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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7.금요일
정치불패 키노
 
 

이 글은 무소속으로 서울시장이 될지도 모르는 박원순 후보와 그가 유력한 정치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으로 접근한 글이다.

 
먼저 박원순후보의 당선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내가 나경원이나 지상욱 따위의 당선을 바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또 이 글을 읽기도 전에 미간에 내천자를 그리실 분들을 위해 미리 전제하자면 나는 진보신당 당원이고 확고한 이념이나 철학이 정당정치의 근간이고 정치인은 정당을 통해 훈련되고 제어되어야 한다고 믿는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오늘자 모 칼럼을 보니 박원순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에 대해 '시민혁명'을 언급하는 이가 있다.
 
지역에서도 이른바 '혁신과 통합'인지에 몸담고 있는 시민단체의 주요 활동가들 역시 이른바 '정당정치무용론'에 기댄 들뜸현상에 상당히 고무된 눈치다.
 
어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반달'이라는 행사가 있었다. 반도체사업장에서 백혈병 등 각종 암으로 죽어간 노동자들과 여전히 죽어가고 있는 노동자들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3년째 진행하고 있는 행사다.
 
당장 올해도 매그나칩반도체에서 일하던 39세의 노동자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네살짜리 아이와 아내를 남겨두고 백혈병발병 1년만에 세상을 떠났다. 기업에서는 직업병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보험회사로 전락한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산재인정을 안해주려고 기업과 대책회의까지 하는 지경이다.
 
이것은 비단 이명박정부 들어와서 새롭게 흐름이 형성된 것도 아니고 이미 노무현정권 이전부터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이다.
 
이 행사를 언급한 이유는 '시민'이라는 이름 뒤로 노동기본권에 대한 이념과 철학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무지하거나 외면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탓이다.
 
해마다 노동자 3천명이 사업장에서 죽어가는 나라.
세계최장의 노동시간에 시달리면서도 잔업특근을 더 달기 위해 투쟁하는 괴상한 노동자들이 살고 있는 나라.
무재해사업장으로 인정받아서 300억원 가까이 산재보험료를 감면받고, 사망한 노동자의 유가족들에게는 위로금으로 흥정을 벌이는 삼성과 같은 회사가 취업하고 싶은 기업 1,2위를 다투는 나라.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는 비정규직사용은 불법이라는 대법판결조차 생까고 있는 정몽구를 소환하거나 조사도 하지 않는 나라.
성희롱을 당한 비정규직여성노동자가 항의했다고 피해자를 해고하는 나라.
 

 
그럭저럭 밥 세끼는 먹고 살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권리는 전태일이 가슴에 품고 산화한 근로기준법 책자에나 있는 줄 아는 세상에서 무릇 대한민국 정치가 명확하게 어떤 관점으로 무엇부터 뜯어 고쳐야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시민'이라는 용어의 계급 속에 인텔리겐챠도 소부르조아도  모두 그럭저럭 얼굴을 들이밀고, 기부와 봉사라는 이름으로 늦어지고 방해받는 사회구성원들이 누려야 할 당연한 헌법적 권리가 도외시되는 현상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자꾸만 핵심을 비껴가기 시작하면 '좌파신자유주의 시즌2'가 시작될 뿐이고,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탐욕스러우며 적당히 소통하지만 결국은 지배계급에 포섭된 시민정치권력이 기존의 민주당을 위시로 한 자유주의보수정치와 샴쌍둥이의 얼굴로 우리 앞에 나타날 뿐이다.
 
박원순의 낡은 구두에 환호하고 문재인의 군복에 경외감을 보내는 인식은, 결국 이미 이 곳에 머무는 다수가 설정한 공공의 적(이명박과 한나라당 또는 뉴라이트 등)을 대적할 '힘있는' 대안을 찾는데만 매몰되어 정작 그 '힘있어 보이는' 대안이 결과적으로는 별로 바뀌지 않을 미래라는 인식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낸다.
 
여러차례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과거 열우당 시절 한나라당과 손잡고 의장석을 지키며 '비정규직관련 법'을 개정했던 자들이 여전히 반한나라당 전선에서 '변화의 대안'으로 설쳐대고 있고, 사실은 그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노동관을 가진 이들이 세상을 변화시킬 희망으로 부각되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지 부화뇌동할 일이 아니다. 
 
박원순 관련 뉴스에 관심을 갖는 시간의 일부라도 쪼개어, '나는 꼼수다'를 듣는 시간의 일부라도 쪼개어 재능교육 해고노동자들이나 콜트콜텍노동자들이나 반도체사업장에서 죽어나가는 노동자들을 돕는 반올림의 활동이나, 위에 언급한 성희롱피해자 해고여성노동자의 농성장이나 비정규직관련법을 개정하기 위한 활동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이 사회를 구조적으로 바꾸는 작은 연대고 진정한 의미의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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