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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 2004년 대선 전망 2탄
-하워드 딘 디비기 (1)

2004.1.6.화요일
딴지 국제부 미국 특파원


하워드 딘(Howard Dean)... 어느새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름이 되었다. 이 7대 3 가르마 푸른눈의 작달막한 백인 정치인은, 언제부턴가 부시에 맞설 민주당의 유일한 희망으로 많은 이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민주당 9명의 예비대선후보들 중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반전의 기수로 우뚝 섰으며, 인터넷을 활용해서 미국내 풀뿌리(grassroot) 선거운동의 기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한다. 전세계에 퍼져있는 안티 부시들에게도 희망으로 자리잡고 있는 듯 보인다.

 

게다가 최근에는 전례없이 알 고어(Al Gore) 전 부통령의 지지선언까지 받아냄으로써, 예비선거의 출발인 아이오와 카커스(Iowa Caucus)가 시작되기도 전에 거의 민주당 대선후보로 굳어져 버린 듯하다. 정말 그럴까? 과연 하워드 딘의 인기는 폭풍처럼 몰아쳐 조지 부시 재선의 꿈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릴 것인가?

 

12월 23일 인터넷언론 P모 신문을 들여다보니, 이례적으로 하워드 딘 관련기사가 머릿글을 장식하고 있다. 그 기사는 "미 대선 돌풍핵 하워드 딘 누구인가", "하워드 딘의 인터넷 선거운동 딘사모"라는 타이틀 아래, 무명에서 민주당 대선 선두주자로의 급부상, 이라크전 반대를 통한 반전주의의 길, 갈길을 잃은 민주당의 빛나는 별이라는 식으로 하워드 딘에 대한 호의적 묘사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에 뒤질세라, H신문도 하워드 딘과 그의 딘사모 보도에 가세했다. "인터넷 무장 딘사모 기성정치 강타" 라는 제목하에 미국정치를 뒤흔드는 태풍인양 칭송 일색이다.

 

울 딴지도 이런 하워드 딘 똥꼬 핥기에 가세할 것인가? 용비어천가를 영어로 번역해 하워드 딘에게 바칠것인가? 본우원 답은 일단 "아니올시다"이다. 갑자기 웬 뚱딴지냐구?

 

하워드 딘의 급부상에 호들갑 떨 것이 아니라, 미국정치 돌아가는 전반을 좀더 넓게 조망해본 뒤에 논의해 보잔 이야기다.






 
 

 

하워드 딘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본 우원, 미리 경고 한마디 때리고 들어간다.

 

울 딴지 독자중에 부시 싫어하는 넘 무지 많은 거 안다. 본 우원두 부시 무쟈게 싫어한다. 하지만 니들이 부시가 싫건 좋건, 남의 나라 일이다. 니들이 투표용지를 들고 한표 찍을 수조차 없는, 우리들이 뭘하든 간에 미국땅 50개주에서 지들 법에따라 벌어지는 일이란 거다.

 

그럼 개인적인 감정 잠시 접어두고 정말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어떻게 우리가 대응하고 준비해야 할 것인지 좀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딘이 부시에 대적할 유일한 희망처럼 보인다고 해서 마치 선거에 다 이긴 양 호들갑 떠는 건, 심리적인 시원함은 기약할 수 있을지언정 실질적인 도움은 전혀 안되는 헛짓이란 말이다. 서설이 길다고?

 

한줄로 요약하믄,

 

어차피 남의 일이니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보자는 거다.
 

 
 


암튼 이번 기사는 하워드 딘을 디벼본다. 여기서 다뤄볼 의문사항은 크게 세가지...

 

첫째, 하워드 딘의 높은 지지는 어디서 연유한 것일까? 하워드 딘이 과연 훌륭한 후보인가?
둘째, 알 고어두 하워드 딘을 미리 지지했잖어? 과연 고어란 인물의 하워드 딘 지지에는 어떤 배경이 있는 걸까?
세째, 하워드 딘이 민주당후보가 될수 있을까?, 그리고 2004년 대선에서 부시를 꺾을수 있을것인가?

 

이상이다. 자, 하나하나 짚어 가자.
 

