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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럽인에 의한 유럽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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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중앙역에서 테러가 일어났다. 테러범은 가방을 들고 폭발을 일으켰지만 폭탄이 크게 터지지 않아 인명피해는 없었다. 폭탄이 터진 후 테러범은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며 무장군인에게 뛰어가다가 총에 맞아 현장에서 사살되었다. 언론에서 처음 발표할 때 "테러범이 폭탄 벨트를 소지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테러범은 37세의 모로코 남성이었고 벨기에의 합법체류자로서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벨기에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테러 요주의 인물이 아니었다. 테러범 배경에 IS조직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혼자서 수제폭탄을 만든 어설픈 테러범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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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사건은 그 동안 유럽에서 일어난 연쇄테러와 비교했을 때 그렇게 큰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유럽에서 일어난, IS테러에 대한 글을 쓰는 계기가 되었다. 유럽인이라고 해서 유럽의 테러에 대해 더 잘 아는 것은 아니겠지만 한국 언론에서 잘 보여주지 않는 부분을 알려주고 싶었다.

시리아나 이라크에서 싸우고 있는 IS 지하디스트를 다루지 않을 거라고 미리 언급하고 싶다. 중동의 상황도 아주 중요하긴 하지만 IS가 중동에서 무질서와 혼돈의 상태에서 내전을 하는 것과 유럽에서 테러를 하는 것은 연관이 있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별개로 다뤄야 한다. 같은 IS라도 두 가지 현상을 구분하지 않은 이상 유럽 테러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IS의 유럽테러

유럽에서의 연쇄테러는 2015년에 시작됐다.

2015년 1월 7일, 파리 샤를리 엡도 테러: 사망자 12명, 부상자 11명.

2015년 11월 13일, 파리 여러 곳에서 동시 다발 연쇄 테러: 사망자 130명, 부상자 413명.

2016년 03월 22일, 벨기에 브뤼셀 공항과 지하철역 동시 테러: 사망자 32명, 부상자 340명.

2016년 7월 14일, 프랑스 니스 테러: 사망자 88명, 부상자 434명.

2016년 12월 19일, 독일 베를린 테러: 사망자 12명, 부상자 56명.

2017년 5월 22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아리아나 그란데 공연 테러: 사망자 22명, 부상자 60명.


2017년 6월 3일, 영국 런던 테러: 사망자 7명, 부상자 48명.


유럽에서는 옛날부터 계속 테러가 있었다. 60년대부터 공산주의 테러, 극우파 테러, 프랑스에서 알제리 독립을 위한 테러, 그리고 알 카에다 테러까지, 테러는 있어왔다. 하지만 지난 3년 간은 ‘연쇄테러’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전 유럽에서 IS테러의 희생자가 375명에 달하고 부상자는 1500여 명이나 된다. IS테러는 유럽에서 아주 심각한 문제다.

사람들은 왜 유럽에서 테러가 심해지는지 궁금해하지만, 복잡하게 생각하기 싫으니까 단순하고 쉬운 대답만을 찾는다. 유럽에 테러가 증가하는 이유에 대한 가장 쉬운 대답은 두 가지다.


① 난민설 : 유럽이 난민을 많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테러범들도 그만큼 늘어났다.
② 이슬람설 : 이슬람은 테러를 부추기는 종교이기 때문에 이슬람이 퍼지면서 테러도 같이 확산된다.


이해하기는 쉽지만 근거가 약하다.



난민설

사람들은 난민설이 더 맞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테러범 중에는 난민이 거의 없다. Olivier Roy라는, 30년 넘게 이슬람과 테러를 연구한 프랑스 정치학자가 있다. Olivier Roy는 프랑스와 벨기에의 테러범과 테러와 관련된 용의자들의 프로파일 한 바 있는데, 그 결과 60%가 이민자 2세대였다. 이민자 2세대는 프랑스나 벨기에에서 태어나 그 나라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며,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국적도 쉽게 받을 수 있다. 또 25%는 이슬람으로 전향한 프랑스 혹은 벨기에인이었다. 따라서 잠재적 테러범의 85%가 유럽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남은 15%는 대부분 북아프리카에서 온 새로운 이민자들이다.

