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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그에게 붙는 수식어들이 있다.

 

문재인의 남자, 탁도비, 까칠한 연출가, 불세출의 실력자.

 

그를 소개하는 말들을 들어보면, 모진 말을 숨 쉬듯 뱉어내며 뭔가 실수라도 했다간 욕 한 바가지 거하게 얻어먹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그와 함께 일해본 자들의 증언은 다르다.

 

생각보다 친절하고, 기대했던 것보다 따숩다고 말한다. 심지어 '세인트 탁'이라는 말까지 들렸다. 그니까, 세간의 평가와는 다른, 분명히 다른 뭔가가 있다는 소리다.

 

그게 뭘까? 탁현민과 '그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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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서자영 작가, 탁현민 PD, 조상희 PD, 이유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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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피디에겐 다 계획이 있다
 

 
금성무스케잌(이하 '금'): 최근에 탁현민의 환승연애 영상이 화제였다. 환승연애 본 적 있나?
 
탁현민(이하 '탁'): 그게 뭔지 몰랐다. 사실, 지금도 그 맥락이 이해가 안 간다.
 
금: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면, 정말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는 줄 아는 사람이 꽤 있더라.
 
조상희PD(이하 '조'): 화제성을 잡은 건 확실하다. 근데 내가 원하는 만큼은 안 터졌다. 조만간 뭐 하나 더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금: 왜 하필 환승연애였나.
 
조: 요즘 최애 아이돌로 환승연애 패러디 영상을 만드는 게 유행이다. 트래픽 순위가 높은 영상 컨셉에, 탁현민을 주연으로 전면에 내세우면 좋을 것 같았다.
 
금: 실제로도 본인의 최애인가?
 
조: 그렇다. 내 원픽이다.
 
탁: 그런 거 아니다. 여태 찍어두고 못 쓴 영상이 아까워서 만든 거다. 제주도 가서도 중간중간 찍었는데, 마땅히 쓸 데가 없었던 거다. 아닌가?
 
조: 아니다. 나에겐 다 계획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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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오바타임>은 겸손은 힘들다 방송국 프로그램 중, 비교적 사소한 이야기를 다룬다. 처음 방송 기획 의도는 어땠나?
 
조: 보도국과 시사 교양국에서 오래 근무했다. 그런데 나는 의무감으로 이슈를 좇았다. 동료들과 같은 온도로 분노하지 않는 것이 고민이었다. 나는 왜 저렇게 화나지 않을까? 그런데 처음으로 다른 색깔의 프로그램을 하게 될 기회가 생겼다. 바로, 오바타임. 뉴스에서 얻는 정보와 다른 궤적의 정보를 전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들고 싶었다. 실생활에서 양분이 되는, 조금은 덜 진지해도 되는 프로그램. 그리고 그걸 전달하는데, 탁현민이 최적의 진행자라고 판단했다.
 
금: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
 
탁: 다른 데서는 다루지 않는 것들. 문학 작가를 만나고, 전국의 숨은 책방을 소개하고, 처음 컨셉과는 조금 바뀐 것 같지만 과학 이야기도 다루고 싶었다.
 
금: 현안에 지친 마음을 달래는 이야기.
 
탁: 그렇다. 사람들이 정치와 현안에 매몰되어 있으니까. 나부터도 그렇다. 거기서 조금은 빠져나오고 싶었다.
 
금: '쉼'의 개념인가?
 
탁: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다. 정치에 과몰입하는 게, 내 삶을 그렇게 나아지게 만드는 것 같지는 않다. 적당한 거리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주행을 선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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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책방, 소리소문에 진열된 책들
 
금: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준 코너가 있나?
 
서자영 작가(이하 '서'): <책방 순례> 코너. 책방 사장님들과의 인터뷰가 가장 예상을 벗어났다. '책'과 관련한 방송은 시청률을 일정 부분 포기하거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 이것저것 장치를 붙여야 한다. 그래서 처음엔 책방 코너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다. 그런데 책방 사장님들의 차분하고 진솔한 이야기들이, 청취자에게 큰 울림을 줬던 것 같다. 반응이 좋았다. 그리고 진행자와 책방 사장님들과의 케미도 한몫했다.
 
