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진단] KTX "여"승무원, 정규직 왜 요구한대? 2006.4.28. (금) 한명숙 총리지명자의 임명식이 있던 지난 4월 20일, KTX 승무원 노조원들이 국회에서 밤샘농성한 끝에 경찰에 전원 연행됐더랬다. 명망 있는 여권운동가 출신의, 건국 최초 여성총리가 임명장 받는 날, 여성노동자들 대거 연행이라니. 한 총리한테 유감이 특별히 있는 것은 아니나, 화합의 카리스마라는 둥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이 어쨌다는 둥 재래언론의 취임 축하 세레머니와 글품께나 판다는 각종 여성 인사들이 바쳐대는 헌가가 짜증났던 참이었다. 이유없이 괜히 꼬셨다. 어쨌거나. 그와는 별개로 본 기자, 따라가 꼭 돕고 싶다는 본지 남기자들을 물리치고, 별러왔던 KTX 승무원노조를 만나러 갔다.
딴: 출무정지라 함은.. 딴: 많이 안타까우시겠어요. 딴: 지난 2월 25일 KTX 승무원들이 사복근무 들어가 탑승을 거부당할 때 새마을호 여승무원들도 사복 입는 준법투쟁 들어가서 이슈가 됐죠? 강: 예. 맞습니다. 다 준법투쟁을 들어갔는데, 새마을 승무원은 첫날 다 태웠습니다. 그래서 우리만 왜 못타냐 했더니 그 다음날 (새마을 승무원들을) 대기를 시켰어요. 그쪽에서는 임금이 나가는 대기 상황.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죠. 새마을도 안 태운다, KTX 승무원 뭐라고 하지 마라.. 그러나 그분들은 임금 다 받으셨구요, 저희는 다 전원.. 그날 임금에 해당하는 것 못 받았습니다. 딴: 새마을호 승무원들도 계약직이신거죠? 딴: KTX 승무원들도 철도유통에서 계약직이신거구요. 딴: 일종의 구두계약이라 보시는 건데, 유통 쪽에서는 뭐라고 주장하는가요. 딴: 철도유통 쪽은 지금 여기 계시는 분들과 계약을 파기한 건가요? 딴: 그럼 일종의 사업 철수고, 다른 회사식으로 치자면, 직장폐쇄군요. 그렇게 되면 사업권이 관광레저 쪽으로 인수되면서 기존 승무원들과의 계약관계도 자유롭게 된 셈이 되네요. 레저 쪽이나 유통 쪽이나. 강: 네. 저희는 중간에 붕 뜬 상황이죠. 딴: 지금 점거농성 참가인원은 얼마나 됩니까? 딴: 거의 전원이라고 보면 되나요? 딴: 조합원 평균연령이 어떻게 되나요? 딴: 생각보다는 연령이 높은 편인 거 같네요. 강: 저희가 스물 세 살에 대학 졸업하고 들어오잖아요. 그러구 2년이 흘렀으니까 스물 다섯 살, 여섯 살.. 후배들은 나이가 어린데 저희가 좀 나이가 많네요. 하하하.. 딴: 사회적인 첫 출발이고 또 대단한 경쟁률을 뚫고 입사하셨고. 공부만 하시고 자기 꿈만 좇던 분들이 처음으로 노동쟁의라는 상황을 맞게 됐는데, 어떠셨나요. 처음 이런 상황을 직면했을 때.. 시행착오도 많았을 테고.. 강: 저는 솔직히 파업이 이런 건 줄 몰랐습니다. (웃음) 우리가 나서는 게 아니라, 누가 와서 지도하고 뭐뭐 하라고 하면 앉아서 노동가요 부르고 그러는 줄 알았어요. 어디 가서 저희 상황을 알리거나, 그런 거 몰랐죠. 그런데 파업에 들어와서 보니까 저희가 주체예요. 그분들은 연대해주시고 도와주시는 겁니다. 저희가 나서지 않으면 절대 이룰 수 없는 거고. 느낀 건 그거예요. 저희가 목소리 내지 않았으면 이 싸움 여기까지 올 수 없었고. 그리고 저희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규직과 함께 했다는 거예요. 딴: 철도노조와.. 강: 예. 