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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기념 시계를 만든다는 소식이 들렸다. 완제품을 아직 보지도 못했건만 이거야말로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될 것만 같은 느낌이 싸악 들지만, 필자의 그릇으로 보아 언감생심, 문 대통령의 시계를 받기는 글러 먹은 것 같다. 그건 그렇고, 문득 궁금해졌다. 역대 대통령의 선물용 시계는 지금 얼마나 할까. 역대 대통령의 선물용 시계, 그리고 이런저런 에피소드, 중고거래가까지 디벼보자.


* 중고거래가는 오늘도 평온한 그곳, 중고나라에서 뒤져보았다.



1. 박정희 대통령 기념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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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대통령 시계는 박정희 대통령 때 만들어졌다. 1970년, 새마을 운동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증정한 것. 현재 중고로 거래되는 가장 오래된 대통령 기념 시계는 1978년 12월 27일 제9대 대통령 취임을 기념해서 만든 시계다. 78년은 유신체제의 끝이 보이는 해였다. 7월 6일,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똘마니 집단을 통해 다시 한번 가카로 추대된 박정희는 위기에 봉착하는데, 오일쇼크 등으로 인해 극심한 민생고와 간선제, 유신체제에 대한 불만 등으로 민심이 악화 되었고, 12월 12일에 시행된 10대 총선에선 야당의 득표율이 앞서는, 박정희 정부 입장에선 충공깽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민중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시행된 취임일 임시공휴일 지정, 통금 해제, 고궁 무료 개방, 1,302명 수감자 가석방 등 여러 낚시 조치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이 본 시계 되시겠다. 안습... 이 시계를 만든 지 1년도 안 되어 10.26이 터진다. 안습2...

박정희 대통령 기념 시계는 '오토매틱 무브먼트'식인데, 흔들면 자동으로 동력이 생기는 방식으로 일본에서만 생산되던 고가 모델이라 한다. 대통령의 사인, 봉황 문양, 날짜와 요일이 표시되는 이 시계는 503 가카의 탄핵 정국 이전까진 50만 원까지 올라갔다가, 최근엔 좀 내린 것 같다. 어쨌든 35 ~ 50만원을 오가는 가격이다. 업자들 사이에선 갖고 있으면 바로 팔리는 보물이라고.

당최 검색하면 할수록 그가 마지막까지 찼다는 세이코 시계에 대한 얘기만 나왔다. '우리 가카님이 이렇게 검소할 리 없어!' 느낌의 글들이랄까. 으음, 시계만 검소하면 뭐하나.



2. 전두환 대통령 기념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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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거래 사이트를 뒤져본 결과 전두환 대통령의 기념 시계는 참 다양한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동전 모양의 시계는 하도 많이 나와서 이런 양식을 한때 '전두환식'이라 불렀다고 한다, 동전 모양이라는 좋은 이름이 있는데, 쓸데없이 동전 모양을 모욕하는 좋지 않은 별명인 듯싶다. '81년 전국 새마을 지도자 대회', '82년 아시아선수권 종합우승기념', '모범당원상', '1987. 1. 1' 등 다양한 상황에서 졸라게 뿌려댄 덕인지 여러 버전이 종종 보이지만, 찾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없다. 그래도 여러 사이트를 뒤져보니, '모범당원상' 시계는 13만 원에, 취임기념 시계는 3만 원에 거래 되었다. 왜 사는지는 알 수 없어도 취향이니까 존중하자.

한편, 전두환 대통령이 직접 쓰던 까르띠에 100주년 기념 시계는 압수당해 경매로 나와 3배 가격으로 팔렸다. 시계 4점에 3천만 원. 비록 통장에 29만 원 밖에 없으신 분이지만 차고 계시던 시계가 고가에 팔렸으니, 마음만은 부자로 사실 것이다.



3. 노태우 대통령 기념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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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보선이나 최규하 대통령과는 달리 임기를 무사히 채웠음에도 존재감이 공기 수준인 노태우 대통령은, 시계 역시도 공기급 존재감을 보인다. 당최 찾아보기가 힘들다. 대표적인 시계로 거래되는 것이 검은색 가죽의 시계인데, 3시와 9시 방향에 귀욤귀욤한 디자인 센스를 뽐내봤지만 그럼에도 존재감은 제로(...) 시가는 전두환 시계와 큰 차이가 없는지, 2만 5천 원에서 7만 원까지 거래 되는 듯 하다. 인기도 인기지만 하도 많이 뿌린 탓이다.



