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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지금 잠이 옵니까?

 

점심 시간에 자동 소등이 사무실은 제법 컴컴했고 책상 위의 모니터들만 혼자서 열심히 끔뻑거리고 있었다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우리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점심을 먹고 올라온 우리는 수십 대의 모니터를 바라보고는 불편한 시선의 정체에 대해 깨달았다. 모니터들 속에서 CEO 부담스럽게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동기와 나는 시선에 대해 똑같이 응수하며 말을 했다.

 

"...  아저씨가 여기에 있냐? 봐라 빛으로 팝콘도 튀기겠다."

 

"이거 너무 부담되는데. 얼굴이 24인치 모니터 안에서 보인다. 아이돌 사진도 이만한 사이즈면 부담 되겠는데?"

 

화면 보호기가 자동으로 일괄 변경되어 있었다. 보안 프로그램이 사내 보안 정책 안내라든지 회사 이념 소개 등으로 자동으로 변경 하거나 설정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기에 변경 자체는 대수롭지 않았다하지만 어째서 눈을 부라리며 깍지를 끼고 부담스럽게 우리를 노려 보고 있는 CEO 사진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우리는 의문을 품을 밖에 없었다. 우리에게 이렇게 말을 거는 같았다.

 

"지금, 잠이 옵니까?"

 

"깜깜한 사무실에 아저씨 수십 명이 이러고 있으니 세기말 분위기네 이거"

 

마우스로 얼른 모니터를 깨워 팝콘 튀기는 아저씨의 모습을 화면 속에서 지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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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친한 과장이 커피 믹스를 손으로 흔들며 우리에게 따라 나오라는 시늉을 했다우리도 커피 믹스를 들고 과장을 따라 갔다.

 

" 너네 화면 보호기 봤지?"

 

". PC들이 전부 그러고 있으니 그로테스크 하던데요."

 

"그거 일괄로 변경 되었는지 아냐? (낄낄낄)"

 

"아뇨. 이거 디자인 팀과 IT팀이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작업을 스스로 하진 않았겠죠?"

 

" 이거. 전사적으로 변경 건데 어제 이유 들었거든, 이유가 끝내 준다."

 

"뭔가요?"

 

"협력업체 직원 명이 본사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때마침 CEO 같은 엘리베이터를 탔던 모양이야. 그런데 직원이 CEO 몰라보고 인사를 하지 않았대. 그래서 CEO 화를 엄청 냈단다. 누구냐고, 누군데 나한테 인사도 하냐고. 그래서 알아봤더니 협력 업체 직원이었던 거지. 양반이 그걸 알고는 전사 사무실 컴퓨터 화면 보호기에 자기 얼굴 띄우라고 지시 했단다. 이거 컴퓨터 없으면 CEO 얼굴 새겨진 삐라 뿌릴 기세다."

 

나는 생각했다. 생각 보다 제정신이 아니어도 CEO 있구나 하고 말이다. 그리고 화면 보호기 탄생의 가장 공신인 게이츠가 사태를 보면 과연 정신으로 자선 사업을 계속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흐른 금융업계에 있는 친한 친구와 통화 일이 있었다 친구에게 재미 있으라고 화면 보호기 사태를 이야기 해줬더니 친구가 웃으면서 대답 했다.

 

" 화면 보호기는 양반이네~ 우리도 비슷한 있었거든. 프리랜서 직원이 알아보고 인사하지 않고 엘리베이터 내린 사건. 우리는 화면 보호기 따위로 끝나지 않았어. 부하 '딸랑이'들이 보안 CCTV 돌려서 인사하지 않은 직원 결국 찾아서 데려 가서 사과 시켰어. 이건 중세 봉건 영주 같지 않냐? 자리에서 방귀라도 뀌었으면 단두대가 등장했을걸?"

 

나는 다시 생각했다. 

 

그래도 우리 회사는 화면 보호기선에서 마무리 지었으니 게이츠가 제법 뿌듯해 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11. 남자와 남자의 사정

 

일어 났더니 앞에서 흰색 폭죽이 터지고 있었다. 몸은 공기가 반쯤 채워진 비닐 봉투처럼 후물거렸다.

 

'... 단단히 걸렸구만'

 

침을 삼켜 보았더니 안쪽이 바늘로 찌르는 듯이 따가웠고 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물을 마시기 위해 일어나 발자국 걸으니 다시 앞에서 흰색 폭죽을 터트리는 것처럼 어질어질 했다.  발자국 걸으니 급격한 오한에 온몸이 떨렸고 격렬한 기침이 찾아왔다. 기침 끝에는 농양과 같은 가래가 괴롭혔다.