철도노조 정규직 분들이 같이 한 것이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진다고 봐요. 저희가 60일을 (농성) 하는 데에, 인적 물적으로 다 도와주시는 게 철도노조이시잖아요. 그 분들의 기반 덕분이라고 봅니다. 딴: 초짜들인데 상당히 주도면밀하게 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웃음) 그런데 철도노조에 어떻게 가입될 수 있었나요. 동일 사업장 내 정규직-비정규직 관계도 아니고, 서로 다른 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인데 어떻게 지부가 될 수 있었는지.. 강: 노동조합 심의 하는 곳에서 정식으로 허락 받고, 저희가 찬반 투표해서 들어간 거죠. 딴: 잘 이해가 안되는데, 관계기관의 인가가 나왔단 말인가요? 딴: 그래서 지금 철도노조 내 KTX 승무원 지부라. 뭐 그런 관계면, 철도노조가 도와주시는 게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 하는 거네요. (웃음)
강: 그런데 저희는 솔직히 다른 사업장과 비교해봤을 때, 굉장히 축복받은 지부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저희가 싸우려고 노력해도 정규직이 외면하면 굉장히 힘든 싸움이잖아요. 저희는 노조에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도와줄 수 있을까 굉장히 많이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노동자가 되고 파업을 하니까 생각이 바뀌었어요. 분명히 저희는 여기서 승리하면 또다른 연대를 할 겁니다. 딴: 그게 투쟁의 경험이겠죠. 강: 네. 그 느낌을 알겠어요. 어떻게 하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고, 이게 진정한 길이란 것도 알겠어요. 여기 들어와서 최악의 상태에 다다르다 보니까, 사람이 얼마나 작은 행복을 몰랐나 하는 생각이 들고, 많이 배웠어요. 딴: 지금 지부장이 수배 중이라고 하던데요. 강: 지부장님하고 부산지부장, 대의원 등 총 3명 체포영장 떨어졌구요. 저희 집행부 12명은 고소고발, 손해배상 청구.. 딴: 어떤 혐의로 그렇게 됐나요? 딴: 저번에 어머님들이 농성장 방문하셨다던데 어떠셨어요? 눈물바다가 됐을 거 같은데요. 강: 저희가 한달에 한 번 집에 가는 거 빼고는 못 갔어요. 엄마들이 저희 이렇게 사는 거 보시고 막 우셨어요. 고이고이 키운 딸들이 땅바닥에서 너무나 태연하게 "엄마 왔어?" 그러니까 울컥하셨죠. 엄마가 우니까 저희도 많이 눈물을 흘렸죠. 그런데 하루 있다 가신 분들이 그러시는 거예요. 딱 앉아보시더니, "괜찮네, 살기가." (웃음) 그리고 두 번째 오신 엄마들이, "찔찔 짜리 마라. 니네가 뭘 잘못했니? 니네는 정당한 요구를 하는 거니까 찔찔 짜지 마라".. 딴: 오오~
