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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좌 오딧세이 AV 편] 4화 : 춤추는 무희, 유키 마이코


2009.5.12.화요일



아니야!! 나의 소라는 이렇지 않아! 사과해!!


소라가 돌아왔다. 지난 여름 뜬금없이 "MC몽이 좋다"며 기습적인 방한을 감행한지 근 1년만의 재방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다들 "진짜로 오긴 오는 건가, 누군가 낚시질 하는 게 아닐까" 라며 반신반의하거나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애써 쉬쉬하던 분위기가 이번에는 급변했다. 일찌감치 모 케이블 방송사가 후원하는 출사회 공고가 나붙었고 방송출연부터 각종 촬영회까지 일정이 속속 공개되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입국 당일 공항에는 지상파와 공중파를 가리지 않는 취재진이 몰렸고 짬을 내 현장까지 마중을 나간 이들도 여럿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걔중에 국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고교생 팬들을 보는 순간 나는 알 수 없는 기시감에 사로잡혔다. 이 광경 왠지 모르게 낯익다. 전에도 이런 일을 본 것만 같다. 보진 않았지만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분명히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하마터면 망각의 강 저편으로 그냥 흘러갔을 이야기 하나가 기억의 저편에서 되살아났다. 유키 마이코가 홍콩에 갔던 날 풍경이 바로 저러하였으리라. 아니 저보다 더 창대했을 것이다.



夕樹舞子(유키마이코)


소위 말하는 도 못한 놈 수준은 아니었지만 AV 업계 내의 인기는 지난 시간에 말한 시라이시 히토미나 다음에 말할 이이지마 아이에 비해 살짝 처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마이코. 그러나 그녀의 인기는 사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폭발 중이었으니, 90년대에 연이어 내놓았던 그라비아 사진집이 홍콩과 대만 중화권에서 대히트를 기록중이었던 것이다. 뒤늦게 해외에서의 자신의 인기를 알게 되어 홍콩을 방문한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만다. 8천명에 달하는 팬들이 방문기간 동안 그녀와 함께 사진을 찍거나 싸인을 받아갔으며 에이전시는 6명의 보디가드를 고용해 철통같은 경호를 펼쳤다. 그 이후 출시된 이미지 비디오에는 이때 당시의 화면이 수록되어 있어 당시의 열기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결과적으로 이 일에 힘입어 마이코 유키는 다시 일본 AV계로 컴백해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지금과는 포르노를 대하는 세인들의 태도나 사회적 인식이 판이하게 달랐을 10여년 전에 AV를 통해 일본밖으로 발돋움했던 최초의 월드스타, 유키 마이코는 대체 누구인가?


여기에 답해줄 수 있는 각종 인터뷰나 프로필들은 많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AV 업계에서 언론에 배포한 프로필이나 인터뷰를 잘 믿지 않는다. 대개 이러한 자료들에서 발견되는 패턴이라면 성적으로 도구화된 탕녀(Nasty Slut)순결한 처녀(Pure Virgin)의 이항대립이다. 전자의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유치원 다닐 때 옆집에 사는 고등학생 오빠가 재미있는 것을 가르쳐준다며 펠라치오를 시켰어요, 그 때 나도 모르게 눈띄게 되었죠" 라든지 "어려서부터 줄곧 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해오다 나도 모르는 사이 마조가 되었다." 하는 이야기가 있고 후자의 것이라면 "사실 데뷔작 촬영이 내 생애 두번째 섹스였어요" 같은 거짓말이다. 속내가 너무나도 빤히 드러나 보이는 이 장단에 맞춰 춤춰주기도 민망한터라 개인적으로 AV 출연자들의 회고록이나 인터뷰는 반쯤 귓등으로 듣는다. 그래도 마이코의 회고는 한번쯤 들어볼 만하다. 샐리 요시노와 더불어 거의 유일하게 왕년에 껌 좀 씹었던 이야기 들을 거침없이 늘어놓고 있는 아주 드문 케이스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그녀의 인터뷰에 따르자면 마이코는 1977년 니가타 현에서 태어났다. 양친이 모두 야쿠자쪽에 몸담고 있었으나 후에 손 씻고 건축일을 했다. 중학시절까지 잦은 이사를 다녀 이로 인해 친구를 오랫동안 사귀거나 안정된 학교생활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환경탓일까? 그녀는 어려서부터 까칠하고 터프한 아이였고 남녀를 불문하고 주먹질을 벌여 한 번도 진적이 없었노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결국 그녀는 고등학교에 진학 하자마자 담임선생과 갈등을 빚어 학교를 때려치우고 골프장에서 캐디 노릇을 하며 돈을 벌게 되었단다.