 

고열을 동반한 몸살 감기가 틀림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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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찾아 일요일에도 진료를 하고 있는 병원을 찾았다일요일이라 근처에 진료중인 병원이 없어 지하철 3코스 거리에 있는 병원으로 갔다병원에 도착하여 증상을 대충 설명하니 의사가 귀에다 체온계를 가져다 댔다.

 

"언제부터 이랬나요?"

 

"어제부터 좋았는데 오늘 새벽부터 증상이 심해 같습니다."

 

체온계의 측정 완료 소리가 나자 의사는 체온계를 눈앞에 가져다 계측된 체온을 읽으며 말했다.

 

"아이고... 어쩌다 이지경이 까지 병원을 왔습니까. 어제 왔었어야지. 지금 열이 39.5까지 올랐네. 어지럽고 그럴 텐데. 셔츠 올려 봐요."

 

의사는 청진기로 심폐기능을 유의 깊게 진료하고는 귀에서 청진기 빼내며 말했다.

 

"이거 심각하네. 당장 링거라도 맞아야 해요. 이렇게 방치하다가 바로 폐렴이야 폐렴. 사람이 어쩌자고 이렇게 자신의 몸을 혹사 시킵니까"

 

"선생님 그러면 링거 맞고 나서 회사 출근 해도 되나요? 오늘 출근해야 하는데..."

 

"아니 사람이... 출근은 무슨 출근이야. 열이 40 가까이 되는데. 거기 환자 사정이야 어떻든 절대 안됩니다. 그리고 내일도 진료 받으러 나오세요"

 

나는 일요일 출근 사정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그런 손해 투성이의 사정에 목숨을 담보로 잡는 멍청이는 아니었다.

 

월요일에 출근해서 화장실 거울 앞에 서서 나의 모습을 보았더니 고열과 기침의 괴롭힘으로 인해 호숫가에 빠져 200미터는 헤엄쳐 나와 털이 홀쭉하게 달라 붙은 강아지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 그래도 못생겼는데 이거 꼴이 형편 없구만'

 

범죄자가 아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누군가 지금 나의 상태를 몽타주를 그린다면 다음과 같이 말했을 것임에 틀림 없었다.

 

"이런... 몰골이 지독하군요. 사람은 마약 중독자임에 틀림 없을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점심 시간을 이용해서 다시 진료 받았던 병원으로 향했다. 회사 주변의 병원이 아니어서 시간 내로 병원을 다녀 오기에는 역부족이었다그래도 최대한 빨리 다녀  점심 시간 10분이 지난 1 10분에 회사 로비로 들어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순간, 누군가가 나를 잡았다.

 

"방금 로비로 들어 오신분. 이리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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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작은 키에 강직함을 대변 한다는 듯한 검은 피부와 졸음을 이기지 못해 겨우 반만 뜨고 있는 같은 눈을 가진 인사팀의 사람이었다. 손에는 A4 용지를 끼운 결재 판과 나머지 손에는 역시나 강직함을 대변하는 모나미 153 볼펜을 들고 있었다.

 

졸린듯한 눈으로 나를 쏘아 보며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모습을 보자니 속에 눈동자가 움직이는데 지장이 없는지 궁금했다.

 

"지금 점심시간 초과 입니다. 10분이나 늦으셨습니다. 사원증을 보여 주시고 소속팀과 이름을 말하세요"

 

"? 저기... 제가 몸이 많이 좋지 않아서 병원을 다녀 왔습니다. 진료 받다 보니 10분이 지났습니다."

 

"병원이요? 진작에 가지 않았습니까? 집중 근무 시간 감독한다고 공지 모르시나요?"

 

"알고는 있습니다. 점심시간 시작하자 마자 다녀 왔는데 근처 병원이 아니라서 지금 끝났네요"

 

"병원이 근처가 아니라고요? 병원까지 가셨습니까. 그리고 손에 커피잔은 뭡니까? 어디서 여유 부리다 아닌가요?"

 

" 이건. 제가 기침을 많이 해서 따뜻한 한 잔 샀습니다. 몸이 너무 좋지 않아 병원 다녀왔고, 원래 진료 받던 병원이 근처가 아니어서 연속된 진료 때문에 다녀 왔는데 아무리 집중 근무 단속이라고 하지만 이거 너무 융통성 없고 지나친 사항 아닙니까?"

 

"그런 저는 모릅니다. 어쨌든 그런 이유들은 사정입니다. 저는 집중 근무 시간을 이탈한 사람에 대해 보고해야 의무와 사정이 있습니다. 상부에 보고되니 그렇게 아세요"

 

나의 사정은 다시 형편 없는 사정이 되고 말았고 강직한 졸린 눈의 사나이의 사정은 미션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그는 불이 붙은 석유 운반 트럭이 회사 로비로 돌진하고 있어도 강직하게 집중 근무 단속을 하고 있을 만큼 강직한 남자임에 틀림이 없었다.