딴: 아, 오셨군요. 하나만 여쭤볼게요. 어떻게 사업장이 다른 회사들이 한 노조의 지부가 될 수 있죠? 송호준 국장(이하 송): 그건 선견지명이 있어서죠. 송: 예전에 홍익회 노동조합이 철도노조 산하 지방본부였어요. 그러니까 철도노조가 기업별노조이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산별의 체계를 일정부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철도노동조합연맹이라는 조직에 철도 관련 산업 노동조합이 다 들어갔었어요. 철도노동조합, 홍익회노동조합, 향우산업노동조합... 딴: 철도청 시절의 이야기인가요? 송: 예. 그러고나서 철도청 소속만 철도노동조합을 구성만 했다가, 철도노동조합연맹이 깨지는 과정에서 홍익회 노동조합이 산하 지방본부로 들어왔었어요. 엄격하게 얘기하면 기업별노조 체계에서 불가능한 일 아니냐 얘기할 수 있는데, 노동조합의 역사성 속에서 그런 일들이 이미 현실적으로 이루어져왔었구요. 지금 보더라도 철도노조 산하에 KTX 뿐 아니라 철도매점 지부가 또 있어요. 거기는 특수고용직이라서 법률적 혜택이 있는 거죠. 딴: 이게 승인이 난 건가요? 송: 저희 규약에 보면 철도관련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로 한다고 딱 되어 있어요. 철도공사 및 철도공사 산하 기관의 노동자 등으로 포괄적으로 되어있어서 규약상으로 봐서 별 문제가 없구요. 그 다음에 기업별 노조에서 소속을 달리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역사성과 관련해서 이미 해결이 되어있고. 딴: 잘 따져가다 보면 사측에서 클레임을 걸 수도 있겠네요? 송: 그럴 수 있죠. 유권해석의 여지가 있는 거니까. 그러나 철도노동조합이 흘러왔던 역사성이 있기 때문에.. 물론 법률적인 문제제기를 걸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관례화 되어왔던 것이기 때문에, 노동부에서도 그것을 일부러 시비 걸 생각이 없었던 거구, 저희도 규약상 큰 문제 없으니까 조합원으로 받아들였던 거죠.
딴: 회유의 액션은 없나요. 강: 무수히 많이 하죠. 심지어는 복귀한 친구들이 일일이 전화를 걸어서 똑같은 레파토리로 이야기하죠. 저희 집행부, 민세원 지부장님은 민주노총에 자리가 있다, 너희 속고 있는 거다, 여기 이 사람들 민주노총에 자리 있기 때문에 다 글루 간다.. 민주노총이 저희 안 받아줍니다. 저희 한 지부일 뿐인데.. 말이 안되는 회유정책을 하고, 똑같은 레파토리를 하더라구요. 저희 같은 경우 해고통지 7번은 받았습니다. 딴: 지금 전원이 복귀 안 할 경우, KTX 운영에 차질이 있는 거지요? 강: 지금 복귀한 사람이 62명 있구요, 그 숫자가 새마을 승무원 포함하고, 원래 KTX 있다가 전에 그만 뒀다가 다시 입사한 사람들까지 해서 그 인원이죠. 딴: 그 62명이 이제 생긴 거구 전에는 승무원이 아예 없이 운영된 건가요? 강: 그렇죠. 고객님들이 정당한 요금을 내고 서비스를 못 받고 있죠. 그 책임은 철도공사가 져야죠. 서비스요금을 돌려주던가 하는 게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딴: 탑승 거부당했던 사복투쟁 때 몇 명이나 참여하셨어요? 강: 전원이요. 딴: 옛날 6,70년대 여성노동자들의 쟁의를 되돌아봐도 그런데,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노동조합의 응집력이라는 게 장난 아니게 크더라는 거죠. KTX 같은 경우에도 그런 여성성이 많이 느껴져요, 사실은. 강: 이러는 분들이 많으세요. 저희 연대해주시는 분들 중에. 여기 비정규직이고, 외주에 여성노동자들도 한다구, 왜 우리는 못 나서냐구. 한편으로는 굉장히 기분 좋더라구요. 한편으로는 저희를 무시한 것일 수도 있는데... 저희를 약하게 본 거잖아요. 저희 승무원들에게 여자가 붙잖아요. 한편으로 많이 장점이죠. 