 

 하워드 딘의 높은 지지율은 어디서 연유한 걸까? 하워드 딘은 과연 훌륭한 후보인가?
 

 

하워드 딘이 민주당 예선후보 난쟁이들 중에서 여론조사 1위를 계속 점하고 있다고 해서,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딘이 독보적으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딘이 다른 민주당 후보들보다 자질면에서 나을 거라는 착각이다. 특히 두번째와 관련해서는 이라크전 반대 진영에 섰다는 점이 크게 감안된 거 같은데...

 

많은 이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하워드 딘의 지지율은 여전히 20%선을 맴돌다가 12월 21일에야 31% 선을 넘어섰다. 물론 10% 안팎에서 왔다갔다거리는 다른 후보들과 비교하면 세배 차까지 따돌리기 시작한 거다. 딘이 이 기회를 파죽지세로 몰아서 대세론을 조성, 예선전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버릴 수 있을 것인가? 현재로서는 그런 시나리오 술술 풀려가는 중이긴 하다. 하지만 잘 봐라.

 

딘의 지지율은 현재 31%. 고어의 사상 유례없는 예선전 이전 지지선언 결과치고는 상당히 낮은 수치다. 관점을 달리해볼까. 100% 빼기 31%는... 69% 되겠다. 근 70%에 달하는 민주당원들이 아직 딘이 아닌 다른 후보들을 지지하고 있거나, 혹은 지지후보결정에 유보적이란 이야기다. 물론, 그럼에도 딘의 지지율 상승은 의미있는 도약이긴 하다. 글치만 아직 결론났다고 도장찍긴 이른 거다.

 

참고로 91년 12월 미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의 민주당후보 여론 조사 결과, 월리암 제퍼슨 클린턴(William Jefferson Clinton)이란 후보는 불과 4%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누구냐구? 알믄서... 1992년 부시 아빠를 누르고 대통령 당선 되었던 빌 클린턴을 이야기하는 거다.

 

무엇보다도, 뒤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민주당의 지지세력은 정치적 경향으로 볼때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좌파적 경향(Leftist Wing)의 전통적 민주당원들이고, 다른 하나는 중도주의적 경향의 신민주당원들(New Democrats)이다. 고어 지지선언을 하기 전부터 존재하던 기존의 딘의 지지세력들은 대부분 "부시 행정부에 분노한" 전통적인 좌파적 성향 민주당원들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다시 말하믄, 중도성향의 신민주당원들의 지지는 아직 딘이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믄 될꺼다.






 
 

 

 

딕 게파트

 

다시 하워드 딘의 예선전 경합사항을 보자. 1월 하순 첫 예선전이 열리는 아이오와주에서는 그 옆동네인 미주리주 토박이 딕 게파트(Dick Gephart) 하원의원과 박빙의 다툼을 벌이고 있고, 두번째 예선전 무대인 뉴햄프셔주에서는 2위인 존 케리(John Kerry) 매사추세츠주 연방 상원의원을 더블스코어로 누르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직 하워드 딘= 민주당후보 공식에 점을 찍기는 이르다. 무엇보다도, 31%에 불과한 현재 지지율로는 곤란하다는 말이다.

 

혹자는 하워드 딘이 미국노동총연맹(AFL-CIO) 산하 최대 노조인 국제서비스직원노조(SEIU)와 미국 주, 카운티, 시 근로자연맹(AFSCME) 등의 지지를 확보했다는 사실이나, 각종 민주당 거물들의 지지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현상, 무엇보다도 고어의 전례없이 이른 딘 지지선언 등을 근거삼아 "하워드 딘 압승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딘이 "선두자리에서 조금씩 2위 그룹과 격차를 벌이고 있다"는 말은 맞을수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후보들의 인기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뭔소리냐? 딘이 AFL-CIO 산하 최대 노조인 SEIU와 AFSCME 등의 지지를 확보했다는 사실은 분명 그의 세력 확대에 도움이 될만한 중대사안이지만, 그것이 민주당 최대 지지세력인 AFL-CIO의 지지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오히려, 숫자와 전체 노조원 수면에서는 AFL-CIO 산하 30개 노조의 지지를 받은 딕 게파트 하원의원이 실질적으로 노동계의 지지를 업고 있다고 보는게 타당하다(궁금하면 여길 누질르시라).

