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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주

    

작년 8월, 일본 야후 뉴스에 올라온 한 기사가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日韓關係の惡化は長期的には日本の敗北で終わる"

(한일관계의 악화는 장기적으로는 일본의 패배로 끝난다)

 

일본 내에서 거센 비판이 있었으나

한일관계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평으로 SNS 등에서

많은 반응이 있었고 후속 기사를 딴지일보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이번엔

코로나 19에 대한 아베의 대응에 관한 기고를 요청했고,

후루야 유키코(古谷有希子)씨는 이에 흔쾌히 응해주었습니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던 각국

 

내가 사 미국 동부(편집부 주: 필자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일본인이다)에도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의 물결이 도달하고 말았다교회는 모임을 자제하고, 직장은 원격근무에 들어갔다. 초중고교는 문을 닫고 대학 수업은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 와중에 슈퍼에선 사재기가 일어나고 있다. 

 

3월 들어 갑자기 이런 대책을 시작했지만,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는 미국 내에 급속히 확산됐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비롯한 연방정부가 초동대응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초동을 잘못한 탓에 감염이 확대된 것은 다른 나라 마찬가지다. 감염증 팬데믹에 대해 어느 나라도 제대로 대책을 준비하지 않았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의 80% 경증이거나 증상이 없고, 치사율도 3% 미만이라 살상력이 낮아서 그렇지,  심각한 감염증이었으면 상황은 어려웠을 것이다. 천만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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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링크

 

 

 

규제에 얽매이다 초동에 실패한 미국

 

미국 최초의 감염자는 1 하순, 워싱턴주에서 나왔. 이후 지역의 감염증 연구팀이 인플루엔자 검사를 전용하여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하는 방법을 제안한 뒤 연방정부에 협력을 요청했다. 하지만 계속 거부당했고, 그대로  주가 지나버렸다.

 

연구팀은 2월 하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정부의 승인 없이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했지만, 연방정부로부터 검사를 멈출 것을 요청 받았다.  연구팀의 연구대상이 인플루엔자이지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라는 것, 의료행위에 직접 관련된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 즉, 감염 상황을 파악하는 것보다 '연구 윤리에 관한 규제' 우선했다는 것이다(링크).

 

또 다른 전문가들도 2월 중순부터 초동의 중요성과 검사의 중요성을 호소했다(링크). 비정부 연구기관이 독자적으로 검사를 개발할 있도록 요구했지 식품의약청(FDA)이 허용하지 않았다. 대신 CDC(미 질병통제예방센터) 독자검사 개발에 집착했지만, 최초로 개발된 것은 실패작이었다. 이렇게 미국은 '중국에서의 입국 금지' 조치로  시간을 사실상 허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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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도 CDC도, 국내에서 감염이 확산된 원인을 광범위한 검사를 실시하는 실패했던 것이라고 인정했다.

 

필요하면 규제를 완화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긴급사태에 있어 국가의 대응력을 좌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혼란이 없는 나라, 한국

 

초기 한국 정부는 '코로나가 곧 종식될 것'이라고 했다. 직후, 예상치 못한 "신천지"의 등장으로 감염이 확대되었으나 이를 억제하기 위해 유연성을 발휘, 감염자 수를 격감시키는 성공했다.

 

드라이브 스루 검사 대규모이면서도 간단한 검사를 실시했고, 자택 요양 자택 격리를 지원·강제하기 위한 법제 정비와 개발을 신속히 했다. 또 철저히 정보를 공개를 하는 것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감을 지켜냈다(정부에 대한 신뢰감이 있어야 사재기나 패닉이 일어나지 않는다).

 

질병관리본부는 컨트롤타워로서 필요한 정보를 계속 흘려보냈다.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이라도 질병관리본부의 정보는 의심하지 않았다. 되레 정부가 신속히 검사를 실시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마스크 품귀 문제가 있었지만, 5부제 실시 정부의 신속한 개입으로 대혼란을 피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에 대한 한국 국민의 높은 신뢰감은 타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혼란이 한국에서만 없다는 것에서 증명된다.

 

반면 일본과 미국에서는 마스크, 화장지, 소독용 알코올 등의 대규모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감이 낮기 때문이다.

 

한국은 국내 뿐 아니라 국외로도 감염상황과 정부의 대응을 적극적으로 알려, 국제적인 신용도를 높였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3월15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링크).


