궤도가 불안정해지기 쉽고, 대기 마찰로 인해 종말 단계의 속도가 급격히 저하되는 단점도 있다. 때문에 경우에 따라선 패트리어트 등으로 쉽게 요격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반면에 로프티드 방식은 조금 다르다. 이번에 북한은 무수단의 시험발사를 로프티드 방식으로 실행했었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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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이번에 쏜 무수단의 정상궤도(MET)와 실제 비행궤도(빨간색)를 나타낸다. 원래 MET 방식으로 쏘면 600km 정도의 고도까지 상승하고 3,000km를 날아가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1,400km 고도까지 상승했다가 겨우 400km 떨어진 곳에 탄두를 낙하시켰다. 상당히 극단적인 로프티드 방식이지만, 이것을 통해서 북한은 남한 전역을 무수단으로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한 셈이다.

 

디프레스드 방식은 목표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MET 방식에 비해 짧고, 비행 시 최대 고도가 낮다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단점은 미사일의 성능을 저하시키고, 종말 속도가 정상 시에 비해 낮다는 것.

 

로프티드 방식은 목표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MET에 비해 훨씬 더 길다. 비행하는 실질 거리가 훨씬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큰 장점이 있는데, 종말 속도가 MET 방식과 달리 매우 빠르다. 앞서 무수단의 최고속도는 마하 17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기권 재진입 시 크게 감속되어 사드의 요격 구간에서는 속도가 마하 8~11에 불과하여 사드로 요격이 가능할 거라는 주장이 있었다.

 

정확한 실험 결과는 없지만, ICBM으로 실험한 자료에 의하면 무수단이 로프티드 방식으로 낙하할 시에 사드의 요격 구간 내에서 속도가 사드의 대응 한계치인 마하 14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로프티드 방식의 최대 장점은 대기권 재진입 시에 매우 고각이어서 지표면에 충돌하기까지 시간이 정말 짧고, 초고속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이다. 물론 로프티드 방식의 단점은 초고속으로 지면까지 낙하하므로 재진입 열이 엄청나다는 점과, 탄두의 형상 역시 대기 마찰을 줄이기 위해 역학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ICBM의 궤적별 비행 특성(feat.미국 랜드 연구소)

 

랜드연구소라는 명칭을 들어본 분들이 계실 것이다. 전 세계 10대 싱크탱크에 속하며 미국 내 5대 싱크탱크에 속한다. 1948년에 방산업체인 더글러스의 산하 연구기관으로 설립되었고, 특히 군사 분야에서는 세계 정상급으로 꼽히는 곳이다.

 

랜드연구소에서는 50~60년대를 걸쳐서 ICBM의 비행 궤적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었다. 현재는 기밀 해제되어 일반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사거리 1만 km의 ICBM이 10~60도 각도로 날아갈 때 속도와 시간, 대기권에 재진입하면서 비행 특성에 대한 상세한 결과가 나와 있다.

 

참고 링크) 미 랜드연구소 자료.

https://www.rand.org/content/dam/rand/pubs/research_memoranda/2008/RM3475.pdf

 

자료에 따르면 ICBM은 각도에 따라서 재진입 시 속도가 마하 21 ~ 28로 유동적이다. 그리고 고도 60km까지 도달 시 지표면에 충돌하기까지 시간이 8초 ~ 1분 이상으로 탄두의 형상과 진입 각도에 따라서 큰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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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 1만 km ICBM의 재진입 각도에 따른 속도. 

출처 - 랜드연구소

 

60도 정도의 고각(로프티드 방식)으로 재진입 시 속도가 빠른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비행시간이 더 길기 때문에 적국에서 ICBM의 발사를 감지하고 반격하기 위한 대응시간이 커지는 점도 있긴 하다. 위 연구 자료는 ICBM 공격 시 요격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자료이기도 하므로 이미 반세기 전에 미국이 탄도미사일 방어 체계의 연구를 이미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기도 하다.

 

아래에 몇 가지 예제 자료를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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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진입 각도가 10도 일 때. 물론 이런 각도로 재진입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지만 연구는 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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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진입 각도가 40도 일 때. 일반적인 ICBM의 재진입 각도는 이보다 조금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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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진입 각도가 비교적 고각인 60도일 때.

 

그래프 선의 300 ~ 3,000의 수치는 탄두 형상에 대한 역학 계수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공기역학적이고 뾰족한 형상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피스키퍼에 사용되었던 W-87 핵탄두는 저런 역학 계수가 1,000에 가깝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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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키퍼 ICBM에 장착되었던 W-87 핵탄두.

 

반면에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만약 핵탄두를 탑재한다고 쳐도, 아직은 핵탄두 소형화 기술면에서 제약이 있으므로 탄두의 형상이 초기형 ICBM 탄두처럼 뭉툭하고 커서 역학 계수 면에서 300~500 정도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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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형 ICBM인 타이탄에 장착되었던 핵탄두.

