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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랑스의 우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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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뉴스공장 애청자다. 대규모 택시 파업이 벌어진 12월 20일 아침 한 출연자가 우버의 외국 사례를 설명하는 것을 듣고 이 글을 쓴다. 그는 외국의 우수사례로 런던을 들었다. 런던의 우버는 내가 경험해 본 적이 없으므로, 파리의 현직 우버 기사 입장에서 프랑스의 사례를 설명해보고자 한다. 1년 가깝게 우버 밥을 먹으며, 파리에서는 이제 우버가 택시나 버스 외의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카풀 서비스 도입 논란의 쟁점이 무엇인지 우선 알아보았다.

 

"현행 여객운수사업법(81조)은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운송용으로 공급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개인이 자가용으로 돈을 받고 사람을 실어나르는 것 불법이란 것이죠. 다만 예외 단서 조항이 있습니다. ‘출퇴근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는 제한적으로 허용한다’입니다. 카카오 카풀 및 풀러스 등 카풀 서비스는 이 빈틈을 파고 들었습니다."

 

<한국경제>, 카카오카풀 포위 10만 #택시파업…#4차혁명 '진통' (링크)

 

프랑스는 이 빈틈을 이미 몇 년 전에 메워 버렸다. 우버 프랑스는 2014년 6월 법원으로부터 자가용을 이용한 영업 행위의 불법성을 인정받아 80만 유로의 벌금을 선고받았고, 우버 서비스는 2016년 9월 22일 부로 전면 금지됐다. 지금 파리 시내에서 돌아다니는 그 많은 우버 차량은 뭐냐고?

 

여기에 한국 사례와 프랑스 사례의 차이가 있다. 현재 프랑스에서 돌아다니는 우버 차량들은 자가용이 아니다. 2016년 프랑스 정부가 법으로 금지한 우버의 서비스는 개인이 자가용으로 운행하는 우버 팝(UberPop)이고 현재 서비스 중인 우버들은 우버 익스, 우버 베를린, 우버 풀, 우버 밴 등이며 모두 '사업용 차량'인 것이다.

 

우버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프랑스에서 카풀은 매우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주로 도시에서 도시 간 이동을 할 때 많이 이용한다. 톨게이트를 빠져나가기 직전에 마련된 주차장에는 '카풀 전용'이라는 팻말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경우는 법으로 제한을 하지 않는다. 상업적 행위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카풀에서 오가는 금전은 이익을 내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비용을 분담하는 차원인 것이다.

 

 

2. 우버 기사가 되기까지

 

우버에 접속을 해 내 차로 손님을 실어나른 뒤 돈을 버는 행위를 하기 위해 내가 어떤 절차들을 밟았는지 설명하면 프랑스의 제도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될 것 같다. 프랑스에서도 우버가 처음 도입됐을 때 택시의 집회와 시위가 우리나라 못지않게 격렬했었다. 자기 밥그릇을 빼앗기는 일이니 우버가 시내에서 버젓이 돌아다니는 것을 팔짱 끼고 쳐다보고 있었을 리 없다. 지금의 제도와 법률이 마련되기까지 수많은 대화와 타협이 있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그 과정은 생략하고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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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에 기사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VTC(Voiture de Transport avec Chauffeur)라는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직역을 하면 "기사 딸린 운송용 차량" 쯤 되는데 사업용 자동차 운전 자격증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이 자격증을 따려면 운전 면허증을 딴 지 2년이 지나야 하고, 범죄 기록이 없어야 한다. 또 7과목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 시험은 택시와 거의 같다. 7과목 중 5과목은 아예 같고, 2과목은 택시용과 VTC용으로 나뉜다. 필기시험 이후에는 실기도 통과해야 한다. 운전 매너와 법규 준수 등을 체크한다. 

 

2018년 1월 1일부터 VTC 자격증이 없으면 우버 일을 할 수가 없게 됐다. 우버뿐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사람을 실어나르는 행위를 할 수 없게 됐다는 말이다. 자격증 시험은 2017년부터 실시됐는데 2018년 1월 1일까지 시험을 통과해 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사람들은 VTC 차량 운전을 할 수가 없게 됐다. 시행 초기에는 합격률이 20%를 밑돌았다. (나는 이 시기에 한 방에 붙는 기염을 토했다는 깨알 자랑~)

 

어쨌든 자격증은 기사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기본적으로 VTC 자격증을 딴 사람은 범죄 사실이 없고, 영어(7과목 중 영어도 있다)도 몇 마디는 할 줄 알며, 사업자로서 기본적인 업체 운영의 원리를 알고 있어야 하고, 운수사업법 같은 법률 지식도 있어야 한다. 프랑스에서 우버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기사에게 신뢰를 보낼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될 것이다. 자격증의 기한은 5년이며, 연장을 위해서는 이틀(14시간) 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자격증이 있으면 이제, 차가 있어야 한다. 프랑스에서 VTC 행위에 사용되는 차량 기준은 이렇다.

 

4~9인승, 출고 후 6년 이하, 최소한 4 도어, 길이 최소 4.5 미터, 너비 최소 1.7 미터, 최소 115 마력 또는 최소 출력 84 킬로와트.

 

그러나 전기와 하이브리드 차량은 이 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우버 차량 중에 도요타가 많다. 적어도 6년이 넘었다는 이유로 바꾸지 않아도 되고 그리 큰 차가 아니어도 되기 때문이다. VTC 차량은 또한 정기 검사를 1년에 한 번 받아야 한다. 일반 차량은 2년에 한 번이다. 