 

근데... 왜... SEIU와 AFSCME의 하워드 딘 지지가 그토록 떠들썩한 거냐? 첫째는 그 두 노조의 딘 지지로 인해 게파트의 전통적 밥그릇으로 여겨졌던 AFL-CIO의 전면적인 게파트 지지가 무산되었다는 사실이요(AFL-CIO의 후보지원에는 총 노조원 60% 이상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 둘째는 위 두 노조의 딘 지지는 많은 이들이 미처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란 점이다. 민주당 거물들의 지지, 특히 고어의 딘 지지 배경에 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자세히 언급할 기회가 있을거다.






 
 

 

아테네에서 열린 이라크 반전집회

 

하워드 딘이 자질 및 경력면에서 다른 민주당 아홉명의 난쟁이 후보들보다 과연 훌륭한 후보냐? 이 점 또한 본 우원이 심히 의문시하는 부분 중 하나다. 하워드 딘의 강점으로 이라크전 반대를 통한 반전후보라는 이미지가 크게 작용하는 거 같은데, 딘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시한 건 맞지만, "과연 그에 대항해서 뭘 했냐?" 하는 질문에는 별로 언급할 것이 없다.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 전세계적으로 수백만명이 반전시위에 참여하던 그 상황에서도 하워드 딘이 그곳에 있었다던가, 대중들을 이끌었다던가 하는 얘기 전혀 들은 바 없다. 단지 그는 그 시간에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오히려 하워드 딘의 미국의 이라크 침공반대 메세지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의 결과라기보다는 선거판의 판도를 뒤집기 위한 하나의 필살카드였다고 보는 게 맞을거다. 지지율에서 뒷북을 치고 있던 시절, 기존 선두그룹이었던 조셉 리버만(Joseph Lieberman)-존 케리(John Kerry) 후보에 대항하기 위한 도박이었다고 보는것이 오히려 맞지 않을까? "이라크전을 제외한 모든 그간의 미국의 군사개입을 찬성"한다느니,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일정기간동안 이라크에 미군이 계속 주둔하고 있어야 한다"느니 하는 발언을 해대는 딘의 모습을 보면, 이런 심증은 더더욱 굳어진다.






 
 

 

데니스 쿠세니치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을 거다. 나머지 9명의 민주당 후보들이 맥없이 부시에 끌려다니며 정당치 못한 전쟁을 찬성하는 모습에 비교할때, 딘의 반전메세지는 천사의 음성과 같았다고... 근데 사실 돌아보믄, 딘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한 두명의 후보들이 있다. 하나는 플로리다 주 연방 상원 의원이자 대통령 후보였던(얼마전 사퇴했다) 밥 그램(Bob Graham) 의원이요, 다른 하나는 여론조사 꼴찌를 면하지 못하면서도 끝까지 신념으로 버티고 있는 데니스 쿠세니치(Dennis Kucinich) 오하이오주 연방 하원의원이다. 이들이 뭘했냐구? 의회에서 이라크전 반대 투표를 던졌던 인물들이다. 당의 압력과 보수적인 지역구민들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사실 하워드 딘의 개인 경력을 따라가보면, 장점보다는 단점이 될만한 부분이 더 많다. 하워드 딘. 미국에서 손꼽히는 투자금융재벌의 3남으로 태어나, 뉴욕 5번가 펜트하우스에서 남부럽지않게 귀하게 자란 인물이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부자들의 휴양지인 뉴욕근교 롱아일랜드 햄튼(Hampton) 지역에 여름 휴양별장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얼마나 부자냐고? 모간 스탠리(Morgan Stanley)라는 투자금융회사 이름, 심심찮게 들어봤을거다. 이 회사는 1997년 딘 위터스(Dean Witters)라는 뉴욕 소재 투자금융사와 합병해서 몸집을 공룡만큼 불렸는데, 그 Dean Witters의 최고경영자중 하나가 하워드 딘의 아버지였다. 장난 아니지?