4. 김영삼 대통령 기념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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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삼, 아, 아니, YS부터 본격적으로 시계 얘기를 할 만하다. 선거운동 시기엔 0과 3의 숫자만 넣어 특유의 센스를 선보이기도 했던 김영삼 대통령 시계의 백미는, 그의 좌우명인 대도무문을 새겨 넣은 것. 나름 간지가 뿜뿜이다. 어느 버전에서는 segyehwa 드립을 치던 분답게 최초로 뒷면에 영어 이름을 적기도 했다고. 하지만 너무 많이 뿌려댄 탓에 92년 선거 때는 금권선거 논란이 일기도 했고, 대통령 취임 이후엔 '청와대에서 칼국수 얻어먹고 대도무문 시계 받은 사람이 아니라면 잘나가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농담이 돌기도 했단다. 야당 시절 북한에도 시계를 보내 조평통에 YS 시계가 진열되어 있다며 트집이 잡히기도 했다. 아무튼, 센스 하나 만큼은 훌륭하나, 거래가는 영 시원치 않다. 메탈, 가죽을 가리지 않고 2만 원에서 5만 원 선. 주로 3만 원에 많이 팔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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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후보였던 시절, YS를 방문해 YS가 선물해준 시계를 꺼내 보인 일화가 남아있다. 지인들의 손목에 시계가 없으면 그 자리에서 시계를 채워줬다는 YS는 비록 '대도무문' 시계는 아니지만, 98년 일본 출장 때 가져온 세이코 시계를 노 전 대통령에게 선물했단다. 노 전 대통령은 삼당합당 이후 YS를 비판할 때엔 장롱 속에 묵혀두었다던데, 여러 사람에게 하도 많이 시계를 줬던 YS가 과연 기억이나 했을런지 모르겠다.



5. 김대중 대통령 기념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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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도 다양한 버전의 기념 시계를 만들었다. 취임기념 시계, 노벨평화상 수상 기념 시계, 남북정상회담 기념 시계 등. 오로지 대도무문만을 새기던 YS와 역시 대비되는 문구들도 DJ 시계의 특징이다. '남북정상회담 첫돌과 광복 56주년을 기념하여' 같은 깨알 같은 문구들이 새겨져 있다. 또 봉황 사이에 있는 무궁화를 12시 방향으로 놓고, 그 자리에 한반도 문양을 새겨놓았다. 한편, 노벨평화상 수상 기념 시계의 문구에는 '대통령' 글자가 빠져 있어, 대통령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수상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늘 이것저것 요리조리 따져가며 살아온 그의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난다. YS는 DJ에게, "니는 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노?", DJ는 YS에게 "자네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버릇이 있어" 라며 농담을 주고받았다던데, 하여간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성향이 비슷한지 시계조차도 두 사람의 성향이 대비된다.

김대중 시계의 현재 거래가는 꽤 높다. 취임기념 시계는 3만 ~ 8만 원 선. 남북정상회담이나 노벨평화상 기념 시계는 10만 원 이상까지도 올라가는 듯하다. 한편 가죽끈의 원가가 꼴랑 2,000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는데, 대통령 시계의 가격은 원가가 아니라 퇴임 이후의 명성으로 결정되는 것이니 납득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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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시계는 아니지만, 찾아본 것 중에서 가장 갖고 싶은 김대중 대통령 관련 시계는, 1980년에서 90년대 초까지 증정 됐다던 탁상시계다. '행동하는 양심으로'와 김대중, 이희호 내외분의 이름이 적혀있다. 으음, 디자인은 정말 볼품없지만 탐이 좀 난다.