이른바 마이코의 리즈시절


이런 파란만장했던 비행소녀의 삶과 어울리지 않게 성적으로는 몹시 보수적이었던 그녀는 혼전순결을 지켜야겠다고 일찍 감치 결심했단다. 그러다 17살 때 동네 양아치 두목이었던 아는 오빠 에게 강간당하고 극심한 남성혐오증에 사로잡혀 살게 되었다. 그리고 다소 황당하게도 이 남성 혐오를 극복하기 위해서 결정한 것이 AV 업계에 뛰어드는 일이었다 이거다. 그녀는 첫 촬영에서 몹시 애를 먹었는데 계속해서 울고 불안함을 호소하는 그녀 때문에 촬영이 대여섯 시간씩 지연되기도 했단다. 그러나 감독과 남자 출연자를 비롯한 업계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려 깊고 이해심이 많았으며 그녀를 잘 다독거려 성공리에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점차적으로 그녀는 유년기의 트라우마를 떨쳐 버릴 수 있었단다.



데뷔작 [처녀궁, 졸업~그래듀에이션~]


이 소설 같은 인터뷰의 진위 여부는 둘째 치고 창녀와 처녀의 식상한 이항대립만 존재했던  인터뷰 속에서 그 둘 사이의 접점 - 처녀 같은 창녀, 창녀 같은 처녀 그리고 그녀의 상처를 치유해준 AV 만세! -을 찾아낸 마이코의 탄생설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라 하겠다. 


이후 소녀적 이미지로 승부하며 90년대 AV계에서 활약했던 마이코. 흉골이 드러나 보일 정도로 마른데다 젓가락을 연상시키는 팔다리는 가냘픈 외모를 형상화해 그녀의 이미지 메이킹에 더없이 잘 어울렸다. 그럼에도 성형수술한 것도 아닌데 볼륨감 있는 가슴은 섹스 심벌로서도 빠질 것이 없었다. 그렇게 인기는 있지만 동시대에 호흡한 이이지마 아이나 시라이시 히토미와는 한수 아래에 있는, 그 둘이 여왕이라는 권좌를 놓고 다퉜다면 마이코는 한 계단 아래에서 공주 정도로 만족하며 제법 인기 있었던 AV 배우로 일단 커리어를 종료한다. 그러던 그녀의 인생에 대반전이 된 것이 앞서 말한 홍콩방문 이다. 이 일로 마이코는 AV 업계에 컴백하게되고 2004년 업계를 떠날 때까지 올해의 AV상(98년)등을 수상하는 등 기염을 토하며 활동한다.



스트립퍼로 활동중인 유키 마이코


2004년 AV에서 완전 은퇴를 선언한 그녀가 발을 들인 곳은 스트립퍼. 무대 위에서 춤추는 무희(舞姬)가 된 것이다. AV 업계와 어느정도 연관을 맺고 있는 풍속(유흥, 매춘)업의 일종이지만 대체적으로 풍속업에서 AV로 넘어가면 빅리그 진출, AV에서 풍속으로 내려가면 마이너리그 강등 으로 받아들여진다. (때에 따라서 이 둘을 겸업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대체적으로 봤을 때다.) 77년생인 그녀도 슬슬 삼십줄에 다가서면서 슬슬 젊고 탱글탱글한 후배들에게 밀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AV에서의 인기를 토대로 아예 방송으로 진출한 시라이시 히토미나 이이지마 아이와 같은 길을 걷지는 못했던 그녀의 스트립퍼 전환을 퇴계의 뒷모습처럼 쓸쓸하다고 보는 이도 분명 있었으리라.



블로그 사진들. 작년(2008년) 여름에서 가을 사이의 모습
현역으로 무대에 오르는 만큼 그 특유의 슬렌더 몸매도 여전하다.


그녀가 스트립퍼로 전향한지 5년이 지난 지금, 소라의 내한 소식에 맞춰 다시 생각나 웹을 뒤지다 나는 적잖이 놀라고 말았다. 그녀는 현역이었다. 퇴물 AV 배우가 구석진 바에서 봉춤 추는 스트립퍼로 전락했다 쓸쓸히 사라졌을 것 이라는 예상과 달리 공주 마이코 유키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녀의 블로그는 최근(5월)까지 갱신중이었고 그녀는 스트립퍼로써 거의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듯하다.


이이지마 아이는 죽었다. AV 이외의 세상을 동경하던 시라이시 히토미는 사라졌다. 그러나 여왕도 아니었던 3인자 마이코는 꿋꿋하게 현역으로서 살아있다. 춤추는소녀( 儛子 : 마이코)가 진짜 舞姬가 된 것은 운명의 장난인가 타고난 필연인가. 아무튼 춤추는 소녀 마이코는 살아있다. 살고 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이 한 줄이 때론 장려한 수사보다 더 뭉클하다.


마이코는 별 일 없이 산다.


아직까지 활성화된 유키 마이코와 관련된 웹페이지는 아래와 같다.


2ch의 유키마이코 쓰레드
http://set.bbspink.com/test/read.cgi/avideo2/1175237507/l50
유키마이코 공식블로그
http://yuukimaiko.livedoor.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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