금: 책방도 컨셉이 그렇게 다양한지 몰랐다.
 
서: 그렇다. 처음엔 책방 사연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할 수가 없다. 책보다 스마트폰을 더 좋아하는 부부가 운영하는 책방, 과학책만 파는 책방, 그림책만 다루는 책방까지. 주인장만의 철학과 컨셉이 확실한 책방을 찾고, 소개하는 일이 이제는 무척 흥미롭다. 방송을 보고 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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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기대 이상의 출연자는?
 
탁: 사람으로 따지면 공기자. "기대했던 것보다"라는 전제가 있으니까. 처음 생각해 봐.
 
서: 어머니도 포기한 그 방송.
 
탁: 근데 신기한 건, 우리가 뭣도 없으면서 사람을 고르는 데 있어서 상당히 높은 기준이 있더라. 공기자가 처음에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 처음에. 근데 거의 모두가 아니, 전부 다 재밌어질 거라는 쪽으로 낙관했다.
 
금: 이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다.
 
탁: 모두 뭔가를 봤으니까. 얼마 전 방송에서도 말한 적이 있다.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사람이 매력적이다. 매끈하게 잘하는 사람은 많다. 아나운서도, 피디도, 작가도. 근데 매력이 없다. 매력도 있고 성과도 좋으면 좋은데, 한 번에 다 갖추기는 어렵다.
 
금: 방송 진행자로서,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탁: 100점 만점이면 한 40점대?
 
조: 너무 후한 거 아닌가.
 
금: 본인의 장점은?
 
탁: 상대방 말을 잘 듣는 거.
 
조: 듣긴 정말 잘 듣는다. 근데 듣기만 한다. 말은 안 듣는다.
 
탁: 오해다. 나는 정말 고집이 없는 편이다.
 
금: 제작진 이야기를 들어 보자. 진행자에게 거절당한 코너가 있나?
 
서: 영화 코너.
 
탁: 나는 영화보다, 다른 코너들이 더 좋다.
 
서: 거절당한 날이 금요일이다. 주말 동안 푹 쉬고 천천히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는데, 다음 주에 만나서도 재미없을 것 같다고 하더라.
 
금: 좋아하는 영화부터 다루는 건 어떤가. 스타워즈 같은.
 
탁: 스타워즈 좋아하는 거랑 영화 코너 매주 하는 거랑 다르다.
 
서: 한 번만 해보자.
 
탁: 어쨌든, 나는 진짜 고집이 없는 편이다. 스태프들이 항상 하는 말이, 따뜻하다. 배려가 깊다고 한다.
 

[#탁현민의오바타임] 탁현민의 옛 스승은 이렇게 말했다 _ 16회 1-37-54 screenshot.png

탁현민을 지키는 그로구
출처 - (링크)
 
이유진 작가(이하 '이'): 말을 잘 듣는 건 모르겠다. 근데, 명징한 장점이 있다.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 독특하다.
 
금: 뭐가 다른가?
 
이: 남을 욕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내가 봤을 땐, 이게 더 옳은 방향인 것 같아. 그리고 이렇게 보는 게,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울 것 같다고 말한다. 너는 틀렸다고 단언하지 않는다.
 
탁: 나 진짜 매력이 없구나. 결국 그런 게 내 매력의 전부야?
 
금: 바라던 대답이 있나?
 
탁: 뭐, 외모라든지, 스타일이 좋다든지. 글쎄, 나는 남 탓하는 건 별로다. 사실 탓하려면, 얼마든지 탓할 수 있다. 근데, 결국 내 탓 하는 게 제일 편하고 해결이 빠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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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사소한 추억의 힘>을 읽고, '적당한 우울'과 '성찰'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이 두 단어는 탁현민에게 어떤 의미인가?
 
