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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뷰] 딴지, 봉준호 감독을 만나다!!

2003. 4. 20. 화요일

딴지영진공 전문면접과
 


귀 재료는 화성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했던 시기 몇 살이었나?


고2때부터 방위병 때까지 걸쳐진, 그니까 대학교 2, 3학년 때까지.


그럼 귀 재료는 당시에도 이 사건에 남다른 관심이 있었나?


일반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만큼의 기억이나 관심은 있었죠. 근데 저도 이 영화 다시 시작하고 있기 전까지 다 잊고 있었어요. 영화 작업 들어갈 때부터 그 당시 신문이나 자료 찾고 조사해 나가기 시작하다가 아~ 이 정도까지 끔찍했었나, 이렇게 많이 죽었었나 하는 감정을 느끼게 됐죠.


그렇다면 귀 재료 역시 당 영화를 찍으면서 반성의 기분이랄까, 느꼈겠다.


클라이막스에서 소녀가 죽을 때 민방위 사이렌 등화관제 하면서 불 꺼지잖아요. 마치 그 여자아이는 끔찍하게 죽는데 세상 사람들은 다 외면하는 거 같은 느낌. 실제 사건에서 그 소녀가 죽은 날이 1990년 11월 15일 이었어요. 우리 매달 15일은 민방위 날이었잖아요.


그래서 시나리오에 제가 처음 영감, 아이디어를 받았던 게 그 신문기사의 날짜를 보고 그 여자아이가 그렇게 죽어 가는데 만약에 온 천지에서 민방위 훈련 내지 등화관제 훈련을 하고 있는걸 상상만 해도 너무 슬프고 열이 받는 거예요. 등화관제를 지금은 안 하지만 80년대에만 했던 거잖아요.


그게 영화적인 모티브예요. 어둠을 만드니까. 그래서 영화 속에 등화관제가 등장하게 된 거였고, 모두가 셔터문 닫고 커튼 내리고 불 끄고 이러잖아요, 저도 그랬을 꺼란 생각이 막 들었거든요.


그 여자아이 죽었을 때 90년 11월이면 저는 방위병 생활 할 때였고. 웬지 내가 범인이 아님에도 느껴지는 일말의 죄책감 같은 거 있잖아요, 우리는 몰랐었고 우리는 다 그냥 모든 걸 방조했고, 우리는 먹고살기 바빴고, 이런 느낌들.




개인적인 반성이라든가 돌이켜 보는 질문 하셨는데 이 영화는 저의 개인적인 느낌하고도 관련이 있어요. 그 시대를 추상적으로 어둠의 시대, 독재정권의 시대로 설정 해 가지고 꼭 그렇게만 접근한 건 아니예요. 저의 개인적인 기억들, 영화 보면 여고생들 태극기 흔들고 그러는 장면 나오잖아요. 저도 그런 거 동원 많이 됐었거든요. 남학생이지만 전국체전 행사에 동원 됐었고, 그 당시에 학교 다녔던 사람들은 그런 경험 많을 꺼예요, 그렇죠?


그렇다. 본 우원 같은 경우도 올림픽 때 관중 없다고 별루 잼없는 육상경기에 불려나갔던 적이 있다. 닝기리.


괜히 새벽에 나오라고 해서 학교 앞에 청소시키고, 우리가 왜 그런 걸 하냔 말이야. 지금 생각하면 열 받는데 그런 것들이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드러난 거 같아요. 시대상이 영화 속에 반영되지만 그게 일제시대나 그게 아니라 우리가 나 자신도 그 시대를 관통하면서 직접 살았던 시대니까.


실제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은 당근 만나보고 이너뷰 해 보았겠다.


그 당시 사건 취재했었던, 가장 가까이 있었던 지역 기자분한테 도움을 가장 많이 받았어요.


어디 기잔가?


경인일보라고 있는데 가장 가까이서 빨리 취재하고 정보량도 많고 화성사건은 그 신문이 가장 뛰어났어요. 거기 유일하게 6년 간 다 취재했던 박 모 기자라고 있었는데 그 분한테 가장 많은 도움을 받았고 또 그 당시 그 지역에 실제 있었던 형사 조 아무개 씨라고 있는데 지금은 전라도에서 여관하고 계세요. 이 양반 인터뷰나 그런 것도 도움이 많이 됐었고. 오고 가며 주민들도 만났었고, 시나리오 쓸 때 그 쪽 동네 자주 갔었어요, 사진도 많이 찍었고.


