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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1세기 아수라장

 

지금부터 1년 전인 2022년 11월 30일, 인공지능 챗봇 ChatGPT3를 발표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던 OpenAI가 다시 한번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쌤 얼트먼(앞으로 정겹게 '쌤'이라고 부르겠다)을 덜컥 해고한 것이다.

 

ChatGPT 발표 후 쌤은 ICT업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주목 받는 유명인이 되었다. 인공지능 관련 국제회의가 개최되면 무조건 부르는 섭외 1순위 인물이다. 그런 유명인을 이름도 들어 본 적 없는 OpenAI의 이사들이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잘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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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쌤이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케이 스타트업 OpenAI를 만나다’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출처-<한겨레>)

 

전 세계 주요 언론은 요즘 가장 뜨거운 소식인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소식을 제쳐 두고 쌤 해고 소식을 헤드라인에 걸었다. 그럴 만했다. 인공지능이 늘 인류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리라 언급되는 터라 평소에 하듯 가벼운 기업인 해고 사건처럼 가볍게 다룰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쌤을 이사들이 덜컥 자른 것보다 더 기막힌 사건이 벌어졌다. 쌤이 마치 예수처럼 부활한 것이다. 해고된 지 닷새(혹은 나흘) 만에 쌤이 회사로 복귀했다.

 

2. 점 찍는 걸로 되겠어?

 

죽음을 가장한 뒤 입가에 점 하나 찍고 돌아온 여인이 딴 사람인 양 행세하며 남편과 시집에 복수를 하는 막장 드라마가 있었다. 그 드라마를 막장이라고 하는 것은 내용의 선정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점 하나 찍고 돌아온 여인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남편과 시집의 반응을 당연한 듯 태연하게 보여주는 드라마 설정과 벌어지는 사건들에 개연성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쌤을 느닷없이 해고한 것은 그렇다 쳐도 해고한 지 일주일도 안 된 그가 복귀할 거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해고 후 벌어진 정황이 그런 개연성을 배척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장인 사티아 나델라가 쌤의 해고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쌤은 물론이고 쌤을 따라오는 OpenAI 직원도 모두 받아 주겠다는 X(옛 트윗)을 날렸다. 쌤도 곧장 마이크로소프트로 옮기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사람들은 이 사건이 쌤과 적지 않은 OpenAI의 직원들이 마이크로소프트로 이직하며 끝날 줄 알았다. 이런 예상이 가장 많은 사람이 지지할 합리적인 추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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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는 "쌤과 그레그 브록먼이 동료들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AI 연구팀을 이끈다는 소식을 전하게 되어 기쁘다"는 것(출처-<사티아 나델라 X 캡처>)

 

나 역시 그런 추론에 기반해 옛날 모세와 노예들이 이집트에서 탈출한 것과 같은 스펙터클한 엑소더스를 기대했다. 사건은 예상과 기대를 배반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770명 전체 직원 중 7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쌤이 돌아오지 않으면 모두 마이크로소프트로 이직하겠다는 위협에 이사회가 무릎을 꿇은 건지 마이크로소프트가 숨겼던 호랑이 발톱이 두려워 납작 엎드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쌤 혼자, 간결하게 돌아오는 것으로 아주 싱겁게 사태가 수습되었다.

 

일각에서는 쌤에 대한 직원들의 신망이 높아 쌤이 돌아올 수 있었다고 설명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회사가 공중 분해될 갈림길에서 직원들이 비영리 법인에 지원한, 자기 신념도 상처받지 않고 회사도 살리는 가장 현실적인 길을 선택한 게 맞는 듯하다. 쌤에 대한 직원들의 충성심이 대단해서 직원들이 이사회를 협박한 것 같진 않다.

 

현실적인 직원들 처지에서는 OpenAI에 잔류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다. 마이크로소프트로 옮긴다고 해서 더 높은 연봉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더 정형화된 회사 생활을 하게 될 텐데 가능한 한 OpenAI에 남는 것이 정말 남는 것(!?)이다.

 

내막을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쌤은 터미네이터의 유명한 대사, 'I will be back!'을 외치지도 않고 살아 돌아와 CEO에 복귀했다. 더불어 쌤 한 명이 돌아오는 대신 쌤을 축출한 다섯 명의 이사가 모두 사임하는 막장 드라마가 완성되었다.