다른 파업장을 그렇게 가 본 것은 아니지만, 여성들이기 때문에 굉장히 가정적이고 금방 안정이 되요. 해서 자기만의 취미활동--십자수나 코바늘뜨기도 하고, 토익 공부도 하는 등 못한 공부도 하기 때문에.. 딴: 이러다 여기 정드시겠어요. 강: 하하하.. 한달에 한번 애들을 보냈는데, 집에 갔다가 연락을 해서 서로 만난대요. 24시간을 붙어있으니까.. 식구들이 그러잖아요. 안 좋은 점도 보이고 하면서 정도 들고. 동지한테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아요. KTX 애들이 왜 파업을 하는지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국민들이, 저희가 막무가내 때 쓰는 게 아니라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비난을 하잖아요, 항공사노조들이 연봉 8천 이상 받으면서 왜 그렇게 연봉 많이 받으면서 파업을 하느냐.. 그런데 너무나 작은 영세업체들은 파업을 해봤자 언론에 나오지도 않습니다. 너무 가슴이 아픈 거예요, 파업을 해보니까. 저희가 그랬어요. 우리는 8천도 아니고 2천도 안되는데 왜 나왔을까.. 여자, 여자.. 여자라서 그런다고.. (웃음) 그런 말이 나올 정도로, 이 사회는 아이러니한 게 많아요. 만약 남성 동지들이 이렇게 파업을 했으면 알려진 곳이 얼마나 될까. 지금 KTX 승무원들이 파업하는 것은 전국민이 아실 거예요. 물론 아직도 해? 이러시겠지만.. (웃음) 딴: 철도공사의 승무원들은 모두 여자들인가요? 강: 철도 새마을 승무원들 중에서 3명의 남자 승무원이 있는데, 승무원 업무보다는 차장의 개념이 더 강한 거 같아요. 검표나 방송, 영접이라든지 위주로.. 딴: 그럼 그 세 분을 빼고는 모두가 여성인 거네요. 딴: 왜 그럴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강: 왜 그럴까요? 지금까지 봤을 때는, 새마을 승무원 여성 뽑았을 때 굉장히 고용하기 편했을 겁니다. 계약직 해서 편했으니까 외주 주면 더 편하겠구나.. 더 말을 못하겠구나 뽑아놨습니다. 그래서 여성들로만 구성됐고, 나이제한 분명히 있었구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만 26살 넘어가면 안됐고, 경력자에 한해 서른 몇 살까지 뽑았는데, 저희 지부장님이 뽑히신 거구요. 그니까 나이 어린 애 뽑아놓으면 분명히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저희는 이미 공부했어요. (웃음) 배웠습니다. 그래서 너무 똑똑한 애들 뽑아놨다구.. 그 말을 하는 거예요. 철도공사는 여성을 너무 쉽게 본 거죠. 여성을 쉽게 보고 비정규직 만들면 얘네는 찍 소리 못할 거라고 생각한 거죠. 딴: 1명의 승무장과 3명의 승무원들로 들어간다고 알고 있는데, 다른 나라들 같은 경우는 어떻나요. 강: JR, 신간센이요. 거기도 승무원은 외주예요. 각자 다른 홈에서, 열차 안에서 만나요. 팀장님하고 브리핑 안 하구요. 반면 저희는 승무사무소가 한 건물의 왼쪽 오른쪽에 있지만, 미팅룸에서 브리핑을 합니다. 팀장님하고. 오늘은 어떻게어떻게 일을 합시다. 오늘은 영접 누구누구 합니다. 특실 담당승무원 준비하십시오. 오늘도 안전 하고 갑시다. 몇 분 뒤에 보겠습니다. 지시하면 안되잖아요. 지시하세요. 딴: 지시하면 왜 안 되죠? 강: 그럼 불법 파견이 되잖아요. 외주위탁은 감독만 할 수 있고, 그 장소에서 업무지시를 할 수 없습니다.