 

딘 개인만 놓고 볼 것 같으면, 미국내 거의 있는 집안만 간다는 최고 예비학교들을 나오고, 고교시절 영국에서 수학한뒤 예일대를 나왔다. 여기까지는 부시와 거의 비슷하다. 좀 다른 점이 있다믄, 의사가 되었다는 거, 그리고 유대인과 밀접하다는 거 정도라고 할까?(그의 부인이 유대인이다) 그리고 자신의 삼촌들이 했던 것처럼 뉴욕에서 증권 거래인으로 일하다가, 심경의 변화를 느껴 뉴욕 Yeshiba 대학 산하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대를 나오고, 미국내 가장 작은 주 중의 하나인 동부의 버몬트주에서 의사로 개업한 이래 동네 정치인부터 시작, 결국 버몬트 주지사까지 된 사람이다. 여기까지는 뭐... 그냥, 꽤 괜찮게 살아온거 같지?

 

여기서 본 우원 하나 언급 안하고 넘어갔던 거, 하워드 딘의 베트남전 당시 군경력이다. 당시 뉴욕에서 증권브로커로 일하면서 한창 잘나가던 딘, 자신의 징집 순번이 다가오자 돌연 콜로라도주의 베일(Vail) 스키장으로 건너가 스키를 타던중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당시 그는 허리를 다쳤다는 이유로 병무용 진단서를 끊어 베트남전 징집 면제를 받았는데, 그 상황이 더더욱 의심의 눈길을 감추지 못하게 한다. 뭐하러 하필 그 때 갑자기 콜로라도까지 건너가서 스키를 탔느냐는 거, 그리고 그 당시 딘이 가지고 있던 베트남전 징집 순번이 상당히 상위권이어서 95%쯤 되는 확률로 짤 징집될 가능성이 높았다는 거.... 그런 사유로 인해서 쓰바, 울나라 연예인들 군대 빼려는 듯이 일부로 그렇게 한거 아니냐는 의문의 눈길이 안갈수 없는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딘이 "베트남전 반전"의 메세지를 가슴깊이 새기고 그렇게 했던 거냐 하믄, 그당시 딘은 정치적 활동도 전혀 없었고, 지 먹고 사는데만 바빴던 전형적인 투자금융가일 뿐이었다.






 
 

 

 

재밌게 생긴 존 케리

 

딘의 피치못할(?) 베트남전 징집기피는 민주당 나머지 후보들의 군경력 및 사회 참여 활동과 비교하믄 더더욱 대비된다. 한가지만 예를 들까? 주걱턱에 스크림 가면같이 생긴 존 케리 후보... 이 사람 딘과 같은 예일대 출신으로, 학교 졸업과 동시에 해군장교로 베트남에 지원해 간 사람이다. 베트남 메콩강 유역을 전투보트를 타고 누비면서, 온갖 전쟁에 몸으로 참여했고, 그 결과 은장훈장(Silver Star), 동장훈장(Bronze Star) 그리고 세개의 퍼플하트(Purple Hearts) 훈장에 빚나는 전쟁영웅이었다.

 

이 존 케리라는 인물이 더더욱 평가를 받는것은, 전쟁영웅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 돌아와서는 손꼽히는 반전운동가로 활동했다는 사실이다. 미국에 돌아와서 전후 사정을 살펴본후 베트남전이 부도덕한 전쟁임을 인식한 케리는, 당시 the Vietnam Veterans Against the War라는 단체를 조직해서 닉슨 행정부에 맞서 반전운동을 주도했는데, 그 활동이 얼마나 당시 미행정부에 눈에 가시였던지 닉슨의 10인 살생부 목록에 그의 이름이 올라있었다고 한다!

 

케리 뿐이 아니다. 조셉 리버만 코네티컷주 연방상원의원, 고어의 2000년 대선 러닝메이트로 유명했던 사람. 그도 예일대 베트남전 반전 운동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인물이었다. 그외 다른 민주당 후보들을 놓고 보아도, 베트남전 징집 당시 별다른 의문점을 남긴 이가 없다.