 

자격증과 차량을 마련했으면 이제 정부로부터 필증을 받아야 한다. 필증을 받기 위해서는 개인사업 등록이 있어야 한다. 만약 택시회사에 들어가듯 VTC 차량이 많은 회사에 들어가서 차량만 빌려 운전을 한다면 필증은 VTC 회사가 알아서 받을 것이므로 상관이 없다. 그러나 나의 경우 내가 차를 사서 혼자 영업 행위를 할 것이기 때문에 필증을 받기 위해서는 사업자 등록이 꼭 필요하다. 이 필증은 차량당 하나이다. 프랑스에서 앞 유리 왼쪽 아래와 뒷유리 오른쪽 아래에 동그란 빨간색 딱지가 붙어 있다면 그 차는 VTC 영업을 하는 차량인 것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우버 차량에는 이 필증이 붙는다. 만약 안 붙어 있으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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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TC 차량에 필증을 주는 것, 다시 말해 필증을 위해 사업체를 의무화하고 그 명부를 만드는 것은 아마도 세금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서 카풀서비스로 이익을 낸 기사들은 어떤 방식으로 세금을 낼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자격증, 차량, 필증을 받았으면 우버 기사로 등록이 될까. 아직이다. 특수 보험이 필요하다. 우버에 제출해야 하는 보험은 두 가지인데, 사업체용 보험과 사업용 차량 보험이다. 즉 승객들에 대한 보험을 의무적으로 들게 하는 것이다. 택시와 똑같은 보험의 종류이다. 

 

법률에서 처벌 조항을 보면 그 법이 강조하는 게 무엇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VTC 관련 법의 경우 가장 센 처벌을 하는 것은 호객 행위이다. 택시와 VTC가 차별화하는 지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택시는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호객 행위를 할 수가 있지만 VTC는 금지돼 있다. 길 가는 사람이 VTC 차량을 세워서 탈 수 없고, 태워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과 최대 1만5000 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 VTC는 오로지 예약을 통한 승객만 태우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다.  

 

 

3. 우버, 어떻게 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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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도 택시와 VTC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예를 들어 택시는 버스 차선을 이요할 수 있지만 VTC는 안 된다. 시내 어디에나 있는 택시 승강장에 택시는 무료로 주차해놓을 수 있지만, VTC는 그럴 수 없다. 공항에서도 택시는 승객을 기다릴 수 있는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지만 VTC는 없다. 파리의 두 공항에서는 공항과 너무 가까이 있으면 우버 이용자의 콜을 받을 수 없게 설계돼 있다. 5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으로 가면 그때야 공항 대기 리스트에 올라간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우버에 등록해서 사람을 태우고 돈을 벌 수 있다. 택시보다는 비교할 수 없게 적은 돈이 들지만, 꽤나 많은 수고를 들여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내 차가 비었으니 같은 방향의 누군가를 태워가야지, 하는 방식의 공유 경제의 컨셉과는 다르게 변질됐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새로운 직업을 탄생시켰다는 의미는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이젠 파리 시내에서 택시보다 VTC 차량 찾는 게 더 쉽다. VTC 서비스는 우버뿐 아니라 프랑스 토종 브랜드들도 서너 개 성업 중이다. 

 

한국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카풀 서비스 도입 논란은 법의 빈틈을 노린 것일 뿐, 실질적인 차량 공유 서비스와는 거리가 아직 멀다. 프랑스에서 우버가 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택시의 수가 현저히 적기 때문일 것이다. 우버의 창업자들이 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 파리에 왔다가 택시 잡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버를 생각해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택시는 적고, 수요는 많기 때문에 그 차이를 우버와 같은 VTC 서비스들이 채워준 것이다. 택시라는 기존의 산업과 갈등을 겪긴 했지만 타협을 이뤄 결국 법률 제정을 통해 제도화하고 새로운 직업군이 생겼다. 

 

한국은 택시 수가 워낙에 많기 때문에 기본 전제에서 프랑스와 다르다. 차량 공유 경제에 대한 수요자의 요구가 높고 더 이상 거스르기 어려운 대세라면 한국의 실정에 맞는 법률과 제도를 만들기 위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파리에서 우버 일을 하며 한국인들을 종종 만나는데,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 우버 때문에 엄청 편했다고 말들 한다. 우버를 이용해본 한국인들은 점점 많아질 것이니 무작정 막는다고 막아지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추신.

 

글을 쓴 뒤 다시 뉴스공장에서 김현미 장관의 인터뷰를 들었는데, 택시의 우버화를 이야기했다(우버와 같은 플랫폼을 만들어 사전예약, 결제 등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한국의 택시 숫자는 파리와 비교할 수 없이 많기 때문에 괜찮은 대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우버는 승객이 예약할 때, 목적지를 기입하고 결제까지 마친다. 그런데 기사의 경우 승객의 콜을 받았을 때 승객의 현재 위치는 알 수 있지만 목적지는 알 수 없다. 기사가 승객의 목적지를 알 수 있는 순간은 승객이 차 안에 올라타고 나서이다. 목적지의 호오에 따른 승차 거부를 할 수 없는 것이다. 택시의 우버화는 승차 거부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편집부 주

 

위 글은 독자투고에서 납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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