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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0. 04. 목요일
취재팀장 죽지 않는 돌고래




1. 정준길, 의문의 전복사고


 

특수부 검사출신 정준길. 박근혜 후보가 직접 임명한 새누리당 공보위원. 공보위원의 임무는 ‘당이 하는 일과 업적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다.



지난 9월 16일, 정준길은 안철수 후보 측 금태섭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안철수 여자관계, 뇌물, 다 폭로할 거다. 불출마 선언해라’



라며 ‘친절한 조언’을 했고 이는 사회적 논란이 되었다. 요는,



협박이냐, 친구사이의 사적 대화냐,



였다.



보수 언론은 친구사이의 사적 대화를 공개한 금태섭 변호사를 쫌생이로 몰아갔고 박근혜 후보는 ‘서로 오랜 친구라는데 확대해석 하는 건 이해가 안된다’고 밝혔다. 나꼼수 측에 의하면 정준길과 금태섭은 평균 1년에 1번이나 문자를 주고 받은 사이이므로 절친이 맞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허나 이 사건은 의외의 인물에 의해 급반전을 맞는다.



정준길이 금태섭에게 전화할 당시, 그 내용을 들었던 택시기사가 등장한 것이다. 택시기사는 ‘친구사이의 대화로는 생각할 수 없는 협박’이라 진술했다. 진술에 의하면 정준길은 ‘안철수씨가 대선에 나오면 죽는다’고 '조언'했다.




<정준길 페이스북에서 발췌>



정준길, 자신은 택시를 타지 않았으니 이것은 음해며 구라라고 주장, 허나 택시기사가 직접 인터뷰를 하고 블랙박스까지 있다고 하자 버벅대기에 바빴다. 결국 그는 사건의 경위를 자세히 밝힐 예정이었던 9월 11일의 <채널 A> 생방송 시사토크 프로그램 ‘쾌도난마’를 펑크내기에 이른다.





<채널A> 쾌도난마 측은 ‘정준길 전 박근혜 캠프 공보위원 생방송 출연 직전 방송 펑크’라는 자막과 함께 “두려워 숨으시면 마음고생만 합니다. 정준길 변호사님, 오늘 꼭 나오셨어야 했습니다”라는 앵커의 말로 방송을 마무리했다.



본지는 이에 대해 성급한 판단이었다고 본다.


 

생방송 펑크를 낸 이유는 가로수를 들이 받은 의문의 차량 전복사고. 진실을 밝혀 만인 앞에 당당해질 것이 확실한 정준길이 갑작스레 전복사고가 난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그러했듯, 안철수 측이 진실이 밝혀질까 두려워 정준길 의원의 차량에 어떤 장치라도 했던 것은 아닐까.



새누리당 전 공보위원 정준길의 명예회복을 위해 딴지일보 취재팀이 언론사 최초로 완벽 현장 검증에 나섰다.





2. 폭우 속의 현장 검증


 

지난 9월 28일 금요일 오후 2시, 딴지일보 수뇌부는 긴급회의에 돌입했고 하나의 결론을 도출했다.



‘신뢰와 원칙의 박근혜 후보가 직접 임명한 공보위원이
구라가 들통날까 일부러 전복사고를 내고 침묵했다는 세간의 설은 믿을 수 없다.’





하여, 현장 검증 결정. 폭우가 쏟아지는 금요일 오후 2시 21분, 대학로 벙커1에서 출발.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수뇌부의 정점에 있는 너부리 편집장이 지휘에 나섰고 미디어 전략팀의 게으른 수다쟁이 팀장이 운전대를 잡았다. 나는 승용차 뒤의 상석에 앉아 기자수첩과 펜을 들고 열심히 졸았다, 아니, 사건의 의문점을 열심히 체크했다.





비 때문인지 교통 정체가 심하다.





