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소총은 좋은 소총인가?
1.
K2소총이 만들어진 과정이나 개발사 등등에 대해서는 검색해보면 다 나오는 내용이니 생략할게. 질문 자체에 집중해 보자면...
"K2는 그 당시 나오던 돌격소총의 기본을 모두 보여준 괜찮은 총이다.“
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 까놓고 말해서 5.56미리 나토탄을 쏘는 서방세계 표준 돌격소총들의 성능은 몇몇을 제외하면 다 거기서 거기야(영국의 L85A1 같은 똥총이나, 스위스의 SIG550 같은... 거의 저격총 레벨의 총을 제외하고 성능은 다 엇비슷해).
냉전시절 동구권은 AK-47 계열로 대동단결한 반면에(덕분에 2억 정 이상 찍혔지), 서방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답게 저마다 ‘선택의 자유’를 만끽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대비해 지킬 건 지켰어. 총알은 5.56미리 제2나토탄으로 통일됐고, 탄창규격도 통일했어(전쟁 시 보급의 편의성을 위해).
K-2는 그 전까지 우리나라가 사용했던 M-16과 닮은 듯 닮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M-16과 비슷했어. 생산방식이 알루미늄 다이캐스팅이란 점, 회전 노리쇠 방식이나, 노리쇠 멈치, 탄창 멈치 등등은 M-16의 것을 그대로 차용했다고 봐도 무방해.
(K-2의 태생 자체가 M-16A1과 연관이 깊어. 1970년 콜트와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고, 로얄티를 주고 라이센스를 했는데, 문제는 이 수량이 딱 60만 정이었다는 거야. 현역은 다 무장시키겠지만, 예비군은 어쩔 것이며 이후 소모되는 총을 보충하려면 국산 총이 필요했다는 거지. 이런 전차로 개발된 게 K-2인데, 이전까지 M-16을 제조했던 부산조병창의 생산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형태로 소총 개발이 진행됐고, 그러다 보니 비슷해질 수밖에 없었지)
그런데 내부구조는 좀 달랐어.
기존 M-16이 가스 직동식인 반면에 K-2는 가스 피스톤 방식이야. 이 대목을 좀 자세히 살펴보면, 기관총의 작동 메커니즘을 우선 알아야 하는데... 기존의 볼트 액션식 소총(한 발 쏘고, 사람이 직접 노리쇠를 뒤로 땡겨 재장전하는)은 총알을 쏘면, 그 에너지가 온전히 앞으로 다 날아가버려. 그런데 이 날아가는 에너지의 일부를 뒤로 돌려서 노리쇠를 후퇴시킨다면? 사람이 직접 노리쇠를 뒤로 당기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
여기서 다시 가스 직동식과 가스 피스톤 방식이란 게 나오는데... 가스 직동식은 화약이 발사된 후에 가스의 일부를 그대로 뒤로 빼서 노리쇠를 후퇴시키는 것이고, 가스피스톤은 이 에너지가 피스톤을 밀고, 피스톤이 노리쇠를 땡기는 방식이야. 가스직동식보다 한 단계가 더 들어간 방식이라고 보면 이해가 빠를 거야. 이 경우 좋은 점이라면... 가스 직동식보다 오염에 더 강하고, 노리쇠에 탄매가 덜 끼고... 여하튼 그래.
(간단히 말해서 M-16과 AK-47을 섞어 놓았다 생각하면 돼)
가스 피스톤
가스 직동식
개인적인 평가는 앞에서 말한 그대로야. 어떤 대단한 혁신도, 엄청난 명중률을 자랑하는 명총도 아냐. 그냥 그 시대의 조류였던, 5.56미리 탄을 쓰는 돌격소총의 표준?
(이 시기 스위스가 내놓은 SIG550의 경우는 껍데기만 돌격소총이지 알맹이는 ‘저격총’이라 말해도 될 정도의 엄청난 명중률을 자랑했는데, 이 총과 K-2를 비교할 순 없어. 당시 SIG550 한 자루의 가격은 미군 주력이었던 M-16A2 세 자루 가격이었어.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돌격소총으로 분류되는 이 총은 스위스 군도 마음대로 다 살 수 없을 정도의 높은 가격을 자랑하고 있지. 세상은 공평한 게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포기해야 해. 물론, 영국의 L85A1이나 프랑스의 파마스, 일본의 89식 같이 돈은 돈대로 때려 박고, 총은 개판으로 나온 경우도 있지만 어지간하면 돈값을 해)
우선 전제가 두 가지 있는데,
첫째, 현대전에서 소총으로 적을 사살하는 경우는 드물어. 영화처럼 전쟁 터지면 소총으로 적을 사살할 거 같지만, 현대전에서 사상자의 80%는 ‘포’에 의해 죽거든. 대포가 괜히 전장의 신이 아니야. (칼과 창이 난무하던 시절에도 사상자의 70% 이상은 ‘화살’에 의해 사망했어)
둘째, 소총과 같은 개인화기는 적을 사살하는 것보다는 적을 제압하고, 개인을 방호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경우가 더 많아. 즉, 겉으로는 적을 죽이겠다 말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일부 ‘특수부대’들을 제외하고는 말 그대로 ‘개인방어화기’라 보는 게 맞아. 미사일과 로켓이 날아다니는 현대전에서 소총을 쓸 일은 그리 많지 않아. (물론 최근의 전장 환경. 테러, 게릴라전이 판치는 저강도 분쟁에서 다시 개인화기의 성능향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한국의 전장환경에서는 아직까지...)