박두만은 그럼 조 아무개 씨를 모델로 한 건가?


딱 정해진 모델은 아니고 이런 저런 인물들에서 뒤섞었어요. 우리 영화가 연극원작도 있잖아요, 연극원작에서 빌려온 에피소드도 있고. 실제 내가 만났던 형사들, 제가 한 상상력 막 뒤섞여 있어요.


당 영화에 대한 화성주민의 반응은 어떤가? 압박이 들어오고 있나?







직접적인 압박은 못 느껴요. 사실 영화에서는 지명이 전혀 안 나오거든요. 그리고 화성이란 특정지역의 묘사 같은 건 하나도 안 되고 그럴 필요도 없고. 왜냐하면 이게 특정시대에 포카스를 맞춘 거지 지역성에 맞춘 영화가 아니잖아요.


그리고 저는 화성주민들을 가장 큰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흔히 그 동네 가면 괜히 으시시하다, 끔찍하다 그러는데 그건 편견이 있어서 그런 거지 사실 거기 가보면 평범한 농촌이에요. 다른 지역하고 별 차이가 없어요.


근데 정말 재수 없게, 운 나쁘게 그런 사건에 휘말리면서 언론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그런 것을 겪었던 것일 뿐이죠. 그래서 영화에서도 시대에 초점이 맞춰있지 그 지역이 특이하다거나 그 동네 풍토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그런 접근은 전혀 없잖아요.


저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 사건 자체에 대해 그거를 스릴러적인 장치로 엽기적인 묘사로써 즐기고 있다거나 이러지 않고 사건 자체에 저의 분노나 슬픔 같은 게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보기 때문에 저 개인적으로는 떳떳한데 그래도 좀 죄송한 마음은 있어요.


주민들 입장에서는 민감하고 잊고 싶고 그럴텐데 본의 아니게 내가 영화에서 그 지명을 거론 안 해도 다른 매체들에서는 무조건 화성살인사건을 다룬 영화다 이래 버리니까 그 거를 우리가 일일이 통제할 수도 없고, 결과적으로 그런 면에선 죄송하긴 한데, 저는 오히려 이 사건을 기억해야 한다는 입장이니까 주민들께서 직접 영화를 보신다면 아픈 기억이긴 해도 그래도 어떤 카타르시스나 위로를 받으실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쉽게 그냥 잊는다고 먹고살기 바쁘니까 잊어버린다고 될 일이 아니라 기억할 건 기억하자라는 입장이니까 떳떳하지요. 근데 모 심정적으로는 죄송한 마음이 있어요.


이 부분에서 봉 감독은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긴 했지만 역시 사건이 사건인지라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5월 6일자 신문을 보면 경기도 화성문화원이 당 영화가 화성주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며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낼 것이라는 보도가 나와있다.


당 영화 땜에 화성살인사건을 재조사해야 된다는 움직임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급속히 퍼져 나가고 있다. 그게 귀 재료에겐 이 영화를 보여줌으로써 생긴 긍정적인 면이라고 보는가?


그만큼 분노를 느꼈다는 거니까 좋긴 한데...


이 부분에서 그는 한숨을 몹시 크게 지었다.


하~ 재조사를 한다면 혹시 형사들이 또 멀쩡한 사람들 잡아다가 뚜들겨 패지 않을까 걱정이네. 다시 조사한다면 좋은 일일 수 있지만 거기서 또, 그 과정에서 만약에 누가 피해자가 생긴다면 그거 안 좋은 일인데... 모르겠어요.


화성살인 사건 수사하면서 잡혀온 용의자 중에 조사를 받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는 기사도 보았다.


황경일 씨. 심지어 죽은 사람도 있었어요. 명노열 씨라고 그 때 열아홉 살로 걔는 성당에서 헌금한 돈 훔치다 걸렸어요. 그러니까 좀도둑이지. 그 당시에는 무슨 사건이든 경찰서에 오면 일단 한 번 화성사건 쪽으로 물어보고 그러는 거야. 또 여자를 약간 성추행해서 들어왔다 그러면 당연히 물어보고 그 쪽 조사를 하는 거야 옆에서. 근데 명노열 씨는 헌금통에서 돈을 훔치다가 그 과정에서 구타를 당하고 그랬는데 죽어 버렸어요. 그래가지고 서장 모가지 날라 가고 그 밑에도 파면되고 그랬었죠.


