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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2. 27. 수요일

 

 

아홉친구

 

 

 

 

 

 

 

 

 

 

 

 

 

 

 

 

 

 

 

진보는… 작지 않다!

 

 

 

 

 

 

 

 

 

MBC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한 소위 ‘알통뉴스’가 화제다. 작년에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발표된 연구결과를 토대로 뉴스를 만든 것인데, MBC의 보도 감각이 어디까지 망가졌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하겠다.

 

 

 

 

 

 

 

 

 

뉴스가 보도된 후 수많은 사람들이 어이없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진중권도 트위터를 통해 한마디를 던진 바 있다.

 

 

 

 

 

 

 

 

 

진중권 트위터

 

 

 

 

 

 

 

 

 

상식 선에서, 알통의 굵기로 보수와 진보의 편가르기가 가능하다고 여길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뉴스를 무작정 병신 취급하게 되면 자칫 MBC와 같은 오류를 반복하기 쉽다. 하나의 사례로 섣불리 편을 가르고 단정짓는 태도 말이다. 딴지는 그런 짓을 해선 안된다. 진정한 용자는 찌질이의 모습에서도 자신을 돌아보는 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MBC 보도국이 병신이라는 선언이 아니라 병신 짓을 하지 않기 위한 깨달음이다. 여기서는 진지하게, ‘알통뉴스’의 원래 메시지가 무엇이었으며 MBC의 잘못은 무엇인지를 깊게 파헤쳐볼 작정이다.

 

 

 

 

 

 

 

 

 

일단 알통뉴스의 소스가 무엇인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덴마크 아르후스(Aarhus) 대학의 마이클 방 페터슨 (Michael Bang Peterson) 교수와 캘리포니아 대학의 레다 코스미데스(Leda Cosmides) 교수 등이 공동으로 작업한 논문이 있다. 작년 10월 것인데, 원문을 다운 받을 수도 있다.

 

 

 

 

 

 

 

 

 

논문

 

 

 

 

다운로드 주소 http://papers.ssrn.com/sol3/papers.cfm?abstract_id=1798773

 

 

 

 

 

 

 

 

 

웹 페이지를 보면 요약이 소개되어 대충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이조차도 귀찮은 분들을 위해 요점만 소개하자면 이렇다.

 

 

 

 

 

 

 

 

 

… In studies conducted in Argentina, Denmark and the U.S., men with greater upper body strength more strongly endorsed the self-beneficial position: Among men of lower socioeconomic status (SES), strength predicted increased support for redistribution; among men of higher SES, strength predicted increased opposition to redistribution. ...

 

 

 

 

 

 

 

 

 

직접적으로 연관된 대목을 의역하자면 이런 뜻이리라.

 

 

 

 

 

 

 

 

 

 

“상체 근력이 발달한 남성은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을 강하게 나타낸다. 그러한 사람이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다면, 재분배 정책을 지지할 것이라고 예측된다. 반대로 높은 위치에 있다면 재분배에 반대하는 성향을 보일 것이다.”

 

 

 

 

 

 

 

 

 

위 이야기가 나온 근거를 원문에서 발췌하자면 이렇다. 상체 근력이 발달하면 예나 지금이나 싸움에 유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상체 근력은 남성으로 하여금 보다 우월한 이익을 취할 자격으로 인식되며, 이익을 둘러싼 분쟁에서 공격성을 보이기 쉬운 여건이 된다. 상대적으로 여성은 그렇지를 못하다. 여성 사회에서는 물리적으로 싸워봤자 이익보다는 손실이 많기 쉽고, 어차피 남성과 비교하면 상체 근력의 우위를 따질 수가 없으니 참는 편이 나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향을 현대 사회로 옮겨오면, 재분배에 대한 판단도 자기 이익 추구 성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재분배가 이익이 되는 사람은 당연히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포지션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니 상체 근력이 발달한 사람이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다면 재분배를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그러한 사람이 사회경제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다면 재분배를 반대할 것이다.