탁: 우리는 상대방으로부터 자신을 이해 받고 싶어 한다. 근데, 사실 세상에서 나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존재는 나 자신밖에 없다. 그래서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 ‘성찰’을 하곤 한다. 대단한 깨달음을 얻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외로우니까, 나를 이해해 줬으면 좋겠는데 다른 사람은 못 해주니까. 그걸 내가 해야겠다 싶어서 한다. 근데, 자기를 이해하는 일에도 엄청난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더라.
 
우울함은 생산성과 관련이 있다. 놀랍게도 사람이 뭔가를 할 때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거나, 외로움을 느낄 때다. 예를 들어,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방송 준비, 공연 준비로 바쁘다. 그러면 이제 월, 화, 수요일 정도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는데, 이때 가장 생산성이 좋다. 생각을 하거나 뭔가를 끄적이게 된다. 그래서 일부러 공간과 시간을 만들기도 한다.
 
금: 방송이 끝나면, 제주도로 내려가는 이유도 그 때문인가?
 
탁: 맞다. 제주도를 좋아하는 이유는, 물론 좋아하는 사람들이 거기 있으니까 찾는 거기도 하지만, 제주도는 나에게 또 하나의 일상이 시작되는 곳이다. 최근에 발간한 책 두 권 모두, 제주도에 머물면서 탈고했다. 나는 그 적당한 우울함은 사람에게 필요한 장치라고 생각한다. 자기를 위로하려는 노력과 다소 우울하지만 뭔가 생산해 내려는 시간. 근데, 그것도 바쁘면 못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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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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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얼마 전, 다 같이 제주도 엠티를 다녀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이: 정물 오름에서 박종성 하모니시스트의 <흔적>을 들었을 때. 오름 정상에서, 그것도 휴대폰 여러 대를 동시에 틀어 들은 건 처음이었다.
 
탁: 그건 나도 처음 해봤다. 그때 문득, 그렇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 제주에서의 모든 날이 좋았다. 굳이 하나 뽑자면 첫날 저녁 식사로 먹은 횟집.
 
탁: 아, 만수 형님네!
 
서: 원래 양념 안 된 음식 맛은 잘 못 느낀다. 근데 여기 음식은 전부 맛있었다.
 
탁: 쥐치가 제일 맛있었지 그래도.
 
이: 쥐치에 소금 간도 하지 않고 굽기만 했는데, 이미 완성된 요리였다. 미슐랭급.
 
서: 구이, 조림 다 맛있었다. 무엇보다 사장님, 사모님 두 분 인상이 너무 좋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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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 형님 부부와 제주 첫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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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의 제주 소울 푸드, 쥐치 구이와 쥐치 조림
 
작년 여름, 파리로 휴가를 떠난 공장장을 대신해 겸손 스튜디오를 지킨 탁현민. 그날 금요미식회 팀에게 신선한 해산물(한치, 긴꼬리벵에돔, 벤자리)을 제공해 준 사람이 바로, 만수 형님이다.
 
탁: 제주도 내려오면 혹시라도 굶을까 봐, 바리바리 챙겨 주는 좋은 분들이다. 아침에 먹은 김치찌개가 그분들이 챙겨 준 김치로 끓인 거다.
 
조: 감동적인 맛이었다.
 
탁: 김치가? 김치찌개가?
 
조: 둘다.
 
탁: 나는 밥 하는 걸 좋아한다. 근데 조건이 있다. 준비한 양이 딱 맞아떨어져야 한다. 밥이 이만큼이라도 남으면, 뭔가 실패하는 기분이 든다. 그러니까 나한텐 맛보다 배식이 더 중요하다.
 
금: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김치찌개에 넣을 고기를 프라이팬에 미리 구워서 넣더라. 근데 또 고기를 구울 땐, 간장으로 살짝 간을 하는데, 그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런 디테일은 어디서 알게 되었나?
 
