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일정대로였으면 이제서야 경선 룰이 어쩌네 저쩌네 하고 있었을 2017년 상반기의 마지막 날.
지난 겨울 내내 광화문 일대를 촛불로 달궜던 그 거대한 멍석을 매주 묵묵히 깔아주었던 민주노총이 새 정부 들어 또다시 대규모 파업 집회를 주관했다.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할 권리!
6.30 사회적 총파업 - 지금당장
그냥 파업도 정치 파업도 아닌 사회적 총파업이라, 이 수식어가 왠지 '이번엔, 우리 이니 하고싶언 던 거 얼른 해~' 라는 뉘앙스로 느껴지는 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골수 자가당착 노문빠인가보다.
11:30 서울대병원 시계탑 앞. 공공운수노조 '병원 비정규직 정규직화 지금당장! 최저임금 1만원 지금당장! 투쟁 승리를 위한 의료연대본부 파업 출정식'을 위해 서울대병원 민들레 분회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경북 민들레, 강원 민들레, 정규직 노조도 합류한 출정식 시작을 뒤로 하고 도심으로 먼저 이동했다.
12:20 광화문광장에는 이미 엄청난 숫자의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원들이 한 시간 후에 열릴 '비정규직 완전 철폐, 진짜 정규직 쟁취 전국 학교비정규직노동자 총파업 대회'를 위해 꽃분홍 조끼를 입고 모여들고 있었다.
12:30 부영주택 사옥 앞, 불법도급 근절과 적정임금을 요구하며 토목건축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있는 전국건설노동조합 토목건축분과위원회 수도권 지부 조합원들.
12:40 서울역 '학교에도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1만원! 근속수당 쟁취! 교육공무직법 제정! 노동존중 평등학교!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총파업대회'
아이들 점심 식사를 지어주시는 조리사님들이 '학교비정규직노조'일까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일까 '전국여성노조'일까 궁금했는데, 이 집회에서 조리 근무 환경에 대한 발언이 나오는 걸로 봐서 여기인 것 같다.
13:20 경찰청 앞, '경찰폭력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인권침해 주범 경찰 규탄집회'를 열고 있는 백남기투쟁본부 등 국가폭력 피해단체 회원들
나는 다시 자전거를 광화문 방향으로 돌렸다.
14:00 파이낸스빌딩 앞에서는 전국 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 쟁취! 해직자 원직복직! 정치기본권 쟁취! 성과퇴출제 폐지! 최저임금 1만원! 노조할 권리 쟁취! 공무원 선언대회'가 열리고 있다.
청계천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
14:30 최근 임대업체들과의 임단협 교섭에서 '조정 불가' 판정을 받은 전국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 노조원들의 총파업 출정식
원래 한빛광장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여성노동자대회는 종각으로 장소를 옮겼다고 한다.
14:40 종각 '공공부문 여성비정규직 정규직화! 비정규직 차별 철폐! 최저임금 1만원! 2017 임단협 승리!' 여성노동자대회
수 년 전 구로에서 CJ홈쇼핑 예약시스템 개발 프로젝트에 파견되었을 때, 흡연실에서 상담사들이 담배연기와 함께 뿜어내는 끝없는 울분을 들으며 '나같은 전산 노동자가 받는 업무 스트레스로는 어디 가서 명함도 내밀지 못하겠구나' 싶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무더위에 돌아다녔더니 기력이 딸려 점심을 먹으며 쉰 후 다시 광화문 광장을 향했다.
16:30 6.30 사회적 총파업 '지금당장' 행사를 마친 각급 노조원들
'17년 장마 직전, 종로에서는'
'물대포를 기다리지 마라, 차벽들도 기다리지 마라.'
예전과 다르지 않은 장소에서 예전과 다르지 않은 조끼를 입은 참가자들의 집회였지만, 이번에는 어딘가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 일단 경찰의 차벽이 없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겠지만, 그보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언론에서 학생들 볼모 어쩌구 소리가 반복되지 않았다는 점인 것 같다. 학교에서 미리 도시락 안내 공문이 나오고, 아이들이 지나가던 말로 '파업이라 급식 안 나온대' 소식을 전하던 그 덤덤함이 가장 새로웠다.
노동자들이 노동하다 먹고 살기 빠듯해진다 싶으면 덜커덕 모여서 파업을 해버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나라. 그 파업들 편하게 하시라고 경찰이 차량 흐름을 돌려 주고 장소를 확보해주는 나라. 이런 나라가 된다면 정말 좋겠다.
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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