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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다 회계를 포기했었나

 

회계를 전공한 주제에, 나는 회계가 정말 싫었다. 전공과목을 최대한 피해 교양 위주로 수강 신청을 하다 보니 졸업할 부전공만 3개를 채웠고, 정작 전공인 회계는 자격증 발급을 위한 최소 과목수도 못 채워서(심지어 Audit 수업을 아예 들은 적이 없다), 대학교를 다시 다녀야 했다.

 

이렇게 회계를 싫어했나. 일단 시작부터 모르는 너무 많이 나온다. 사회생활을 전혀 해보지도 못한 대학생한테 재무상태표니, 손익계산서니 들이밀어도 맥락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닥치고 외울 수밖에 없었다.

 

근데 이 말은,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해본 독자라면, 회계를 공부했을 이해되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영수증 처리 한번이라도 해보면, 회계상 '비용' 좀 더 이해될 수 있고, 군대에서 전투장비지휘검열 한 번이라도 뛰어보면 '자산' 무엇인지 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는 곧 회계를 이해했을 때 얻을 것도 더 많다는 것이다. 가령, 내가 다니는 회사는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지, 누군가가 추천해준 주식의 재무상태는 어떤지 등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회계학이란 게 경제의 가장 작은 단위 중 하나인 기업의 재무상태를 기록하기 위한 언어이기 때문에, 메커니즘 자체는 재미가 없고 기계적일지 모른다. 다만 이 영역에 들어서면 보이지 않았던 것도 더 많이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 브리핑의 번째 주제로, 회계를 다루려고 한다. 4회에 걸쳐 회계 기초를 슬슬 디비보는 게 목표다. 물론, 기사 4개로 회계 전체를 다루기엔 불가능하기 때문에, 늘 하던 대로 야매 / 속성으로 훑을 예정이다. 혹여나 설명이 틀린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은 댓글로 많이 많이 달아주시라.

 

 

기업들은 복식부기를 쓰냐?

 

회계라는 말이 아주 멀게 느껴질 수 있겠으나, 정상적으로 초등학교 교육을 이수하신(소학교나 국민학교 나오신 분들은 잘모르겠다) 딴지스라면, 이미 용돈 기입장이나 가계부를 한 번 쯤은 써보신 경험이 있으실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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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들어오는 건 플러스, 나가는 건 마이너스로 한 줄로 쭉 쓰는 걸 단식부기라고 한다. 졸라 허접해 보이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이나 많은 국가에서는 아직도 이렇게 단식부기를 쓴다. 우리나라 정부도 복식부기를 쓰기 시작한 지 십 년 정도밖에 안 됐다.

 

근데 대부분의 기업은 복식부기를 쓴다. 복식부기라는 건  들어오고 나가는 걸 한 줄로 쓰는 게 아니라 두 줄로 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뱃돈을 입장에서 매출이라고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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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거래(Transaction) 계정에 기록(Entry)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복식부기라고 표현한다.

 

시바 이렇게 어렵게 기록을 하는데?

 

전부 내꺼인 용돈과 달리, 기업은 여러 명의 개인과 집단의 소유물이기 때문이다. 단식부기처럼 자산의 증/감만 기록하는 게 아니라, 복식부기에서는 변화가 채권자 몫인지, 주주 몫인지를 정확하게 가려낸다.

 

자산 (Asset) = 부채 (Liability) + 자본 (Equity)

 

 

재무상태표

 

재무상태표(Balance Sheet) 기업이 갖고 있는 모든 자산과 부채, 자본의 현황을 보여준다. 근데 역시도 두 줄로 작성된다.

 

왼쪽에는 자산이 있고, 오른쪽 한 줄에는 부채 + 자본이 있다. 그리고 둘은 항상 일치(Balance)해야 한다. 즉, 언제나 자산 = 부채 + 자본이기 때문에 영어로 재무상태표를 Balance Sheet이라고 한다. 말이 다른 말로,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자산은, 빌린 돈 아니면 주주 돈이란 말이다.

 

딴지일보를 예로 들어보자. 벙커원에 있는 장비, 편집부에 있는 컴퓨터 등등 딴지일보가 회삿돈으로 구입한 소중한 자산들이다. 그럼 돈은 어디서 왔는데?

