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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죄를 지은 사람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지켜보는 일”

 

이라 답할 것 같다.

 

온갖 종류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훌륭한 인재’로 이미지 탈바꿈을 하면 대통령도 할 수 있는 나라이니, 한국 사회에서 정의를 말하는 것은 어쩌면 우둔한 일일지 모른다. 슬픈 현실이다.

 

만약 칠레 현지 언론이 칠레 외교관 성추행 사건을 보도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처벌을 받았을까? 칠레 대사관은 지난 9월부터 박모 참사관의 성폭력 관련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적극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결국 세계적(?) 이슈가 되었다. 언론에 밝혀지고 일이 커지니 그제야 직무정지를 시키고 본국으로 소환을 하긴 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다.

 

칠레대사관은 미리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왜 해당 직원의 작태를 막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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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뉴스>

 

위의 보도에 따르면 윤병세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물론 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해야 하는 게 맞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외교부에는 자체적인 감찰 행정이 부재하고, 내부에 깊숙이 박혀 있는 ‘그들만의 리그’와 그 속에서 맺어진 ‘전우애’가 있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오랜 기간 쌓여진 내공으로 똘똘 뭉쳐있다.

 

예를 들어보자. 2013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때, 주영 한국대사관은 인력을 충당하기 위해 단기 인턴을 채용했다. 2차 최종 면접관이었던 S는 지원자에게 ‘윤창중 사건과 동일한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대처 할 것인가’에 대해 물었다. 이 때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응답한 지원자는 해당 면접에서 탈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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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당시 상황을 유일하게 보도했던 기사다. ‘윤창중 사건’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가 망신 사례였다. 어떠한 목적을 갖고 면접을 진행했는지 모르지만, 기사의 제목처럼 ‘황당한 인턴 면접’이었던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가장 석연치 않은 건 어느 누구도 ‘황당한’ 질문을 던졌던 공무원이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해당 건으로 어떠한 불이익을 받았는지, 아무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는 것이다. 치명적인 실수를 해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리라는 그들만의 법칙이 작동한 셈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2004년, 여기자를 성추행했던 외교부 간부가 있었다. 해당 사건의 경우 해당 외교관이 3개월 감봉의 경징계를 받았다는 내용이 보도되긴 했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다.

 

참고로, 영국의 경우, 대사관에 행정직원으로 취직을 하게 되면, 대사관에서’Exempt Visa’를 발급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영국에서의 체류 문제를 해결해주는 셈이다. 행정 직원도 엄격한 의미에서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직책 임은 틀림없기 때문에 그렇게 처리하는 것이 온당하다. 하지만 모든 인사 권한을 쥐고 있는 외교관들은 이러한 약점을 부여잡고,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혹여 상급자에게 밑보여 퇴사를 하게 될 경우, 생활은 물론 삶의 터전도 함께 잃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기 때문에 그렇다. 이러한 복합적인 이유 때문에 주영국대사관에서 외교관들의 권한 행세는 안중무인이다.

 

2004년 여기자를 성추행 했던 외교관 A, 그는 그후 모 대사관에서 재직했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에게서 잊혀졌다. 그들만의 법칙이 작용함 셈이다. 누가 기억하고 있으랴. 

 

누군가가 권력을 사유화한 그 권력으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 부당한 처우와 부적절한 행동을 취했다면,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고, 피해를 입은 사람은 보상을 받아야 하겠지만, 실상은 부당한 이의 권력이 부당함을 유지시켜주고, 피해자는 오히려 부당한 짓을 한 누군가가 ‘잘 먹고 잘 사는’것 까지 지켜봐야 한다면,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시간이 흐르면... 그렇게 잊혀져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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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 가운데, 이러한 풍토가 가장 깊숙하게 숨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가장 드러나지 않는 부처가 있다면, 그곳은 바로 외교부이다. 치부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집단 만큼 썩은 집단은 없다. 감시의 사각지대에 숨어 있는 곳,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도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켜야 하는 기술이 핵심인 이들에게 스스로를 개혁하는 일은 어떤 일일까? 누군가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잘못을 인정하겠다는 태도가 진심으로 들릴 수 없다면 속을 알 수 없는 부자연스러운 이들에게 발전이란 무엇일까?

 

시간 흐르면 잊혀질 거라는 습관은, 깨져야 하지 않을까.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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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YAN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