그 때 우리는 이랬었다.


귀 재료는 배우덜의 현장 애드립에 많이 의존하는 편인가?


제가 스토리보드나 콘티는 되게 정교하게 짜는 편이에요. 실제 공간을 미리 다 체크 해 가지고 카메라 포지션을 정교하게 정하는 편이고, 무브먼트도 그렇고. 대신 그 안에서 뛰어 노는 배우들한테는 최대한 내츄럴하고 리얼하고 즉각적인 걸 많이 기대하죠.


송강호에게 그렇게 애드립을 많이 요구했다는데, 그의 애드립엔 만족하는 편인가?









괴물 배우 송강호


강호 씨의 최대 강점이 절정 초식이라고 해야할까, 우리 영화에서 송강호씨의 연기를 보면 애드립과 애드립 아닌 거에 경계선이 없어요. 하수급 배우들을 보면 써준 대사 다하고 그 다음에 애드립 탁하면 저거 애드립이구나 표나고 그래요.


그런데 여러분들이 보신 우리 영화에서 강호 씨의 대사 중에 저게 애드립이다 싶은 게 사실 내가 콘티에 써 준 대사가 있고 반대로 그냥 차분하고 평범한 듯한 대사라서 저건 당연히 시나리오에 있었겠지 생각하는데 애드립인 게 있어요. 그니까 애드립이 애드립처럼 돌출 되지 않아요, 그 경계가 없어. 모든 게 다 캐릭터와 리얼한 품안에 쏴아~ 들어가요. 그게 제일 훌륭한 점인 거 같아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예를 들어 강간의 왕국 같은 건 애드립이 아니에요. 콘티에 내가 적어 준 거거든요. 그런데 그걸 애드립처럼 느껴지게 한다는 건 그만큼 생동감 있게 라이브 하게 한다는 거 아니에요.


반대로 상경이 하고 책상에 누워있는 거 있지, 백광호 얘기 다시 하면서 그 때 보면은 상경이가 "두들겨 패야 해" 그러면 "너 많이 변했다" 차분하게 말하는데 그게 또 애드립이에요. 그 대산 시나리오에 없던 거야. 되게 차분하고 드라마의 정곡을 찌르는 대산데 오히려 그런 건 애드립이거든요. 관객들이 보면서 느끼는 "이건 애드립일 꺼야", "이건 시나리올 꺼야"라는 그게 사실은 되게 많이 달라요.


그 작업하는 게 서로 재밌었어요. 내가 써 주면 거기에 몰 덧붙여서 그 양반이 더 하고, 또 그 얘길 듣고 재밌어서 내가 하나 거기에 만들면 서로 토스하듯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시나리오 만드는 게 재밌었어요.


또 중요한 거는 내가 쓴 것이건 자기가 애드립으로 만들어 낸 것이건 그게 다 박두만 캐릭터 품안에 돌출 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는 거지. 그게 과연 역시 괴물 배우 송강호의 절정내공이 아닐까.


강간의 왕국 씬에서 송강호가 김상경을 날라 차기 할 때 그게 서로 약속이 돼있던 게 아니라고 들었다. 그래서 그렇게 맞은 김상경이 송강호 한테 열라 삐져서 서로 사이가 안 좋았다는 얘기가 있던데.


촬영 첫 날 첫 캇트였어요. 근데 영화에서도 둘이 사이가 안 좋잖아요. 배우들도 오히려 그 상태로 대립하는 가운데 서로 신경전을 하면서 갔어요. 근데 뒤에 가선 서로 친해졌어요. 그니까 영화의 흐름과 되게 비슷했어요.


이 장면에서 요구하는 게 액션영화도 아니고 합을 맞춰 가지고 딱 하면 딱 피하고 그런 느낌은 너무 깰 거 같았어요. 그래서 배우들한텐 참 미안하지만 싸워보자 이러면서 무술감독 없다, 안정장비 없다, 그냥 좀 해달라, 했어요.