 

3. 막장 드라마의 시작, 일론 머스크

 

이 막장 드라마의 최초 원인 제공자는 전 세계 첨단 산업 관련 대소사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테슬라 자동차 사장, 일론 머스크다. OpenAI를 설립할 당시에도 인공신경망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개발은 돈을 마구 쏟아부으며 더 많은 컴퓨팅 자원을 동원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오차역전파(backpropagation) 기법을 창안해서 인공신경망 인공지능 개발사에 일대 획을 그었던 인공지능 대부 제프리 힌턴이 자기 회사를 구글에 판 뒤 구글에 몸담고 연구를 이어 나간 것도 인공신경망 인공지능 개발에 드는 막대한 비용 때문이다.

 

인공지능 파멸론자(Doomer) 제프리 힌턴_출처 AP Photo.jpg

제프리 힌턴

출처-<AP Photo>

 

일론 머스크도 간판 사업 테슬라의 자율주행 자동차나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려면 누구보다 인공지능이 필요했다.1) 일론 머스크가 알파고로 유명한 딥마인드에 구글보다 먼저 투자했던 것도 자기 사업에 딥마인드 기술이 유용하리라 예상했기 때문일 터이다. 참고로 이후 자기 바람과 달리 딥마인드의 인공지능은 테슬라 자율주행 자동차나 휴머노이드 개발에 크게 도움이 될 만한 인공지능이 아니라고 판단했던지 합병이나 업체 인수는 하지 않고 투자 수익만 올린 채 손을 뗐다.

 

일론 머스크는 대놓고 인공지능 개발을 반대 혹은 규제하는 것을 주장한다. '비영리 법인' OpenAI 설립을 주동하면서 일론 머스크가 내세운 이유도 구글 같은 초거대 기업의 인공지능 독점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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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한 행사(베니티 페어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썜 당시 와이콤비네이터 사장(출처-<Michael Kovac, Gettyimages>)

 

일론 머스크는 최초 10억 달러(원화로 1조 3천억 원)로 OpenAI를 설립하기로 했다. 억만장자인 자신이 있으니 일단 자금 문제는 해결하고, 간판 개발자로 제프리 힌턴과 사제지간이자 동업자였던 인공지능 스타 개발자 일리야 수츠케버를 영입했다. 슈츠케버 영입에 성공하자 OpenAI는 인공지능 개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듯 보였다. 심지어 비영리 법인으로 회사 꼴도 갖춰 인공지능 윤리 문제도 피해 갈 구멍을 만들었다.

 

꽃길을 걸을 듯했으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일단 조성된 기금이 턱없이 부족했다. 기금 조성 목표액은 10억 달러였는데 회사 금고에 들어온 자금은 달랑 1억 3천만 달러였다. 일론 머스크는 5천만 달러를 내놓은 다음, 더는 자금을 출연하지 않았다. 설립 주동자조차 더는 출자하지 않았으니, OpenAI의 앞날이 험난할 것은 불 보듯 뻔했고 이 기간 만든 인공지능의 성능은 그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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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 그리고 일리야 수츠케버 공동 창업자 겸 최고과학자

출처-<로이터> 

 

OpenAI의 초기 거대 언어 모델 GPT-1과 GPT-2은 업계의 큰 관심을 거의 받지 못했다. 성과도 지지부진한데 돈도 다 떨어지자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테슬라의 사장이기 때문에 OpenAI와 이해 충돌 여지가 있다며 회사를 떠나버린다.2) 결별 이유가 정말 터무니없었다. 왜냐하면 OpenAI를 설립할 때도 그는 테슬라 사장이었다. 막장 드라마는 이렇게 일론 머스크로부터 시작되었다.

 

4.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마치 돈을 다 댈 것 같던 최대 기부자가 떠나자 회사는 파산 지경에 이른다. 일론 머스크 대신 비영리 법인에 천문학적인 돈을 낼 기부자를 찾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회사는 문을 닫거나 인공지능 개발 대신 피켓 들고 미 의회 의사당 앞에서 시위하는 것으로 사업의 방향을 바꾸던지 해야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남다른 목표와 방법으로 비영리사업을 하려 했던 OpenAI는 구태의연한 시민 운동 방식은 거부했다.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그러나 현실에서는 절대 실행할 생각은 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적으로 인류 복리에 복무하는 인공지능 개발이라는 OpenAI의 남다른 목표를 달성할 계획을 세운다.

 

이들의 남다른 목표는 기존 시민 운동이 의지하는 전통적인 방식인 재능 기부나 소액 기부로는 절대 실현 불가능한 목표다. 설사 천문학적 금액을 한두 번 기부 받는다 해도 불가능하다. 사람이 보기에 만족할 만한 인공지능을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산은 얼마나 소요될지 정확하게 산정할 수 없으니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언제든 걱정 없이 현금을 꺼내 쓸 화수분이 필요했다. 그래서 화수분을 구하기로 했다.3) 역시 남다르다… 이들이 원했던 화수분을 구하고자 만든 OpenAI는 다음과 같이 구조를 갖춘다.