탁: (뿌듯한 표정)유튜브. 돼지고기는 마이야르 반응이 나온 다음에 찌개에 넣으라는 걸 어디선가 봤다. 또 국간장을 조금 넣으면 훨씬 풍미가 깊어 진다고 하더라. 그래서 언젠가 이렇게 해보니까 맛있어서 이 레시피를 미는 중이다. 제주도에 내려올 때마다 매번, 음식을 사 먹는 일도 이제는 귀찮아졌다. 만수 형님네 형수님이 요리 팁도 알려주고, 동네 후배들이 해주는 요리를 얻어먹고 하다 보니, 실력이 조금씩 늘었다. 또 내 입맛에 꼭 맞는 음식은 밖에서 잘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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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천재의 디테일
 
좁은 골목에서 발견한 이야기
 
금: <오바타임>, 어떤 사람들이 들었으면 하나?
 
탁: 나는 김광석을 좋아한다. 김광석의 음악적 취향이 나에게 맞다. 그렇게 내 20, 30대를 김광석의 노래와 함께 보냈다. 하지만, 이제 김광석의 노래는 옛날 노래가 되었다. 누군가는 취향이 다변해서 지금 인기 있는 음악을 좋아할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과 함께 늙어가는 사람이 있다. 옛날엔 그게 촌스럽고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계속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지곤 했다. 근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그냥 내 취향대로, 그런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같이 늙어가는 게 훨씬 나에게 맞더라. 물론, 그게 좋은 거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런 맥락에서 나와 비슷한 세대의 사람들이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 같이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한 번쯤 추억할 수 있거나, 만나보고 싶었거나 혹은 궁금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방송이니까. 물론, 젊은 사람들이 보는 것도 고맙다. 하지만, "꼭 봐주세요" 하고 싶진 않다.
 
금: 초청하고 싶은 인터뷰이는 있나?
 
탁: 특정인을 규정하긴 어렵다. 다만, 나는 제도권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사람이지만, 자기 콘텐츠가 있는 사람을 무척 선호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보통 음악 방송에서는 피아노, 보컬, 독주가 가능한 사람을 초청한다. 근데, 우리는 하모니시스트를 초청하고, 하모니카를 배운다. 그건 하모니카만 부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악기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크게 주목받지 못하더라도, 문화예술같이 삶의 여러 분야에서 자기 철학을 가지고 작업하고, 심지어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들을 많이 부르고 싶다. 대중적이지 않더라도, 충분히 들어볼 만한 이야기가 많다. 시청률이 안 올라서 그렇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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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금: 생각보다 <오바타임>같은 방송이 많지 않다.
 
탁: 그렇다. 나도 처음엔 많이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이런 방송이 많지 않더라. 요즘은 콘텐츠 대부분이 정치 시사 또는 먹방이다. 공중파에서 다루는 문화예술 교양 프로그램은 아주 제한적이다. 라디오는 더 없다.
 
금: 정치 과잉.
 
탁: 현실적으로, 그게 먹힌다. 일단, 정치인들은 자발적으로 출연하고 싶어 하니까. 비교적 제작비가 적게 든다.
 
금: 앞으로 <오바타임>의 모습은 어떨 것 같나?
 
탁: 방송을 오래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언제든지 시작하고 또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는 게 유튜브 방송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컨셉에서 방향을 틀 수도 있고,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할 수도 있다. 기존의 매스 미디어와 달리 유튜브에서는 변화가 비교적 용이하다. 그래서 원대한 계획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금: 뭔가가 계속 변할 수 있다는 말인가?
 
