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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주

 

 

'찌라시 세계사'는 재미난 역사적 사건을 대화체로 풀고 썰을 마구 첨가하여 남녀노소 상하좌우 친박반박까지 한국사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한 새 연재입니다.

 

찌라시만큼 흥미진진하고 쫄깃하여 찌라시인 것이지, 진짜 찌라시와는 무관하니, 맘 편히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슬람군이 개돼지가 아니란 것을 몸으로 체득한 십자군은 가능한 싸움을 피하는 쪽을 선택했어. 방법은 안티타우루스 산맥을 우회하는 길인데 어째 이름만 들어도 산길이 힘들 것 같은 예감이 스물스물 올라오지 않아?

 

이 우회길은 완전한 건조지대로 기온이 30도가 넘었고 물을 찾는 것도 어려웠다고 해. 거기다 잊을 만 하면 나오는 좁은 벼랑길은 한 발짝만 잘못 내디뎌도 하느님 곁으로 가게 되어 있었어. 가 보진 않았지만 지옥도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어. 십자군은 이럴 바에는 차라리 투르크 전사들과 싸우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그만큼 험난한 길이었어.

 

1차 십자군은 지금으로 치면 프랑스에 위치한 영주와 기사들이 주축을 이뤘어. 여기, 이름만 들어도 프랜치 키스와 에펠탑이 마구 연상되는 보드앵이라는 장군 이야기를 하고 갈까 해.

 

그는 지금 대성통곡을 하고 있어.

 

왜냐고? 이 험난한 산맥을 넘어오는 동안 자신의 부인 고틸드가 피로와 더위에 지쳐 사망한 거야. 십자군을 이끄는 한 축이면서 로맨티스트라고?

 

어디 보드앵의 마음속을 들여다보자고.

 

“아니. 이 미친 여편네야. 왜 이런 길을 따라나선다고! 그냥 집에서 아랫것들 시중이나 받으면서 지낼 일이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으니 모험이 하고 싶었던 것이냐? 왜 이런 곳에서 죽어 버리느냐고 이 망할 여편네야!”

 

뭔가 슬퍼하는 듯하면서도 짜증과 원망이 절묘하게 믹스된 듯한 속마음이 느껴지지?

 

이 부부의 관계를 좀 더 살펴봐야겠어.

 

사실 보드앵은 부인의 돈을 보고 결혼한 거였어. 그 왜 흔한 스토리 있잖아. 가난한 집 장남이 판사가 되어 -사랑도 없이- 부잣집 딸과 결혼을 한다는 그런.

 

부인이 죽게 되면 전 재산이 보드앵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친정으로 돌아가게 되었다고 해. 그러니 사랑은 없고 욕심만 가득한 보드앵의 짜증 섞인 대성통곡이 이제야 납득이 가지!

 

보드앵 : 아이고! 부인 없이 어찌 이 세상을 살라고 이리 혼자 떠난단 말이요.

 

(보드앵의 속마음 : 아이고! 부인(돈) 없이 어찌 이 세상을 살라고 돈은 남겨 두고 혼자 떠나지.)

 

이런 자는 십자군 기사나 장군이라고 부르기 아까우니 이제 그냥 보드앵 이라고 부르겠어. 보드앵은 엉엉 울다가 갑자기 울음을 멈추고 막사로 혼자 들어가 미친놈처럼 웃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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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걱정한 보좌관이 막사로 따라 들어가 이유를 물었어.

 

자, 이제 미리 설치해둔 CCTV로 둘의 대화를 엿들어 보자고.

 

“괜찮으십니까? 여기 이 손가락이 몇 개로 보이십니까?”

 

“낄낄낄. 괜찮다. 이놈아. 나 멀쩡하다. 그냥 방금 굿 아이디어가 떠올라 이러는 게다. 역시 신은 간절히 바라는 자에게 길을 알려 주시는 것 같구나.”

 

“무슨 말씀이신지? 울다가 갑자기 기뻐하시니?”

 

“에데사로 가는 거다. 지중해의 무역도시! 돈이 흘러넘치는 약속의 땅 에데사로 갈 것이란 말이다.”

 

“아니 십자군이 갑자기 에데사로 왜 갑니까? 거긴 우리 기독교의 통치 아래 있는 곳 아닙니까? 우리 십자군은 타도 이슬람인데? 에데사에 가서 전열을 정비하려고 그러십니까?”

 

“타도 이슬람 같은 소리하고 있네. 기사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어야 하지 않겠느냐? 지금 적군이고 아군이고 가릴 처지가 아니다. 낄낄낄"

 

“아~~ 지금 그러니까 우리 편을 베어서 돈을 챙기러 가겠다 이 말씀이시군요. 에라이! 이 개만도 못한 놈아. 난 오늘부로 네놈 보좌관 생활 그만둔다. 해쳐먹어도 어느 정도껏 해 먹어야지. 이제는 아주 같은 편을 삥 뜯어? 그러고도 네 놈이 기사냐? 날강도지. 십자군이라는 이름으로 신성한 종교를 더럽히지 말아라. 퉷!”

 

실제로 보드앵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이 떨어져 나갔지만 그래도 수백 명의 군사가 보드앵을 따랐어. 같은 편을 침공하기 위해서. 아니 오직 돈을 쫓아 인간의 양심과 교인의 신앙, 기사의 자존심을 모두 버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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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정말로 금속세공의 발달로 돈이 넘쳐나는 지중해의 무역도시 에데사로 출발했어.

 

자 이제 쓰레기 기사단이 나가신다. 세상의 모든 정의는 길을 비켜라! 아자자자자자.

 

이곳에 도착하여 시 청사를 접수한 기사단은 늙고 병든 에데사의 시장을 협박, 회유했어.