 

1) 사업구조를 기존 비영리 법인인 OpenAI 아래 영리사업을 하는 OpenAI Global LLC(Limited Liability Company, 유한책힘회사)라는 자회사를 두는 것으로 바꾸고

 

2) 모회사에 기부할 돈을 영리 법인인 자회사 투자로 만들어 잠재 투자자들이 자본 이득이라는 미끼를 덥석 물게 만들고

 

3) 자본 이득(혹은 투자 수익)은 자회사의 수익으로 지불하되(이 말은 자회사가 수익을 내지 못하면 투자 수익은 없다는 말과 같다) 투자액의 100배라는 한도(cab)를 씌운다.4) 100배 가치에 이르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면 더는 배당하지 않는다.

 

4) 투자에 따른 지분은 인정하지만 주주의 일반적인 권리인 의결권은 인정하지 않는다. 즉, 투자자들은 회사를 경영하는 이사회 이사 선임권도 없다. 투자자가 투자와 관련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자회사가 펑펑 수익을 내서 하루빨리 털고 나오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상상치도 못한 돈벌이 수단을 만들어내는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이지만 시민 운동이나 비영리사업에 이런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모델은 쓸 수도 없고 써서는 안 되는 방법이다. 왜냐하면 시민 운동의 상대는 대개 정부, 거대 기업처럼 거대 권력을 쥔 이들이기 때문이다.

 

OpenAI 설립 목적은 이미 언급한 것처럼 구글 같은 거대 기업이 인공지능 시장을 독점하는 것을 막고, 인류 전체 복리에 기여하는 인공지능을 손수 개발하는 것이다. 이런 목표를 일론 머스크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소수 거액 투자자의 목마를 타고 독립적이며 자유롭게 실현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난센스다. 지나가던 개도 웃을 만한 희대의 난센스다.

 

회사 문 닫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이성을 놓아 버린 탓인지 아니면 자신의 운을 너무 믿은 탓인지 OpenAI의 6명 이사들은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것이 가능할 거로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이사들의 집단 창작품인지 아니면 쌤의 독단적인 생각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OpenAI 이사회가 '효과적 이타주의'에 경도되어 있다는 것이 세간의 평이었지만 쌤 해고 사건을 봐도 그렇고 6명 모두 처음부터 별 이견 없이 쉬이 화수분을 구할 생각에 동의했던 것 같지는 않다.5) 어쨌거나 OpenAI 이사회는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모델을 결정하고 실행 책임자로 쌤을 선택했고 그는 OpenAI의 CEO가 되었다.

 

5. 화수분 발견

 

동양 소설에나 나올 법한 화수분은 있었다. 수익도 제한하고 경영 참여도 원천 봉쇄한다 했는데 초거대 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당나귀에 화수분을 싣고 백기사처럼 OpenAI 앞에 떡하니 등장한 것이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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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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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블록미디어>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져온 화수분 덕에 OpenAI는 창사 이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시절을 보낸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퍼주는 돈 덕분에 지지부진하던 거대 언어 모델 개발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자본 참여 후 2020년 6월에 공개한 GPT-3의 급격한 성능 향상은 업계 관계자나 전문가들의 시선을 휘어잡기에 충분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22년 11월 30일, OpenAI는 ChatGPT를 발표하며 인공지능 업계에서 최강자로 떠오른다.

 

휴대전화와 PC를 쓰는 사람에게 ChatGPT가 보여주는 세상은 이전에는 한 번도 겪지 못한 신세계다. ChatGPT가 보여주는 것은 검색한 홈페이지 주소를 몇 페이지에 걸쳐 나열하던 네이버·구글·빙이 보여주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어떤 분야에 관해 질문하건 6하 원칙, 기승전결에 맞춰 전문가 뺨치는 대답을 만들어 토해냈다.7) 그 대답은 듣도 보도 못한 정보까지 포함하며 유려한 글솜씨로 포장되어 있었다. 심지어 "전 인공지능이라 그런 걸 잘 몰라요"라며 겸양을 떨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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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AFP PHOTO>

 

학생, 소설가 지망생,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개발자, 정보통신 사업가처럼 PC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중심으로 난리가 났다. 몇 가지 핵심 키워드만 알려 주면 보고서면 보고서, 소설이면 소설, 시면 시, 랩이면 랩 원하는 형태로 뭐든 척척 만들어 줬다. 심지어 그림 잘 그리는 동생 달리(DALL×E)에게 부탁해 그림도 그려줬다.8)

 

대박이 터졌다. ChatGPT는 그 어떤 인터넷 서비스보다 가파른 성장을 했고 그걸 만든 OpenAI는 인공지능 업계의 선두 주자로 우뚝 섰다.