“검사가 우리나라 대책의 중심이다. 조기 발견으로 이어져 감염이 확산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고 감염을 알게된 사람들을 조기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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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백악관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한 CDC와의 회의를 보안 은닉 정보로 지정했다. 이것이 대응 지연의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 각지에서 감염이 퍼지고 있는 가운데 정보가 은닉되어 버리면 필요한 대응은 늦어  밖에 없다전문가라도 '보안 허가(security clearance)' 없이는 회의에 참석할 수 없고, 필요한 정보를 입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링크). 

 

염이 전세계로 확산된 가운데 정보를 보안상층부에 숨기는 것은 국민의 불안감을 부추길 뿐이다.

 

 

 

문제만 있는 일본

 

정보공개에서도, 검사에서도, 미국 이상으로 문제가 많은 곳이 일본이다. 우선 검사 수가 적다. 검사수가 적기에 감염자수도 적다는 말이다. 일본의 무역량이나 출입국자 수를 생각하면 실제로 감염자수가 적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실제 감염자수는 보고된 수 이상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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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초순의 최대 검사수는 1500건이고, 3 15일에 이르러도 하루 4000 이하다. 2 6일부터 3 15일까지의 검사 수는 12000건에 불과하다일본 정부는 '하루 최대 7000건까지 검사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하지만 하루 2만 건의 검사를 실시해온 한국에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검사수와 상관없이 이미 감염자가 늘어난 지역에서는 병상의 수가 문제다. 병원이 감염자를 다 수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 일본에서 검사수를 확대하면 의료 붕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일본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정 감염증"으로 분류된. 법률상 지정 감염증에 감염됐다면 무증상이든 경증이든 입원/격리 조치를 해야 한다. 자택에서 요양/격리는 할 수 없고, 염증에 대응할 있는 의료기관이 아닌 병원이라고 해도 입원해야 한다. 이는 원 감염이 확산되는 이유가 된다(링크).

 

이런 상황에서 검사 수를 늘려 감염 양성자 수가 늘어나면 패닉과 팬데믹이 일어나니 숨기는 것이다. 

 

 

 

아베 정권이 감염자를 '숨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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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이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의도적으로 검사를 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지적이 있다. 감염자 수를 숨기기 위해 검사 자체를 적게 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베 정권이 올림픽을 위해 감염자 수를 숨기려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짜 이유는 첫째, 대량 검사를 할 능력이 없고, 둘째, 감염자를 병원에 수용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무증상자와 경증자를 자택 격리·자택 요양 시키는 유연성도 없다는 실태가 이를 증명한다. 

 

원래 일본에는 미국이나 한국과 같은 감염증 대책의 전문 조직인 질병예방관리센터(CDC)가 없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상황을 숨기다 집단 감염을 허용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지만(이로 인해 아베 정권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조작하려는 모습이 국내외로 퍼졌다), 감염증이 발생한 상황에서 전문가가 신속히 대응하는 체제가 없다. 현재는 후생노동성의 관료와 산발적으로 참가하는 전문가가 일관된 계획 없이 대응하는 상황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졌을 때 있었던 아베 총리의 회견부터 문제가 많았다. 준비된 원고를 읽을 뿐 기자들의 질문도 제대로 받지 않았다. 그야말로 정부 홍보로, 이는 불신을 부추기는 계기가 됐다)

 

대량검사는 정부가 "하자"라고 결정해도 용이하게 도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복잡한 위생 설비, 검사에 필요한 재료 확보, 검사를 실시하는 인원, 채취된 샘플을 검사할 기술자, 수급 상황을 관리하는 IT 시스템, 유연한 유통/관리 등, 세심한 기획·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보틀넥(생산 확대의 과정에서 생기는 생산 요소 부족에 의한 장애)를 해소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사이에도 감염은 확대되기 마련이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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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질병관리본부가 중심이 되어 언젠가 팬데믹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준비해왔다. 하지만 일본은 문제를 숨기고 팬데믹을 컨트롤 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조작하려다가 실패했다. 

 

세계적으로 팬데믹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올림픽을 강행하려는 것이 상황 판단 능력의 부재를 보여주는 증거다. 각국의 대표 선발전이 취소되었는데 누가 올림픽에 출전하려 하겠는가. 스타 선수도 안 나오고 신기록도 안 나오는 올림픽은 재미가 없다. 텅 빈 장소, 성원 없는 경기를 바라는 선수들이 있을까. 

 

아베는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올림픽을 확실히 연기하겠다는 선언을 시작으로 대응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물론 그것은 일부분이고 시작일 뿐이지만, 그것이 없으면 국제 사회의 신뢰도, 일본 내의 신뢰도 잃는다. 지금과 같은 은폐와 조작은 단기적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아베의 패배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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