 

 

 

 

 

 

 

 

 

진화론에 입각한 이 논문은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아르헨티나, 미국, 덴마크에서 상체 근력과 재분배 지지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이때 상체 근력을 나타내기 위해 조사된 것이 ‘알통 둘레’였다. MBC가 알통 운운한 것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조사 결과는 가설을 입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헨도

 

 

 

 

원문에 있는 아르헨티나의 조사 결과.

 

 

 

 

 

 

 

 

 

자세히 보고 싶은 분은 원문 찾아가 보시면 되겠지만, 간단히 말해서, 힘 좋은 놈이 자기 이익에 좀더 민감하다는 이야기로 정리하시면 되겠다.

 

 

 

 

 

 

 

 

 

위 논의를 보게 되면 MBC의 알통뉴스가 어떤 오류를 범했는지도 쉽게 알 수 있다. 논문은 엄연히 ‘자기 이익 추구 성향(self-benificial position)’과 상체 근력과의 상관관계를 논하고 있다. 그러면 ‘자기 이익 추구 성향이 강한 것’을 뉴스처럼 ‘보수’로 볼 수 있는 것일까? 그 반대 성향을 ‘진보’라 불러도 되는 것일까?

 

 

 

 

 

 

 

 

 

보수와 진보를 각각 ‘안정’과 ‘개혁’에 연관시켜 생각해볼 수는 있다. 즉 관념적으로, 시대 상황과 무관하게 상대적 성향으로써 둘을 특징짓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현실 사회에 대입한다면, 시대상이 어떠한지를 살펴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가령 우리처럼 재분배 정책이 미진하다고 여겨지는 나라라면, 재분배는 일종의 개혁정책으로 받아들여져 진보라 불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재분배 정책이 충분히 실시되는 사회에서는 자유주의 정책이 진보로 인식된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더 복잡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공산주의 일당독재가 오래 되었기 때문에, 공산주의의 어감도 그렇고, 공산당에 입당하는 사람도 보수적 경향을 띤다. 거기선 자본주의적 개방을 강조하면 진보가 될 것이다. 그러니 국가 주도의 상당수 정책들은 보수적 입장으로 보일 것이다. 그런데 복지정책의 수준은 아직 갈 길이 멀어서, 국가 주도의 의료보험 확충 정책은 오히려 진보적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중국은 전국민 대상의 의료보험 제도가 유명무실하다가 2010년경부터 확충에 들어갔다). 우리 경우를 봐도 그렇다. MB 가카께서 서울시장 지낼 적에 시도한 버스 중앙차로 통행안은 보수인가 진보인가? 최소한, 보수적인 정책으로 단언하긴 어려울 것이다.

 

 

 

 

 

 

 

 

 

small

 

 

 

 

 

 

 

 

 

그런데 MBC 알통뉴스는 이 모든 다양성을 싸잡아서, 재분배 지지는 곧 진보라고 보여준다. 요즘 이런 단순 무식한 이분법적 사고가 횡행하고 있는 건 알지만, 아무리 그래도 MBC가 일베 수준으로 나오리라곤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진중한 매체든 딴지처럼 자유분방한 매체든, 그래도 교양과 진실에 기초해야 한다는 본분은 다르지 않은 것이다. 지금 놀라운 것은, 진실을 외면하던 시절에도 그나마 유지했던 교양적 포장술까지도 사라져버렸다는 점이다. 혹은 그 정도로 국민들을 바보라고 여기는 건지 모르겠다.

 

 

 

 

 

 

 

 

 

알통은 그나마 논문에서 취한 사례다. 뉴스 후반에 나오는 일란성 쌍둥이의 사례는 기자의 무식내지는 무능력을 더 여실히 드러낸다. 일란성 쌍둥이를 통해 선천적 요소의 영향력이 후천적 교육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연구는 이미 제기된 바 있고, 웬만한 사람들도 상식으로 알고 있다. 이걸 보여주려면 일란성 쌍둥이가 어릴 적부터 따로 키워져, 후천적 요소의 동일성이 없어야 사례로써 제 역할을 한다. 뉴스에서 보듯 시집가기 전까지 같이 살았다면 그런 주장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아마도 기자가 그런 쌍둥이를 찾기 힘들었던 모양인데, 그렇다면 아예 연구 결과를 정리해 보여주는 정도로 처리했어야 옳다. 부합하지도 않는 사례를 보여주는 건 무슨 경우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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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아는 얘기를 진지하게 한다고 불평불만인 독자를 위해, 잠시 음모론적으로 이 뉴스를 분석해보자.