반포대교를 건너자 야당 최고의 천재 전략가 오세훈의 작품, 새빛 둥둥섬이 보인다. 박원순의 서울시장 당선부터 야당의 대선 활로가 보이기 시작한 최근의 역사는, 그가 대한민국 야당사에 길이 남을 불세출의 전략가임을 증명했다. 2012년 대한민국 정치흐름은 오세훈이 대의에 스스로 몸을 던져 만든 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정준길도 그런 순교자의 길을 걸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오후 3시 17분. 극심한 교통정체와 폭우를 뚫고 현장에 가까워 졌다. 오른쪽에는 검찰청이, 앞으로는 서초구 반포동 누에다리가 보인다. 저 다리를 넘으면 정준길이 의문의 전복사고를 당한 지점이다.





검찰청을 조금 지나 빈틈을 활용해 주차.






너부리 편집장과 게수다 팀장이 정준길 가로수길 기념 현수막을 달 지점을 확인하기 위해, 아니, 정확한 현장 검증을 위해 폭우를 뚫고 길을 나선다. 나는 행여라도 인원이 부족한 취재팀의 신발에 물이라도 들어가 무좀이라도 생겨설랑, 취재에 지장이라도 생겨설라무네 회사에 큰 손실을 줄 수 없다는 애사심에 스스로 극구 대기했다.




 


대기하는 동안 할 일도 없고, 아니, 딴지의 브레인으로서 사건의 흐름을 골똘히 생각하며 주위를 관찰했다. 서초 경찰서 앞으로 운송 차량이 지나간다. 행여 저들도 안철수 캠프 측의 음모로 전복된 차량들이 아닐까 의구심이 든다.





20분쯤 지났을까. 멀리서 너부리 편집장과 게수다 팀장이 보인다. 그런데,




 


그 뒤로 한 무리의 경찰이 따라온다. 현수막을 달려다 경찰한테 딱 걸린, 아니, 비가 오는 틈을 이용해 게수다 팀장이 노상방뇨라도 한 것일까.





계속해서 경찰들이 따라온다. 왼쪽은 서초경찰서, 오른쪽은 검찰청, 체포에서 구속까지 걸리는 시간이 머리 속에 떠오른다. 나는 여차하면 혼자 도망가려다가 타이밍을 놓쳤, 아니, 당당히 자리를 지켰다.






너부리 편집장은 ‘아, ㅆㅂ, 경찰이 보고 있어서 현수막 못 걸겠네.’ 라고 말하지 않고 ‘음, 비가 와서 현장검증에 많은 무리가 따르는군.’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하여, 경찰의 눈을 피해, 아니, 정준길이 의문의 전복사고를 당한 당시의 상황을 정확히 복원하기 위해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바탕으로 날씨가 개이고 교통정체가 없을 것으로 확실시되는 10월 2일 새벽 5시를 제 2차 현장 검증의 디데이로 잡았다.



그날은 공식적으로 딴지일보 휴무일이지만 나는 프로 중의 프로이므로, 고향갔다가 밤에 도착해서 피곤해 죽겠는데 새벽부터 일어나서, 아놔, 같은 느낌으로 마냥 즐거웠다.  



취재기자에게 취재보다 즐거운 일은 없다.




3. 10월 2일 새벽 5시, 현장검증 디데이





10월 2일, 게수다 팀장이 나는 그냥 자도 괜찮은데 굳이 집까지 차를 끌고 와 냅다 패 깨운 관계로 새벽 5시에 ㅆㅂ, 아니, 조인, 현장으로 향했다. 사회에서 10살 차이면 다 친구라는 말도 있어서 그를 친구처럼 편하게 대했는데 같은 팀장끼리 이렇게 안 일어난다고 막 패고 그러면 곤란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게수다 팀장이 소심해서 상처를 받을까봐 말을 아꼈다.



나는 또다시 승용차 뒤의 상석에 앉아 기자수첩과 펜을 들고 열심히 졸았다, 아니, 사건의 의문점을 다시 한번 열심히 체크했다.







서초구 국립 중앙 도서관의 주차장이 아직 열리지 않아 그 앞 길목에 주차.





정준길 구라 전복사고 기념 현수막을 달기 위해, 아니, 현장이 한 눈에 보이는 곳에서 사건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누에다리로 향했다.







경찰 몰래 현수막을 달기 위해 노끈을 가지고, 아니, 현장과의 거리를 정확히 재기 위해 노끈을 가지고 누에다리로 향하는 게수다 팀장. 뒤를 따라가니 개끌려 가는 기분이 드는 건 나의 착각이다.