 

은행 혹은 명동 사채를 써서 빌렸던가(부채) 총수 주머니(자본)에서 나왔단 소리다. 만약 딴지가 내일 당장 문을 닫는다면, 채무자들이 먼저 찾아와서 자기가 돈 빌려준 것만큼 자산을 가져가고, 그래도 남는 게 있다면 총수가 집에 싸가면 된다는 소리다. 깔끔하지?

 

이처럼 '자산 = 부채 + 자본(A = L +E)'이라는 공식은 간단하면서도, 모든 자산의 재무상태를 설명하고, 그게 누구 몫인지까지 가려낼 수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기업이란 게 가만히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매일 같이 많은 돈이 나가고, 들어오는 게 기업이다. 이걸 나타내는 게 손익계산서다.

 

 

손익계산서 (Income Statement)

 

재무상태표는 작성일 당시의 기업 재무 '상태' 보여주는 것이다. 매일같이 변하는 기업의 재무상태를 특정일 기준으로 스샷을 찍은 게 바로 재무상태표이다. 통장으로 치면, 조회일 기준 잔고인 셈이다.

 

그럼 입출금내역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현금흐름표와 손익계산서이다. 이거 두 개를 같이 설명하려면 말이 길어지니, 글에서는 손익계산서만을 설명하겠다.

 

손익계산서는 특정 기간 동안에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과 그에 대응하는 비용을 정리해서 공개한 것이다.

 

맨 처음에 예로 든 세뱃돈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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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현금은 재무상태표상 자산의 해당하는 계정이다. 어른으로부터 만 원을 받았으니, 만원만큼 자산이 늘어난다.

 

'이 자산이 늘어남' 손익계산서상으로 기록한 것이 '매출'이다이렇게 기록된 매출은 손익계산서상 이익이 되는데, 이익은 자본의 몫이다.

 

, 현금(자산) 만 원이 늘어난 만큼, 주주의 (자본또한 만 원이 늘어나는 것이다.  자산(+만원) = 부채(그대로) + 자본(+만원) 공식이 다시 성립하는 감격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손익계산서란, 모든 거래(Transaction)에서 발생하는 주주 몫의 변화(매출이면 +, 비용이면 -) 기록해 두었다가, 결과값인 이익만큼을 자본계정으로 보내게 된다. 재무상태표가 기업의 재무상태를 특정일자를 기준으로 담고 있는 사진이라면, 사진과 사진 사이의 변화를 보여주는 동영상이 바로 손익계산서인 셈이다. 손익계산서는, 한 해 작성된 재무상태표와 이듬해 작성된 재무상태표 간의 자본의 변화(이익이 발생했는지, 손실이 발생했는지)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큰 그림은 끝난 것 같지만, 욕심을 내 한 발짝 더 뻗어보자.

 

손익계산서의 원칙상, 기업이 매출을 올릴 땐 그에 상응하는 비용도 같이 기록하도록 되어 있다. 기업이란 게 땅 파서 장사하는 게 아니다보니(새뱃돈처럼 대가없이 기부를 받는 게 아니라, 물건을 만들어 파는 영리활동을 함으로),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항상 비용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비용을 매출과 함께 인식해야 한다는 게 기본원칙이다.

 

예를 들어 어떤 개념있고 교양있는 딴지일보 독자께서, 딴지마켓의 악성 재고이자 편집장의 저서 <범인은 이 안에 없다>라는 책을 구입해 주셨다고 해 보겠다. 이에 대한 회계처리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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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매출과 매출원가는 손익계산서상 각각 매출과 비용이고, 현금과 재고는 재무상태표상의 자산이다.

 

이를 나눠서 살펴보면,

 

매출 매출원가 = 8500 -> 이 만큼이 딴지일보가 거래로 챙긴 이익이다. 이는 재무상태표상 자본의 증가로 기록된다.

 

현금 재고 = 8500 -> 이만큼이 재무상태표상 증가한 자산의 규모이다.

 

여기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재고가 감소한 덕에, 매출과 현금이 늘어난 부분이다이게 중요하냐면, 본질적으로 기업이란 돈을 써서 자산을 형성한 뒤, 여기에 이익을 붙여  비싼값에 팜으로써 매출과 현금을 창출한다라는 기본 원리를 설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회계의 기본 틀이 되는 복식부기,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를 살펴보았다. 기본 골격을 설명했으니 다음 글에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자산, 부채, 자본을 하나씩 설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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