다행히 한 번에 오케이가 났고 그걸 다시 반복해서 하거나 리허설을 해서 하면은 생동감이나 리얼리티가 살수가 없는데 강호 선배가 노련하게 리드를 잘 해줘서 상경이는 진짜로 맞고 머리 쥐어 잡히고 되게 고생했죠. 근데 아닌게 아니라 좀 삐졌을꺼야. (웃음)


그 때 나랑 강호형이 가서 막 달래주고, 되게 고생했죠. 이단옆차기도 예상했던 게 아니라 지형 자체가 경사지다 보니까 그렇게 되더라구. 사실 그 장면에서 정말 감사 드리고 싶은 것은 물론 강호형도 고맙고 상경이도 고맙지만...


그 굴러 떨어진 여자?


물론 그 여자도 고맙죠. 그 여자가 처음에 굴러 떨어지면서 그 상황에 불을 확 지폈지. 난 그렇게 까지 구를 줄 몰랐거든. 그냥 한 번 삐끗해 보세요, 했는데 몸을 던져서 그 풀밭을 구르더라구. 그니까 배우들도 그 순간 눈이 확 뒤집어 지면서 불이 확 붙었지 않겠어요.


하지만 그 장면에서 제일 고마운 건 김형구 촬영감독님이에요. 사실 미리 배우들의 동선을 짜야 무브먼트나 포커스나 이동해 가면서 맞추는데 리허설 전혀 없이 그냥 간거거든요. 그니까 싸우는 장면을 마치 다큐멘터리 찍듯이 촬영한 거예요.


그 샷에서 카메라 워크를 자세히 보면요 마치 미리 무슨 연습이라도 했었다는 듯이 그냥 뻔뻔스럽게 느긋하게 시침 뚝 떼고 그냥 따라가거든요. 원래는 그 밑에까지 굴러 떨어질 줄도 몰랐어요. 차 옆에서 깔짝거리고 그럴 줄 알았거든요.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이단옆차기 하면서 김상경 밑으로 뻥 날라 가고.


근데 거기서 김형구 촬영감독님이 전혀 당황하지 않으시고 노련하고 자연스럽게 스~윽, 슥슥 마치 계획했다는 듯이 스윽하고 그 조수들도 포카스 이동하고 다들 연습 안 한 건데 우리 팀들이 워낙 노련하고 잘 해요. <무사>니 이런 대작들을 다 겪은 베테랑들이라서 촬영팀한테 참 고맙죠.


만약에 배우들이 잘 했었어도 삐끗했거나 포카스가 나갔거나 어영부영하게 잡혔으면 사실 배우들이 몸을 던진 그게 엑스가 되는 건데 김형구 촬영감독님이 전혀 사전 리허설이 없었음에도 그걸 스윽 보여주는데 되게 감탄했어요.


봐라. 영화란 게 혼자만 잘 한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감독에서부터 스탭 막내까지, 배우들도 주연에서부터 엑스트라까정 자기가 맡은 역할에 어떤 형태로든 최선의 모습을 보여줄 때 좋은 장면이 나오며 종국엔 비로소 진정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변희봉 할아버지에 대한 얘기가 하고 싶다. 귀 재료는 기회가 될 때마다 뻔질나게 변희봉 할아버지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드러내는데 어떤 점이 그렇게 좋은가?









봉감독의 페르소나(?), 변희봉 할아버지


모르겠어요, 어릴 때부터 팬이었어요. 제가 어릴 때 테레비를 많이 봤거든요. 저희 집안이 레져, 스포츠, 여행 그런 취미가 별로 없어요. 그런 집 많을텐데 맨날 누워서 밤낮 테레비만 봐. 어릴 때부터 영화감독 아니면 드라파 피디가 되고 싶었어요. 하도 드라마 많이 보는데 어릴 때 보면 일일사극, 지금은 없어졌지만 옛날에 보면 일일사극이란 장르가 있었어요.


<안국동 아씨> 이런 거 했었는데 변희봉 선생님께서 점쟁이 역할 그런 거 하고 <수사반장>에서 할렐루야 교주, 사이비교 교주, 이상한 강간하고 여신도 겁탈하고 얼마나 웃겼는데 진짜. 그리고 또 모 있었지, <2030 수사본부>에서 공작금 떨어져 가지고 고생하는 간첩, 약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가 있었어요. 개성강한 조연을 많이 하셨어요.


