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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칸 영화제 최우수 애국애좃 보도상

 

2000. 6.07.수요일
딴지 말초 영화부장 한동원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만, 이번 깐느 영화제에서도 한국의 애국애좃 영화언론의 우국충정은 유감없이 그 빛을 발했다. "<춘향뎐> 경쟁부문 진출로 깐느 영화제에 최초로 태극기를 꽂았도다!"필의 개막식 기사부터 시작해서 "<춘향뎐> 수상 끝내 좌절!"등의 폐막식 기사까지, 한국 언론에게 깐느 영화제는 국가대항 영화 챔피언 타이틀 매치에 다름이 아니었다.

 

아닌게 아니라, <춘향뎐> 시사회 중계기사는 거의 권투 중계방송이라고 해도 별로 무리가 없을 만큼의 생생한 현장보도를 과시하였다.

 
 

  다른 나라의 언론사 기자들이나 평론가들(심사위원단도 아니다)이 <춘향뎐>에 몇점을 매겼는지에 대해서, 다른 영화들과 일일히 친절무쌍하게 비교하여 춘향전은 몇위 정도에 랭크되어 있다는 필의 기사 [현재 라운드까지의 심판점수 합산]

 

 








 
출품자 기사제목
좃선  

춘향뎐, 칸 국제영화제 수상 가능 할까

 

 

 

 선수들(감독과 배우)이 시사회장에 들어서는 과정에서 몇미터 걷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네, "기립박수의 강도와 길이"가 다른 영화보다 길었네 짧았네 약했네 강했네 하는 필의 기사 [선수 간의 펀치 강도 비교]

 

 











 
출품자 기사제목
쭝앙  

칸 영화제 열광시킨 춘향뎐 시사회서 기립박수

똥아  

춘향뎐 상영 끝나자 10분간 기립박수

 

 

 

 시사회장에서 박수는 몇 번 나왔네, 몇분만에 최초로 "자리를 뜨는" 관객이 눈에 띄었네, 관객들이 "상영도중에 자리를 뜨는" 횟수는 몇번이었네, 관객들이 어떤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리고 한숨을 쉬었네 하는 필의 기사 [펀치 적중과 다운을 빼앗은 횟수]

 

 








 
출품자 기사제목
똥아  

[2000칸영화제]<춘향전> 기자시사회 반응 

 

 

 

등등, 영화제에서 한국 언론들이 보여준 스포츠 중계 기사를 능가하는 현장감과 상세한 세부묘사는 언론사의 새로운 획을 그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춘향뎐>이 해외 관객들을 "10분 이상 기립"시키는데 성공한 쾌거를 앞다투어 발굴, 보도한 일은 세계 발기학계의 주목을 끌어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사료된다.

 

하지만, 관객들의 하품 횟수와 다리 떤 횟수 집계 분석, 데시벨 단위로 측정된 박수소리 강도 측정, 다른 경쟁부문 작품들의 배우와 감독이 시사회장으로 진입하는데 걸린 평균시간과 속도추이 분석 같은 상세한 분석이 뒷받침되지 못한 점은 아쉬운 것이었다. 내년에는 이런 부족한 부분이 보강되어 막강한 애국애좃 영화언론의 면모를 갖추기 바란다.

 

어쨌든, 이번에 드러났던 바와같이, 한국 언론에게 깐느 영화제는 WBC 챔피언 타이틀 매치와 다른 것이 아니었다. 과거 홍스완의 팔전구기 정신은 현재 <춘향뎐>의 깐느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로 계승, 발전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오랜만에 초당적으로 한결같은 목소리를 낸 한국 언론들의 애국적 보도행각은 그 예가 너무 많아 이 짧은 지면에 일일히 언급할 수 없다. 해서, 그 중 최고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그랑프리 한 작품만을 소개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도록 하겠다. 