 

올 11월 6일, 1년 만에 쌤이 대표 발표자로 나서서 새로운 버전의 ChatGPT를 소개하는 개발자 회의가 열렸다. 쌤의 발표를 보다 자연스럽게 이 개발자 회의는 OpenAI가 마이크로소프트 자회사라는 걸 커밍아웃하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영리 법인의 개발자 회의라기보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영리 회사의 신제품 발표를 보는 것 같았다. 동시에 정작 도랑 치고 가재 잡은 건 OpenAI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6. 정작 도랑 치고 가재 잡은 건…

 

이사회가 쌤을 자를 때 그가 솔직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다. 공식 성명의 정확한 표현은 '쌤이 이사회와 소통하는데 늘 솔직하지 않았다(He was not consistently candid in his communications with the board)'였다.9)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쌤은 마이크로소프트 편에서 OpenAI에서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 기조로 강하게 밀어붙이며 나머지 이사들과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쌤의 해고와 복귀는 주목해야 할 두 개의 시사점이 있다. 먼저, OpenAI가 추구한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모델은 비영리 법인이 쓸 방법도, 가능한 방법도 아니라는 것을 재차 증명한 것이다. 민주적 공동체 가치를 우선하는 시민 운동에는 그에 걸맞은 방법이 있다. 거대 자본을 업고 도랑 치고 가재 잡는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모델은 이런 운동에 적합하지 않다.

 

둘째 시사점이 더 중요한데 최대 주주 마이크로소프트의 상업적 영향력이 비영리 법인 OpenAI 조직 전체로 미치기 시작했고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OpenAI는 비영리 법인 간판을 영원히 떼지 않을 테고 CEO 쌤은 어떤 자리에서든 OpenAI가 비영리 법인임을 강변할 터이다. 하지만 OpenAI의 법적 실체가 어찌 되었건 쌤의 해고 복귀 사건을 거치며 OpenAI는 실질적인 마이크로소프트 자회사가 되었다.

 

쌤을 탄핵했던 이사진들은 모두 사임했다. 자회사를 지배하고 경영하는 OpenAI 이사회에 마이크로소프트도 이제 이사를 선임할 것으로 보이며 협상 중에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몇 명이나 선임할지 알 수 없으나 몇 명이 되건 OpenAI 이사회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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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챗GPT-달리3>

 

새로 선임할 이사들은 학자나 연구자가 아니라 정치·사업·금융 쪽의 전문가들 중에서 물색하고 있다고 한다. 2명은 이미 선임했다. 개중 한 명은 오바마 시절 재무 장관이었던 래리 써머스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다.10) 써머스의 이사 선임은 아마도 인공지능을 규제하려는 미 정치계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써머스는 인공지능이 만드는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며 인공지능 개발을 규제하기보다 촉진하는 것을 지지하는 인물이다.11)

 

도랑 치고 가재 잡은 건 OpenAI가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다. 쌤의 해고와 복귀 사건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마리오네트 인형이 된 OpenAI를 조정하기 위해 잡은 줄이 식별할 수 있을 만큼 선명해졌다. 일론 머스크가 나간 뒤 OpenAI와 마이크로소프트 사이에서 광속으로 벌어졌던 일들을 복기하면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모델은 OpenAI가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머리에서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투자자에게 터무니없이 불리한 조건에서 잘못되면 회사의 존망이 걸린 천문학적 돈을 마이크로소프트가 별 망설임이 내놓은 것처럼 보인 것도 그 계획을 주도한 것이 OpenAI가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였기 때문이었을 터이다. 쌤의 해고와 복귀를 비롯해 모든 사건 배후에는 마이크로소프트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계속>

 

1) 일론 머스크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려는 목적은 인간이 지구를 벗어나 다른 행성에서도 살게 되는 다행성 종족(multi-planet species)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 목표의 첫 단계는 알려진바 화성 개발이다. 화성을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려면 당연히 그 토대를 마련할 개척자(pioneer)가 필요하다. 마치 미 대륙 개척사를 보는 듯한 기시감이 드는 이 일론 머스크의 계획에 휴머노이드 로봇은 핵심 자원이다. 높은 급여가 보장하면 자원자를 뽑기가 어려울 것 같지는 않지만 돌아올 수 없는 사지(전쟁처럼 싸우다 죽는 것도 아니고 공기가 없어 생명유지장치가 없이는 죽을 수밖에 없는 곳)로 사람을 보내는 일은 사기업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작동할 인공지능이 일론 머스크에게 꼭 필요하다.