<플란다스의 개> 찍을 때 그 전까지는 영화를 안 하셨다고요. 거의 십 몇년간 영화 안 하고 계속 방송만 하셨는데 <플란다스의 개> 처음 시나리오에는 경비원 인물이 없었어요. 그러다 그 인물이 생겨나게 되면서 변희봉 선생님 생각이 팍! 난 거예요.


그래가지고 시나리오를 쓰자마자 찾아뵙고 인사드렸죠. 처음에 시나리오을 보고 변희봉 선생님이 "이거 모 하는 영화야!" 영화작업을 십 몇 년 동안 거의 안 하셨기 때문에 처음엔 되게 경계하시더라고. 근데 <플란다스의 개> 이후로 많이 하시잖아요. 그래서 참 기쁘고 저야 어릴 때 브라운관을 보면서 좋아했던 사람을 이제는 같이 작업을 하니까 영광이지.


당 영화에서도 변희봉 할아버지가 맡은 반장 역할은 원래 없던 건데 특별히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없던 걸 만든 건 아니고 원래 애초부터 시나리오를 쓸 때 반장 1번과 2번이 있어야겠다, 는 구상은 애초부터 있었어요.


왜 반장 1, 2번 두 명을 설정했나?


2번이 아까 양복을 입고 파워풀하고 카리스마도 있는 인물이라면 반장 1번은 완전 반장인지 동네 복덕방 아저씬지 모르겠는 인물. 시나리오에도 그렇게 묘사가 돼 있어요. 얼핏 보아서는 복덕방 아저씨의 인상을 풍기는 반장 구희봉. 이름도 구희봉이라고 해 놨어요.


그리고 송재호 선생님은 극중에서는 잘 안 나오지만 이름이 신동철 이거든요. 그러니까 구반장, 신반장. 新舊, 이렇게 아예 해 논거였는데 가장 적역일 거 같고 시나리오 처음부터 변 선생님을 생각하고 썼어요. 좀 일찍 퇴장하시니까 변 선생님이 약간 서운해 하셨지. "이거 내가 끝까지 쭈욱 가면 안될까?" 그렇게 얘기하셨어요.(웃음)


근데 연기를 잘 하세요. 베테랑이예요. 우리 영화에서도 제가 제일 감탄했던 게 스테디 캠 씬 있잖아요, 경운기가 증거 밟고 지나가고 아수라장 되는 씬 한 테이크로 계속 찍은 거. 거기 보면은 대사의 50%가 애드립이거든. 변 선생님이랑 송강호 선배 둘이, 둘 다 노련하잖아요.


둘이 나와서 주거니 받거니 반이 다 애드립인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가 다 흥분이 되면서 거의 장소팔, 고춘자 그런 만담 수준이 되면서 이 쪽 애드립이 탁하면 그 쪽 애드립이 순식간에 날려주면서 거의 장면을 갖고 놀더라구요. 이 두 사람의 콤비네이션이 정말 대단했는데 변 선생님이 일찍 퇴장하는 게 아쉽더라구요, 정말 아쉬웠어.


본 공사의 당 영화 개봉영화검열위에 본 우원은 위의 언급한 씬에서 스테디 캠을 들고찍기라고 했는데, 잘못 알았다. 본 우원 실수했다.


박현규라는 캐릭터에 박해일은 염두에 두고 있었던가?


예, 원래부터 염두에 뒀어요. 그 친구가 99년도에 <청춘예찬>이란 연극할 때 처음 보고 만났는데 너무 좋아서 내가 팬이었는데 시나리오 처음 시작할 때부터 나랑 모좀 하자, 재밌는 거다, 했어요. 초창기에 시나리오에는 그 인물의 캐릭터 이름 자체가 그냥 박해일이었어요. 근데 계속 준비해 오던 1~2년 동안 박해일 선수가 점점 유명해져 가지고 배우 이름을 극중에 그냥 쓰기가 부담스럽더라구. 그래서 박현규로 바꾼 거예요.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면 참 적역인 배우를 캐스팅 했다라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플라다스의 개>에서 이성재나 배두나도 그렇고, 변희봉 씨, 그리고 뚱녀 역을 맡은 배우 고수희도 그런 느낌을 받았었다. 봉 감독의 남다른 감식안이 박해일의 캐스팅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되는 순간이다.


<플란다스의 개>에서도 그랬는데 추격전에서 긴장감 조성을 위해 둥둥둥둥 거리는 타악기를 잘 사용한다. 음악감독한테 직접 주문을 했나?