6. 노무현 대통령 기념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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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기념 시계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었다. 이전의 시계들이 주로 가죽끈이었던 것을 금속 재질로 바꾸었고, 둥근 시계가 많았으나 사각형 시계가 많이 제작되었다. 역시 문구가 돋보이는데, '원칙과 신뢰, 새로운 대한민국'이 새겨져 있다. 짬밥 최고참인 박정희 대통령 시계를 제외하면 현재 고가로 거래되고 있는데, 가죽끈 시계는 5만 원 ~ 10만 원 선이고 메탈시계는 15만 원을 넘어가기도 한다. 여성용 시계는 그보다 가격이 더 올라간다고. 2009년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후 한 인터넷 카페에서 유족에게 기부하기 위해 노 대통령 기념 시계를 경매에 부쳤는데, 180만 원에 낙찰되었던 예도 있다. 왜 이렇게 인기가 높을까? 그거야 퇴임 이후 지지도 때문이겠지만, 원인 중 하나는 강려크한 PPL 모델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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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 주간조선)


...바로 이 분이 차고 댕기시는 바람에.

노무현 대통령의 기념 시계 중에서 가장 갖고 싶은 건, 뭐니 뭐니 해도 바로 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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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툰 파병 기념 시계. 노 전 대통령의 자이툰 부대 깜짝 방문 때 장병들에게 증정했다는 시계다. 쌈마이한 디자인에 local과 home으로 시간을 나누어 고국의 시간을 집어넣은 디테일까지. 현재 20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으로 거래된다는 것이 놀랍지 않다.



7. 이명박 대통령 기념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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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심을 담아 우리 가카의 시계는 제일 간지나는 사진으로다가 가져와 봤다.>


우리 가카의 시계는 임기 초반 대량 제작된 바 있다. 특이한 점은 뒷면에 가카의 존함과 함께 여사님의 존함도 같이 적혀있는 것. 생각해보면 재테크에 있어 부창부수의 경지를 보여주었으니 시계에 나란히 존함이 새겨진 것이 놀랍지 않다. 10년 만의 정권교체였기 때문에 노 대통령 기념 시계를 만든 로렌스 회사에서 계속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 가카가 챙겨주는 건 원체 빠릿빠릿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카의 은총을 직접 받지 못한 필자 같은 이를 위해, 종로 일대에서 짝퉁 가카시계가 제작되어 무더기 적발된 사례도 있다. 짝퉁 시계가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멀리 이역만리의 자원을 발굴하는 가카의 대업을 자발적으로 수행키 위해 나선 사람들이 007 가방과 가카시계를 차고 돌아다니셨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이 대통령이 처음 시계를 선물한 분들은 환경미화원 196명이었다고 하던데, 으음, 기껏 청와대로 환경미화원분들을 모셔놓고 쓰레, 아니, 일거리를 주신 것은 가카의 근면성실함을 본받으라는 성심 아니셨을까.

좌우지간 가카의 시계는 한때 택배비 포함 3만 원이라는, 가카의 배포에 맞지 않은 가격으로 거래된 것도 있다. 그래도 가장 많은 가격대는 5만 원 선. 그리 부담 없는 가격이라 당장 지르고 싶지만, 가카의 업적을 보고 배울 후손들에게 그 기회를 남겨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님들은 꼭 사서 차시라. 필자는 예전에 다른 류의 가카 시계 하나 장만한 적 있다. 가카 퇴임 시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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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거




8. 박근혜 대통령 기념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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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차신 분은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이다. 사진출처 : 중앙일보>


우리 503가카...(그윽) 지금은 구치소에서 파는 시계를 다시 사셨으려나 모르겠다. 감옥으로 입갤할 땐 차던 시계를 반납하고 다시 사야 한다던데. 박근혜 정부는 시계 제작을 미뤘었다. 전직 가카의 가카워치가 워낙 대힛트를 쳐서, '대통령 시계가 권력 과시용으로 악용되는 부작용을 우려'했다고. 그게 아니라 시계 만들기 전까지 진성 친박이 누구인지 가려왔던 게 아닐까 싶다.