여기서 주목해 봐야 하는 게 ‘가성비’야.
60만 대군을 운용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본다면, 가장 기본적인 화기인 소총에 큰 돈을 들일 순 없다는 결론이 나오지.
“적당한 성능에 적당한 가격”
이면 된다는 거야. 그런 의미에서 옆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 K-2소총과 비슷한 시기에 나온 일본의 89식 소총은 여러모로 K-2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존재지. 둘 다 미국의 ‘기준’에 맞는 5.56미리 나토탄을 쓰고, 둘 다 M-16을 기반으로 총을 만들었어(일본의 89식은 M-16을 만든 유진 스토너가 M-16을 사기엔 부담스러운 나라들을 위해 ‘프레스’로 찍어 만든 AR-18을 베이스로 만들어졌어).
89식
둘 다 비슷한 모양새에, 비슷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지.
그런데 이 둘의 가격차이는 엄청나. 한국의 K-2는 생산 로트별로 따지면, 쌀 때가 40만 원 대, 평균적으로 60~80만 원대고, 최근에 나온 K2C1의 경우는 110만원 대야. 그러나 일본의 89식은 비쌀 때가 40만 엔. 한화로 400만원이 훌쩍 넘어가(이건 일본의 무기수출 3원칙이나, 일본 방산업체의 구조적 문제, 비리 등 복잡한 속사정이 있긴 해).
즉, 89식 한 자루 살 돈이면 K-2 6자루를 살 수 있다는 소리야.
징병제를 하는 상황. 게다가 병력수가 60만 명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가격’은 중요한 구매 포인트야(대량생산에 의한 코스트 다운도 생각해 봐야겠지만).
그렇다고 K-2가 그저 그런 총이란 소리는 아냐. 이미 해외 10여 개 국에 수출도 됐고, 미국 민간 시장에도 노크를 할 정도로 나름 ‘경쟁력’이 있는 총이야(적당한 성능과 가격경쟁력이 중소 국가에 제법 어필을 했지).
나라 지키겠다는 우리 병사들에게 최고의 무기를 안겨주는 게 옳은 일이지만, 한정된 예산 속에서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현실도 무시할 순 없지. 그런 의미에서 K-2는 꽤 괜찮은 소총이야.
최근 불거진 K-2C1의 발열 문제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자면, AR계열(M-16계열)에서 요즘 최고로 핫한 HK416도 100발 이상 연사로 내갈기면 뜨거워지는 게 당연해. 물론, K-2C1에도 약간의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야. 열전도율이 좋은 알루미늄 합금을 썼다거나 총열덮개 고정나사가 총 몸에 붙어 있기에 열 배출에 불리한 건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현대 소총은 ‘레일시스템’을 기본 장착하고 나와(k-2c1의 정체성이 바로 이거지... ‘레일’ 단 k2). 총을 잡기 위해서는 레일 커버를 달거나 수직 손잡이를 달아주는 게 기본이란 소리야(레일을 달면 총열 덮개가 울퉁불퉁해지기 때문에 장갑이나 수직 손잡이를 기본적으로 구비해야 해. 그래야 총을 파지하기 쉽지). 즉, ‘돈을 쓰면’ 해결되는 문제란 소리야.
레일을 달았다는 소리는 어쨌든 돈을 써야 한다는 소린데, 돈을 안 쓰고 해결하겠다고 하니 문제가 되는 거였어.
결론을 말한다면,
“K2 소총 시리즈는 가성비 갑인 괜찮은 소총이다.”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네.
편집부 주
독자들의 격렬한 요청에
생각비행 출판사가 마지못해 굴복,
펜더의 인기 연재물
<전쟁으로 보는 국제정치>가 단행본에 이어
합본으로 나오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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