영화가 워낙 긴장감이나 슬픔 위주고 음악도 스트링, 현에 의한 것이 많아서 딱 한번 정도는 어느 시점에서 폭발을 시키고 싶었어요. 그래서 직접적으로 사운드 좋은 극장에서 보면 발끝에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그런 걸 음악 감독에게 주문을 했어요. 영화가 워낙 폭발적인 기운보다는 전반적으로 가라앉고 인물들의 소소한 디테일이나 긴장감에 의존해서 가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확실하게 한번 폭발하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었거든요.


그럼 음악 감독인 타로 이와시로와는 어떻게 같이 작업하게 됐나?  


처음엔 회사 쪽에서 먼저 제안을 했었어요. 국내 음악 감독 중에 누가 할까 고민하던 차, 마땅한 답이 안 떠오르던 중에 회사에서 김무룡 프로듀서가 <무사>에서 일본 사람이 했었잖아요, 사기스 시로라고. 일본 쪽 사람을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 제안을 하더라구요.


일본 쪽에 연주 음악가에 강한 사람이 많고 호기심도 생기고 개인적으로 히사이시 조라든가 칸노 요코 부부, <인랑> 음악한 사람 등에 관심 많았거든요. 좋다고 그래서 일본 음악 감독들을 많이 만났었어요. 그 쪽에 중간에 연결시켜 주는 사람을 통해서 히사이시 조도 만났데니까.


오~


우와~ 어릴 때부터 팬이었거든요. 거의 팬 사인회 분위기로 가서 그랬는데 그 사람이 하도 바빠서 딱 5분밖에 못 만났지. 그 사람과 5분 만나고 매니저랑 1시간 얘기했는데 히사이시 조가 하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나 되게 갈등했었다니까.









우와~ 히사이시 조도 만났데니까.


근데 결국 타로 이와시로로 결정하게 된 이유는 히사이시 조가 너무 스케줄이 바쁘고 한 사람은 일본이이고 나는 한국인이니까 서로 언어도 안 통하고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고 싶었는데 그런 시간을 확보하기가 되게 힘들 것 같았어요. 그 사람 콘서트 일정부터 해 가지고 그게 장난이 아니더라고. 물론 본인이 하겠다고 했으니 적합한 스케줄 조절이야 하긴 했을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거장이라서.


<살인의 추억>이 논두렁에 형사들 앉아 있고 그런 분위긴데 그 사람 음악적 스케일이나 두께, 신화적 느낌들이 우리 영화가 소화해 내기가 버겁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물론 음악 자체야 엄청 훌륭하긴 하겠지만 그 사람이 우리 영화랑은 약간 언발란스 하지 않을까, 내가 소화하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그 두 가지 이유 때문에 타로 이와시로와 일을 하기로 했어요. 그 사람은 또 되게 젊은 사람이고 서로 얘기해보니까 말도 잘 통하고 충분히 준비작업 같은 거 세밀하게 할 수 있을 거 같았어요. 또 제가 이렇게 저렇게 주문을 많이 했었어요. 그 사람이 했던 옛날 음악이나 그런 샘플을  받아서 내가 먼저 장면에 깔아보고 그 샘플을 보여주고 서로 의견 교환을 하면서 서로 준비를 많이 했어요.


귀 재료는 코미디를 유발하는데 있어 슬로비디오를 많이 이용하는 거 같다. <플란다스의 개>에서 개 찾았을 때 이성재가 기뻐하는 장면도 그랬고 <살인의 추억>에서는 현장 검증할 때랑 채석장에서랑.


맞아, <살인의 추억>에 슬로 모션이 딱 두 번 나왔을 꺼야. 현장검증 때 아수라장 되는 거는 아수라장의 생생한 현장을 오히려 좀 시간이 정지 된 듯이 이렇게 세세하게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그 전까지는 커트 되는 게 빠르잖아요. 뛰어가면서 막 소리지르고. 아수라장 자체를 아수라장처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아수라장 자체를 고요하게 보여주는 거죠. 물론 사운드는 시끄럽지만 슬로모션이 딱 걸리면서 그 엄청 뒤엉킨 기자, 형사, 백광호, 그 뒤의 주민들 다 철저히 볼 수가 있잖아. 그 순간 아수라장의 현장에 빠져들었다가 갑자기 거리가 확 생기면서 물끄러미 하나하나를 보게되는 느낌, 그런 느낌을 좋아하거든요.