딴: 불법파견근로가 아니라 합법적인 외주위탁이라면 업무지시와 관리를 할 인력도 철도유통 소속이어야 한다는 거죠? 강: 그렇죠. 근데 한 열차에서 (철도노조 정규직인) 팀장님하고 일하면, 지시 안 받고 일할 수가 없어요. 또 저희가 규정 같은 것은 실제적으로는 열차팀장님들한테 배웠어요. 배울 수 있는 루트가 (유통쪽에는) 없잖아요. 저희가 승무 끝나고 식당에서 팀장님들이 철도법에 대해 알려주셨어요. 그리고 지금 문제가 되는 게 시정조치라는 게 있는데요. 외주를 줬기 때문에 팀장에게 시정조치권한이 있는 건데, 그 내용이 문제가 되고 있어요. 어떻게 나왔냐면, 예를 들어 "이 사람은 방송을 못했기 때문에 다시 하라고 했으나 제대로 못했음". 그 자리에서 다시 하라고 했다고 하잖아요. 열차 안에서 지시할 수 없는데 지시를 한 게 나온 거죠. 그냥 "방송 못했음" "교육 요망" 이라고 해야 하는데, 다시 하라고 했다는 지시가 기록된 거죠.
딴: (민지부장에게) 잘 끝나셨나요? 딴: 예, 그러셨어요. 딴: 57일 동안의 장기 파업투쟁을 이끌어오셨는데 아주 의례적인 멘트나 먼저 하나 날려주시죠. (웃음) 민: 아휴 그런 게 어딨어요. 민: 조합원을 정말 잘 둔 거 같아요. 투지와 의지와 근성이.. 정당한 것을 놓고 절대 무릎 꿇지 않겠다는 근성과 끈기가 다들 대단해서 이 투쟁이 이길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가겠다 이런 의지가 다들 강고하기 때문에.. 조합원을 잘 뒀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딴: 진짜 의례적이군요. (웃음) 민: 아니 정말. 며칠 전에 팔씨름대회, 체육대회를 했어요. 그 팔씨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솔직히 사소한 거고, 너무 힘들면 대충 하다가 질 수도 있는 건데, 4분 5분 이렇게 끝까지 다 하더라구요. 그런 모습들에서 근성을 봤죠. 참 대단하다.. 괜히 여기까지 투쟁한 게 아니구나 생각을 했죠. 딴: 여성노동자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상징성이 크다고 봅니다. 한총리 임명 당시 국회 농성이나, 어머니들 농성장 방문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이자 여성노동자의 싸움, 둘 중 어디에 좀더 가중치를 둘 수 있을까요. 민: 비정규직은 다 똑같죠. KTX 승무원 같은 경우엔 비정규직이면서 하청노동자라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건데.. 딴: 거기다 여성이기도 하구요. 딴: 그렇게 보세요? 민: 예. 실제적으로 그런 거 같습니다. 더 보태지는 내용이 있을 뿐이죠. 여성들에게는 보건휴가니 출산휴가니 이런 것들, 남성들에게 없는 사항들이 더 생겨나는 것뿐이지.. 딴: 오히려 혜택을 받는다구요? 민: 아니요, 아니요. 그게 아니고, 혜택을 못 받는 항목이 늘어나는 거죠. 보건휴가도 불법적으로 안 주고, 출산휴가도 법에 보장된 것밖에 안주니까. 저희는 승무원이기 때문에 법이 보장한 것만 가지고 안되거든요. 만삭을 하고도 KTX를 타야한다는 얘기니까. 정리하자면, 여성이기 때문에 더 불합리한 건수가 많이 생기는 건 있을 지라도 비정규직 내에서는 남녀 성차별은 없는 거 같아요. 딴: 57일 동안 파업농성을 하며 여성이라는 아이콘이 효과적인 수단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여성성이란 코드를. 민: 오랜 파업을 하는데 여성이라서 득 본 것은 없구요. 딴: 효과적으로 밖으로 알리기 위한.. 민: 그거는 이미 파업을 하기 이전에 저희가 KTX 여승무원으로 유명한 사람들이었어요. 사용자가, 공사가 KTX 여승무원으로 띄워나서, 이미 저희는 그 여성성으로 대두됐고 알려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저희가 원하지 않아도 저희의 파업투쟁이나 이런 것들이 주목을 받았죠. 