 

 




 
 

 

딴지 영화부 선정
제53회 깐느 영화제 또라이 애국애좃 언론보도상 

 

그랑프리

 

"외국서 제 대접받는 춘향뎐" (똥아일보)

 

 

 

심사평

 

 Part 1

 

우선, 도입부부터 탁 까놓고 영화제를 월드컵에 비유한 그 솔직 대담성은, 다른 언론사들의 보도를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다. 영화제는 스포츠 경기와 다를게 없다!라는 말은 차마 못하고, 그저 중계방송 필만 보여주는데 그쳤던 다른 언론사들의 소심한 보도행태와 비교하면 그 대담성이 더 빛을 발한다. 

 

그렇다.

 

영화제는 이기느냐 지느냐를 놓고 한 판 대결을 벌이는 피튀기는 승부의 장이다. 다가오는 영상문화의 시대와 2002년 월드컵을, 내친김에 한큐에 대비하는 이 유연하고도 효율적인 사고방식은 타 언론들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본 기자, 이 기사의 주장을 좀 더 구체화 시키기 위해, 지금부터 모든 국제 영화제에 참가하는 한국영화의 오프닝을 울렁울렁 태극기 배경화면에 깔리는 애국가로 통일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또한 영화제에 참가하는 감독과 배우들에게 갑빠에 태극마크 아로새겨져 있는 유니폼을 일괄 지급할 것도 함께 제안한다.

 

스크린 가득 파노라마치는 태극기와 애국가를 배경으로 감독과 배우들이 가슴에 손을 얹고, 극장무대 위에서 애국가를 봉창하는 광경에 똥아 문화부 차장을 위시한 한국의 애국애좃 언론들의 가슴은 벌써부터 벅차오르리라 믿는다. 좃선이 표현한 바대로 "팔레 두 페스티발 극장 국기 게양대에는 태극기가 처음 펄럭였"는데, 이 아니 감격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본 기자 역시 가슴이 마구 떨려옴과 동시에 낯이 뜨거워질라구 그런다.

 

 Part 2

 

한마디로 해외의 절라 유식하고 고매한 언론 "르몽드"와 그 "영화섹션 팀장 기자"는 <춘향뎐>에 대해서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절라 무식한 우리나라 관객들은 이 영화를 왜 몰라줬냐는 얘기다.

 

물론 애국애좃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서, "르몽드"의 호의적인 반응을 즉각 읽어내서 <춘향뎐>의 우승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는 예측을 해버리는, 덩달아 절라 유식한 똥아 문화부 차장은 그 "큰 이유"까지 꿰고 있다. 

 

그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테크노 힙합 음악에 사로잡힌" 한국의 조또 아무 생각없고 무식스런 "20대 젊은이들" 때문인거다. 한국의 "20대 젊은이들"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테크노 힙합 음악"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면 기왕에 분석 시작한 거, 그런 도탄에 빠진 젊은이들이 사는 우리나라에서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같은 영화에 백만 가까이 되는 관객이 드는 이유도 함께 분석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본 기자의 짧은 소견으로는, 우리나라의 20대 젊은이들이 힙합에 미친 나머지 박중훈이 입고 나온 똥자루 청바지마저 힙합 바지로 착각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한다.

 

 Part 3

 

그렇다면, "테크노와 힙합"에만 미친 우리의 무식한 20대 젊은이들의 무지몽매를 혁파할 대안은 무엇인가? 

 

이 또한 절라 간단하다. "판소리를 싫어"하기 때문에,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춘향뎐>을 안 본 우리 젊은이들에게 "판소리가 한국적 랩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춘향뎐>을 "학습자료"로 제공해서 "판소리 교육"을 하면 된단다.

 

그렇다면 이 대목에서 본 기자는 <춘향뎐>과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한 또 하나의 제안을 하는 바이다. 깐느에서 수상이 "좌절"된 <춘향뎐>을 세계 교육 영화제, 또는 세계 학습자료 박람회에 출품시키시라. 르몽드와 동급인 똥아 문화부 차장의 안목으로 "이보다 더 좋은 학습자료는 없다"는 평가를 받은 영화니만큼 그랑프리는 따놓은 당상이다. 