그게 정속도로 찍은 버전도 있었어요. 그 진흙창에서 배우들 굴려놓고, "자 슬로우 모션 하니까 한번 더 갈께요" 하니까 그 배우들의 표정이란 정말 너무 미안하드라구. 그렇지만 모르는 척 했지 찍어야 되니까.(웃음)









 


바로 요장면...


그러고 보니 슬로모션은 혼잡스러울 때만 썼네. 채석장에서도 그 수 백 명의 공사장 인물들이 모여있는데 송강호의 얼굴로 카메라 쫘악 들어가면서 모든 주변의 그 것들이 확 지워지잖아요. 뭔가 아수라장이었다가 그 아수라장으로부터 확 떨어져 나올 때, 그럴 때 쓴 거 같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까 그러네.


근데 귀 재료의 코미디는 독특한 게 이거 웃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 때리게 만드는 성격이 짙다.


네, 은근하고 뻘쭘한 유머가 많죠. 성격이 그래서 그런가? 근데 그게 저한테는 자연스럽거든요. 코미디 영화에서 웃긴다 그러면 기를 쓰잖아요. 여기서 한번 웃겨주고, 폭소 한 번 이런 게 많은데 저는 그렇게는 못하고 성격상도 그렇고 또 그렇게 하다보면 너무 오바하게 되는 거 같고.


이 영화에서 나오는 웃음은 사실 형사들이 하는 여러 가지 짓거리 때문에 웃게 되잖아요. 무덤가에서 절 한다거나 목욕탕에서 무모증 환자 찾는 거처럼. 그런데 실제 에피소드에서도 그랬고 저는 그 모든 걸 그냥 공포이건 웃음이건 모두가 사실적인 테두리 안에 있는 거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호러영화에서처럼 여기선 겁 한번 주고, 여기서는 폭소, 여기서는 슬픔, 뭐 이런 식으로 구분하는 건 되게 싫어하거든요. 모든 게 인물들의 리얼한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원래 인간들이 항상 희로애락 겪으면서 사니까. 형사들의 캐릭터를 따라가다 보니까 그 모든 감정들을 만나게 된 것 같아요.


어떤 종류의 영화 좋아하나? 귀 재료의 스타일을 보면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를 좋아할 꺼 같다.


좋아하긴 하는데 그 사람 영화는 많이 못 봤어요. 거의 한 두 개밖에 못 봤고, 저는 스콜세지 영화나 토드 솔론즈라고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그 사람 참 좋아해요. 날카롭고 신랄하면서도 되게 유머러스하잖아요. 뭐랄까 잔인하죠 유머도 좀.


얼마 전에 토드 솔론즈 신작인데 <스토리텔링> 디비디 선물 받아 가지고 보는데 재밌더라구요. 좀 잔인하면서 재밌고 <해피니스>도 재밌었는데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가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스콜세지 영화는 항상 좋아하고 저의 영화적인 모델 내지는 이상향. 스콜세지처럼 되고 싶어, 마음은 그런데 몸이 안 따라서 그렇지.


당 영화에 대한 기사가 모두 호평 일색이다. 단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어보인다. 하지만 본 우원의 작지만 날카로운 눈은 피해 갈 수 없음이다. 당 영화에서 단점을 찾아냈다. 그것도 결정적인 단점을. 베드신이 너무 짧다.


으하하하! 짧을 뿐더러 제대로 하고 있지도 않지. "빠진 거 같은데?" 이게 다잖아. (계속 웃음).




그러니까 말이다. 보여주려면 좀 더 화끈하게 보여주지 왜 그랬나, 토끼 빠굴하는 것도 아니고.


그게 무슨 에로틱한 거 보여주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이런 말하면 강호형이 신경질 내려나? 사실 강호 선배 데리고 에로틱한게 되지도 않지. 근데 하여튼 둘의 관계를 보여준 장면이 나른하고 일상적인 느낌이잖아요, 대낮이지 또 여관에서 햇빛이 환하게 들어오고.


둘이 동거하는 집이 아니고 여관이란 말인가?