이철 사장 자신이 직접 저희를 "비정규직의 꽃"으로 말했단 말이예요. 본인이. 이철 사장이. 저희는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 본인이 그렇게 표현을 해주더라구요. 딴: 하하하하.. 민: 그거는 저희가 원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만들어준 거라고 생각하구요. 그럼 그렇게 만들어준 조건 내에서, 힘도 권력도 아무 것도 없는 저희가 이 부당함을 어떻게 깨야 하느냐 라고 했을 때, 전술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은 이용해야겠죠. 근데 그거(국회농성과 한총리)는 우연의 일치였던 거 같아요. 민우회 출신의 여성 총리가 될 줄 누가 알았겠으며.. 딴: 국회 사정하고는 관계없이 그냥 거기 가려고 했던 날이었나요? 민: 아, 토론회를 (국회 헌정기념관에) 잡았었구요. 저희가 민우회에서 기자회견도 열었고, 성명서나 의견서도 발표했습니다. 민우회에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저희 주장에 힘을 실어주셨는데.. 총리가 민우회 회장 출신이고, 최초 여성 총리고 해서, 정말 상식적으로 어느 정도 인지를 하고 관심도 있을 줄 알았는데.. 이미 열우당과 총리실에 면담을 신청했는데 문전박대를 당했고. 그때 갔을 때는 절박했기 때문에 간 거예요. 절박하다 우리, 관심 가져달라 해서 간 거고. 요청을 했으나 거부당했고. 딴: 몇 시간 농성하신 건가요? 딴: 그러다 공권력이 투입됐을 때 심정이 어떠셨나요? 딴: 아, 수배 중이셔서.. 딴: 한명숙 총리가 임명되던 날 그런 충돌이 있었고.. 민: 그건 저희도 사실 몰랐어요. 총리 임명과 매치시키지는 못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돼서.. 원래 국회에 발만 들이면 바로 연행이라고 하던데, 총리 본인이 임명 첫날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았는지 하루 더 미루고 저희를 찬 대리석 바닥에서 밤새 떨게 하고.. 그 다음에 그래도 안 나가니까 연행을 한 거 같은데... 휴.. 딴: 어떤.. 기대가 있으신가요, 앞으로? 민: 여성총리라서 기대가 있다기 보다는, 저희의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여성총리로서, 또 여성단체의 수장이었던 사람으로서 양심을 가지고 최소한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모른 척하지는 않을 거 같아요. 딴: 민주노동당에 방문했을 때 한총리가 KTX 승무원 농성에 대해서 언급했다고 하던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민: 뭉뚱그린, 추상적인 이야기였던 거 같아요. 알아보겠다 하는 정도의.. 민: 아니요. 그래도 예전에는 전혀 말도 없었고 알지도 못하는 상황보다는 훨씬 발전한 거죠. 딴: 사실 대단한 거죠. 보통 스타노조의 쟁의만이 이슈가 되는데 총리가 야당에 인사 간 자리에서 이 얘기가 회자될 정도면 그 농성이 굉장히 효과적이었다고 봅니다. 아까 듣자하니 KTX 승무원 평균 연령이 26세라구요. 민: 아니에요, 27세 정도 될텐데? (웃음) 딴: 그런데 그 평균연령을 훨씬 넘은 분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자기소개를 좀 해주시죠. 민: 경력직으로 들어와서 제가 나이가 많고, 대한항공에서 5년 동안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고, 중간에 또 다른 직장 생활도 하다가 여기에 오게 됐죠. 항공사 경력으로 들어왔습니다. 딴: 입사경쟁률도 장난 아니었고,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여기 오시기 전과 현실이 굉장히 괴리가 컸을 것 같은데요. 그 심정은 일반조합원과 다르지 않을 것 같구요. 오히려 더 심하면 심했지.. 그 단상을 말씀해 주시죠.