 

“이보쇼. 거 나이도 많은데 이런 과도한 업무를 맡아서 되겠소? 앞으로 우리 십자군이 시의 모든 재정과 행정을 도맡아 처리할 테니 영감, 아니 시장님은 집에 가서 편히 쉬세요."

 

“아. 네 그러죠… 업무 보시는데 필요한 거나 걸리는 게 있을 땐 언제든지 말해 주시오.”

 

“그런 거 없소. 이제 집무실에는 안 나와도 되니 서로 얼굴 볼 일 없도록 합시다. 대신 그동안 누리던 급여랑 복지혜택은 그대로 유지되니 여생 편안히 즐기슈. 아하 참, 그리고 이 서류 이거 그냥 형식적인 거니까 싸인이나 언능 해 주고 가슈.”

 

“이게 뭔지?”

 

“아씨. 그냥 빨리 싸인하고 가라고. 지금 다 술 먹고 노느라고 바쁜 거 안 보여? 꼭 말을 거칠게 해야 듣지!”

 

늙은 토로스는 서류에 서명을 하고 그대로 줄행랑을 쳤어. 그가 서명한 서류의 주요 골자는 한 마디로 이거였어.

 

“나 토로스가 (자살, 타살, 의문사 포함) 어떠한 형태로던 사망하게 될 경우, 이 도시의 모든 것을 보드앵에게 아무 조건 없이 자동적으로 위임한다. 에데사 주인 백”

 

이건 누가 봐도 당신이 자연사하는 것을 기다리기 지겨우면 널 죽이겠다는 경고장이었어.

 

 

한편, 양아치즈~ 아니 보드앵 무리를 제외한 십자군 본대는 지금의 터키 동부 지역인 안티오크에 막 도착했어.

 

우선, 안티오크 지역에 대해서 좀 알아보고 가자고.

 

안티오크는 시리아와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교통의 요지이자, 보급창고 역할을 하는 곳이야. 사도 성 베드로가 기독교 초기 이곳에 교회를 설립했다고 해. 기독교인도 아니고 지리에도 약한 분들은 이 설명만 듣고는 왜 중요한지 확 감이 안 오지?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엄청 중요한 지역이니 십자군 본대가 도착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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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청 코너 십자군에 맞서 싸울 홍 코너 안티오크의 군주 야기시안을 소개할까 해.

 

당시 안티오크는 이슬람의 지배하에 있었지만 기독교인들도 같이 생활하고 있었고 모든 주민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었어. 그래서 안티오크의 기독교인들은 십자군의 선포에 의아해하고 있었던 거야.

 

“안티오크의 모든 기독교 형제들이여! 그대들이 종교의 자유도 없이 억압된 생활 속에서 하루하루를 지옥과도 같은 생활로 연명하고 있다는 것을 다 안다. 우리 십자군이 형제들을 구해내 줄 테니 조금만 기다리시오.”

 

이 선전포고를 들은 성내의 기독교인들은

 

“아니 지금 저 양반들은 도대체 먼 소리를 하고 있는 거요? 우리는 그냥 모든 자유 누리며 잘살고 있는데 도대체 어디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 준다는 건지. 괜히 야기시안 군주한테 우리까지 오해받는 거 아닌가 몰라.”

 

“에이 오해는 무슨 오해. 우리가 여기 같이 살면서 언제 기독교, 이슬람 따지고 살았어? 야기시안님은 절대 그럴 양반도 아니야. 우리 모두, 같이 힘을 모아 성을 지켜보세”

 

주민들의 예상대로 야기시안은, 우리는 하나의 백성일 뿐 종교가 우리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다며 대자보를 성 곳곳에 붙이게 했어.

 

다음 날 야기시안은 십자군 공격 대비 춘계 진지보수 공사를 위해 이슬람교도들을 성 밖으로 내보냈어.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백성 여러분! 지금은 전시상황이라 부득이하게 이슬람과 기독교로 나눠서 군대를 임시 편제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가 한 가족입니다. 어려운 일, 위험한 일도 같이하기로 맹세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슬람교도들을 먼저 내보내 진지보수 공사를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니 동요하지 마시고 상부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영내에 그대로 대기하십시오.”

 

다음 날은 약속대로 기독교인들이 밖에 나가서 진지 공사를 하기로 했어. 기독교인들이 모두 성 밖을 나가 한참 작업을 마치고 새참을 기다리고 있을 때 다시 방송이 나왔어.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미안하다. 사랑한다, 기독교인들아! 지금은 특수 전시 상황이다. 너희들이 혹시라도 영내에서 십자군을 위해 싸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취하는 불가피한 작전임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정부의 발표만 믿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있어 줘서 고맙다. 이제 너희들 생사는 너희가 알아서 챙겨라. 아프니까 국민이다. 이상! 어떠한 질문도 받을 수 없음을 심히 유감으로 생각한다. 우주의 기운을 하나로 모아 신께 기도를 올린다면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이다. Good L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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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집과 가족과 친구가 있는 도시에서 버림받은 기독교인들은 십자군 내에서도 첩자가 아닌지 의심을 받았고, 음식을 축내는 식충이 취급을 받고야 말았어. 인류 전쟁사를 아무리 뒤져봐도 처음부터 죽어 마땅한 천인공노할 적군은 많지 않아. 그저 더 많은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 일부 권력층이 저지르는 끔찍한 행동의 산물일 뿐이야.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백성들이 짊어진다는 게 함정이지.

 

홍 코너의 야기시안!! 자신의 백성들까지 쫓아내고 십자군을 맞아 얼마나 잘 싸우는지 내 두 눈 부릅뜨고 두고 보겠어! 아니 역사가 지켜보겠어!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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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 한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