여관이에요. 에로틱한 뭔가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냥 뻘쭘한 얘기하면서 시골 형사의 일상을 보여주는 느낌이었어요. 명랑 빠굴 사회를 앞당기자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누워있잖아요, 그러다가 금방 또 백광호에 대한 정보를 듣고. 원래 시골 형사들이 동네 미장원이나 목욕탕 집 아저씨 등 거점을 확보하면 정보가 금방 들어오거든요. 어쩌면 둘의 관계도, 나중엔 애까지 낳고 살지만 아마 그렇게 출발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건 직접 형사들을 인터뷰 하다가 들은 얘긴데 살 섞어서 나온 정보가 진짜 캡 정보다, 그런 말이 있어. 그냥 어디서 주어들은 정보랑은 완전 질이 다른 정보다 그거죠. 예전에 그런 사건 있었어. 신창원이 레지들이랑 동거하다가 도망가고 그랬쟈나요. 근데 한번 뉴스에 잠깐 나왔던 사건이 있는데, 신창원을 추격하던 형사 하나가 신창원과 동거했던 다방 아가씨를 성추행 비스므리하게 해서 고소당한 사건이 있었어요.


나랑 인터뷰하던 형사는 그 얘기를 하면서, "물론 그게 안 좋은 거지만 그게 다 일제시대부터 내려온 수산데, 노하우야, 그 자식이 성추행하고 그런 건 실수지만 그 심정은 이해가 갔어. 신창원의 여자와 살을 섞으면 그건 정말 바짝 다가가는 거거든. 성공했으면 정말 많은 정보가 나왔을 꺼야" 이러시드라.


나는 수긍하는 척하면서 들었지만 속으로는 그래도 저건 심하다, 했는데 그런 맥락이 있드라구요. 그러니까 송강호와 전미선의 캐릭터들의 역사를 상상해보면 아마도 그렇게 시작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귀 파면서 백광호 얘기 해 주자나요. 전반적으로 그런 느낌이 중요했지.




송강호가 목욕탕에 수사 나갔다 온 후에 전미선과 나란히 눕잖나. 근데 전미선 가슴을 무심하게 만져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너무 자연스러워 보이드라. 그게 감독 생각인지 배우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무심하게 만져주는, 그거 말이 너무 우낀다(웃음). 그렇죠. 그게 콘티에 딱 있어요. 부라자 위에 손을 올리는 게 콘티에 있고 저도 결혼생활을 7년 넘게 하다보니까 남녀가 같이 누워있는 분위기는 잘 알죠. 유일한 현장에서의 고민은 브래지어 속으로 손을 넣을 것인가, 겉으로 만질 것인가인데 나나 강호씨나 베드신 경험이 없고 모질지가 못해서 미선씨 눈치를 딱 보다가 강호선배가 미선씨 죄송합니다 하면서 위로만 했어요...








이렇게 끝났다.


뜬금없나, 그래도 할 수 없음이다. 2시간이나 계속된 질문과 대답으로 봉준호 감독은 거의 탈진 상태에 이르렀고 아직 물어볼 꺼리가 남아있는 상태였지만 아쉽게도 그와의 이너뷰는 베드신에 대한 대답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니덜이 좀 이해해 주시라. 요즘 봉 감독 좀 바쁘겠냐?


아닌게 아니라 그 날 봉준호 감독은 본지와의 접선을 포함하여 약속이 4건이나 더 있었고 개봉을 전후하여 <살인의 추억>과 관련해서 반복되는 이너뷰에 거의 미칠 지경이라는 표현까정 썼드랬다.


그럼에도 당 이너뷰는 매우 즐겁고 유익한 것이었다. 봉 감독 자체가 본 공사에 몹시 호의적인 인물인지라 친구들끼리 노가리 까듯 반말도 섞어가며 거의 허물없는 분위기 속에서 이너뷰가 진행됐고 영화가 한창 상영 중임에도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에 얽힌 많은 궁금증들을 속 시원하게 까 밝혀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살인의 추억>을 이미 보신 독자라도 당 이너뷰를 열람한 후 다시 영화를 보게되면 그 느낌이 처음 볼 때와는 사뭇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 영화가 갖는 주제가 비교적 명확하지만 세부적인 사항들이 해석할 여지가 많다는 소리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 역시 본지가 봉준호 감독을 만나 장시간에 걸쳐 이너뷰를 하게된 이유였음이다.


궁금증은 풀리셨는가? 그럼 봉준호 감독과의 이너뷰를 여기서 마친다. 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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