 

 Part 4

 

"다행히" 조또 무식한 우리 "국내 팬들은" 이 훌륭한 판소리 교육영화를 몰라뵈었던 죄과를 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됐다. "배급사인 CJ 엔터테인먼트가 <춘향뎐>의 깐느 진출을 기념해 이달중 이 영화를 재개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나라의 무지몽매한 관객들은 "영화 월드컵대회"인 깐느 영화제의 경쟁부문에도 진출하고, 그 유력한 르몽드한테 감독 인터뷰까지 받은 <춘향뎐>을, 감히 흥행에서 죽쑤게 한데 대한 책임을 가슴깊이 통감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춘향뎐> 재개봉과 동시에 "밤을 새워서라도 TV를 보면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춘향뎐>을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입장객 전원은 사죄의 의미로 반드시 극장에 "응원"용 태극기를 지참해야 할 것이며, 전국적인 규모로 한국 영화의 "대표선수" <춘향뎐>을 응원하는 응원단을 즉각 조직해야 할 것이다. "대표선수" 영화 <춘향뎐>이 상영되는 모든 극장의 스크린 위에는 태극기가 게양되어 있어야 함과, 상영전에 전 관객의 식순에 따른 애국가 봉창 순서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똥아일보가 주관하고 한국 애국애좃 영화언론 협의회가 후원하는 "<춘향뎐> 보기 범국민 운동"은 이런식으로 구체화되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 우리의 무지몽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떨칠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런데 조또 무지몽매한 관객중 한명인 본 기자가 궁금한 점이 하나 있다. 

 

우리가 <춘향뎐>을 많이 봐주지 않는데 대해서 미안함을 느껴야하는 이유는, 물론 저명하기 짝이 없는 깐느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영화를 개무시했기 때문이다. 이 얘길 헤까닥 뒤집어서 말하면, <춘향뎐>은 깐느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기 때문에 훌륭한 영화라는 얘기가 될 것이다. 우리가 안 보는데 미안함을 느껴야 할 정도로 말이다.

 

결국 우리 관객의 <춘향뎐>에 대한 반응은 아무 의미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즉, 우리 관객은 자국의 영화를 평가할 안목이나 능력이 없다는 얘기다. 또한 외국에서 눈길 한 번 주면 좋은 영화니까 또는 좋은 영화가 되니까 봐야되고, 응원해야 되고, 성원해야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춘향뎐>을 가지고 "한국적인 것의 소중함"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과시해 마지않았던 문화적 자존심은 몽조리 어디로 갔단 말이더냐. 해외 영화제에서 상 타고, 해외 언론에서 좋은 영화라고 하면 무조건 봐야할 영화로 밀어붙이는 이런 언론이 얘기하는 "우리 문화의 자존심"은 과연 무엇이었단 말이더냐. 본 기자는 그게 아직도 궁금하다.

 
 

해외 관객과 언론이 살짝 웃어주기만 해도 빵빠레에 카 퍼레이드라도 할 기세로 뎀비는 언론의 꼴깝으로, 결코 "어디에 내놔도 쪽팔림이 없을 정도의 완성도와 독창성을 가진 한국영화"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런 어설픈 "대한민국 만세!"를 가지고는 <배달의 기수> 리메이크 프로젝트나 추진할 일이다.

 

애국애좃 우국충정에 날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일부 영화 언론들이여.

 

니덜이 주디 닥치고 찌그러져 있는게 한국 영화를 돕는 길이라는 걸 이 기회에 깨닫는다면, 비록 아무 상도 수상하지 못했지만 <춘향뎐>의 깐느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은 진정 의미있는 일로 기록될 것이다. 이상. 

 

 

- 딴지 말초 영화부장 한동원
(sixstrings@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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