Olivier Roy의 자료에 따르면 난민설의 근거는 매우 약하다. 2016년 11월에 발생한 파리 테러 현장에서 발견된 시리아 여권 또한 위조여권이었다. 수십만 명의 난민 중에 테러범이 숨어 있을 수도 있지만 확률은 0.000001% 정도일 것이다. 시리아에서 프랑스까지 건너온 난민들의 피난길은 아주 길고 위험할뿐더러 테러범이 잠입하더라도 난민센터에서 구속될 확률이 높다. 유럽 안에도 지망자들이 많은데 뭐 때문에 IS가 시리아에서부터 테러범을 보내겠는가? 전략적으로 말이 안 된다. 난민설은 유럽 극우파가 퍼뜨리는 오보라고 생각해도 좋다.



이슬람설

이슬람설을 다뤄보자. 이슬람 때문에 테러가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한국에도, 유럽에도 많다. 건드리기 예민한 문제지만 욕을 먹더라도 해보겠다. 아까 언급했던 Olivier Roy라는 정치학자의 연구를 참고하면서 간략히 정리하고자 한다.

일단 유럽에 있는 이슬람 교도들의 99%는 IS를 인정하지 않는다. 평화로운 이슬람의 이미지에 먹칠하기 때문이다. IS지지자들도 다른 무슬림들을 ‘신앙심이 없다’면서 무시한다. IS지지자들은 원리주의자인 살라피스트까지 비난한다. 유럽 이슬람계에서 IS는 아주 급진적인 이단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그러면 왜 젊은 사람들은 IS 같은 이단에 빠질까?

아까 언급한대로 잠재적 IS테러범들은 이민자 2세대나 종교를 이슬람으로 전향한 유럽인들인데 이들은 이슬람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 할뿐더러 아랍어도 제대로 할 줄 모른다. 이슬람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어서 IS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에 대해서 너무 몰라서 빠지는 것이다. 종교적인 기반이 너무 약하다.


이들은 자신의 민족적 기반과 자라온 환경적 기반, 이 두 가지 문화 사이에서 방황하며 정체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Olivier Roy의 연구에 따르면, (IS에 빠지기 전의) 테러범들은 소외계층이자 경범죄를 저지르거나 마약을 하거나 자살할 생각을 갖고 있던 허무주의자였다. 심리적으로 약하며, 파괴욕구를 이미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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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는 이렇게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존재의 이유와 새로운 임무를 주고, 방황하던 이들은 IS로 하여금 갑자기 중요한 사람이자 대의를 위해서 싸우는 투사가 된다. 이를 ‘born again(다시 태어났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IS는 파괴 욕구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 파괴 욕구를 갖춘 사람들에게 조직을 통해서 파괴력을 주는 것이다. IS는 단순히 종교적 이단이 아니라 이슬람을 이용한 범죄집단이다. Olivier Roy는 유럽에서 일어난 테러의 이유를 이슬람의 급진화가 아니라 ‘범죄의 이슬람화’에서 찾는다. 



차이는 아주 중요하다. 유럽 테러를 이슬람 급진화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이슬람에 대한 공포감이 생긴다. 무슬림들은 다 잠재적인 테러범이 되고 이슬람을 아예 없애야 안전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슬람에 대한 혐오증이 생기면 극우파를 지지할 확률이 높아진다. 극우파는 이런 반(反)이슬람의 감정을 이용해 대중을 현혹하면서 권력을 가지려고 한다.


반대로 IS테러의 이유를 범죄의 이슬람화라고 생각하면 종교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가 된다. 범죄행위로써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 현상으로 이해하면, 테러를 이성적으로 파악하고 적절한 방지조치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사람들의 반이슬람 감정을 완화하면서 테러에 더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유럽 테러는 종교적인 문제 보다는 사회, 정치적인 문제가 크다고 할 수 있다.





K리S
(교정: KIMA)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