민: 철도공사와 같이 회사를 운영하는 곳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정부기관이나 공기업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됐나 싶어서 배신감을 많이 느꼈구요. 세금을 내는 국민으로서 치가 떨리고, 솔직히 분노를 금할 수가 없어요. 그 분노와 배신감 때문에라도.. KTX 승무원 운영이나 KTX 운영이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저 숫자놀음에 원래 가지고 있는 비젼이나 가치와 존재가치, 어떤 중요도조차도 말살시켜 버리고, 인권마저도 묵살해 버리고 있음을 말해주는 거죠. 그런 모든 것들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 대학 졸업하고 처음에 꿈과 희망만을 가지고 시작했던 친구들이 1년만에 2년만에 좌절을 겪고 자부심도 잃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반드시 제대로 KTX 승무원으로 일하는 모습을 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더 하게 된 거 같습니다. 공사는 정말.. 아직도 되먹지 않은 조직이지만.. (웃음) 공사가 좋아서가 아니라 KTX를 운영하는 곳이 공사고, 저희는 KTX 승무원이 되고 싶어 입사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최소한 기본적인 조건이 공사 정규직이라는 거죠. KTX의 승무원으로서 안전과 서비스를 책임지면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업무수행도 하고, 일한 만큼 대가도 받고, 인간으로서 인정받으면서 최소한 노동을 할 수 있는 조건이라는 거죠. 딴: 일각의 질타들. 다들 철도유통하고 계약한 거 다 알고 있었으면서, 거기서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 철도유통하고 이야기를 해야지, 왜 원청업체인 공사와의 계약을 요구하느냐는 얘기도 있습니다. 별개의 기업이잖아요, 일단은? 민: 별개의 기업이었다면, 공사로 보내달라는 얘기가 안나왔죠. 딴: 실질적인 것말고, 법리적으로는 그렇죠. 민: 저희가 법리적인 것을, 대학 졸업한 사회초년생이 얼마나 아는지 모르겠는데.. 위탁이라는 거 자체를 알고 계셨는지 모르겠어요? 삼 사십대 오십대 분들도 위탁이라는 거 잘 모르시거든요? 위탁이라는 게, 자기가 겪기 전에는 잘 모르고. 재단법인 홍익회 소속으로 되어 있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아무도 몰랐고, 명시했다는 것만으로 면피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명시한 것이지 저희가 인지한 건 아니에요. 명시하고 설명을 했어야죠. 저희가 홍익회 소속이어서 철도청하고는 무관하게 이런 식으로 근무하게 될 것을 알았으면 아무도 입사하지 않았을 거구요. 거기에 대해서 명시했으니까 모든 책임 없다는 것은 사용자의 논리인 거고. 그리고 1년 단위 계약직이라는 것도, 그럼 KTX 여승무원인 이상 죽을 때까지 계약직일 거다 알면서 입사한 사람은 없어요. 1년 이후에 인정받으면 정규직 될 것이라고 상식적으로 생각한 거고, 그것을 뒷받침하게끔 이미 사용자가 설명도 하고, 주지도 시켜줬고, 언론에 보도도 했고 그랬기 때문에 그렇게 알고 근무 했습니다. 일상 생활하는 일반국민들이 얼마나 법리적인 해석을 적용하며 사는지는 알 수 없겠지만.. 그건 말이 안되는 거죠. 실질적인 사용자를 생각하는 거지, 법리적인 사용자를 평소에 생각할 만한... 변호사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딴: 사측은 그렇게 생각하겠죠. 이 싸움의 목표가 무엇입니까. 민: 공사 정규직화가 목표구요. 딴: 직접계약도 말씀하시던데. 민: 위탁되어서도 안 된다는 거구,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이어서도 안된다는 거죠. 그 둘 중에서 뭔가를 선택하라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생각을 하구요. 