 

 

 

 

 

 

 

 

 

정작 이 뉴스는 다른 영역에서 매우 ‘교양 있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종의 몽타주 기법이랄까. 관계 없어 보이는 장면들을 이어 놓으면 관객들은 거기서 어떤 연관성을 찾는다. 예를 들어 기차역을 보여준 후 남녀의 눈물 장면이 각각 나오고 여자가 홀로 걷는 장면을 이어서 보여주면, 누구나 이를 기차역에서의 남녀 이별 신으로 받아들인다. 남녀가 같이 있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아도, 여자가 걷는 곳이 기차역이 아닌 항구여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를 역으로 이용하면, 논리적 연관이 없는 이미지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 관점에서 뉴스의 이미지를 순서대로 보자.

 

 

 

 

 

 

 

 

 

n001

 

 

 

 

뉴스 도입부, 보수와 진보의 이미지가 그려진다.

 

 

 

 

 

 

 

 

 

n002

 

 

 

 

대선 득표율로 갈라놓았다. 진보는 48에 해당하며 대선 패배자다.

 

 

 

 

 

 

 

 

 

n003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쪽’이 ‘진보’다. 31cm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n004

 

 

 

 

가장 요상한 부분.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진보주의적 성향을 띤다는 설명이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으로 들린다. 사실 ‘변이’는 중립적인 과학 용어다.

 

 

 

 

 

 

 

 

 

n005

 

 

 

 

반대로 이기적이지 못하면 유전자를 가장 잘 꽃피울 수 없다는 의학적인 설명.

 

 

 

 

 

 

 

 

 

n006

 

 

 

 

밑줄 친 부분을 말할 때 2번 녹색 모자의 무리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 때문에 위 얘기가 중립적으로 들리질 않고,

 

 

 

 

‘끌리기 때문에 옳다고 믿는’ 사람과

 

 

 

 

‘증오를 품는’ 사람은 진보 성향의 사람으로 여겨진다.

 

 

 

 

 

 

 

 

 

 

 

 

 

 

종합해보면 이렇다.

 

 

 

 

 

 

 

 

 

abc

 

 

 

 

 

 

 

 

 

이른바 진보라는 녀석들은

 

 

 

 

위에 있는 약골처럼 생겨먹었는데,

 

 

 

 

이 알통도 작은 사내놈들은

 

 

 

 

유전자에 이상이 생겼다.

 

 

 

 

이런 놈들은 번식력도 좋지 못하다.

 

 

 

 

사실 너희가 옳다고 믿는 건

 

 

 

 

끌리기 때문에 그냥 믿는 거다.

 

 

 

 

그니까 생각 다르다고 증오하지 말고

 

 

 

 

상대가 옳은 게 뭔지 고민해라.

 

 

 

 

 

 

 

 

 

-MBC로부터

 

 

 

 

 

 

 

 

 

 

 

 

 

 

이 메시지의 결론을 이미지만 따서 시쳇말로 옮기면 좀더 간단해진다.

 

 

 

 

 

 

 

 

 

“진보는 그냥 좃이 작다.”

 

 

 

 

 

 

 

 

 

 

 

 

 

 







 
 

용납할 수 없다. 보수, 진보를 떠나서

 

우리의 좃이 작지 않다는 걸

 

무규칙 2종 매거진 [더딴지] 4호에서

 

확인, 또 확인하자.

 

 

 

 

 

 

 

 

 

 

 

 

 

 

 

 

 

 

 

아홉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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