 

 

 

12. 내가 조금 멍청하다

 

금요일 오후 어김 없이 메일이 왔다제목과 발신인만 보고도 무슨 내용인지 짐작이 가는 메일이었다. 크게 한숨을 내쉬고 메일함을 열어 해당 메일을 열람했다.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이번 토요일, 일요일도 주말 대응을 해주시길 부탁 드리며... 해당 메일 수신인은 주말 대응 담당자이니 참고 부탁 드립니다...'

 

메일을 읽어 하나 싶어 그냥 메일을 닫아 버렸다옆에 앉은 동료에게 커피나 한 잔 하러 가자는 신호를 보내고 엘리베이터 복도로 나갔다. 동료가 반쯤 입은 점퍼의 나머지 소매 안으로 팔을 집어 넣으며 복도로 따라 나오며 물었다.

 

"? 무슨 일인데?"

 

"에혀~ 특별한 일이 있겠냐? 주말 출근 하랜다. 언제 주말에 쉬어 보냐 4주째다."

 

"누가? 너네 PM(프로젝트 관리자) 하래?"

 

"그럼 누구겠냐. 아오...  양반은 가정도 있는 양반이 주말마다 회사에 있고 그러냐"

 

"PM 누구였지? 우리 층에 있는 사람 아니지?"

 

"아니야. 우리 사람이야, 3 사람. 빼빼 말라서 수수깡 같은 사람 있잖아. 머리 숯은 엄청 적은데 정리가 안되어 있어서 아주 힘겨운 산발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

 

"~ 누군지 알겠다. 말할 마다 가끔씩 고개를 45 정도 가로로 까딱 거리는 사람 말하는 구나. 아이고 주말에 고생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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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9 사무실은 한산했고 공기는 시원하게 식어 있었다자리에 앉아 가방을 내려 놓고 PC 켰다. 앉아서 부팅이 되고 있는 모니터를 보고 있다 고개를 돌려 창가를 바라 보니 햇빛이 창을 통해 들어와 사무실 바닥을 훤히 비추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갔다. 5 말의 아침 햇빛은 제법 따뜻했고 나른했다. 창밖에는 인근의 작은 공원이 보였고 공원에는 아침 잠이 없는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었다.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여유에 대한 부러움이 절로 일어 났다.

 

'햇빛도 이렇게 따뜻한데 집에서 늦잠이라도 자면 얼마나 좋으냐...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고 있나'

 

돌아와 업무를 하다 보니 어느덧 점심 시간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점심이나 먹을 해서 자리에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희한하게 출근 사람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특히 해당 PM 속한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PM 오후부터 보이기 시작했지만 나머지 사원들은 그날 퇴근 까지 많이 보이지 않았다.

 

매주 주말 근무 마다 이런 패턴이었다. 4 연속 이런 패턴이라 궁금함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날 해당 팀의 친한 과장에게 찾아갔다.

 

"과장님. 과장님 팀은 주말 출근 공유 안됐어요?"

 

"주말 근무 공유? 안될 리가 있나. 해당 프로젝트 사람은 메일 받았지"

 

"그런데 거의 나왔던데요. 팀에 경조사 있었어요?"

 

" 나왔냐?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구나~ 아이고 여기에 피해자 있네. PM 특징이 프로젝트 시작하면 혼자 벌벌 떨면서 콩만한 일이라도 생기면 일단 전원 출근 하라고 시키는 것이 특징이야. 아마 5개월 내내 그럴걸. 그래서 짬밥 먹은 사람들은 그냥 알아서들 무시하지."

 

"? 정말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많이 없었던 거군요. 제기랄 도대체 그런데요?"

 

" 그러긴 인마. 뻔하지. PM이라는 사람이 업무적으로 아는 것이 거의 없거든. 그래서 문제가 발생하면 판단도 안되고 혼자서는 아무 결정도 내리는 사람이라 무작정 출근 시키고 보는 거야~ 여태 나왔냐??? 쯧쯧쯧.  열고 사십시오~ 혼자서 열심히 한다고 수수깡이 봐준다던?"

 

창가에 서서 보니 공원에는 몇몇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있었다. 공원을 바라보며 가만히 생각해 보았더니 PM 내가 예상한 보다 쫄보에 멍청이였다. 하지만 4 동안 아무런 의심 없이 열심히 나왔던 내가 조금 눈치 없고 멍청한 같아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