현장 도착. 정준길이 의문의 전복사고를 당한 지점은 이 다리를 기준으로 고속터미널 방향 3번째 가로등이다.





누에다리의 ‘누에’는 예로부터 신성시된 곤충으로 막 소원을 들어준댄다. 정준길은 이 누에다리의 의미를 알았을까. 알았다면 생방송에 나가기 직전, 이 누에다리 밑을 지나면서 ‘제발, 내 구라가 들키지 말게 해주세요’, 아니, ‘제발, 안철수 측의 구라를 밝혀 주세요’라고 소원이라도 빌었을까. 하긴 나잇살 먹은 전 특수부 검사 출신이 그런 유치한 짓을 했을리 없다.





오른쪽을 보니 게수다 팀장이 누에 조형물에 소원을 빌고 있다. 나는 나잇살 먹고 저러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만 했다.






정준길이 의문의 전복사고를 당하기 직전에 타고왔을 것이라 확실시 되는 도로. 딱봐도 왠만한 프로 드라이버들조차 운전하기 어려운 난이도 높은 도로로 그의 전복사고가 일부러 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거짓말 같이 의문의 현수막이 눈 앞에 등장했다.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게수다 팀장도 갑작스레 나타난 현수막에 적잖아 당황하는 눈치다.





현장 검증을 하기 위해서 왔지만 어쨌든 정준길이 의문의 전복사고를 당했듯, 뿅하고 나타난 의문의 현수막을 보고 게수다 팀장은 '이거슨 신의 계시'라며 다리에 현수막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어떠한 위법적 요소가 발견되어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나는 본 건과 무관함을 미리 밝혀둔다.



행여 지나가는 택시기사가 이를 보고 내가 현수막 설치를 도왔다고 증언하면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생각할 용의는 있지만 왠지 그후에 의문의 전복사고를 당할 것 같은 느낌은 든다.






어쨌든 다리 양쪽에 현수막 설치 완료. 전방 150m 버전과 후방 150m 버전이 따로 있으며 내용은



‘이 길은 안철수 불출마를 협박하던 정준길 새누리당 공보위원이 자신의 거짓말이 뽀록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가로수를 들이 받아 차량 전복사고가 일어난 지점입니다. 이에 해당 가로수를 문화재 보호법에 의거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억울한 봉변을 당한 가로수의 넋을 기릴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본인이 현수막을 설치하는 모습을 지나가는 택시기사가 보지 않는 이상, 나는 본 건과 무관하다. 만약 봤다고 해도 박근혜 후보는, 아니, 너부리 편집장은 '그거슨 정준길 개인이 한일' 아니,  '그거슨 돌고래 개인이 한 일'이라고 말할 것 같아서 그렇다. 




 


다리 아래에서 본 풍경. 누군가 내게 저 현수막에 대해 묻는다면, 정준길이 이틀 전에 자신이 택시를 탔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자료를 검토해야 알 수 있다고 한 것처럼 나 또한 내가 저 사진을 찍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며 자료를 검토해야 알 수 있다고 말할 것만 같다.



중요한 것은 아직 의문의 전복사고에 대한 진실이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다는 거시다.



정준길이 절대적으루다가 자신의 구라를 덮기 위해 전복사고를 냈다는 것을 믿지 않는 나는, 총수의 스턴트설(정준길이 스턴트맨을 고용해 사고를 내고 생방송을 펑크냈다는 설)이나 김용민 교수의 포크레인 설(차를 댄 후 포크레인으로 엎어서 사고를 낸 척하고 생방송을 펑크냈다는 설)에 충분한 신뢰성이 답보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오직 결정적 증거만으로 진실을 말하는 것이 취재기자의 길이기 때문이리라.





4. 정준길 명예회복의 결정적 증거


 

이미 시간은 새벽 6시 15분.



우리는 유턴에 유턴을 거듭하며 운전하기가 매우 힘들어 금방이라도 전복사고가 날 것 같은 위험한 10차선 직선 도로를 7번 왕복했다.