 

여기서 니들이 "부시두 그랬잖어?"라고 따지믄... 본 우원, 할말없다. 근데 이건 확실히 해두자. 원래부터 부시는 집에서도 포기했던 넘으로 알려졌던 망나니였다. 골수 공화당원들두 당시 부시에 대해서는 뭐라구 변명 안한다. 하지만 딘은? 현재 이라크전과 부시행정부의 도덕성에 문제를 걸고, 그것을 바탕으로 인기상승 중인 사람이다.






 
 

 

존 에드워즈

 

중앙정치에 때묻지 않은 깨끗한 정치신인이라고? 이거 하워드 딘이 거의 입에 달고 사는 말중의 하나다. 하지만 실제로 정치에 입문한지 얼마 안되는 정치신인이라면 존 에드워즈(John Edwards) 상원의원이 차라리 더 돋보인다. 이 양반 정치 입문한지 5년이 채 안된 인물이요, 빈농의 아들이요, 입지전적으로 성장한 인물이요, 분명 딘보다 때가 덜 묻은 사람이다. 정책적으로도 진보적이고, 더러운 전쟁 이라크 침공을 찬성했던 민주당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르다고? 데니스 쿠세니치 의원의 공약을 보면 그 점에서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게 될것이다. 당선가능성 0%이긴 하지만, 녹색당(Green Party)의 랄프 네이더(Ralph Nader) 후보가 "쿠세니치가 후보로 나오지 않는 한 2004년 대선에 출마하겠다" 라고 선언할 정도로 진보적이며, 반전기치도 그 누구보다 높이 든 후보다.
 

 

 알 고어(Al Gore)가 지지했으면 게임 끝난거 아냐?
 






 
 

 

열라 뻘쭘한 폼으로 딘의 뒤를 받치고 있는 알 고어

 

사실 고어 전 부통령이 하워드 딘을 지지했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 본 우원, 한편으로는 100톤 짜리 콘크리트 덩이를 머리에 맞은 기분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란 것... 참, 피없는 냉혈동물들이나 하는 거구나"라는 씁쓸함을 맛봤다. 신문기사를 접하면서도 믿을 수가 없어서 또 읽고 또 읽었을 정도였다.

 

그 뒤 뉴욕타임스니 워싱턴 포스트 등의 뒷이야기 기사를 읽어보니, 딘이 6개월이 넘게 지극정성으로 고어를 받들었었다고 한다. 테네시주에 내려갈 일이 있으면 바쁜 선거유세 와중에도 고어네 집을 방문한다든지, 일주일에 한번씩 고어에게 문안인사와 함께 조언을 구한다든지, 고어의 부인 티퍼 고어(Tipper Gore)가 평생을 걸고 추진했던 정신질환자에 대한 보험혜택확대 등의 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추진을 약속했다든지...하는 일화에서부터, 딘의 이라크전 반전 목소리가 부시 행정부에 부정적이었던 고어와 가장 잘 맞아 떨어졌다든지, 딘 지지자들이 고어에게 수천통이 넘는 편지를 자발적으로 보냈다든지, 고어와 딘을 잇는 150만 회원을 자랑하는 미국내 최대 인터넷 운동단체 MoveOn.org의 하워드 딘 지지가 고어의 딘 지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느니 하는 내용두 언급되어 있었다.

 

그런 기사를 읽으면서도 본 우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되었던 것은... 고어가 다른 후보들과 나누었던 이전의 끈끈한 정치적 관계를 생각했음이요, 무엇보다도 전례가 없던 일이기 때문이다. 지미 카터(Jimmy Carter) 시절부터 근 30년간, 예비선거기간 도중에 전임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특정후보 지지선언을 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길게 볼 것도 없이, 클린턴 부부가 맘속에 웨슬리 클락(Wesley Clark) 후보를 찜해놓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믄서도 "2004년 민주당 후보가 누가 되든 그 후보를 지지하겠다"라고 계속해서 발언해오지 않던가. 그게 다 예비선거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특정후보 지지를 선언함으로써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자체가 거의 금기시되다시피한 일이었기 땜이다.