탁: 그렇다. 관성으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구성으로 굴러가도록 해야 한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길게 하고, 그렇지 않으면 짧게 끝내는 것처럼. 우리는 제도권 언론이 하지 않는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관성적으로 방송을 진행하면 자칫 생경하고 지루할 수 있다. 거기에 형식까지 구속되면, 사람들로부터 외면받기 일쑤다. 특히나, <오바타임>은 찾아 들어가서 봐야 하는 방송이니까. 그런 장점을 잘 활용하는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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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 <더 뷰티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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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뷰티풀> 회의실 사진
 
금: 편집부 바로 옆방이 <더 뷰티풀>팀 회의실이다. 요즘 많이들 바빠 보인다. 공연 준비는 잘 되어 가나?
 
탁: 4월 5일, 6일, 7일로 공연 날짜가 정해졌다. 이제 딱 한 달 남았다. 몹시 신경이 쓰인다.
 
금: 얼마만의 연출작인가?
 
탁: 7~8년 만의 복귀작이다. 중간중간에 행사 같은 것들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 많이 했지만, 돈을 받고 혹은 돈을 투자받아서 공연이라는 형태로 만드는 건 7~8년 만에 처음이다.
 
금: 탁현민에게 이번 공연은 어떤 의미인가?
 
탁: 그동안 내가 꿈꿨던 형태의 공연이다. 나는 항상 메시지를 담는 수단으로써 음악과 공연을 선택했고, 그런 방식의 작업을 해왔다. 근데, 이번 공연은 이전과 다르다. 공연 자체로 메시지가 된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아름다움이란, 시대의 생각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일이다." 그러니까 모든 아름다움이 추구하는 건, 그 시대의 생각과 사고 그리고 어떤 사건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드러냈을 때, 사람들은 그걸 아름답다고 느낀다는 말이다. 그런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
 
금: 그 정직함이, <더 뷰티풀>에서 어떻게 구현되나?
 
탁: 공연은 총 세 파트로 나뉜다. 음악을 통해서 역사적인 흐름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파트, 몇 개의 사건과 인물들에 대한 파트, 그리고 우리가 처한 현실과 미래에 대한 파트까지. 내용적으로는, 이 모든 걸 새로운 창작곡으로 하고 싶다. 그리고 그걸 이번에 세 명의 작곡가와 같이 작업했다.
 
어떤 특정한 가수, 특정한 목소리로 표현하기보다, 목소리보다 훨씬 이전의 형태인, '소리'로 표현하고 싶었다. 목소리에는 가사가 얹히고, 그 가사는 또 하나의 메시지가 되어 해석의 영역을 제한한다. 최대한 그 제한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음계 '도' 하나만 던져줘도, 그 음 하나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근데 우리는 음계에 "너"라는 가사를 입혀, "너"라는 뜻 안에 생각이 갇히게 된다. 그걸 깨고 싶다는 욕망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걸 이번에 표현해 보려고 한다. <더 뷰티풀>과 비슷한 형태의 공연은 이제껏 본 적이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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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뷰티풀> 라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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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타임> 단골 출연자, 김형석 작곡가도 그중 하나
 
금: 모든 작품은 평가받기 마련. 그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어떤가?
 
탁: 만약에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이런 형태로 몇 번 더 작업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만약에 그럴만한 평가를 받지 못하면, 아마 이번 한 번으로 끝날 거다. 어떤 장르가 그 시대에 출연하지 않은 이유는, 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 그래서 그런 부분이 힘들기도 한데, 동시에 사람들이 이 공연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몹시 궁금하기도 하다. 나 역시 최종 완성물은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하기도 하고.
 
금: 2024년, 탁현민은 어떻게 쓰이고 싶나?
 
탁: 일단, 눈앞에 있는 4월 공연을 무사히 끝냈으면 좋겠다.
 
금: 그다음엔?
 
탁: 기회가 되면, 책을 한 권 더 쓸 생각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제주도나 왔다 갔다 하면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은 바람이 있다. 옛날과 달라서, 이제는 일 년에 한 작품이면 충분하다. 두 개, 세 개 하고, 또 다음 공연 준비하면서 살 여력이 없더라. 이제 그런 나이가 된 것 같다.
 
 
사진: 금성무스케잌, 이유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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