정준길이 운전한 루트를 그대로 반복하기 위해 신호에 걸렸을 경우와 안 걸렸을 경우를 가정해, 출발 지점 또한 각각 달리해 보았지만 이상하리만치 전복사고가 나지 않았다. 이렇게 운전하기 힘든 10차선 직선 도로에서 이렇게 반복을 했는데 왜 전복사고나 나지 않는 것일까. 


 





40km, 60km, 80km로 속도를 달리하며 일부러 핸들을 꺾어도 전복사고가 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경찰에 문의해 봐도 이 곳은 사고가 나기 매우 힘든 지점이며 전복사고가 난 전례가 없는 희귀한 도로란다.



물론 이는 고난이도의 10차선 직선 도로를 무리 없이 운전해내는 게수다 팀장의 운전 실력이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남은 의문은 음주운전. 허나 정준길같은 분이 생방송 직전에 음주를 하고 운전을 했을 리 없다. 차떼기 보험금을 노리지 않는 이상, 지혼자 전복사고를 일으킬 리가 없는 거시다.



도대체 이 의문의 전복사고는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



우리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단서를 사고 현장 근처에서 발견했다. 누에다리 밑에 있는 이 결정적 증거물을 사고 이후 한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던 거시다.




 


그러타. 산적이 아닌 건 확실하니, 누가봐도 정답은 호랭이다. 순식간에 모든 의문이 눈 녹듯 풀리는 대목. 아래는 정준길이 운전한 루트. 검찰청 앞에서 출발해 정준길이 의문의 전복사고를 당한 누에다리 기준 3번째 가로등까지의 연속촬영 사진이다.





하지만 서초구 반포동에 자주 등장했다는 호랭이가 등장한다면 어떨까.





사고 지점 전후만 다시 보자.





이로써 모든 의문이 풀린다.



정준길은 왜 사고가 날 수 없는 지점에서, 그것도 의문의 전복사고를 당했나?



시베리아 호랭이가 정준길의 트라제를 들이받았기 때문이다. 본지가 현장을 검증한 결과, 한반도에서 자주 출몰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길이 2.7m~3.9m의 180~370kg의 시베리아 호랭이가 언덕길에서 가속도를 받아 60km 이상의 속도로 정준길의 트라제를 들이 받은 것이 확실하다. 전복사고가 일어나기 위한 다른 가능성은 단연코, 없다.



서초구 반포동에 호랭이가 자주 출몰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으며 대부분의 국민은 한반도에서 호랭이가 멸종한 것으로 알고 있다. 허나 정준길의 트라제를 들이받은 이 호랭이는 아직 북한에 남아있는 야생 호랑이로 북한의 식량난을 견디지 못하고 서초구 반포동까지 내려와 정준길의 차를 들이박고 토낀 것으로 추정된다.



본인은 북한이 남한의 대권 선거 개입을 위해 대남공작의 일환으로 호랭이를 굶겨 먹이를 찾아 헤메는 이동 루트를 계산, 정준길이 트라제를 몰고 누에다리를 지나는 지점까지 좌표를 측정해 풀어 놓은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정준길 전복사고 후, 언론의 보도에서 인용된 ‘쇼크’라는 단어의 의문이 풀리며 왜 그렇게 놀랐고 왜 그렇게 충격을 받았는지 모든 의문이 풀린다.





뜻밖의 장소에서 북한 호랭이를 만나 쇼크를 받고 잠적할 수 밖에 없었던 정준길 전 새누리당 공보위원에게 이 기사가 심심한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박근혜 후보를 음해하려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의 만행을 규탄하며 기사를 마친다.


 




시베리아 호랭이 복원
AJ


현수막 제작
팝콘


모든 위법적 요소 지휘
편집장 너부리(@newtoilet)



모든 위법적 요소 실천
미디어전략팀장 게으른수다쟁이(@wildog72)



합법적인 현장검증 기사
취재팀장 죽지 않는 돌고래(@kimchangkyu)

Profile
딴지일보 편집장. 홍석동 납치사건, 김규열 선장사건, 도박 묵시록 등을 취재했습니다. 밤낮없이 시달린 필진들에게 밤길 조심하라는 말을 듣습니다. 가족과 함께 북극(혹은 남극)에 사는 것이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