박 전 대통령의 시계를 처음 받은 분들은 광복절을 맞아 청와대를 방문한 독립유공자와 유가족들이다. 또 추석을 맞아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에게 남성용, 여성용 시계가 들어있는 1세트를 하사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새누리에서 대선 때 고생했던 당원들에게 선물도 주지 못한다며 불만이 터져 나오자, 홍문종 의원이 총대를 메고 시계 좀 많이 만들어달라고 직접 건의까지 했다 카더라. 날아가는 새도 친박의 말 한마디로 다 떨구던 시절이었다.

503가카의 권력워치는 어떻게 쓰였을까? 구체적인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KD코퍼레이션 이 모 씨는 아내를 통해 최순실의 입찰청탁 제안을 받았고, 현대차와 납품 거래가 성사되자 최순실에게 현금 4,000만 원과 1,000만원짜리 샤넬백을 선물했다고. 이 모 씨가 증언한 최순실의 발언이 압권이다. "최씨(최순실)가 아내에게 청와대 기념시계를 주면서 '시댁에 한번 보여주라'며 기를 살려준 걸로 알고 있다." 이거야 말로 '최순실식' 시계 활용법이라 할 수 있다.

최순실의 적극적인 활용 덕분에, 한 때 30만 원을 호가했던 박 전 대통령 기념 시계는 탄핵정국 때 10만 원 선으로 떨어졌다가, 최근엔 15 ~ 20만 원 선에서 거래중이다. 여전히 쓸데없이 비싸보이긴 한데, 워낙 소량으로 생산되어서 그런듯하다. 틈만나면 태극기를 흔드시는 어떤 분들은, 박정희-박근혜 부녀 시계 컬렉션에 눈독을 들인다던데, 역시 취향이니까 존중해주자.



9.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기념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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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전에 살고 의전에 죽는 황교안은 짧은 권한대행 시기에도 시계를 만들었다. 뒷면엔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황교안'이라는, 다분히 괴랄한 글자가 새겨져 있다. 아시다시피 고건 전 총리의 대행 시절엔 이런 거 만들지 않았는데, 황교안은 저질렀다. 의전을 향한 이 용기, 의전을 향한 이 신념, 어깨각을 절대 좁히지 않는 그이기에 가능하다.

거래가는? 최초로 중고나라에 올라온 가격은 20만 원인데, 현재는 아예 매물이 없다. 애써 시계를 만들어도, 쓰지도, 팔지도, 사지도 않는 시계. 역시 주인 따라 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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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전직 대통령 기념 시계들을 종합한 결과, 필자가 갖고 싶은 시계의 순위는 다음과 같다. 현재 거래가, 해당 대통령이 나라를 위해 애쓴 업적, 현재의 명성, 재질, 원가, 희소성, 호연지기, 쿠데타 경험치, 퇴임 후 수감 경험치 등등을 잣대로 평가해보았다.

1. 박정희 78년 취임 기념 시계(40만 원)
2. 박근혜 대통령 취임 기념 시계(20만 원)

3. 이명박 취임 기념 시계(5만 원)

4. 전두환 모범당원상 시계(7만 원)

5. 노태우 취임 기념 시계(3만 원)

6. 김영삼 '대도무문' 시계(3만 원)

7. 김대중 남북정상회담 기념 시계(10만 원)

8. 노무현 자이툰 방문 기념 시계(25만 원)


황교안 시계도 꼭 갖고 싶으나, 구할 수가 없을 것 같아 포기하기로 했다. 뭔가 순위가 이상하다고? 취향이니까 존중해달라.


'권력워치'는 어쩔 수 없이 승냥이 떼들의 '최순실식' 이용을 부를 수밖에 없다.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 시계는 다만, 승냥이 떼들이 활동을 시작하면 그 즉시 고발되고 적발되어, 감히 '최순실식'으로 쓸 수 없게끔 투명한 사회가 되길 바라본다. 무엇보다 퇴임 이후에도 고가를 경신하며 모두가 갖고 싶어 하는 레어템으로 남길 바란다. 그러니까 빨리 나도 좀 주세요오, 현기증 난다구욧!





빵꾼


편집 :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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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교양서를 쓰고 있는, 딴지가 배출한 또 하나의 잉여 작가
딴지의 조선사, 문화재, 불교, 축구 파트를 맡고 있슴다.
이 네 개 파트의 미래가 어둡다는 거지요.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
『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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