먼저 더 중요한 부분이,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뿐 아니라 하청업체 노동자의 인권유린이나 임금착취가 못지 않게 심각하다는 거예요. 철도공사 방침에 의하면 모든 철도노동자를 위탁하겠다는 거고, 그게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간에 위탁으로 인한 장점을 활용하겠다는 거니까, 위탁 방침을 철회하라는 것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죠. 그런데 솔직히 뭐를 먼저 선택하라는 거는 맞지 않다고 봐요. 두 가지가 다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딴: 직접계약과 정규직.. 민: 예. 딴: 정규직이 가장 상위의 목표인 건가요? 민: 정규직이라고 하면 보통 임금보전이나 고용안정 보장이 되는 걸 말하는데요. 지금 정규직이라 표현되는 자리에는 그렇지 않은 정규직이 너무 많아요. 무늬만 정규직인 곳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그 단어 하나로는 표현될 수 없구요. 공사 직소속의 정규직이 되어야만이 제대로 풀린 거라 보고.. 자회사 정규직 운운하면서 무늬만 정규직인 것도 정규직인 것처럼 호도하곤 하는데, 그래서 일단 직고용이 더 중요하다라고 저희가 얘기를 하고 있는 건데, 어쨌든 둘 중 하나만 선택하거나, 뭐가 먼저이거나를 얘기하는 거는 맞지 않다고 봐요.
그러나 쟁점의 핵심은, 철도공사와 철도유통, 그리고 KTX 승무원, 이 삼자 간의 관계 정의에 있다. 원청업체-하도급업체-하도급고용인이냐, 아니면 사업주-브로커-노동자냐 하는. 전자라면, KTX 승무원들이 땡깡을 부리는 거고, 후자라면 대한민국 공기업과 그 자회사가 불법행위를 한 거다. 승무원들은 후자가 맞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들은 60여 일의 파업점거농성에 들어갔고, 그 결과, 7번의 해고통지를 받았으며, 3명이 수배, 12명이 피고소고발을 당했다. 누군가 제 밥그릇을 깰 때, 보통은 이렇게 말한다. 니가 배가 불렀구나. 그런데 밥그릇 깨지면 벌까지 받아야 하는데도 밥그릇을 깰 때에는, 이에 상응하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다. 해고와 각종 송사 및 관재수를 각오하고 파업까지 갈 때에는 그만한 이유와 당위가 있다. 대한민국이, 농땡이 부리려고 파업해도 될 만큼 졸라 살기 좋은 나라는, 유감스럽게도 아직 아니기 때문이다. 승무원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이미 그녀들은 철도공사의 직접고용 노동자다. 불법파견근로가 발각되면 파견근로자는 해당사업장에 직접고용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고용의제에 따른 것이다(이 고용의제는 그러나 지난 2월 국회 환노위가 상정한 비정규직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고용의무로 바뀌게 된다. 고용의무는 직고용 간주가 아니라 직고용해야 한다의 의미로, 고용의제보다 낮은 수준의 규정이다). 여당에서 철도유통 정규직으로 중재하려던 게 씨알도 안 먹힌 것은 이 때문이다. 그녀들 입장에서는 불법파견근로이므로 일단 공사 직고용이 전제된 것이고, 이에 덧붙여 고용조건이 보다 안정된 정규직을 요구하고 있는 거니까. 공사 정규직 전환은 입사 때 철도공사와 철도유통에서 누누히 강조한 바라 했다. 근로계약서엔 물론 없다. 아무튼지 이런 전차로 그녀들은 철도공사 정규직을 요구하고 있다. * * * 대한민국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500만을 넘은 지 오래다. 전체 임노동자의 40%에 육박하는 수치다. 열 명 중 네 명이 비정규직이란 얘긴데, 그렇다고 나머지 여섯 명이 고용불안에서 자유롭냐면 또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귀하는 어디쯤 위치하시는가. 귀하의 밥그릇, 오늘만큼은 건재하신가.
- 시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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