 
 

 

조셉 리버만

 

무엇보다 고어가 딘을 지지하기에 가장 큰 심적/여론적 걸림돌은 조셉 리버만 코네티컷주 연방 상원의원의 존재이다. 리버만이 누군고 하니... 고어의 평생 친구요, 2000년 대선에서도 고어의 러닝메이트로 함께 고락을 나누었던 사이였다. 이 리버만 의원, 2004년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기 직전까지도 고어가 선거에 참여하면 자신은 선거전에 뛰어들지 않겠다며 보스에 대한 예의를 지켰고, 그 과정에서 선거전에 늦게 참여하게 되어 선거초반의 기세를 이끄는데 큰 손해를 보았다는 거, 너도알고 나도알고 세간이 다 아는 사실이었다. 이런 충복 리버만 의원에게 일언반구 사전 통보도 없이, 모든 정리를 버릴 각오를 하고, 하워드 딘 지지를 선언했다는 거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알 고어가...

 

리버만 뿐만이 아니다. 존 케리도, 딕 게파트도 오랜 의정생활 속에서 고어와 동고동락했었고, 2000년 대선전에서도 고어를 적극 지지하고 나선 사람들이었다. 그에 비하면 딘과 고어의 관계는 정말 보잘것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알 고어가, 당내 공공연한 금기까지 깨면서 별로 돈독하지도 않았던 관계였던 하워드 딘을 지지하기로 했다는 거다. 이게 도대체 무슨 연유인가 말이다...

 

본 우원, 고어의 딘 지지를 대승적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기보다는 정치동물의 전략적 선택으로 보고 있다. "니 맘이 비뚤어져서 그렇게 밖에 보이지 않는 거야!"라고 딘사모 한국 지부 분들이 욕을 한다믄야... 할말 없다. 하지만... 본 우원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그러믄, 고어가 그간의 인간적 신뢰 다 버리고 하워드 딘을 지지하면 어떤 이득이 생기길래 이런 짓을 하는 걸까?라는 질문이 남는다. 그 답을 풀기 위해, 지금으로부터 1년이 조금 넘은 2002년의 11월로 잠시 돌아가 보자.

 

2002년 11월, "Joined at the Heart: The Transformation of the American Family""The Spirit of Family"란 두 권의 책이 미서점가에 소리소문없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긴 했었지만, 대중에게는 별다른 관심조차 끌지 못한채 사라져버린 이 책의 저자는 누구인가? ...알 고어와 티퍼 고어. 맞다. 알 고어는 니들이 아는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요, 티퍼 고어는 그의 부인이다.

 

미국 가족예찬 정도로 규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담담하게 서술된 이 수필집-사진집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Top 10 코너 문턱은 커녕 근처두 못 가고 사라졌다. 콜린 파월 자서전이 150만부나 팔리고, 엔간한 정치인들 저서도 인기순위안에 곧잘 들곤 하던 거에 비하믄 거의 전례가 없을 만큼 차가운 반응이었다. 그리고 한달 뒤, 2000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고어는 2년을 끌어오던 장고를 마치고 2004년 미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여섯달이 지난 2003년 5월, 한 정치인의 자서전이 서점가를 뒤덮기 시작한다. "난 그의 목을 꺾어버리고 싶었다"라는 말로 대표되는 이 책은 미 전역 언론의 헤드라인을 뒤덮었고, 발간 당시 바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 올랐으며, 타임지의 표지와 메인 기사를 장식한다. 저자의 첫 책 사인회가 예정되었던 뉴욕시 타임스퀘어의 Barnes & Noble 서점은 그전날 새벽부터 모인 팬들로 가득했고, 전국순회 책 사인회에서 약 10만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그리고 이 한권의 자서전은 현재까지 160만권 이상의 판매를 기록함으로서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정치인 자서전으로 등극한다.

 

...누군지 짐작할꺼다... 맞다. 그 정치인은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뉴욕주 연방 상원의원이요, 문제의 책은 그녀의 자서전 "Living History"였던 거다. "Living History"는 힐러리를 민주당의 상징으로 자리잡게 만드는 하나의 극적인 전환점이었으며, 그녀의 대중적 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였다. 그에 비하면, 초라하게 사그라든 알과 티퍼 고어의 책은 고어 제국의 쇠락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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