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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논평] 사과 따위 필요없다

 



2009.6.5.금요일

 

 

 


 


 

 

지난 3일 민주당은 이런 공식 논평을 내놨다.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놓고 한마디 사과마저 거부하는 안일한 문제 인식에 황당하기 그지없다.”

 

매주 하는 라디오 방송에서 전혀 사과의 뜻을 내비치지 않았다는 거다. 같은 날 민주당 원내대표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요구 조건을 내놨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정책기조의 전면 전환
-인사쇄신
-김경한법무장관, 임채진검찰총장, 이인규 중수부장의 파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 실시

 

4일까지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놔야 오는 6월 임시국회 개회가 가능하다면서. 또 민주당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에게 민심 외면하지 말고 수습책을 조속히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

 

그 다음 날 있었던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 결의문엔 그런 요구사항을 총 정리해 이런 문구를 내놨다.

 

“ 하나,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죄와 책임자 문책, 그리고 국정운영 기조의 전면적 변화를 강력히 요구하며, 노 대통령을 억울한 죽음으로 몰고 간 검찰수사의 진상 및 책임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특검, 그리고 검찰제도개혁을 위한 국회 특위를 기필코 관철할 것을 결의한다! ”

 

이게 영결식 바로 다음 주에, 벼르고 별러서 민주당 대표, 원내대표, 대변인실, 워크숍 등을 통해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쏟아낸 발언들이다. 그뿐 아니다. 김근태와 천정배는 공개서한을 날리고, 손학규는 청와대 게시판에 메시지를 남겼다. 사과하라고.

 

 

 

 

민주당, 참 빌빌거리고 있다.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어떻게 하면 진심으로 사과하는 건가. 슬픈 표정 지으면 되는 건가. 그리고 사과를 하면. 그럼 뭐. 뭐가 수습되는데. 그 시답잖은 사과 받아 어따 쓰려고. 이게 지금 사과로 될 일인가. 이명박이 사과하면, 그렇게 통곡했던 그 수많은 이들의 가슴이 조금이라도 풀릴 거 같은가. 오히려 이명박이 졸렬하기 짝이 없어 여태 사과하지 않는 걸, 천만다행으로 알아야 한다. 사과는, 사과하면 응어리가 풀릴 대상에게나 요구하는 거다. 전혀 미안하지도 않은 자의 사과는 받아 대체 뭐하려고 그렇게 용을 쓰고 있냐고.

 

나머지도 다 하나 마나한 소리다. 인사쇄신, 문책인사, 정책기조 다 한나라당이나 요구할 것들이다.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나 쏟아낼 말들이라고. 사과도 마찬가지다. 사과 요구는 민주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맥시멈이다.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라고 하는 건, 한나라당이 여론을 보아하니 자신들이 죽게 생겼다며 꺼내들 최대치의 카드인 거다. 왜 민주당의 목표가 한나라당의 리미트 내에서 노는 건가.

 

공개 서한도 그렇다. 지금 연애하나. 이명박과 사귀냐고. 편지 쓰고 있게.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구분이 안 간다. 차라리 대한문 앞에서 단식농성 하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백 번 낫다. 그리고 사과 안 하면 6월 국회 안 한다고. 기껏 협박이라고 하는 게 6월 국회인가. 참, 허탈하다. 이명박에게 수습책을 내놓으라고 하는 건 더 웃긴다. 아니 왜 이명박에게 부탁을 하고 자빠졌나. 당신들은 상주다, 상주. 상주가 범인에게 수습을 해달라니. 편지 쓰고 수습 요청할 게 아니라, 규탄하고 거부하고 맞붙어서 이겨야지. 수습은 당신들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해내야지. 왜 이명박에게 그걸 요구하냐고.

 

정신 좀 차리자.

 

지금 민주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이명박 사과를 받아내는 게 아니다. 사과는 당신들부터 해야 하는 거다. 아 씨바, 오랜만에 열 받네.

 

지난 한 주간 가슴 치며 오열했던 모든 이들 앞에 겸허히 서서, 처절한 자기고백부터 해야 하는 거다. 바로 우리가 노무현을 죽였다고. 바로 우리가 그 정치적 살해를 방조하고 말았다고. 이명박의 속셈을 뻔히 알면서도 비겁하게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지며 이명박과 별 차이도 없는 뉴민주당 플랜이나 주물럭거리고 있었다고. 이명박을 탓하기 전에 바로 우리가 죄인이라고. 그렇게 자신들부터 통렬하게 반성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게, 그게 순서다.
 
그런 후 이명박, 당신 사과는 필요 없다고 선언해야 하는 거다. 당신에게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겠다고. 앞으로는 정면으로 대결하겠다고. 그리고 모든 계파와 정파를 뛰어 넘어 노무현의 가치를 지키고 그것을 다시 한 번 뛰어넘는 대통령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그 전까지는 우리 자신부터 용서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선언해야 하는 거다.

 

지금 그 정도 결의와 비전과 배포는 보여줘야 하는 거다, 이 바보들아.

 

북핵이 어쩌고 경제가 저쩌고 하며 벌써 저 멀리 도망가 버린 상대 뒤통수에다 대고 편지나 쓰고 앉았고. 정말 낯 뜨거워서 못 봐주겠다. 그딴 식으로 할 거면 때려 쳐라.

 

지난 촛불 때 그렇게 겪고도 모르겠나.
이명박 사과 따위 필요 없다.
청와대 그만 쳐다봐라.
당신들이 봐야 할 곳은 거기가 아니다.

 

 

 

 

- 차분히 틈새논평 하려다 열불이 터져버린
틈새논평 담당 딴지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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