 

대충 요약하자면 재진입 시 각도가 낮을수록, 역학 계수가 낮을수록 대기 마찰로 큰 감속을 받게 된다. 또한 지면에 도달하기까지 시간도 길어진다.

 

반면에 재진입 각도가 클수록, 역학 계수가 높을수록 빠른 속도를 유지한 채 지면에 도달할 수 있으며 시간도 짧아진다. 대신에 탄두에 가해지는 압력과 마찰열은 훨씬 커져서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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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자료에는 60km 고도까지 낙하한 ICBM 탄두가 형상별, 진입 각도별 속도와 시간을 나타낸다.

 

미국은 이러한 연구를 통해서 80년대에 인공위성궤도에서 지표면까지 역학계수가 매우 높은 텅스텐봉을 낙하시켜서 순수한 운동에너지만으로 큰 파괴력을 내는 '신의 지팡이 (The Rods from god)'라는 무기를 고안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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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들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이런 괴랄한 SF무기를 고안하기도 했었다.

 

랜드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저런 화살모양의 텅스텐봉은 대기권 재진입 각도를 높일 경우 대기마찰로 인한 감속을 거의 받지 않고 단 십 여초 만에 지표면에 충돌할 것이다. 그 파괴력은 TNT 수십톤에 이르는 막대한 수준이 될 수 있다. 물론 비용과 효용성의 문제로 실제 개발되진 않았지만.

 


그래서, 결론은

 

간략하게 요점 정리를 해보자. 사드는 스커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 종심이 짧고 대응시간 등의 문제로 인해서 실제로 한반도에 배치 시 스커드를 요격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스커드 대응에는 패트리어트가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드는 노동 미사일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그러나 역시 대응시간 등의 문제로 인해서 사드 배치 지역에 따라 유효 방어 반경에 제약이 따를 것이다. 평택, 또는 원주에 배치 시 수도권 등에 대한 방어도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효율성이 낮아진다. 반면에 대구-칠곡 등지에 배치 시 수도권, 심지어 평택에 대한 방어도 힘들어지지만 유효반경 내 방어 효율성은 높아진다.

 

사드가 무수단을 방어할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무수단이 통상적인 최대 사거리 각도로 발사 시에는 대처가 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다. 반면에 사드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고각으로 사거리를 좁혀서 발사 시에는 빠른 속도로 인해서 요격 여부가 불투명해진다.

 

무수단은 통념적으로는 남한을 목표로 발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북한은 이번에 시험발사를 통해서 무수단이 남한을 표적으로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한 고각 발사를 통해서 탄두의 재진입 시 속도를 빠르게 하여 ICBM 탄두의 재진입 실험도 동시에 실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광명성호 발사로 사드 한반도 배치 논의가 거세졌고, 이번에 무수단 시험발사를 이유로 사드 도입을 기정사실화한 국방부와 주한미군. 그러나 실제로 사드는 노동미사일에 가장 효과적인 대비책이며, 오히려 무수단 상대로는 효과가 불투명할 수 있다.

 

이번에는 북한의 잠수함 발사 SLBM에 대한 사드의 요격 가능성 여부마저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방부 입장은 "사드는 노동, 무수단, SLBM 할 것 없이 모두 효과적인 요격이 가능하다."라는 것이다. 무슨 약장수도 아니고, 사드가 점차 만병통치약으로 격상되는 느낌이다. 사드는 어디까지나 제한적인 상황에서 효과적인 탄도미사일 요격무기이지, 대우주 결전용 SF병기가 아니란 말이다.

 

사드 AN/TPY-2 레이더의 전자파 유해성에 관해서는 노코멘트. 그러나 중국은 사드 미사일 자체의 방어능력보다는 레이더 문제로 발끈한 것이다. 러시아는 잔칫상이 차려지자 슬그머니 숟가락을 얹었다.

 

일각에서는 사드 한반도 배치가 록히드 마틴의 사드 생산라인을 가동시켜주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고 한다.

 

필자가 보는 견해로 사드 한반도 배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적해야 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예상 수량에 비해, 사드 미사일의 수량이 턱없이 부족해서, 유사시 효과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사드 1개 포대는 완편 시 미사일 48발이라고 한다. 하지만 요격 성공률(가동률) 감안해서 유효 방어 반경 내에서 48발의 미사일을 몽땅 썼을 때 요격에 성공할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의 숫자는 과연 몇 기일까? 아무리 많아 봐야 20~30기를 넘기 힘들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 나머지 수백 발의 탄도미사일은 뭘로 막을 것인가?

 

없을 경우, 날아오는 스커드와 노동을 보면서 발 동동 거리는 것보단 낫겠지만... 있다고 해서 또 믿고만 있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엘랑


편집: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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