2) 올 3월 보도된 뉴스에 따르면 당시 일론 머스크는 스스로 회사를 떠난 것이 아니라 회사를 접수하려 시도하다 쌤과 이사진들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했고 그 결과로 OpenAI와 결별하게 되었다고 한다. 정확한 내막이 밝혀진 것은 없다. 일론 머스크는 대표적인 인공지능 반대파다. 겉으로는 보기엔 그런데 겉과 속이 같은 것 같은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일단 그가 영위하고 있는 모든 사업이 인공지능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들이다. 머스크는 2014년 구글이 인수하기 전에 딥마인드에 투자해서 상당한 자본 이득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https://www.businessinsider.com/elon-musk-reportedly-tried-lead-openai-left-after-founders-objected-2023-3

3) 민간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는 가능한 방법이 많다. 돈은 오직 술값과 밥값을 계산하는 용도로만 생각하는 사람만 대통령이 되지 않으면 정부는 과학기술 개발을 위한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배정해서 실행하면 된다. 물론 국민들이 색안경을 끼고 정부를 불신하면 답이 없긴 마찬가지다. 한때 우리나라도 베끼고 싶어 했던 대통령제와 대의민주주의를 자랑했던 미국이지만 정치에 대한 국민 의식은 유럽에서 구권력에 맞서 시민혁명을 했던 시절에 멈춰 있는 듯하다. 코로나 때 정부를 불신하는 이들을 봐도 그렇고 트럼프 패배 후 의회를 무력으로 점거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평균적으로 우리 국민들이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에 비해 진보적인 정치 참여 의식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4) 100배의 기준이 되는 금액이 정확히 투자 금액의 100배 인지 아니면 투자할 당시 회사 가치의 100배인지 명확하지 않다. 기준이 뭐든 100배 정도면 자본 시장 관례에 비추어도 충분히 수익을 보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5) 미국 IT업계의 사업가나 연구자들 중에는 효과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을 신봉하는 이들이 꽤나 많다. OpenAI 이사들도 상당수 효과적 이타주의자들로 알려져 있다. 효과적 이타주의자들은 공리주의적 이상인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효율적을 달성하기 위해 보다 나은(better) 방법보다 최선(best)의 방법을 찾는다. 일리야 슈츠케버 같은 OpenAI 이사회 내 효과적 이타주의자들은 비영리사업과 영리사업의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모델이 최선의 방법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6) 이 대목에서 애초에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한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일 가능성도 있겠다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쌤은 사회 운동가가 아니라 유니콘 되는 게 꿈인 작은 스타트업을 키우던 액셀러레이터였고 OpenAI 이사회 구성원 중에서 IT업계에 인맥이 가장 넓은 인물이었다. 외부 투자자와의 접점은 아마 쌤이었을 것이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쌤과 소통하며 투자 계획을 세우고 실행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모델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안한 계획일 가능성이 높다. 전혀 일반적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투자자에게 불리한 이런 계약을 상식적이지 않은 빠른 속도로 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제안이 OpenAI가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7)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라고 한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모차르트가 첼로 협주곡을 작곡했다고 떠들고 작품 번호까지 그럴싸하게 지껄였던 게 인공지능이 보여준 대표적인 할루시네이션이다. 모차르트가 첼로 협주곡을 작곡한 적이 있는지 없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발견된 것이 없으니 작곡한 적이 없다고 추정할 뿐이다. 그러므로 발견된 모차르트 첼로 협주곡은 해야 정확하다. 문제는 인공지능의 할루시네이션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기인한다기보다 인간이 축적한 지식의 불완전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으로도 결핍이 많고 취약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학습해서 생긴 결과로 보인다. 그래서 거짓말(lie) 대신 환상이나 잘못된 신념을 의미하는 할루시네이션이라는 용어를 쓴다.

8) OpenAI는 그림 그리는 AI 달리(DALL•E)도 개발했다. 뮌헨 막스밀리안 대학교 CompuVis 그룹이 개발한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모델을 기본으로 개발된 인공지능인데 텍스트를 이미지로 바꿔주는 재주가 있다.

9) https://openai.com/blog/openai-announces-leadership-transition

10) Economist Larry Summers joins the board of OpenAI as ousted CEO Sam Altman returns, CNN news

11) OpenAI 이사 선임 이후 래리 써머스가 블룸버그와 가진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