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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자의 관람객 고발] 전주영화제 레드카펫을 고발합니다


2009.5.12.화요일



영화 관람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관람객이 웃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리는 [허기자의 관람객 고발]의 허기잡니다. 오늘도 관람객들의 고발이 이어졌는데요.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을 관람했던 모델 이쏘라 씨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레드카펫 진행이 심각하다는 제보를 해와 추적에 나섰습니다. 먼저 이쏘라 씨의 고발내용부터 확인하시죠.


허기자님, 참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고발을 시작하죠. 초대받지 않은 정치인들이 참석해서 이번 전주영화제 레드 카펫은 바닥을 본 것 같습니다. 정치인은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하지만 국민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초대받은 게스트는 박수를 받고 초대받지 못한 정치인은 외면당합니다. 정똥영 의원님, 지금 당장 전주의 레드카펫을 떠나셔도 좋습니다. 그럼 전 런웨이에서 뵐 게용~



뭐! 레드카펫이라고!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전주영화제 측에 확인한 결과, 정치인들을 상대로 공식적으로 초청한 적이 없다고 하던데 정똥영 의원님, 초대받지 못했으면서 참석하는 건 뭔데? 4.29 재보선에서 당선됐다고 눈에 뵈는 게 없는 건가? 아니면 돌아갈 집이 없어서 그러는 건가?


이들은 레드카펫 워킹 과정에서 야유와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수백 명의 관람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미친 거 아냐)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관람객 니들이 고생이 많다) 흡사 선거 유세장을 방불케 하는 퍼포먼스를 펼쳐 충격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건 그나마 좀 나은 편이었습니다. 일부 몰지각한 당선자들이 예고도 없이 불쑥 레드카펫을 찾아오는 바람에 개막작 감독을 비롯하여 영화계 인사들의 입장이 늦어지고 개막식 행사가 지연되는 등 파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판명돼 심각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제영화제만 벌어졌다하면 똥오줌 못 가리고 얼굴도장 찍기에 여념이 없는 일부 의원들의 레드카펫 증후군을 알아보기 위해 정치생활 수십 년간 검찰의 레드카펫을 들락날락하기를 수차례, 계란페인트 투척 사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중의 관심에 목말라하며 뻘소리에 여념이 없는 김뻥삼 옹을 만나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정똥영 의원의 추태를 어떻게 보십니까?"라고 묻자, "이봐, 내가 그 놈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어."라고 답했습니다. 전 좀 더 자세한 방법을 듣기 위해 "어떻게?"라고 재차 묻자, "이봐, 계란페인트만한 게 없잖아."라고 답해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었습니다.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레드카펫의 게스트들을 맞이하던 쏭하진 전주시장 겸 전주영화제 조직위원장이 영화인들에겐 꺼져 이거뜰아 오리발 내밀고, 정치인들만 나타나면 어서 오십쇼 전속사진사와 함께 버선발로 마중 나가 기념촬영을 해 물의를 빚었다면 믿어지시겠습니까? 문제점은 또 있었습니다. 문제의 쏭하진 위원장은 개막 선언 도중 예고에도 없던 이들 정치인들의 소개 시간을 마련해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관람객을 우롱해도 되는 겁니까? 영화제 개막식이 무슨 정치인들 전당대회야. 관람객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시정조치 들어가겠습니다. 전주영화제 레드카펫의 의미를 퇴색시킨 장본인들은 받아 적으세요. 앞으로 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초대받지 못한 정치인들은 구지 참석하고 싶으면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통로로 들어오세요. 딴엔 높으신 분이라고 먼저 들어갈 생각하지 말고 조용히 줄 서서 들어오세요. 또 하나 적으세요. 레드카펫으로 들어오는 경우라면 그 전에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부터 보고 배우세요. 관람객과 악수하겠다고 뮝기적거리지 말고 포즈만 취하고 바로 퇴장하세요. 그게 레드카펫의 예읩니다. 


이로써 관람객에게 한걸음 다가가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허기자의 관람객 고발’ 2주 후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허기자(namung@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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